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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지만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이 선고된 지 36일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사건이 회부된 지 9일 만에 속전속결로 파기 환송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사법부의 정치 개입'을 넘어 ’사법부 쿠데타‘란 비판이 나온다. 더욱이 대법원 결정과 동시에 전직 대통령 윤석열 파면 후 국정과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중대한 국가적 책임을 내팽개치고 끝내 6·3 대선 출마를 선택해 '사법부의 결정과 정치 기획이 맞물린 윤석열 체제의 극우세력이 기획한 재집권 시도'란 지적도 일고 있다.

“법에 충실하게 재판한들 국민으로부터 검사의 자의적 법 집행에 동조한다는 비판 피하기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여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윗줄 왼쪽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 대법관과 아랫줄 왼쪽부터 노경필·박영재·이숙연·마용주·이흥구·오경미 대법관.(사진=대법원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여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윗줄 왼쪽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 대법관과 아랫줄 왼쪽부터 노경필·박영재·이숙연·마용주·이흥구·오경미 대법관.(사진=대법원 제공)

이런 가운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지만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2명은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낸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상황에서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까지 더해지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해 세간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체 12명의 대법관 중 이들만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대법관이란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들 두 대법관은 41쪽 분량으로 반대의견을 밝히면서 “다수의견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해 다른 10명의 대법관들 대조를 보였다..

특히 두 대법관은 “선거의 공정성을 내세워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 방향을 취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발상”이라며 “다양한 정치적 공방 중에서 검사가 기소편의주의를 내세워 일부 표현만 임의로 선정해 기소하는 상황을 가정하게 되면, 법원은 두루 이뤄진 정치적 공방 중 기소된 당사자의 발언만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재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찰이 당선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는 놓아두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 후보에게만 수사력을 집중해 법정에 세운 불공정한 상황을 지적한 두 대법관은 “법원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법에 충실하게 재판한들 국민으로부터 검사의 자의적 법 집행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선거 과정의 거짓 정보를 가릴 권한은 스스로 정보를 분석, 판단할 수 있는 유권자의 선택에 최대한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두 대법관은 "우리는 과연 이 재판에서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의 비등점을 찾아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와 정의실현이라는 보석을 세공하는 데 성공하였는가. 우문현답이 필요한 시간이다"며 반대의견을 마무리했다.

참여연대·민변 “대선 불과 한 달 남은 시점...세간 의혹 불식하기는커녕 확대시킨 정치 행위”

대법원 전경.
대법원 전경.

한편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관련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1일 논평을 내어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존 판례를 뒤집고 유력 후보자의 피선거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판결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정치 개입이자, 선거 개입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이 스스로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허무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참여연대는 “대법원은 헌정 질서의 파괴가 자행되는 내란의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제대로 된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또다시 정치적인 고려를 통해 절차진행과 판결을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기는커녕 확대시키는 판결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2일 논평을 통해 “대선이 불과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한 판결을 졸속으로 선고한 대법원의 ‘정치적 행보’는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실관계와 법리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숙의 없이 내려진 이번 판결 선고는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판결을 가장한 대법원의 정치 개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힌 민변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인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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