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앞 정동영 의원 연설
바람이 세차게 부는 3월 마지막 휴일인 30일. 언제든 백두대간이라도 집어삼킬 듯한 화마의 불씨가 전국 도처에서 기승을 부리는 춘삼월 끝자락인 이날도 헌법재판소 앞에는 성난 많은 국민과 정치인들이 아침부터 몰려들었다.
초유의 내란으로 나라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분열과 도탄에 빠트린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을 공지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는 헌법재판관들을 향한 거센 비난과 성토가 쏟아졌다.
무슨 꿍꿍이속인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어느새 100일을 훌쩍 넘겼고 탄핵심판 변론이 끝난 지도 한달이 지났지만 아무런 해명도 없이 선고 기일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대한 불안과 분노가 연일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 "헌법재판관들, 오로지 헌법과 법률·양심에 따른 판단을 내려야" 한목소리

특히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4·5·6선 중진 의원 22명은 이례적으로 헌법재판소 앞에 모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헌재가 변론 종결로부터 34일이나 흐른 지금까지 선고기일조차 지정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분열은 깊어지고 사회적 갈등 또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격해지고 있다"며 "장기화되는 헌재의 심판으로 상당수의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기각 상황까지 우려하며 한국에서 철수하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고 했다.
또 이들은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는 사명감으로 그리고 역사에 내란세력과 함께 치욕의 이름으로 남지 않도록 당장 윤석열 파면의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런 대혼란이 가중된 데는 헌재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 뒤 "헌재의 이유없는 파면 선고 지연은, 재판관 중 일부가 고의로 평결을 늦추고 있거나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고집하고 있다는 소문을 합리적 의심으로 굳어지게 만든다"며 "만에 하나 소문대로 도저히 기각이나 각하의 논리를 세울 수 없어서 선고를 지연시키는 재판관이 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을 죽이는 편에 섰음을 지금이라도 자각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헌재가 국민의 명령 배반한다는 의심이 있는 이상 국민 주권을 위임받은 국회가 최대한 나서야"
특히 이날 정동영 의원(5선·전주시병)은 호소력 있는 연설로 주목을 받았다. 정 의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8:0 만장일치 파면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변론종결 34일차, 분명 의도가 작동하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며 "무슨 의도냐, 선고기일 지연은 파면 지연이다. 파면을 지연하는 것은 곧 윤석열의 복귀를 꿈꾸고 있는 재판관 또는 세력이 있다는 반증이다"고 전제했다.
이어 "남아 있는 시간은 단 19일이다. 내일, 3월 31일, 4월 18일 재판관 두 명이 임기를 다한다"는 정 의원은 "이제 헌재가 국민의 명령을 배반한다는 의심이 있는 이상 헌법기관인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회가 최대한의 권한과 권능 행사에 나서야 한다"며 "선택은 두 가지다. 4월 1,2,3,4 화수목금, 아니면 2안, 4월 7,8,9,10 월화수목. 두 개의 시기를 택해서 국회를 열어 위헌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다음은 이날 정동영 의원의 연설 전문이다.
봄날씨가 수상합니다. 헌법재판소도 수상합니다. 변론 종결로부터 34일차입니다. 국민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저도 판단이 바뀌었습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8:0 만장일치 파면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습니다.
법관 출신, 헌법재판관님 여덟 분의 법의식과 역사의식 그리고 양심을 확고하게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오늘이 3월 30일입니다. 변론종결 34일차, 분명 의도가 작동하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의도냐, 선고기일 지연은 파면 지연이다. 파면을 지연하는 것은 곧 윤석열의 복귀를 꿈꾸고 있는 재판관 또는 세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이렇게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두환의 학살은 ‘구국의 영단’이라고 치켜세웠던 세력이 창궐했던 시절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윤석열의 복귀가 ‘구국의 결단’이라고 믿는 재판관이나 세력이 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윤석열의 복귀는 재앙입니다, 재난입니다. 민주공화국의 파괴입니다. 피의 복수가 시작될 것이고 시민의 저항이 맞서면 이 땅은 파국입니다. 결딴납니다. 민주공화국의 절멸을 막기 위해서 지금까지, 판단과 생각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국민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호소, 설득, 기대였습니다. 이것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변론종결 34일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시간은 단 19일입니다. 내일, 3월 31일, 4월 18일 재판관 두 명이 임기를 다합니다. 이제, 헌재가, 국민의 명령을 배반한다는 의심이 있는 이상 헌법기관인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국회가 최대한의 권한과 권능 행사에 나서야 합니다.
국회는 지금까지 두 번, 12월 4일 새벽 1시 계엄령 해제를 의결해서 민주공화국을 구출했고, 두 번째, 12월 14일 204명의 헌법기관 국회의원들이 윤석열을 탄핵함으로써 국회의 권능과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일이 경과했습니다. 자 이제 국회가 권능과 권한을 행사할 건 무엇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8:0으로 위헌을 결정한 것이 있습니다.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마은혁을 즉각 임명하라, 임명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한 것이 8:0입니다. 그로부터 33일입니다.
최상목이 26일을 끌었고, 한덕수가 7일을 지체하고 있습니다. 헌법기관인 국회는, 위헌을 저지르고 있는 그리고 윤의 복귀를 돕고 있는 한과 최를, 장애물을 치워야 합니다. 그래야 헌법이 작동하고 헌재가 작동합니다. 선택은 두 가집니다. 4월 1,2,3,4 화수목금, 아니면 2안, 4월 7,8,9,10 월화수목. 두 개의 시기를 택해서 국회를 열어 위헌 상태를 해소해야 합니다.
을사년이 잔인합니다. 120년 전 을사년, 외교부장관 박제순, 국방부장관 이근택, 교육부장관 이완용, 행안부장관 이지용, 농림부장관 권중현, 다섯 명이 나라를 팔아넘겼습니다.
2025년 을사년, 을사괴적 윤석열이 민주공화국을 파괴했습니다. 윤석열을 도와 윤석열의 복귀를 꾀하는 을사오적이 누가 될 것인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여러분, 을사년 역사를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