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역사 작가로 활동하는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최근 <민주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란 책을 출간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해 3월에 책을 출간했다는 게 심 소장의 설명이다. 

대통령, 군부, 검찰, 뉴라이트, 사법부, 기독교 등 12개 키워드로 이루어진 이 책은 12개의 키워드로 12·3 내란 사태를 짚어보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8일 이 책의 저자인 심용환 소장과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심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민주화라는 게 정착되는 걸 보고 자란 세대...그런데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꼴을 보고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사진=심용환 제공)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사진=심용환 제공)

- 최근 <민주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란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다른 때와 달리 급작스럽게 출간하셨을 텐데 소회가 어때요?

“힘들었어요. 책은 원래 1년 이상 계획해서 출간하는데 이번에는 12월 중순쯤 도저히 방송 출연하는 거나 SNS에 글 올리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1챕터만 글 써서 출판사에 보냈어요. 그러니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었죠. 지금 윤석열 정권의 3년은 지난 30년과 연결 돼 있다는 전제 속에서 글을 쓰게 됐어요. 저보다도 에디터들이 글을 갑자기 쓰니 고쳐야 될 게 많아서 열심히 수정하며 간신히 냈어요.”

- 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러지 않을까요? 저는 6월 항쟁에 대한 기억보다 민주화라는 게 정착되는 걸 보고 자란 세대거든요. 그런데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꼴을 보고 너무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그런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죠.”

- 계엄 이후 지금까지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심각하다고 생각하고요. 이 문제를 빨리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일단 1월 19일 폭동 사건을 통해 이 싸움의 성격이 단순한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극우파 그리고 기독교와의 싸움으로 전선이 확대되었다는 거죠. 그리고 최근에 가장 큰 문제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구속 취소를 했잖아요. 그렇게 되면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상태에서 대선이 진행될 거기 때문에 앞으로 한 10년에서 한 20년 정도 자칫하면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수호 세력과 그걸 무너뜨리려고 하는 극우 세력과의 정치 싸움이 진행되지 않을까 해요.”

- 제목이 ‘민주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인데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번에 많은 사람들이 다음 대통령 뽑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보면 4·19 혁명 때도 시민들이 민주혁명을 성공시켜 놓고 쉽게 군사 쿠데타 세력에 넘겨줬고 6월 항쟁 때도 시민들이 민주화에 성공하고도 노태우가 대통령 됐잖아요. 그리고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었잖아요. 저는 그런 누적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당면한 민주공화국의 적은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옹호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민주공화국이 그냥 투표만 해서 좋은 대통령 뽑는 거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 말 그대로 민주가 유지가 되는 상태에서 공화국의 국민들이 각자의 자유와 평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사회 시스템 갖고 있느냐는 부분에서 봤었을 때 자칫하면 우리도 적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때문에 당면한 적들을 타도하는 걸 넘어 사회 모든 분야의 시스템에 대해 정비하면서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함께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나름 자극적인 제목을 지은 거죠.”

"대통령의 거수기로만 기능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각각의 영역에서 시민과 소통하는 주체 되게 해야" 

'민주 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의 책 표지(사계절 제공)
'민주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의 책 표지.(사계절 제공)

 - 지금 개헌 얘기가 나오잖아요. 시스템을 바꿔야지 사람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작가님 보기에는 어때요?

“개헌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죠. 중요한 건 개헌이 아니에요. 예를 들면 이번에도 대통령에게 비상대권 없는데 비상대권이라고 하면서 쿠데타 일으켰고 또 극우에서 국민 저항권이라는 말을 쓰고 있잖아요. 그리고 지금 개헌을 얘기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야권이 아니라 여권이거나 항상 개헌을 통해서 뭔가 하나라도 얻고 지키려는 기득권 세력들이 지금 개헌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 식의 개헌은 의미가 없어요.

중요한 게 개헌 하려면 지금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단순하게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분산해 대통령의 거수기로만 기능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각각의 영역에서 시민과 소통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지역사회의 지역 자치를 활발하게 이루어낼 수 있는 주체가 되게 해야고요. 또 우리 헌법에 경제 조항 같은 것들을 보면 사회권이라든지 경제민주화 같은 조항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정치적 자유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민주화되어 있는 나라가 무엇인지 느껴지게 만들어가면서 개헌해야죠. 아무것도 안 하면서 자신네들의 정치 세력에 유리해지는 방향으로 개헌한다요? 그건 전혀 아닌 것 같아요.”

- 12개의 키워드로 책을 구성했는데 키워드는 어떻게 생각하신 거예요?

“이 책의 키워드가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성단위잖아요. 이번 쿠데타를 따라가 봤어요. 쿠데타의 주체는 대통령이고 쿠데타의 힘을 뒷받침했던 건 군인이고 그것에 저항했었던 건 국회고 그 저항의 결과로 승리를 거뒀잖아요. 승리 거둔 상태에서 내란 수괴들을 처벌하는 건 검찰과 사법부죠. 그런데 이 사건이 가능하게 했던 건 뉴라이트나 기독교고요. 이것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생각해 봤었을 때 우리 국민이 바뀌어야 되고 단순하게 윤석열을 타겟팅하는 걸 넘어서서 나라 경제나 북한과 국제 관계에 대한 태도까지도 우리가 점검해 보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였어요.”

- 계엄 직후 저와 인터뷰에서 12·3 비상계엄이 12·12 쿠데타와 유사하다고 하셨는데 책에는 정권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승만 정부와 유사하다고 나와요. 좀 더 얘기해주세요.

“저는 박정희 아젠다가 끝났다고 생각해요. 사실 외환위기 이후에 우리 사회의 보수가 어디로 나아가느냐를 고민할 때 당시 조갑제 씨 비롯한 많은 보수 논객들이 박정희 신화를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물로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했잖아요. 근데 박정희 신화처럼 안 됐잖아요. 그러니 남은 건 이승만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 정부에 들어와서 계속 이승만 정부를 찬양하는 시도들이 진행되는데요, 백보 양보해서 박정희 정권 때는 나름대로 모순적이지만 이루어났던 것들이 있죠. 과격한 산업화의 논리라든지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 같은 성과가 있지만 이승만 정권은 아무것도 없거든요. 이승만 정권은 개인 우상화 그리고 관료와 경찰의 대민 지배, 외에는 지독히 가난하고 방향 없는 공허함밖에 없었던 시대였단 말이에요.

근데 이승만을 띄우면서 지금 가는 방식이 똑같잖아요. 전혀 근거 없는 <건국 전쟁> 같은 영화 만들어서 캐치프레이즈를 세운다든지 독립 영웅들의 이름 다 지우고 친일파들을 그 자리에 세운다든지 하는 게 이승만 정부가 보여줬었던 아주 자의적이고 맹목적인 행태와 똑같은 거죠. 그래서 흥미롭게도 윤석열 정부는 진정한 의미에서 이승만 정권을 계승하려고 했어요. 그게  답답하고요. 또 하나 보수의 재정립은 근본적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노태우나 김영삼같이 민주화를 인정하고 민주화 안에서 뭔가 해보려는 것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으려기보다 쉽게 독재자들의 향수를 끌어들여서 뭔가 해왔는데 그럼 남은 건 전두환이거든요. 그러면 전두환을 갖고 앞으로 국민의힘은 먹고 살 건지 물어보고 싶어요.” 

"살면서 이렇게 신박하게 국민 저항권 얘기하는 건 정말 처음 봐"  

- 아무래도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 아는 게 없어서인가요?

“윤석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난 20~30년간 사실 뉴라이트 세력이 원래 특별히 주목받던 세력이 아니란 말이에요. 나쁘게 얘기하면 보수의 찌꺼기 같은 세력들이었는데 이 세력들이 대부분 교회 같은 데 들어가서 자기네들이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세를 불리다가 지금 나온 사람들이거든요. 이 사람들의 특징은 뭐냐면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대안 세우는 준비는 하나도 안 했던 사람인 거죠. 그런 사람들이 권력 잡으니 이 모양인 거죠. 그래서 사실 윤석열 정권의 실패라는 건 뉴라이트의 실패라고 생각해요.”

- 최근 극우파들이 주장한 것 중 하나가 국민 저항권일 것 같은데 이게 현행 헌법엔 없다고 나와요. 국민 저항권이 독재 등 불의한 정권에 맞서 싸울 때면 모르겠는데 극우파가 폭동 일으키며 할 말은 아닌 것 같거든요.

“이건 완전 무지의 소치인 거고 자신들의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죠. 이 사람들이 얘기하는 건 폭동이에요. 왜냐하면 우리가 통상적으로 저항권을 얘기할 때 저항권의 전제는 사회 계약설이잖아요. 사회 계약이라는 게 권력을 원래 시민들이 갖고 있는데 국가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서 이렇게 권력자들한테 맡겨놨죠. 그런데 그들이 권력 운영을 잘 못하니까 시민들이 권력자들에게 국가 잘 운영하라고 하기 위해서 요구하는 걸 우리가 저항권이라고 얘기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사회 계약의 전제라는 건 결국 민주 공화국을 잘 유지하고 지키느냐와 국민의 욕구를 잘 발현시키느냐의 이야기인데 지금 거리에 나오는 극우파 폭동 세력은 오히려 헌법을 어기고 위배하면서 내란 일으킨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국민의 절반 이상의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국민 저항권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걸 누가 받아들여 주겠어요? 살면서 이렇게 신박하게 국민 저항권 얘기하는 건 정말 처음 봤고요. 이건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인데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도 마음대로 악용하면 뭔 대화가 되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광장에서도 그들을 압도해야 되겠지만  그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 지식의 탑 만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개신교에 대한 얘기도 서술하셨잖아요. 최근 목사가 극우 집회 이끄는 걸 보며 교회 다닌다는 걸 말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기독교인이 많아요. 작가님도 비슷할 것 같은데.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건 내란 사태의 장기화로 단순하게 한국의 극우 세력이 문제가 대두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개신교가 보수 세력의 주요 세력이라는 게 입증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건을 통해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윤석열 정권의 모순과 문제점 그리고 한국 보수가 갖고 있는 한계를 봤다고 생각하지만 더불어서 한국 개신교가 얼마나 반지성적이고 부도덕한 편 들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세력인지 모두가 봤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아주 모순적인 상황은 곧 해소되겠지만 사실 한국 개신교는 지금도 굉장히 많이 교세가 위축됐잖아요. 더 위축되고 몰락될 것으로 확신해요. 왜냐하면 이렇게까지 필요 없는 집단이잖아요. 가톨릭이나 불교도 굉장히 보수적이에요.

그렇지만 가톨릭은 보수성과 진보성이 교회 내에 같이 있고 불교는 애초에 세속과는 한 발 떨어져서 그들만의 수행 세계를 중요시하잖아요. 하지만 개신교는 세상 속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종교인데 세상 속에서 극우파의 편 들고 여전히 1950년대식 반공주의 앞에서 세상의 모든 걸 눈 가리고 부정하고 또 더 심각한 건 몇몇 목사들이 말하면 거기 전위대처럼 와서 나치 집회와 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게 성도의 모습이고 그리고 눈에 띄는 전광훈도 문제지만 극우집회 나오는 2030 젊은 세대들은 교회 청년회 회장들이 되게 많거든요. 그런 교회를 누가 다니겠어요?”

"탄핵 인용되고 나면 길어봤자 며칠간은 꽤 힘든 시간을 겪겠지만 결코 계속되지 않을 것”

-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한국 교회의 한계인가요?

“한국 교회는 공부하지 않잖아요. 여전히 성경 무오설, 창조 과학를 믿잖아요. 그리고 근대 이후에 어마어마하게 나온 수많은 지식과 정보, 또 세상 바라보는 시각을 다 막아버리잖아요. 그리고 사실상 교회는 다 목사들이 다 교황들이죠. 그렇게 맹목적인 집단으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게 바뀌지 않는 한 어떻게 교회를 사람들이 사랑하겠어요?”

- 지금 상황은 탄핵 소추안이 인용되어 새 정부가 출범할 거 같은데 그러면 새로운 나라가 될까에 의문이 있는데.

“당분간 힘들겠죠. 왜냐하면 극우파들이 정치 세력화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되게 높고요. 또 윤석열 내란 재판이 장기화가 되면서 윤석열이 새로운 정치 세력의 구심점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높고요. 무엇보다 이번에 심우정 검찰총장의 판단을 통해서 봤던 것처럼 사법부나 검찰은 굉장히 보수적인 집단이거든요. 그래서 사법부나 검찰의 판단이라는 것이 또한 굉장히 사회적 논란이 되면서 거기에 우리가 매몰돼서 또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는 문제들이 있어요. 그런 걸 봤을 때 앞날이 녹록지는 않다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하지만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행동하는 양심과 조직화된 시민의 힘 같은 얘기 하잖아요. 조직화된 시민의 힘과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것은 광장에도 있지만 마치 30, 40대에 유능했던 김대중 국회의원이 박정희 정권기 때 박정희 정권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대안적인 정치 비전을 제시했던 모습, 그리고 그런 것들과 유사하게 우리가 너무 정치권에 목 매는 것보다 스스로를 조직해서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  디테일한 힘을 갖는 단계로 나아가야 된다는 거죠.”

- 지금 탄핵에 대해 찬반으로 나눠져서 사회 갈등이 극심하잖아요. 때문에 탄핵 심판 선고되면 내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데.

“그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해요. 탄핵이 각하되면 내전 상태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고요. 탄핵이 인용되면 단기간에 혼란이 있겠지만 그건 충분히 경찰력을 통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이후에 소위 말하는 보수 진영의 정치적인 정치 세력의 대조직화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거로 생각하고요.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길어봤자 며칠간은 꽤 힘든 시간을 겪겠지만 결코 계속되지 않죠.”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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