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시각으로 7일 밤 미국이 중국 제외한 국가에 관세 인상을 90일 유예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백악관은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하지만 미국은 며칠 후 90일 관세 유예 발표를 했다. 하지만서도 중국엔 관세를 그대로 추징하고 중국도 맞대응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다음주부터 미국과 협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공백기에 미국과 협상 괜찮을까? 이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16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사무실에서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자기가 획기적인 변화 가져올 수 있다고 착각"

-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세계가 요동치는데 어떻게 보세요?
“이 정도까지 엄청난 충격을 주리라고 생각 못 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죠. 지난번 인터뷰 때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실 텐데 트럼프가 이번에는 직언 해서 말릴 사람 없이 아주 충성파 예스맨들만 옆에 두었다는 것과 사실상 임기가 2년 후부터는 레임덕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속전속결로 그냥 속도전을 해 갈 것이라고 했죠. 정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경제도 흔들리는 것 같은데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럴까요?
“트럼프는 미국 상대로 무역 흑자 내는 국가들이 미국을 일종의 갈취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예전부터 하는 사람 같고요. 또 트럼프 옆에서 브레인 역할 하는 사람 중에 과거 미국이 제조업을 부흥시킨 것이 관세로 보호무역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이건 100년 전 얘기인데 그것이 지금처럼 복잡하게 국제 경제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도 마치 가능한 것처럼 트럼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한 거고 트럼프는 과거의 대통령들과 달리 자기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착각했던 거죠.”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오락가락해요. 7일 밤에 중국을 제외하고 관세정책을 90일 유예한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백악관이 가짜뉴스라고 했어요, 그러나 며칠 안 가서 유예 발표했어요.
“세계 각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 했죠. 물론 그 사람들이 그걸 계속 유지하려고 했던 생각은 아니고 적당한 시점에 상대가 항복하고 오면 협상해서 줄여주든지 다른 대가 받으려고 했는데 너무 금융 시장에 충격을 많이 줬죠. 주식 시장은 어느 정도 흔들릴 걸 예상 다 했던 것 같은데 보통 위험자산인 주식 시장이 흔들리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쪽으로 돈이 와야 되는데 예상과 전혀 달리 미국 국채조차도 투매가 일어나고 국채가 안 팔리고 국채 이자도 올라갈 것 같다 보니 그건 엄청난 빚과 이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도저히 그걸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랴부랴 급한 불을 끈 거죠.”
- 그러면 왜 가짜뉴스라고 했을까요?
“자기들끼리도 전혀 조율 안 되고 즉흥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국제사회가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는 거고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트럼프 정부가 어떤 정책이든 추진해 나가기가 어렵게 되는 거죠.”
"반트럼프 운동 어디까지 커질지 알 수 없어...트럼프 찍었지만 실망하면 등 돌리는 속도 그만큼 빠를 수도"
- 정책은 즉흥적으로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근데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봤을 때 이번은 재선에 대해 걱정할 필요도 없고 또 그동안 자기가 부당하게 언론과 민주당으로부터 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마구 밀어붙이겠다는 욕심이 너무 강한 거죠.”
- 그러면 언제까지 갈까요? 안병직 경희대 교수는 내년 중간선거까지 안 바꿀 거라고 하던데.
“내년 중간선거까지 이런 혼란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국은 물론 국제 경제가 대공항으로 빠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죠. 이대로 가면 미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줘서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참패 당할 수 있거든요. 지난 60~70년 동안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선방한 경우도 한두 번밖에 없어요. 만약 중간선거에서 참패하면 트럼프는 나머지 임기 절반을 레임덕으로 힘 빠진 상태에서 마쳐야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공화당 내 의원들도 트럼프를 말리려고 할 것이고 제 생각에는 상황을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시위가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아시나요?
“반트럼프 시위가 벌어지는 건 사실인데 아직 미국인들이 생활 물가가 수직 상승해서 타격 입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반트럼프 운동이 크게 번지고 있다고까지 말할 수 없죠. 하지만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 반트럼프 운동이 어디까지 커질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왜냐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 중에 사이비 종교 신도처럼 믿는 지지자들도 있지만 기존 정치인들에 실망하고 트럼프 같은 아웃사이더가 와서 한번 시스템 뒤흔들면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트럼프 선택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커질 수 있거든요. 한마디로 트럼프를 찍었지만, 트럼프에 실망하면 등 돌리는 속도도 그만큼 빠를 수가 있죠.”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해 중국 측 입장 들으신 게 있나요?
“중국 쪽의 얘기를 좀 들어봤는데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중국을 심하게 압박할 것이기 때문에 이 고통을 참아낼 각오 해야 한다고 하고 미리 주의를 주고 준비 시켰어요. 그래서 중국 사람들의 반응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거나 ‘이거 큰일 났다’는 반응이 아니고 '올 것이 왔다'는 정도의 반응이고 혼란스럽거나 패닉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라고 들었어요.
또 중국 정부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한편으로 어리둥절해하는 부분이 바이든 때는 다른 나라 특히 동맹국들을 끌어들여서 중국을 포위해 고립시키는 작전을 썼기 때문에 중국이 애를 먹었는데 트럼프도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트럼프가 그런 식으로 안 가고 전 세계를 상대로 이 관세 전쟁을 벌이니 오히려 중국 사람들은 생각보다 덜 고통스고, 왜 트럼프가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더라고요.”
"장기전으로 가면 중국이 유리하고 미국이 불리한 싸움"

- 지금 미·중이 치킨게임 하는 거 같거든요. 계속 갈까요?
“지난 열흘간 이렇게 상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서 강력한 관세 부과를 하면서도 말은 ‘나는 시진핑 주석과 사이가 좋다. 내 친구다. 중국은 위대한 나라다’ 등의 립 서비스를 또 해 주잖아요. 근데 중국은 정부 대변인이 나와서 ‘미국이 우리에게 관세를 이렇게 부과하니 우리도 관세를 이만큼 올리겠다’라는 정도 담담하게 발표만 하고 고위급들은 아예 말 이 문제에 대해서 말 안 하고 있잖아요. 중국은 체제가 미국과 다르죠. 중국은 선거도 없고 또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면서 ‘우리가 힘들더라도 미국에 굴복할 순 없으니 버텨 나가자’라는 전략으로 버틸 수 있고 또 거기는 권위주의 체제죠. 시진핑 주석의 권위가 무너지면 공산당 집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항복은 못 한다는 거죠.
근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을 의식 안 할 수가 없고 내년 선거를 의식해야 되는 입장이죠. 중국은 시진핑 주석 그만두더라도 계속 공산당이 집권하니 정책이 쉽게 바뀌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가면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고 세부적으로 경제적인 걸 봐도 미국은 중국에서 사들여야 되는 것 중에 희토류도 물론 있겠지만 생필품들이 중국에서 만들어 온 거에 의존 많이 하는데 그건 중국에 의존을 워낙 오래 했고 다른 나라에서는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미국이 불리한 싸움이죠.”
-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잖아요. 중국 중심으로 다른 나라들이 반트럼프 전선도 가능할까요?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여서 반중 전선 만드는 건 이미 틀려버렸고 EU는 원래 하나로 뭉쳐 있던 세력이고 지금 중남미 국가들도 미국의 관세 전쟁에 공동 대응 하기로 했거든요.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동남아 국가도 방문하고 스페인 총리도 만나고 하면서 미국의 전략에 공동 대응하자고 요청하고 있죠. 물론 하루아침에 많은 나라들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건 쉽지 않겠지만 동맹으로 된다든가 완전히 한편 된 것처럼 행동하게는 못 만들더라도 서로 상대가 미국과 교섭하는 걸 봐가면서 암묵적인 공존은 충분히 가능할 것인데 그것도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되는 거죠.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편 힘이 강해지니까 여러 나라와 한꺼번에 협상하는 건 싫어해요. 미국이 제일 센 나라니까 상대 국가와 1 대 1로 협상하면 다 쓰러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인데 자꾸 미국에 대항한 공동 전선이 생겨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는 거죠.”
-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고립시키라고 하는데 오히려 미국이 고립될 수 있을까요?
“미국 언론에서조차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하다가 오히려 미국이 고립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고 심지어 지난번에 트럼프 지지했던 사람들조차도 그런 우려 하는 게 보도에 나오더라고요. 근데 중국 반응 보면 아까도 얘기했지만, ‘중국 고립 정책을 쓸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가서 우리도 참 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어리둥절하다’라고 해요.
중국이 사실 가장 무서워하는 건 러시아와 북한을 중국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조금이라도 미국에 가깝게 만들어서 중국 포위에 써먹는 것이고 마침 푸틴, 김정은 양자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대화 되는 사이라서 초반부터 그걸 적극 밀고 나가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거기에 주력하지 않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죠.”
"강대국 간의 싸움은 실수하는 쪽이 불리해질 수밖에"
-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간에 전화 통화하고 21일 정도부터 미국과 협상한다고 해요. 50여 일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할 건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에서 협상 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있던데.
“이 부분은 굉장히 걱정스러운 일인데요. 사실 지난 몇 달간 대통령 자리가 비어 있었고 앞으로도 50일 있어야 새 대통령이 나오잖아요. 물론 그것이 국정 운영에 지장을 많이 주는 점도 있지만 미국과의 협상 감안할 때 한편으로는 시간 벌기에 유리할 수도 있다고 봤어요. 근데 한덕수 권한대행이 성급하게 성과 내겠다는 욕심 부려서 미국의 요구에 쉽게 응해주면 굉장히 우리 국익에 손해가 날 수 있는 것이죠. 미국 재무장관이 빨리 와서 협상하면 더 나은 조건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건 반대로 들어야 돼요. 미국이 급하니까 빨리 와서 협상하라고 하지 자기네가 시간 많은 입장이면 왜 빨리 협상하라고 한국이나 일본을 끌어들이겠어요? 일본만 해도 총리가 협상은 시작하겠지만 결론 내는 것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죠.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어떤 협상을 하는지 지켜보기 전에 합의하면 절대로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없어요.
그리고 공무원 사회에서 그런 말이 있었어요. 한덕수 대행이 통상 전문이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과 통상 협상할 때 많이 대표로 나갔는데 합의가 결렬돼서 빈손으로 돌아오는 법이 없대요. 근데 그게 협상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고 상대편에 쉽게 양보해 주니까 협상이 끝나버린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미국을 상대로 강단 있게 배짱 있게 협상할 수 있는 새 정부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한덕수 내각이 협상 끝내면 절대 안 된다고 해요.”
- 한 총리가 의도하는 건 뭘까요?
“글쎄요.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요즘 대권 출마설도 있고 자기가 미국과의 협상을 일찍 마무리 지으면 그걸 자기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현재 힘 없는 대행 체제에서 협상하는 것은 문제가 많고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연계시켜서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게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도 주한미군 철수시키거나 다른 주한미군의 병력 대폭 줄일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협박에 쉽게 겁을 먹을 필요가 없고요. 최근에 미 해군의 함정을 한국에 와서 수리하도록 한다는 얘기가 있죠. 해군 참모총장 하신 분 말씀 들어보니까 우리나라 조선업체가 그거 해줘서 큰 이익 보기 어렵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차라리 분담금 올려줘야 된다면 우리가 그런 돈 지원해 주겠다고 해서 우리가 쓰는 돈의 상당 부분이 한국 기업과 노동자에 갈 수 있도록 정부가 협상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강대국 간의 싸움은 실수하는 쪽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데 트럼프 측이 중국을 성급하게 밀어붙이다가 계속 실수하고 있어요. 이러면 점점 불리해질 것 같아요. 중국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굴욕적인 협상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세로 협상하면 나중에 또 뒤통수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계하고 있어요. 미중 양국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죠.
한국의 제조업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런 점을 협상에 활용하면 지금의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에요.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동양 문화는 이익을 중시하는 서양과 달리 체면을 중시하니 중국의 체면 살려주면서 협상하면 미국이 이익을 더 챙길 수 있을 거라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충고한 적이 있는데 트럼프는 자신이 중국을 굴복시켰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니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이고. 결국 자존심 싸움이 몇 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일·중 그리고 EU가 미국과 달리 서로 저관세 또는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의 방향으로 가면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영국·호주·인도·한국·일본 등 먼저 협상하는 이유는 미국에 강하게 반발하지 못하는 나라라는 이유도 있지만 미국에 꼭 필요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한국을 필요로 해요. 러시아와 트럼프의 관계가 원만한 이 기회를 이용해 한·중. 한·러 관계 개선하면 북한도 한국에 대해 계속 외면하지 못할 것이에요.”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