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최승호 뉴스타파 PD
탐사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가 내부 갈등에 빠졌다. 지난 2월 19일 최승호 PD가 한상진 신임 총괄 에디터로부터 사실상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SNS를 통해 알리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뉴스타파 갈등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내부에선 오래된 문제다.
최 PD는 2012년 MBC에서 해고당했는데 13년 지난 지금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최 PD는 이번 일로 언론노조 뉴스타파 지부에 가입했다. 심경이 어떨지 궁금해 지난 5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최 PD를 만났다. 다음은 최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정년 지났으니까 당신은 나가야 된다는 이야기 들었을 때 미쳤다고 생각"

- 뉴스타파로부터 사실상 사직 권고 받은 지 2주일이 되었어요. MBC에서 해직된 지 13년 만에 비슷한 일을 겪는 건데 심경이 어떠세요?
“제가 사실 나이가 꽤 됐잖아요. 제가 젊을 때 MBC에서 해고 통보 받았을 때와 또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김재철 사장이 저를 해고 시켰고 그 배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죠. 그 사람들이 저를 해고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그런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해고하려고 했겠지’라고 생각했고 그것 자체가 저에게 큰 심리적인 괴로움은 아니었어요. 근데 이번 것은 해고도 아니고 말하자면 퇴사 강요인데, 자기네들은 용퇴 요청이라고 나중에 말을 만들어냈죠. 제가 나이가 꽤 들어서 은퇴를 고민해야 되는 시기일 수도 있는 시기에 그런 얘기를 동료들로부터 들으니까 마음이 아프고 정리가 안 되는 면이 있어요.”
- 처음에 그 얘기 들었을 때 어땠나요?
“처음에 한상진 총괄 에디터가 저에게 ‘앞으로 뉴스타파는 4대강 보도는 하지 않겠다. 그리고 뉴스룸에 최승호 선배 자리는 없다. 4월 말까지가 계약이라고 하더라. 정년이 지났으니까 나머지 이야기는 박중석 대표하고 해라’라고 이야기했어요. ‘4대강 보도를 앞으로 뉴스타파에서는 하지 않겠다’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순간적으로 굉장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어요. 왜냐하면 4대강 보도는 뉴스타파가 언론노조에서 2012년에 처음 시작될 때부터 했죠.
쭉 이어서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까지 끌고 온 보도고 뉴스타파가 어떤 면에서는 검찰 보도도 잘했지만 4대강 보도도 환경 분야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보도였단 말이에요. 그것을 뉴스타파의 편집을 책임지는 총괄 에디터가 ‘앞으로 4대강 보도는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초현실적인 느낌을 줬죠. 그 다음에 ‘뉴스룸에 최 선배의 자리는 없다’라고 이야기했을 때는 거기서 또 한 스태프 더 나갔고 더 붕 뜨는 느낌이 이상한 느낌이 왔고, 그다음에 ‘정년이 지났으니까 당신은 나가야 된다’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미쳤다고 생각 했죠.”
- 한상진 총괄 에디터는 4대강 보도 안 하겠다고 한 적 없다고 한 것 같아요.
“그렇게 주장 했는데 그건 거짓말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세 가지는 바로 직후에 제가 박중석 대표에게도 가서 세 가지를 들었다고 얘기했고, 우리 기자들에게 가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고,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다만 한상진 씨가 나중에 이렇게 얘기했죠. 4대강 보도하지 않겠다고 하고 난 뒤에 제가 한상진 총괄 에디터에게 지금 4대강 보도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특히 올해에 얼마나 중요한지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한상진 씨를 비판했죠. 그러고 난 뒤에 한상진 총괄이 했던 얘기가 ‘4대강 보도를 내가 판단해서, 자기가 판단해서 한다면 한다. 그런데 최승호 선배에 보도 시키는 게 아니고 자기가 만약에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뉴스룸의 다른 기자들에게 시켜서 보도하겠다’고 얘기했죠.”
- 아까 4월까지 계약이니까 계약 끝나면 나가라고 했다고 했잖아요. 계약이라는 게 뭔가요?
“제가 2020년 5월 1일 뉴스타파에 재입사를 했어요. 아마 그걸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5월 1일부터 재입사 했으니까 4월 말까지가 계약 기간이라고 이야기하는 건데, 그건 아무런 근거 없는 이야기인 걸로 밝혀졌어요.”
"김용진 전 대표 시절 ‘뉴스타파는 정년 규정이 없다'고 해서 일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 처음에 재입사 때 그런 얘기한 적 없는 거죠?
“그런 얘기한 적이 없죠. 제가 처음에 올 때, 김용진 전 대표 시절이었는데 ‘뉴스타파는 정년 규정이 없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저에게 여러 번 했어요. 그런 부분들도 제가 뉴스타파를 선택해서 와서 일해야겠다고 판단했던 이유 중의 하나였죠.”
-그런데 사측은 뉴스타파에 60세 정년 규정이 있으니 지켜야 한다고 했다면서요?
“맞아요. 저는 그 말에 놀랐죠.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말이니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뉴스타파 초기에 만든 운영 규정에 한 줄, 60세 정년이라는 표현이 있더군요. 그러나 그 규정은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고,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사측도 지금은 인정해요. ”
- 4대강 영화 얘기도 나온 거 같아요. 영화 제작한다고 하고 기약 없다는 거죠.
“그런 얘기를 했어요. 근데 사측에서 정확하게 모르고 한 얘기입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기약 없는 게 아니고 올해 7월 말에 개봉할 계획이에요. 윤석열 씨 탄핵하고 나면 대선이 있을 거고 대선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 새로운 정부가 4대강 복원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녹조 많은 시즌에 우리가 준비한 영화를 개봉하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그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저에게 한 얘기예요.”
- 물어보거나 한 적 없나요? 영화 어떻게 됐는지 물어볼 수 있잖아요.
“그런 얘기를 하기 전에 저에게 물어봐야죠. 물론 한상진 에디터가 저에게 맨 처음에 했던 질문이 ‘4대강 영화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립니까?’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자세히 설명 했죠. 근데 그 설명을 듣고 난 뒤에 한 이야기가 ‘4대강 보도를 앞으로 뉴스타파에서는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한 거죠. 그러니까 전 충격이 컸죠.”
-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네요.
“앞뒤가 안 맞아요. 제가 ‘올해 개봉을 하게 돼 있다. 편집도 마지막 편집만 하면 된다’라고 했으면 ‘그러십니까? 그것까지는 몰랐네요’ 하고 그다음에는 구체적으로 영화를 어떻게 개봉할 건지 같은 얘기 했으면 좋은데, 그게 아니고 자기가 준비해 온 이야기를 저에게 한 거죠.”
- PD님이 너무 4대강만 하고 다른 건 안 했다는 주장도 있던데.
“너무 4대강만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4대강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를 잘 끌어왔다고 생각해요. 그건 환경운동가분들에게 물어보면 알 거예요. 그리고 제가 4대강 문제만 한 것도 아니에요. 예를 들어 지난 대선에는 제가 기획을 해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삶을 비교하는 <더 초이스>라는 걸 했죠. 그리고 예를 들면 <임은정 한동훈 누가 부적격 검사인가> 뭐 이런 것도 했고 작년에는 미국 도청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내 나름대로는 4대강 문제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도 제가 뉴스타파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위해 나름 노력 많이 했어요.”
- 사측이 PD님에게 기대했던 게 후배 PD 양성이었던 거 같던데.
“그런 얘기는 나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전 MBC에서 과거 몇 년 동안 부장을 하면서 <PD수첩>이나 <W>,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부서를 지휘했고, 뉴스타파로 온 뒤에도 다큐 팀장 하면서 후배들에게 충고도 해주고 그랬던 적도 있었어요. 제가 원했으면 아마 후배들을 가리키고 후배들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일을 훨씬 더 오랫동안 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모습으로의 저를 보여주는 것보다 제가 나이 많지만 한 사람의 PD로서 가장 힘든 취재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후배들에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저의 저널리스트라는 본질에 더 맞는 거고, 후배 PD들이나 기자들에게도 줄 수 있는 게 더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에게 뉴스타파를 나가라고 한 사람들이야말로 책상머리에 앉아서 팀장 오래 해온 사람들인데, 자기가 선배라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지금 세상에서 꼭 좋은 언론인 양성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사측은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린 게 문제라는 것 같던데.
“물론 내부 문제를 시시콜콜 외부에 알리는 건 좋은 게 아니에요. 되도록 안에서 충분히 대화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죠.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로 알리는 겁니다. 사실 뉴스타파에서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갈등이 있어온 건 오래됐어요. 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외부로 알리면 안 된다는 그 논리 때문에 노동조합도 외부로 잘 못 알렸어요. 그러다 보니 사측 입장에서는 너무 쉬운 상대예요. 자기들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을 해도 노조는 바깥에 알리지도 못하는 존재니까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 생각을 안 하는 거고 결과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갈등이 계속되는 거죠. 그렇지만 이번엔 그런 수위를 넘어갔다고 보는 겁니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 아니면 이렇게 했을 이유 없었다고 생각"

- 이번에 이렇게 나오는 궁극적인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저에 대한 그동안에 쌓였던 감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했을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들은 지금 용퇴 요청 했다는 건데, 정말 용퇴 요청을 하려면 예의를 갖춰서 해야죠. 그게 아니고, 법적으로 유효한 정년 규정이 있는 것처럼 저에게 설명하면서 나가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단 말이에요. 저는 한상진 총괄이나 박중석 대표가 저에게 거짓말을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자기네도 그 규정이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나에게는 마치 그것이 법적으로 유효한 규정이고 제가 꼭 따라야 되는 것처럼 이야기했거든요.
그리고 노동조합이 이미 정년 규정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한 상태예요. 박중석 대표도 자기가 대표 경선 하는 과정에서 정년 규정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랬으면 노동조합하고 정상적으로 협의 해서 정년 규정 만들고 제가 거기에 따르면 되는 거죠. 그런데 제에게 효력도 없는 걸 가지고 나가라고 한 거니까 굉장히 상식에 맞지 않죠.
사실 한상진 총괄은 김만배 보도에 대해 제가 비판을 한 뒤에 저에게 감정이 쌓여서 바로 앞으로 지나가면서 인사도 안 하고 지나갈 정도로 행동해 온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총괄 에디터가 돼서 나를 불러서 갑자기 ‘최승호 선배에게 뉴스룸에 자리를 주지 않겠다. 정년이 지났다’고 한 겁니다. 어떻게 그런 것을 ‘용퇴 요청’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뉴스타파 구성원들은 저들이 뉴스타파를 개조하기 위해 먼저 가장 어려운 상대인 저를 축출하는, 거사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
-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사태가 발생한 뒤 뉴스타파 노조가 88% 찬성으로 한상진 총괄 에디터 사퇴 등 요구조건을 결의하고 싸워왔어요. 그 뒤 사측은 내부 구성원들의 뜻이 워낙 강해서인지 더 이상 퇴사 강요는 하지 않고 4대강 영화 제작도 원래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보장해 주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박중석 대표는 저나 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저에게 용퇴 요청한 것이지 퇴사 강요한 게 아니래요. 또 제가 용퇴 요청을 거부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답니다. 누군가와 비슷한 말 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었다는 건 오히려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자산이 더 크다는 것 아닌가?...앞으로도 계속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
- 이 사건 나고 언론노조 뉴스타파 지부에 가입하셨잖아요. 8년 만에 가입한 건데 어떠셨어요?
“이건 단순히 제 문제가 아니고 뉴스타파 구성원 전체의 문제고 또 뉴스타파 노조가 싸워야 되는 그러한 문제이기 때문에 지부장이 저에게 노조 가입해 달라고 요청해서 저도 따르겠다고 이야기하고 가입한 겁니다.”
-요즘에 피케팅 하시잖아요. 어때요?
“좋죠. 저는 젊은 구성원들과 그동안 아주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사측이 이렇게 하는 바람에 제가 우리 구성원들하고 술도 많이 마시고 또 피케팅도 같이 하죠. 어떤 분들은 철없다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저는 즐거워요. 왜냐하면 젊은 분들과 같이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나이 들어서 피켓팅하는 걸 부끄럽다든지 다른 사람들 보기에 창피하단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대통령 했던 사람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가 항의해야 하고 연대 해야 되는 상황이 있다면 피켓 드는 겁니다. ’저 사람은 이런저런 자리를 거친 사람인데 저런 거를 해도 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박중석 대표는 노조에 정년 규정에 대한 의견 보내달라고 공문 보냈어요. 노사가 정년 규정에 대해 협의해 보자는 태도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건데, 저를 쫓아내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큰 실수한 것이지요. 저는 뉴스타파 노조의 사측과의 협상 결과에 따를 것입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있어요. 왜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대안언론인 뉴스타파가 기존 언론사처럼 나이 많은 언론인을 뒷방 늙은이로 취급하고 무시할까요? 나이가 들었다는 건 오히려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자산이 더 크다는 것 아닌가요? 우리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부족한데, 시민들의 언론을 표방하면서도 기성 언론의 모습을 따라가니 아쉽죠. 저는 앞으로도 계속 현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만약 뉴스타파에서 더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된다면 나가서라도 할 겁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