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일어난 지 122일 만인 지난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을 만장일치로 인용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정부 출범 2년 11개월여 만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해온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 지난 5일 심 기자와 전화 연결해 탄핵 선고 이야기와 함께 윤석열 정부 언론 탄압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심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집권 시작 후 의혹들 계속 터져 나왔지만, 이런 식으로 자폭할 거라고 예상 못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 결정이 이뤄졌어요. 기자님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기사 많이 썼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일단 윤석열 정부가 그전부터 이미 정치적 도덕적으로 파탄 상태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임기는 끝까지 못 채웠을 거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집권 전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같은 김건희 씨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 채 어떻게 보면 디폴트로 가지고 있었고 또 집권을 시작하고 나서는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터져 나왔잖아요. 그 모든 걸 권력의 힘으로 눌러왔지만 그게 한계에 부딪혔죠. 마치 저수지에다가 쓰레기들을 계속 밀어 넣다 보면 언젠가는 측면 위로 쓰레기가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런 상황이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 자폭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 작년 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될 때와 4일 파면 선고할 때 기분이 달랐나요?

“저는 작년 12월에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됐을 때 이미 윤석열은 끝났다고 생각했죠. 왜냐하면 박근혜 때의 경험을 미루어 보면 탄핵 소추가 되고 난 뒤에 절차는 어떻게 보면 요식 행위에 가까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심 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 뒤에 여러 일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체포에 물리적으로 저항했죠. 또 법원이 대통령 풀어주고 검찰은 상고를 포기했잖아요. 그리고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요. 그런 상황이어서 굉장히 마음 조렸죠. 그렇기 때문에 작년 12월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어제는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달리 이번엔 여론이 6대 4 정도로 갈렸잖아요. 언론의 책임이 있을 것 같은데.

“저는 2017년과 올해 사이에 언론과 정치의 지형이 급변한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7년에 박근혜 탄핵 국면을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언론들이었죠.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태블릿 PC 밝혀낸 것도 주류 언론이었고, 또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이후에 헌재 판결까지도 주류 언론들이 여론을 주도했죠. 당시를 돌이켜 보면 주류 언론들은 헌법이라든지 기본적인 법질서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서 권력자의 행동에 대한 최소한의 넘치 말아야 할 마지노선을 상정하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보수적인 주류 언론들마저도 박근혜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여론도 거의 9대 1이나 8대 2 정도로 형성이 됐던 거로 생각하고요.

근데 올해는 예를 들어 극우 유튜브가 주류 언론의 영향력이 많이 약해진 자리를 채웠잖아요. 특히 스카이데일리 같이 가짜 언론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데가 생산해 낸 담론들이 정치에 굉장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그게 거꾸로 주류 언론들에도 영향을 주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었단 말이에요. 대표적인 게 많이 얘기됐지만 스카이데일리가 보도한 중국인 체포설 있지 않습니까? 완전히 터무니없는 오보였는데 그걸 정치인들이 재생산하고 심지어 윤석열 변호인들이 헌재 재판정에서 주장하기에 이르렀잖아요.

물론 KBS의 <추적 60분>이 오보를 되게 훌륭하게 검증했죠. 근데 그때는 이미 이 얘기가 퍼질 대로 퍼진 뒤여서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었고 또 <추적 60분> 보도 나온 뒤에도 다른 주류 언론들은 대부분 모르는 척했어요. 이런 식으로 과거였다면 아주 극단적인 소수들만이 공감했을 것 같은 컬트적인 주장이 정치권을 통해서 유포되고 주류 언론에까지 영향을 주는 일종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고 생각해요.”

"공론장의 실종 단적으로 보여준 게 이번 탄핵 여론...윤석열 정부 언론 탄압의 가장 상징적 사건은 뉴스타파 수사"

- 예전에는 어쨌든 공중파 뉴스나 신문을 같이 보고 다르게 생각한 거 같은데 지금은 보는 게 다르니 생각이 완전 다른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과거와 같은 공론장이 과연 남아 있는 거냐는 의문까지 들 정도인데요. 정준희 교수가 예전에 어느 칼럼에서 쓴 얘기인데 과거 우리 공론장이라고 하면 예를들어 어느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반드시 지나갈 수밖에 없는 광장 같은 거죠. 광장에서 하는 이야기를 나의 관심 유무와 상관없이 이런 얘기가 있다는 건 알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말씀하신 과거의 공중파나 신문들이었다면 지금은 예를 들어서 많은 유튜버가 독자를 많이 거느리고 있지 않습니까? 실시간으로 보는 사람이 몇십만 명 되는 매체도 많고요.

근데 거기에는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모인다고 해도 과거의 광장 같은 느낌은 아니고 정준희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외곽 순환 고속도로 굴다리 밑에서 자기들끼리 모여 집회하는 느낌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설령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본다손 치더라도 그게 이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나가 피할 수 없는 게 아닌 거 되어버렸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사회에 과연 공론장이라는 게 얼마나 남아 있는지 걱정이 되고 그런 공론장의 실종을 단적으로 보여준 게 이번 탄핵 여론이 6 대 4로 갈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 윤석열 정부 3년 가까이를 되돌아보면 언론 탄압이 심했잖아요. 자기에 비판적인 언론사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안 태운 게 상징적인 것 같은데.

“일단 말씀하신 전용기 사건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는 사건이죠. 그 보도가 오보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MBC만 보도한 것도 아니었는데 평소 마음에 안 들었던 MBC만 꼭 찍어서 불이익을 준 거잖아요. 그러면서 대통령이 직접 자기 입으로 국익을 해친다는 프레임을 씌웠고요. 근데 어떻게 보면 MBC가 주류 대형 언론사니까 그 정도로 끝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주류 언론들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MBC 전용기 사건 이전에 천공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하다가 뉴스 토마토가 1년 동안 출입 정지를 당했었고요. 그 이전으로 가보면 인수위 시절에 저희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같은 데는  아무런 근거 없이 출입을 거부했었죠.

저희 얘기를 해서 그런데 윤석열 정부 언론 탄압의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뉴스타파에 대한 수사였다고 생각 해요. 뉴스타파는 윤석열 씨가 검찰총장 하던 시절부터 윤우진 사건, 도이치 모터스 사건 같은 걸로 제일 적극적으로 윤석열을 검증했던 매체잖아요. 그래서 윤석열 총장이 검찰총장을 하던 시절에 기획한 고발 사주 사건에서도 저희 뉴스타파가 고발 사주의 타깃이 되었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검증하는 매체는 한번 혼내주려고 벼르다가 그게 걸려서 고발 사주 사건으로 곤욕 치르고 어떻게 보면 대선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집권하고 기어이 빌미 만들어서 수사한 거잖아요. 이게 민주화된 이후에는 어떤 정부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언론을 탄압한 사례는 없었다고 생각하고 재미있는 게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거죠.”

- 앞에서 민주화 이후 언론 탄압은 윤석열 정부가 심했다고 했잖아요.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보면 어때요?

“이명박 정부가 했던 일은 어디까지나 공영방송을 장악해서 공영방송이 자기편에 유리한 보도를 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뿐이죠. 그리고 박근혜 때는 그럴 필요도 없었고요. 근데 윤석열 정부는 이미 보도한 사안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덤벼든 사례 그것도 한 매체를 완전히 죽여서 없애겠다고 검찰 권력뿐만 아니라 여당과 대통령실 권력까지 달려든 사례는 없었다는 의미에서 민주화 이후에 최악의 언론 탄압이라고 말씀드립니다.”

-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에서 가장 큰 사건 뽑으라면 뭘까요?

“저는 앞서 말씀드린 뉴스타파에 대한 수사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뽑으라면 정권 초반부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수사부터 단추 꿰듯이 꿰 나가서 한상혁 물러나게 만들고 방통위원장 갈아치운 다음에 공영 방송들 이사장 물러나게 만들고 결국 공영방송의 사장 바꾸는 작업이 있었지 않습니까? 두 가지가 저는 가장 큰 거로 생각합니다.”.

- 윤석열 정부 초반 출근길 문답을 했었잖아요. 6개월 정도 하다 그만두었죠.

“그건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출근길 문답 제대로 하려면 대통령의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되잖아요. 그리고 자기 자신이나 가족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기자들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두 가지 조건 다 충족이 안 되죠.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 중단한 건 전용기 사건에 의해 그렇게 된 게 아니라 필연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 한 건 어떻게 보셨어요? 서너 번 했잖아요.

“거의 의미가 없는 기자회견이 많았죠. 기자회견을 통해서 새롭게 밝혀진 사실도 없고 국민들이 대통령의 생각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없죠. 이건 기자회견 했다는 그 자체에만 의의를 두는 쇼 같은 기자회견이었다고 생각하고요. 근데 저는 그런 생각 들어요. 기자회견에 참가한 기자들이 욕을 많이 먹었잖아요. 기자 옹호하는 건 아닌데 저는 기자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가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해요.” 

"김건희 씨 연루 의혹, 제대로 따져봐야 할 조건 무르익었고 그런 시기 왔다는 사인"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 어떤 구조적인 문제요?

“우선 기자회견의 구조 자체가 후속 질문이 차단되는 구조잖아요.  질문을 잘한다는 건 후속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 보장받을 때만 가능한 얘기거든요. 아무리 기자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도 상대방이 동문서답식으로 엉뚱한 답변 하거나 거짓말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후속 질문을 해서 그걸 추궁하는 과정에서 잘 짜여진 질문이 만들어지는 건데 대통령실이 주관한 기자회견 보면 마지막 기자회견을 제외하면 후속 질문의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거든요.”

- 근데 후속 질문을 같은 기자가 할 필요는 없고 A 기자가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변하면 그에 대해 B 기자가 물어봐야는데 안 되잖아요. 그래서 언론이 비판받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저희가 기자회견 때마다 그런 비판 했고 그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마지막 기자회견이 있지 않습니까? 명태균 관련해서 얘기 나왔던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후속 질문하는 일종의 협업 플레이를 보여줬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마지막 기자회견은 그래도 의미 있는 답변들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이게 출입처 시스템 문제를 얘기 안 할 수가 없는데 기자들의 출입처 출입 시간이 길어야 한 1년 정도 되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출입처 기자들을 상대로만 기자회견을 한다면 거기에서 정말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기는 어렵죠. 예를 들어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다면  그걸 오래 취재한 저 같은 기자들이 들어가서 질문 할 수 있고 하다못해 외교 안보 분야다 그럼 또 외교 안보 전문적으로 취재해 온 기자들, 경제 분야 취재해 온 기자들이 정확한 팩트와 배경지식 가지고 들어가서 질문 할 수 있으면 좋겠죠. 그런 출입처 시스템 문제도 좀 있는 것 같아요.”

- 이건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3일 도이치모터스 관련자들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건 어떻게 보세요?

“제가 도이치모터스 사건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게 2020년 2월이거든요. 당연한 얘기지만 제가 처음 이걸 보도할 때는 이 사건의 실체가 정말로 있는 건지 저도 확신할 수 없었죠. 다만 그때 보도한 건 ‘경찰이 이런 혐의 잡고 내사 했는데 거기에 김건희도 나오더라’ 정도의 얘기였습니다. 근데 기자 입장에서 이런 의혹 보도를 할 때 물론 저는 이게 사실이라고 보도한 게 아니라 그런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거고 그런 내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한 거지만 어쨌든 이 의혹 자체가 사실이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있지 않습니까? 근데 3일 대법원 판결로 5년 만에 적어도 주가 조작의 실체가 확정된 점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공적으로 당연히 김건희 씨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 제대로 따져봐야 할 조건이 무르익었고 그런 시기가 왔다는 사인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건에서 김건희 씨가 단순 전주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여러 사실과 정황들을 제가 지난 5년 동안 정말 줄기차게 지겹도록 보도를 해왔지 않습니까? 그런 사실을 이제는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잘 아시겠지만, 공범들이 재판을 받는 동안은 공소시효가 멈추고 공범들의 형이 확정되면 다시 시작돼요. 즉 4월 3일부로 김건희 여사의 공소시효는 다시 카운터가 되기 시작했거든요. 그게 한 1년 정도 남았어요. 그럼 남은 공소시효 1년 안에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되는 거죠.”

- 특검이 필요할까요?

“지금으로서는 특검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검찰도 검찰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습니까? 다음 정부에 지금으로서는 특검이 남은 공소시효를 감안하면 특검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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