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김상수(작가ㆍ연출가) 
김상수(작가ㆍ연출가) 

한반도에는 유엔 가입 2개의 국가가 존재한다. 한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는 민주공화국으로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ROK)이 있고 한반도의 북반부에 위치하고 있는 국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이 있다. 국제적으로 2개의 국가는 남쪽이냐 북쪽이냐의 구분은 있지만 Korea로 지칭된다.

Korea라는 명칭은 918년부터 1392년까지 존재한 고려국(高麗國) 또는 고려(高麗)에서 유래했다. 고려는 태조 왕건이 고구려를 계승해 세워 474년 동안 한반도에서 만주지역에까지 존속했던 국가의 명칭이다.

기록을 보면 16세기 유럽에서 Corea, Coree가 19세기 무렵부터 미국의 영향으로 Korea로 바뀌어 불리고 표기된다.

Korea ‘고려’ 역사 474년은 조선(朝鮮)의 역사 500년 이상으로 오늘날 한국인의 삶을 결정지은 중요한 역사다. 중세시대 한국인의 불교와 유학, 문학, 기술 문화, 의학(醫學), 농업, 목면의 재배, 공업, 화약의 제조, 인쇄술, 고려청자의 제조 등 문화 문명이 만개한 국가의 역사 시기였다.

특히 금속주조 세공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금속활자가 발명되어, 대표적으로는 1377년의 《직지심경(直指心經)》이 있다. 목판인쇄술도 정교하게 발달하여, 현재 해인사에 소장된 대장경판과 같은 걸작이 만들어졌다. 

1251년에 완성된 재조대장경의 8만 1천여 매에 달하는 판목은 변형이나 부식 등을 방지하는 가공기술과 미려한 판각기술로 제작함으로써 7백 년이나 더 지난 현재 대장경 보관 건물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동아대학교 박물관 소장 고려사 완질본
동아대학교 박물관 소장 고려사 완질본

그런데? 오늘까지 한국 문화 역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고려국의 정사(正史)인 ‘고려사’(高麗史) 정본이 지금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가?

조선시대 왕실의 역사인 ‘조선왕조실록’이 국가의 국보로 지정되고 있는 반면에 고려의 역사를 저술한 역사서인 ‘고려사’ 총 139권 75책 완질본은 국가의 국보나 보물이 아닌 부산광역시 지정 유형문화재 제104호로 2010년에 지정되어 부산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있다. 기가 막힌 사태다. 2010년 이전까지는 누군가가 불쏘시개로 아궁이에 던져도 처벌할 방도도 없었다.

일본 식민지 시기 민족문화말살정책(民族文化抹殺政策)을 펴고 한국인의 과거 역사를 폄훼하고 날조하기 위해 조선총독부 직할로 1925년 6월 조선사편수회(朝鮮史編修會)가 만들어진다.

조선사편수회 출발시 이완용이 고문이었다. 조선사편수회는 1945년 일본의 패전으로 몰러나기까지 조선 역사의 근간을 왜소화시키고 왜곡했으며 특히 조선 역사의 근거였던 화려했던 문명사인 고려사를 아예 조선의 역사 근거에서 축소하고 배제하고 지웠다.

그 조선총독부 조선편수사 수사관보 이병도가 한국 역사학계 태두(泰斗)가 된 한국의 역사학계이다. 이병도의 후학들이 한국의 역사학계를 지배하다시피 한 현실의 반영이 오늘 현실이고 고려사는 지방유형문화재로 취급되고 있다. 그 숱한 역사학자, 문화재전문위원들, 문화재 역대 청장들, 이들은 누구들인가?

비참하고 비통하다. 나는 문화재청, 부산시청, 부산시서구청, 동아대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부산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고려사’ 정본이 있게 되었는지? 1946년 11월 1일에 남조선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동아대학은 1947년 문교부로부터 재단법인 동아학숙과 동아대학 설립을 인가받고 정식으로 교명을 동아대학으로 변경했다.

학교 설립자 정재환(鄭在煥, 1906년~1976년)은 어떻게 해서 ‘고려사’ 정본을 획득하게 되었는지? 1936년 리쓰메이칸 대학 법률학과를 졸업하고 1940년 일본 고등문관시험 사법과 합격, 1946년 재단법인 동아학숙 및 동아대학 설립, 이승만 시기인 1952년 법무부 차관 취임, 1959년 동아대학교 종합대학 승격, 초대 총장 취임, 일제강점기에 검사를 지냈던 이력으로 민족반역자인명사전에 수록되어 있다.

그는 어떻게 고려사를 구할 수 있었는지? 민족반역자가 한국의 고려사를 구제한 것인가? 이 아이러니는 또 뭔지?

/김상수(작가ㆍ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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