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변상욱 전 CBS 대기자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사회가 극도로 혼란해졌다. 사람들은 불안하기 때문에 틈틈이 뉴스를 찾게 된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언론은 내란 사태에 대한 보도를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내란 사태 이후 언론 보도와 유튜브 등에 대해 짚어보기 위해 지난 22일 변상욱 전 CBS 대기자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변 대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탄핵 집회 찬반 양론 보도, 적확하게 상황 파악 못하고 시대정신 반영하지 못해" 

변상욱 전 CBS 대기자.(자료사진)
변상욱 전 CBS 대기자.(자료사진)

-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일어난 지 80여 일이 지났어요. 세상이 혼란하면 언론을 더 찾기 마련이라 언론보도가 중요할 거 같은데 내란 사태 이후 보도는 어떻게 보세요?

“지금 우리 사회로서는 위기 극복이 아주 절실하죠. 때문에 언론 보도는 이슈를 계속 쫓아 갔지만 일부 언론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 측면도 있습니다. 탄핵을 놓고 벌어지는 이 상황에 대해서 찬반 양론이라고 한단 말이죠. 그러나 이것은 탄핵에 대한 찬반 문제는 일단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직이라는 국가 최고 고위직 공무원이 헌정질서를 어지럽혔단 말이죠. 이건 비유로 하자면 고위 공직자가 어디에 가서 강도질했어요. 그러면 강도는 강도 짓을 어떻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서 처벌받아야죠. 그게 탄핵소추고 헌법재판입니다. 때문에 언론이 나서서 탄핵을 놓고 찬성 집회, 반대 집회 다루는 건 가당치 않거든요. 적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거고 언론이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거예요.”

- 언론이 왜 그렇게 할까요?

“그건 언론이 갖고 있는 기계적인 중립, 그 다음에 객관주의라고 하는 허위의식이 반영이 된 거죠. 왜 탄핵이 일어났고 그 결과 우리 사회는 또 어디로 가야 되나를 파악하기 위해 객관성을 가지려고 많은 전문가에 물어보고 자기네들이 분석 하는 건 객관성을 높이는 건데 객관성 높이는 게 아니라 ‘우리는 객관주의야’라면서 자기네들만의 이념을 내세우는 거죠. 강도와 피해자가 있는데 골고루 다 의견을 반영해 주면 된다는 건 아니거든요. 왜냐하면 지금 시대정신은 헌정 질서가 무너졌는데 이걸 어떻게 바로 세우고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느냐가 제일 중요해요. 근데 언론이 어떤 게 긴급한가에 대해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는 거죠.

그 다음에 또 하나 탄핵소추 심판 과정에서 불법 계엄을 하고 탄핵소추를 받은 사람들이 나와서 계속 사실을 숨긴단 말이죠. 맨 처음에는 국회를 조금 겁주려고 그랬어요. 두 번째는 야당이 하도 못살게 굴어서 세 번째는 좌빨들이 난무하고 있어요. 선거가 부정이었어요. 그 다음에 중국이 뒤에 있어요. 등등 해서 계속 이야기가 바뀌고 자기들의 범법 행위를 얼버무리는데 그 발언을 그대로 따옴표를 치고 그 안에다가 집어넣어서 옮긴단 말이죠. 이게 언론의 상당히 무책임한 보도였다고 생각이 되는 거죠. 결국 언론은 저널리즘의 확고한 가치관과 신념과 역사관이 결핍돼 있어서 이런 문제 보도가 혼란을 가중시키는 거죠.”

-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 측의 말은 어디까지 보도해야 할까요?

“윤석열이나 윤석열의 변호인단이 어떤 얘기를 꺼내면 대개 말을 교묘하게 바꾸거나 수식어를 붙여서 자기네 쪽으로 프레임을 끌려고 그러잖아요. 그런 경우는 단순하게 묶어서 ‘여기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했는데 이 반론은 이런 내용이고 이것은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렇다’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거기 넣어주면 되는데 안 넣어줘요. 대통령 진술이 맞는지 안 맞는지 최선을 다해 언론사가 팩트체크 해서 쓰면 돼요. 근데 팩트체크도 안 해요.”

"보수의 폭력에 관대한 언론들...정치·정파적 의도"

- 내란 사태 이후 극우 집회가 커졌잖아요. 여기에 언론의 책임은 없을까요?

“책임 있죠. 특히 양비론이요. 중앙일보 같으면 유튜버들도 문제고 정치인들도 모두 문제라고 그래요. 여야 정치인이 정말 모두 문제일까요? 제가 한번 예를 들면 문장이 이렇게 돼 있어요. ‘이런 극우적인 행태는 오히려 유튜버들이 부추기는데 그럴수록 유튜버들이 돈을 버는 병리적 알고리즘의 문제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여야 정치인들은 오히려 여기에 근거 없는 음모론 자꾸 제공하면서 갈등을 부추기더라’라고 해요. 그러니까 여야 정치인 중에 어느 쪽에서 어느 만큼의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진짜 사람들을 서부지방법원 폭등 같은 걸로 몰고 갔는지  같은 건 언론이 생각해 보면 금방 알잖아요. 기록에 다 나와 있죠. 근데 ‘여야 정치인들이 음모론을 자꾸 갖다주니까 심지어 법원에서도 폭동이 일어나는 거 아니냐’는 건 아닌 거죠.

그 다음에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농민들의 트랙터 상경 시위가 있었잖아요. 경찰하고 대치하다 나중에 경찰이 결국 풀었죠. 그러니까 거기에 조선일보는 뭐라고 하냐면 양비론을 얘기하면서 ‘단호하게 처벌했어야 되는데 단호한 처벌이 없으니까 자꾸 이러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이건 또 달라요.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그 먼 곳에서 서울로 넘어왔지만, 공공기관에 들어가서 부수고 ‘판사 찾아내’, ‘국장을 찾아내’, ‘시장을 찾아내’, ‘죽여 살려 찢어’라고 한 적이 없어요. 농민들은 길이 있으니까 그냥 길로 서울 끝까지 가려고 했던 것밖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봐요.

근데 ‘봐라 왜 트랙터 시위가 벌어지고 사람들이 이렇게 공권력을 무시하냐?, 단호하게 처벌하지 않아서다’라고 해요. 하지만 다른 문제거든요. 이게 늘 그렇듯이 우리 언론은 보수의 폭력에는 상당히 관대해요. 예를 들면 군 제복 입고 가스통을 들고 거리에서  활보하거나 휫슬을 불거나 아무 데서나 지나가면서 ‘누구 죽여’라면서  마구 욕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한 번도 건드릴 적이 없어요. 건드릴 수가 없죠.”

- 그렇게 하는 의도가 뭘까요?

“결국은 이미 언론 중에서 상당수 어떻게 보면 대다수는 보수 진영의 법과 제도와 사회 질서가 자기들한테 더 편한 거죠. 이미 거기에 익숙해져 있고 거기에 물들어 있거나 아니면 그 질서가 계속 유지되기를 원하는 거죠.”

- 내란 사태 이후 문제 되는 보도 중 하나는 스카이데일리의 부정선거 보도 같아요. 가짜뉴스인데 이걸 극우가 유튜브와 SNS 등에서 퍼 나르며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스카이데일리라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지 그 내부를 들여다봐야 될 거예요. 사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본래부터 한쪽에 치우친 정치적 매체로 시작한 신문인 것 같고 거기서 그 논조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사람들 역시 어떤 정파적인 의도나 정치권의 진입을 염두에 두고 ‘나 잘하고 있어요. 이것 좀 봐주세요’라고 미리 판을 까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들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그런 너무나도 허황된 음모론을 그렇게 쉽게 받아쓸 수 있나요?

더군다나 캡틴 코리아라고 하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엄청난 일을 떠벌였는데 그걸 그대로 받아서 뉴스를 썼고서 그게 줄줄줄 퍼져 나갔다? 캡틴 코리아가 ‘나 CIA 출신이요’ 아니면 ‘블랙 요원이요’라고 하면 그걸 확인했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 절차도 안 밟는 거 보면 이 신문은 그쪽 기사를 빨리 퍼뜨려서 자기네들의 입지 강화하거나 아니면 그 신문 운영하는 사람의 평판 만들려고 하거나 그런 분명한 정치적 목적하에 움직이는 것 같아요.”

- 돈벌이 수단일까요?

“돈 벌려고는 아닌 것 같아요. 유튜브는 직접 수익에 연결되겠지만 스카이데일리라고 하는 인터넷 신문은 그렇게 빨리 돈으로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은 구도예요, 그런 점에서는 정치적 의도, 정파적 의도가 있죠.”

- 팩트체크도 안 하고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게 문제라는 건 그들도 알 거 아니에요?

“당연히 아는데 인터뷰해서 낸 거고 그 사람이 이렇게 얘기했으니까 우리 책임은 아니라고 빠져나갈 구멍 만들었다고 본인들은 판단할 거죠. 그리고 어떻게 보면 반쯤은 윤석열 정권이 늘 얘기한 중국이 뒤에 있고 북한이 뒤에 있고 거기에 휩쓸린 좌파들의 문제라고 하는 것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반쯤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고 반쯤은 정치적 목적 또 돈에 대한 목적이 엉켜 있다고 봐야죠.”

"정치 유튜브 채널, 거의 대다수가 단일한 논조”

 변상욱 전 CBS 대기자.(자료사진)
 변상욱 전 CBS 대기자.(자료사진)

- 유튜브 시대잖아요. 유튜브를 통해 정보 접하는 사람이 많죠. 그러나 정치 유튜브는 편향적으로 하는데 정치 양극화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데.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 과잉의 사회라고 얘기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올바른 정치가 결핍돼 있는 것도 같이 있어요. 올바른 정치가 결핍돼 있으니 국민들은 정치에 더 걱정하고 과몰입하게 되는 거고 결국 과격하고 선정적인 유튜브 정치 방송으로 구독자가 몰리는 배경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제는 뭐든 하면 정치로 환원이 돼요. 어느 쪽이 유리한 얘기냐는 식으로 되는 거죠. 정치 유튜브 구독에 따라 자기네끼리 편이 갈리는 정파로도 작용하는 게 지금 정치 유튜브예요.

또 하나는 정치 유튜브의 그런 담론들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요. 그래서 보는 유튜브가 다르고 하는 얘기가 서로 다르면 안 만나요. 그러니까 정치 유튜브가 영향력을 키우고 거기에 시민들은 점점점 매달리면서 맹목적으로 자기가 선택한 유튜브를 믿다 보니까 필터 버블에 완전히 갇히고 있는 상황이 된 거죠.

이건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진보적인 방송인들이 현업에서 밀려나고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보수적인 언론인들이 현업에서 밀려나고 하다 보니까 그 방송인이나 정치 평론가들이 그럼 내가 유튜버로는 하지 기성 언론에서 밀려 나가고 유튜버로 활동을 자꾸 하게 된단 말이죠. 그때부터 유튜브 정치 방송이 좀 과잉이고 편향되기 시작한 거죠. 그러면서 또 약간은 세련돼서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거죠. 비교 분석한 연구를 보면 정치 유튜브 채널은 거의 대다수가 단일한 논조예요.”

- 그게 확증편향을 이끌어 내지 않나요?

“그렇죠. 왜 확증편향이 나오냐면 정치에 과몰입했어요. 근데 조금씩 자극적인 보도를 찾다 보니까 어떤 정치 유튜버를 구독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거기에 유튜브에 맨날 노출되니까 사람들은 더 격렬해지고 한쪽으로 극화된단 말이죠. 이렇게 해서 극화된 사람들이 몰려드니까 유튜버는 또 더 극단으로 몰고 가죠. 그러니까 편향성에다가 자극성이 열성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수단이 되고 열성 시청자의 확보는 수익과 직결되고 계속 돌면서 심화되는 거죠.

거기다가 사용하는 언어들도 무지하게 거칠어요. 공적이고 객관적인 용어들이 아니에요. 욕구를 채워주는 격렬한 선동적인 언어들이 그냥 쏟아져 나오고 그럼에도 구독자는 거기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또 수익은 또 늘어나요. 근데 또 정치 유튜브를 조심해야 될 게 있죠. 정치 유튜브는 자기가 열심히 취재한 내용이 거의 없어요. 언론사에서 보도된 내용을 적당히 모아 자기가 그동안 해온 것과 맞는 것들을 싹 추려낸 다음에 자기 의견을 살짝 덧붙이거나 또 소문과 추론을 갖다 대충 거기다가 끌어당겨 붙여서 내보낸단 말이죠. 그러니까 저널리즘의 형태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어요.”

"어느 몇몇 사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당연히 경청해야" 

- 그럼, 유튜브를 어떻게 소비해야 좋을까요?

“정치를 유튜브로 소비하시려면 적어도 어떤 유튜브가 스스로 어디까지 확인해서 다루고 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해요. 그리고 더 좋은 것은 보수 진보 중도 여러 전문가나 여러 의견이 복수로 모아져서 나름대로 정리가 잘 된 것들을 고르면 좋죠. 그런 유튜브들이 있다면 그건 골라서 볼만하죠.”

- 1월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기각돼 복귀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거기서 놓치지 말아야 될 것들이 있는데 일단 탄핵 소추 자체가 기각된 건 분명해요. 근데 탄핵 소추가 잘못됐다고는 안 했어요. 근데 이진숙 위원장이 일단 복귀했으니까 중요한 건 이겁니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과 그 국정 운영이 잘못됐다고 반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특징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정치적이고 정파적이면 안 될 국가기관들이 모두 정파적으로 뛰어든다는 거예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심지어는 언론 진흥재단까지 다 정치적으로 눈치 보고 살피거나 아니면 더 열심히 뛰어요. 그런데 직원들은 또 나중에 성명서를 내 ‘죄송합니다. 저희가 국민들께 사죄드립니다. 우리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라고 사죄하는데, 거기에 속한 위원들은 더 날뛰어요. 이게 계속되고 있어요.

이게 왜 그러냐면 거대한 두 정당이 그동안 국가의 공적인 기구들을 공공성 영역에 두지 않고 끌어내서 자기네들이 나눠먹기 나눠먹기를 계속해 온 결과예요. 이 점을 놓치면 안 되는 거죠. 방통위를 없애든지 구조를 완전히 바꿔서 국민들 감독으로 넣어놔야죠. 여야 갈라먹기 영역에 둬서는 안 되는 거죠.”

-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유착설 의혹이 나왔는데.

“지금 며칠째 관련된 기사와 유튜버들을 거의 다 살피고 있는 것 같아요. 많이 안타깝고 또 아프기도 하죠. 다만 허은아 의원이 제기한 건에 대해 걱정하는 의도를 충분히 알겠는데 저는 CBS 제작진이 해명한 부분에 대해 상당 부분 믿습니다. 누가 넣으라고 했다고 넣겠다고 넣지는 않아요. CBS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다 새벽에 출근해서 모든 것을 다 검색해 보면서 특히 여론조사 새로 나오는 건 뭐 바로바로 반영하는 거니까 우연의 일치가 있었을 거로 생각하고요.

그러나 유튜브나 기사의 내용 댓글을 읽은 결과 다수 구독자 청취자가 <뉴스쇼>를 비판하고  떠나는 데 대해서는 CBS와 <뉴스쇼> 제작진이 겸허하게 경청해야만 한다고 봐요. 어느 몇몇 사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당연히 경청해야죠. 그리고 앞으로의 진지한 논의를 통해서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고요. 또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또 그게 바로 CBS죠.”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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