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배덕만 느헤미야 기독연구원 원장

최근 열리고 있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말들이 쏟아져서 사회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극우집회를 목사란 타이틀을 가진 인사들이 이끌면서 기독교에 대한 인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극우집회는 늘 있었고 거기에 참여하는 기독교인들도 있었지만 일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최소 50%라는 게 기독교계 분석이다. 이렇게 된 이유를 들어보고자 지난 12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느헤미야 기독연구원에서 배덕만 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배 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국가적으로나 기독교적으로 심각한 위기...기독교 정신 벗아난 모습, 교회 이름으로 행하기 때문"

배덕만 느헤미야 기독연구원 원장
배덕만 느헤미야 기독연구원 원장

- 목사란 직함을 가진 두 사람이 극우 집회를 이끌면서 기독교가 사회 지탄의 대상이 되었는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국가적으로나 기독교적으로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해요. 국가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킨다고 말하면서 민주주의를 깨뜨리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니,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또한, 기독교가 기독교 정신에서 벗어난 모습을 기독교의 이름으로 행하기 때문에 교회로서도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 기독교가 왜 이렇게 됐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한국 기독교가 처음부터 과도하게 우익 정권과 유착된 상태로 한국 사회에서 자리 잡고 번성해 왔기 때문입니다. 우익 정권이 무너진다는 것은 한국 기독교엔 가장 중요한 보호막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윤석열과 윤석열로 대표되는 보수정치 세력들이 탄핵을 통해 사라지는 걸 많은 보수 기독교인이 심각한 위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한국 기독교가 보수 우익 사회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요. 그래서 우익 기독교가 잘못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보수 사회와 자신을 맹목적으로 동일시함으로써 한국 사회, 특히 보수정권에 대해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 그런데 2017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요.

“그 사이에 한국 기독교가 더 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 기독교는 지난 10년 동안 교세가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동시에, 교회에 대한 비판도 엄청나게 심해졌습니다. 교세 감소와 비판의 일차적인 원인은 세습하거나 성추행, 재정 등 한국 교회 내부의 모순, 혹은 문제 때문입니다. 즉, 자신들이 사고를 계속 쳤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들에 대해 교회 안팎에서 계속 문제를 제기하면서 반성과 개혁을 촉구했지요. 하지만 그들은 이런 외침에 귀를 막았습니다.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문제와 비판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외부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윤석열을 비판하는 세력을 자신들을 비판하는 세력과 일치시키는 것 같아요.”

"한국 기독교를 객관적·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상당수가 이미 교회 떠나...교회 밖 사람들 교회 다닐 생각 안 해" 

- 그럼, 정상적인 교인들이 떠나니까 점점 극우 교인만 남게 되는 거고 그래서 더 극우적으로 가는 건가요?

“당연히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 기독교를 객관적으로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상당수가 이미 교회를 떠났고,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은 교회에 다닐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러니 현재 교회에 다니는 사람 중에는 이렇게 문제 많음에도 무관심하거나 혹은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니까 현재 한국 기독교의 극우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남아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남아 있는 집토끼를 지키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 보수가 근본주의적이잖아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고요. 그 영향이 있을까요?

“저는 그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12.3 계엄이 터지기 전까지 한국 개신교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문제였잖습니다. 그전에는 창조론과 창조 과학을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보수 기독교가 신자들한테 아주 강하게 주입을 시켰지요. 그런 반동성애나 반진화론 같은 주장은 성경에 대한 근본주의적 입장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근본주의자들에게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반공주의였습니다.

근본주의자들에게 성서 무오설, 문자적 성경 해석과 함께 중요한 것이 세대 주의적 전천년설이라는 종말론입니다. 이 종말론은 말세의 징조에 관심이 많은데, 그 징조 중 하나가 바로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과 공산주의의 확산입니다. 이 종말론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말세에 출현할 적 그리스도로 칼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을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한국 기독교가 공산주의, 낙태, 동성애, 진화론 같은 것을 강력히 반대하는 것은 근본주의적 성서 해석과 깊이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 근데 사도행전 4장에 보면 공산주의적인 내용이 있지 않나요?

“그렇죠. 실제로 기독교 사회주의자들이 존재했었고 지금도 유럽에는 그런 생각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은 것이지요. 성령 안에서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여 예배, 친교, 기도에 힘썼고, 서로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 내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공산사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이것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현대 공산주의자들이 건설하려는 세상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요.”

- 기독교인 중 지금 극우 의견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나타내진 못하지만, 동의하는 세력까지 합치면 80%가 될 거란 의견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정확한 수치를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어떤 학자는 10%라고 주장하는데, 어떤 목사님은 최근 그 수를 80%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서로 간의 격차가 너무 큽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기독교인 중 50% 이상은 여전히 보수적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극우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수적인 성향의 기독교인들이 최소한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러면 왜 기독교인들이 극우집회에 많이 갈까요?

“두 가지 정도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무지함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상황을 한국의 근대사의 맥락에서 관찰, 판단, 분석하지 않고. 또한 기독교의 본질이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목사나 극우 유튜브, 가짜 뉴스에 현혹되어 집회에 동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 필요나 물질적 번영만 강조하다 생긴 불행한 결과”

배덕만 느헤미야 기독연구원 원장
배덕만 느헤미야 기독연구원 원장

- 구약 성경 호세아서에 보면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라는 말씀이 있잖아요. 지금 한국 교회에 맞는 말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성경 본문은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말하는 것이지만, 한국 기독교의 반지성주의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 공부나 신학적 사유를 포기하고, 대신 개인적 필요나 물질적 번영만 강조하다 생긴 불행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 어차피 하나님을 안다면 이렇게 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저도 동의합니다. 정말, 성경이나 신학에 무지해서 생긴 일입니다. 성경을 정확하게 읽으면 어떻게 저런 일을 하겠어요. 결국,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것과 성경을 제대로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 복음서에 보면 무화과나무가 나와요. 그 무화과나무는 잎사귀는 무성하지만, 열매가 없자 예수님이 저주하시잖아요. 한국 교회 모습이 잎사귀는 많은 데 열매는 없는 걸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문제는 극우 기독교인들이 그 열매를 제가 생각하는 정의와 공의와 평화 같은 게 아니라, 교회 성장, 교회 수, 돈 같은 걸 생각하는 것입니다. 신앙과 성경을 아주 이상하게 설명하고 이해하니까, 기자님이 질문하신 것처럼, 한국 교회가 잎사귀는 무성하지만 정말 중요한 열매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말, 열심히 모여서 예배드리고 기도하고 헌금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낳아야 될 제대로 된 열매는 안 낳고 엉뚱한 열매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 여의도 집회를 이끄는 손현보 목사가 작년 10월 27일 연합예배를 주도 했잖아요. 이게 극우집회 빌드업이었을 가능성 있을까요?

“손현보도 12·3을 예상하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그때 모였던 세력이 세이브 코리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타이밍은 기가 막혔습니다. 만약 지난 10·27이 없었으면, 손현보가 극우 기독교인들을 선동하고 결집시킬 때, 훨씬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의 입장에선, 민방위 훈련을 열심히 했던 것이 실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 극우집회를 목사들이 이끄는 것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것 같거든요.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기독교가 곧 극우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기독교는 극우와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밖에서 볼 때, 한국 기독교는 극우의 핵심 세력입니다. 그래서 포괄적이고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기독교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급속도로 극우화된 교회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겠지요. 그런 맥락에서, 이번 사태는 기독교 안의 다양한 스펙트럼들을 부정하고, 오직 극우와 기독교를 접붙임으로써 기독교의 본질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기독교의 입지 자체를 한국 사회에서 훨씬 더 빠르게 축소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한국 기독교를 극우주의자들이 다니는 종교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극우가 아닌 사람들은 갈 수 없는 곳이 되겠지요.”

- 소기천 전 장신대 교수가 이재명 대표 암살을 선동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종교적 표현을 사용한다면, ‘우익이라는 귀신에 들린 비극적 현상’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귀신에 들리면, 박사학위를 받은 신학교수요 목사도 얼마나 비참하게 변질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불쌍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이 땅에서 극우라는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의 본질 제대로 이해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의 견고한 신앙공동체 세워야” 

-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최한 여의도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번 계엄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고쳐 주실 것"이라고 주장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이 발언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이것도 신성 모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광훈이 ‘하나님 꼼짝 마’라고 얘기하고 자기 교인들에게 자기편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속옷을 내려보라고 말한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의 망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식간에 하나님을 극우주의자, 반민주주의자, 파시스트로 만드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결코 그런 무지막지한 괴물일 수가 없잖아요. 아주 지독한 신성 모독적인 발언이므로, 한국 기독교인들이 한목소리로 ‘그 입 다물라!, 그 말 당장 취소하라! 즉각 회개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했던 말이 '구치소에서 성경 많이 읽었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들으셨어요?

“일단, 저는 윤석열이 성경책 읽었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성경은 아무나 읽을 수 있겠죠. 심지어, 마귀, 이단, 타 종교인, 무신론자도 성경을 읽습니다. 윤석열이 성경 읽었다고 말했더니 보수 기독교인들이 열광하고 난리 났습니다. 마치 윤석열이 회심해서 진정한 기독교 신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 윤석열이 성경을 제대로 읽었으면 절대로 감옥에서 나오면 안겠지요. 자기의 죄를 깨달았을 때니까요. 설령 나왔을지라도, 밖에 나와서 온 국민 앞에 잘못했다고 석고대죄했어야지요. 그런데 자기 추종자들 앞에서 실실 쪼개며 주먹을 주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 모든 언행이 윤석열의 계획된 정치적 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를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인들한테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저들이 열광하고 자기를 지지할지를 아주 잘 알기 때문에,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 이런 대사를 열심히 연습해서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 일요일 예배 설교에서 대부분의 목사가 성경 말씀만 얘기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설교는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성경을 이해하고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행위잖아요. 그러므로 성경 말씀만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3.1운동 중에 설교하느냐, 혹은 이때가 전두환 시절이냐 김대중 시절이냐에 따라 설교의 내용과 주제가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와 상황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즉 성경 이야기만 하는 것은 설교가 아닙니다.”

- 그럼, 지금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기독교인들이 극우 진영 안팎에 모두 존재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극우주의자들을 어떻게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끼리 모여 그런 생각을 공유하는 폐쇄 회로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지금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한다면, 극우 진영 밖에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 사람들은 아직 극우주의에 감염되지 않았으므로, 이들을 교육하고 지키고 세우는 것이 훨씬 쉽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성경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의 견고한 신앙공동체를 세워야 합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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