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는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 한다고 1일 헌법재판소가 밝혔다. 이러써 비상계엄 이뤄지는 120여 일 만에 나오는 것이다. 사실 초반만 해도 사안이 간단해서 빨리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선고가 늦어지면서 항간에는 재판관 의견이 5:3으로 갈려서 선고 못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늦었지만 다행히 선고 기일이 잡히며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선고 기일 발표 전까지 상황에 대해 헌법학자는 어떻게 보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3월 29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전화로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국민에게 총칼 들이댄 내란 우두머리, 여전히 막후 권력 행사...입헌주의 아닌 폭력적이고 자의적인 지배가 횡행하는 나라"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00일이 넘었는데 선고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어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지연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라는 해묵은 법률 속담이 실감 나는 시기입니다. 우리 헌정사에서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한 헌정질서가 이렇듯 처참하게 무너진 적은 없었습니다. 과거 권위주의체제만 하더라도 겉으로는 헌법 따르는 척을 했습니다.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아예 헌법이 없는 듯 굴었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헌법의 명령이 명확하고 단호함에도 그것을 근본부터 부정하고 나선 시기는 없었지요.”
- 어차피 권위주의 시대에는 헌법재판소가 없었지 않나요?
“유신헌법 때는 헌법위원회가 있었고, 그전에는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대신했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나름 제 기능을 하였던 것이 현행 헌법 체제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헌법재판소나 정부의 행태에 대해 보면, 과거 일본의 다이쇼나 메이지 시절같이 헌법을 서구 사회에 보여주는 장식용으로만 여겼던 수준의 헌법 의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예 헌법이라는 것을 무시하고 적나라한 권력의 논리만 추종합니다. 예컨대 한덕수 총리는 헌법재판소의 명령에도 아랑곳없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헌정 질서가 거의 와해된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도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정을 하냥 미루기만 합니다. 그 와중에 헌법을 부정하고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댄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면서 막후의 권력 행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입헌주의가 아니라 폭력적이고 자의적인 지배가 횡행하는 나라로 되어 버렸습니다. 그걸 헌법재판소가 지금 방치하고 있습니다.”
- 그럼, 교수님은 탄핵 심판 선고가 안 나오는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평의 과정을 지켜볼 수가 없으니 알 수는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에 다른 사건이 너무 많지 않았냐는 말도 하는데 그것도 일리가 있고, 또 너무 많은 쟁점이 제기되어 이를 다 해소해서 정치적인 파장을 극소화시키겠다는 생각 때문에 이렇게 늦어졌다는 말도 있습니다. 혹자는 일부 재판관이 의견은 내놓지 않고 평의를 계속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 어떤 이유도 헌재가 대통령 탄핵 결정을 지금처럼 늦추는 정당한 사유는 될 수가 없습니다. 빨리 서둘러야 됩니다.”
- 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 선거법 2심 선고와 연계되었을까요?
“그런 말이 많았죠, 만약 그러했다면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자기 존재를 부정한 셈이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정치적인 풍향에 따라 자신의 결정을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헌법재판소의 평의를 쳐다보아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의에 참여하는 재판관들도 바깥 정치를 쳐다봐서는 안 됩니다. 만일 그 경계를 넘어선다면 더 이상 헌법재판소는 존재할 이유가 없겠지요.”
- 그건 당위성이고 진짜 영향을 안 줄까요?
“영향을 받지 않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결정적인 것은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설령 이재명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대법원판결이 빨리 나올 수는 없습니다. 또, 대법원의 입장에서도 대통령 선거의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출마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유무죄의 여부를 확정 짓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원판결에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걸 감안해서도 안 되고요.”
- 지금 얘기 나오는 게 5대 3으로 갈려서 안 나오는 거 아니냐는 거죠. 근데 그건 평결해야 하는 거고 아직 평의인데 그걸 알 수가 있나요?
“아직은 공식적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평결에 들어가야만 재판관들의 의견을 알 수 있죠. 다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기각 의견을 가진 재판관이라도 그 기각 이유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탄핵 사유와 그 법적 근거가 워낙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만들어내더라도 십중팔구 대대손손 웃음거리가 되는 이유로 일관할 것입니다. 각하 의견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저런 절차적인 문제를 만들다시피 제기해도 을사오적의 논리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러다 보니 일부 재판관이 기각이나 각하 쪽으로 생각하더라도 섣불리 그 의견을 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기를 임명하거나 지명해 준 대통령·정당에 충실히 판단하는 경향"

- 예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그때와 지금은 조금 달라 보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에는 그것이 대세가 되어 당시 여당조차도 탄핵으로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일부 극우 세력들을 등에 업고 탄핵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반면 탄핵의 사유는 반대 상황입니다. 박근혜의 경우에는 사실관계의 인식이나 법적 평가에서 나름 의견이 나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경우에는 그 모든 것이 너무도 명확해서 어찌 달리 생각할 여지도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헌법 유린 사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헌법을 부정하여 의당 탄핵되어야 할 대통령에 대해 일부 정치인과 극우 집단들이 무리하게 감싸려 하다 보니 그들 또한 헌법을 부정하고 힘의 논리를 앞세우게 됩니다.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허언 아닌 이유가 여기 있죠.”
- 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선고가 있었죠. 그게 윤 대통령에 대한 미리보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고 선고가 나오자, 의견이 갈리던데 교수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대통령 탄핵 심판과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의 결과는 전혀 별개라고 봅니다. 헌법재판관들이 총리에 대한 탄핵 기각 결정문을 쓰면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지레짐작할 수 있는 그 어떤 키도 남기지 않으려 한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기각한다는 결론 먼저 내리고 각각의 재판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 밝혔던 것 같습니다. 그 바람에 각 의견에 나타난 사실관계도, 법리도 제각각이었습니다.”
- 왜 한 총리 건을 먼저 했을까요?
“저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 탄핵결정이 나오기 전에 권력구조를 정비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구조보다 총리에 의한 권한대행 체제가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실제 최상목의 경우는 대통령권한대행에 총리권한대행, 그리고 원래의 직무인 부총리에 기재부 장관이라는 4개의 직무를 책임져야 합니다. 파행의 극에 달한 경우입니다. 이걸 미리 정비해서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가고 그래서 국정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킨 후 대통령 탄핵 결정에 임하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 그동안 국민의힘과 극우 층에서 헌재에 대한 공격이 있었잖아요. 그게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에 영향 줬을까요?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 전반적으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여태까지 헌법재판관들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법이념에 따르기보다 자기를 임명하거나 지명해 준 대통령이나 정당에 충실한 판단 하는 경향 보여왔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대통령의 영향권 아래 있는 여당의 지명을 받을 재판관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 재판관들의 경우 극우세력 또는 그를 등에 업은 국민의힘이 내는 주장에 동조하거나 그에 부응하려는 제스처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심판 절차를 지연한다거나 평의를 늦추려고 노력할 수도 있겠지요.”
- 가장 눈에 띄는 게 정계선 재판관과 김복형 재판관이에요. 이들은 생각의 차이가 크다고 하던데 어떻게 보세요?
“극과 극이었죠. 그런데 헌법학자로서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김복형 재판관의 논리는 잘못된 겁니다. 국회가 헌법재판관 후보를 선출한 지 하루 만에 권한대행이 임명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주된 논거입니다. 권한대행도 생각할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그런데 한덕수 총리는 국회가 재판관 후보를 선출하기 전에 미리 임명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래서 그 ‘하루’라는 시간은 무의미합니다. 이 점을 김복형 재판관은 굳이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김복형 재판관은 사법 판단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치적 판단을 해버린 것입니다.”
- 지난번 재판관 미임명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때는 만장일치로 임명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거 하고 이번 탄핵 심판이 안 맞는 거 아닌가요?
“서로 모순되는 것을 아니까 4명의 기각 의견은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지만 중대하지 않다고 보았고, 김복형 재판관의 기각 의견은 하루라는 날짜를 강조하였습니다. 모두 궁색한 이유를 들어 기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두 결정이 모순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한덕수의 손을 들어주면서 헌법의 명령은 무력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고 종국에는 헌법재판소는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려 버린 셈이 되었습니다.”
"현재의 정부, 이미 헌법 수호 의지 없어"

- 민주당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최상목 장관을 같이 탄핵하려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이제는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지금처럼 마비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한덕수 총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는 바람에 대통령 탄핵 결정이 어렵게 되었고, 또 4월 18일 2명의 재판관의 임기 만료가 지금 코앞에 닥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한다면, 종국에는 헌법재판소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는 것은 명약관화 격입니다. 한편에서는 대통령을 직무 정지시키고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접어든 상황에서 헌재의 마비상태로 인해 그 탄핵 심판조차도 기약 없어진다면 우리 헌법 질서는 그대로 와해되고 맙니다. 일종의 총성 없는 내란 상태입니다. 그런 상황은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합니다. 한덕수, 최상목에 대한 탄핵 소추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고요.”
- 그러나 두 명 탄핵해도 다음인 이주호 장관이 재판관 임명할까요?
“이주호 장관이 임명 안 할 수도 있겠죠.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한덕수나 최상목과 같이 헌법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사람이 계속 행정부 수반의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가 문제입니다. 그것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탄핵소추의 연발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회복시킬 책임 지는 자가 부재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국회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의 정부는 이미 헌법 수호의 의지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회라도 나서야 합니다. 길게 봐서 거국내각의 가능성까지도 지금 고민을 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거국내각이라면 어떤 의미일까요?
“일종의 임시 비상정부체제를 말합니다. 헌법 지키기 위해 헌법의 일부 틀을 예외적으로 벗어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나름 과격한 수준의 대응 프로그램까지도 숙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국무위원들을 다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총리나 부총리 정도는 국회가 선출하여 사실상 정부의 수반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 정치적 책임은 국회가 지는 것으로 하고요.”
- 권한대행 체제가 2년 갈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는데?
“헌재가 오는 4월 18일까지 탄핵 심판 결정 내리지 않는 경우를 예상해 보지요. 두 가지 가능성이 열립니다. 4월 18일 두 명의 재판관이 임기만료가 되면 헌법재판소는 6인 체제가 되어 탄핵 심판에 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대통령은 직무 정지로 무력화되고 총리가 대통령의 직무를 담당하는 일종의 비정상 상태가 2년간 지속됩니다. 문제는 이 총리가 헌법 수호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한덕수 총리가 4월 18일에 즈음하여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입니다. 마은혁 후보를 임명하면서 동시에 대통령 몫 두 명도 자기 사람으로 임명하여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경우 어느 것도 우리 헌정사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첫 경우는 사실상 내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민을 향해서 총칼을 휘둘렀던 내란의 주범인 대통령이 다시 복귀해서 헌정 질서를 다시금 유린하는 상태입니다. 이 둘은 상상조차도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 중요한 건 언제 나올 거냐인데 교수님은 언제로 보세요?
“저는 3월 초순을 예상했는데 보시다시피 틀렸습니다. 그러니 예상할 자격이 없지요. 당위적으로만 말씀드리자면 늦어도 4월 초까지는 판단이 나와야 합니다. 아마 그렇게 되겠죠. 헌법재판관이 사법관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헌법을 존중하고 수호하는 헌법의 집행관이라고 한다면,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그 이후는 우리의 정치 체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지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