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웃음이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날들이다. 그래도 우는 것보다는 웃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피식 웃는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고, ’웃으면 건강해진다’는 말도 있다.

웃음으로 병을 치료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웃음치료사 내지는 웃음 전도사들도 더러 있다. 그렇다면 웃음이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마음이 음성을 주관하기 때문에 마음이 잘못되면 숫제 웃게 된다. 무릇 기쁨이 있어서 웃는 것이야 성인이나 어리석은 사람이 다 같겠지만, 그러나 큰 웃음을 스스로가 금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의 잘못이다. 그리고 나의 욕망대로 되어서 웃음이 튀어나오는 것은 그래도 그럴 수 있거니와 만약 남의 과실로 인해 웃음이 터져 나온다면, 더욱 살피지 않아서는 아니 된다. 조금만 마음 가짐을 소홀히 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의 음성이 나오게 되고 이유 없이 웃음만 항상 많기 때문에 위의(威儀)를 잃게 되는 것이다.

'얼굴을 해치어 이빨을 서늘하게 한다.‘ ’턱을 늘어뜨려 뺨을 오목하게 한다.‘ 는 이러한 용어가 다 웃음의 명칭이니 웃으면 입이 벌어져 이빨이 서늘하게 마련이고 턱이 늘어지면 뺨의 오목한 데가 생기기 미련이다. 소동파(蘇東坡)가 삼소도(三笑圖)에 글을 쓰면서 ’배꼽을 움켜 쥐기도 못 견디어 넘어지고, 손바닥을 치면서 입을 가리지 못해 갓끈이 떨어졌다.‘고 한 것이 바로 그러하다. 이것이 곧 웃음의 보계인데, 이 중에 ’참다 목이 메인다.‘ ’빙글빙글한다.‘ ’입을 틀어 막는다.‘는 용어는 빠진 셈이니, 이것으로써 사람들이 많이 웃음으로 인하여 위의를 잃어버림을 알 것이다.”

이익의 <성호사설> 인사문 중 <소보(笑譜)>에 나오는 내용이다. 누구나 웃는 그 웃음을 이익은 이렇게 세부적으로 묘사했는데,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다음과 같이 '웃음'을 묘사했다.

“인간이란 참 묘한 기계지요. 속에다 빵, 포도주, 물고기, 홍당무 같은 걸 채워 주면 한숨이니, 웃음이니, 꿈이 되어 나오거든요. 무슨 공장 같지 않소. 우리 머리 속에 발성영화 같은 거라도 들어 있나 봐요.“

카잔차키스의 말대로 참으로 묘한 기계가 인간들이다. 그래서 나도 가끔 속없이 웃다가 보면,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근심 걱정이 하나도 없는 사람 같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잊어버리고 세상을 다 놓아 버린 듯한 웃음을 짓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찡그리는 것보다 웃는 것은 좋은 일이다.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만큼 웃어본 지가 제법 오래 되는데, 과연 그럴 날이 있기나 할까? 속절없이 봄날은 가는데.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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