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권지연 뉴탐사 기자

탄핵 정국으로 인해 혼란한 가운데 극우 집회는 나라를 더 혼란하게 하고 있다. 사실 극우 집회는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회 문제로 떠오르진 않았다. 어떻게 극우 집회는 커졌을까? 

극우 집회 문제에 대해 짚어 보고자 극우 집회를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고문인 전광훈 씨를 오랫동안 취재해 온 권지연 뉴탐사 기자와 지난 12일 서울 용산역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음은 권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민주주의 후퇴시키고 비상식들이 주류 행세 하도록 용인하는 사회...화 많이 나”

                   권지연 뉴탐사 기자(사진=권지현 제공)
                   권지연 뉴탐사 기자(사진=권지현 제공)

-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극우 집회가 계속되고 있죠. 그 중심엔 사랑제일교회 고문인 전광훈 씨가 있어요. 기자님은 전 씨에 대해 오랫동안 취재하시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전광훈 씨의 문제점을 나름 열심히 취재해서 알려 왔는데, 윤석열 정권을 만나 더 몸집이 커져 버렸잖아요. 전광훈 세력이 계속 공권력을 무시해 왔는데도 이런 비상식들에 대해 방치해 둔 거죠. 그래서 오늘의 사태까지 왔다는 생각에 일단 굉장히 안타깝고요.

두 번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나죠. 사실 어떻게 이루어낸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후퇴시키고 비상식들이 주류 행세 하도록 이런 목소리들이 용인되는 사회가 됐다는 게 화가 많이 나죠.”

- 극우 집회가 이렇게 커진 적은 없지 않나요?

“극우 집회가 본격적으로 커진 건 사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커지긴 했죠. 근데 그때는 민주정권이 들어선 상태였었고 그거에 반기 드는 비상식들의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정권 자체가 극우 세력과 혼연일체 돼서 그들을 주류인 것처럼 만들어줬다는 게 다른 점인 것 같아요.”

- 국민의힘에서는 극우는 폭력을 동반하는 거고 탄핵 반대만으로 극우로 몰면 안 된다고 하는데.

“편의상 우리가 ‘극우’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그렇다면 더 정확한 언어로 인지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주장은 반민주적 행태라고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통령이 전혀 요건에도 맞지 않고 명분이 없는 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와 민족을 혼란으로 몰아넣었고, 계엄이 성공했다면 우리나라는 단번에 지금까지 애써 이뤄놓은 민주주의는 80년대 이전으로 후퇴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를 옹호한다면 당연히 반민주 세력인 거죠. 이상한 말장난으로 사안을 호도하려 하지 말고, 성찰하면 좋겠습니다.”

'"빨갱이는 죽여도 돼’, ‘밟아 밟아’ 같은 구호·발언들 수시로...분위기 자체 공포스러워"

MBC 2월 18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MBC 2월 18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 극우 집회 가보면 분위기가 어때요?

“무섭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발언들이 굉장히 거칠고 굉장히 과격하고 극단적인 발언들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빨갱이는 죽여도 돼’, ‘밟아 밟아’ 같은 구호와 발언들이 수시로 나옵니다. 분위기 자체가 공포스럽다고 해야 될까요.”

- 그래도 지난해 12월까지는 이렇게 커지지 않았지 않나요?

“계속 세를 결집하고 했는데, 이 사람들은 공권력을 자기들 발 아래 두고 자기들이 주류이고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잖아요. 그래서 1차 체포에 실패하면서 본인들이 이렇게 뭉치면 뭔가 판 뒤엎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것 같아요.”

- 일당 주고 사람들 모으는 거 아니냐는 의혹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 취재해 보셨나요?

“실제로 돈을 줬다는 얘기들이 있었고 과거에도 또 그런 사례가 있었고요. 저도 의심스러워서 그런 부분들 취재해 보려고 접근했었는데 제가 직접 목격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보받았던 것 중에는 그 집회에 참석하셨던 분끼리 ‘누구는 얼마 받았네’ ‘누구는 얼마 받았네’란 얘기 나누면서 가는 걸 봤다는 게 있고요.”

- 그러면 전광훈 씨는 돈이 어디서 나올까요?

“첫째는 교인들의 헌금이겠고요. 전광훈 씨 교회는 예전부터 여러 가지 사업에 손을 댔었거든요. 그중 하나가 선교 카드잖아요. 근데 그 선교 카드는 언제부터 했냐면 2005년 즈음부터 했어요. 굉장히 오래전부터 했죠. 제가 2019년에 취재했을 때는 농협과 계약 맺은 후 누적 개수로 1,300장밖에 안 됐어요. 실질적으로 성공한 사업이라고 볼 수 없었죠. 그런데 최근 MBC 보도를 보니까 4만 장이라고 하잖아요. 그동안 극우 집회하고 선전 선동을 하면서 되게 장사 잘해 먹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고요.

전광훈 씨는 휴대폰, 상조회사, 출판사 등 여러 회사를 해왔어요. 상조회사 같은 경우는 상조업으로 등록된 게 아니라, 방문판매업으로 등록돼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직권취소 됐었고요. 그런데 최근에 찾아보니, 업체가 한 13개가 돼요. 그중에 딸인 전한나 씨가 대표 또는 임원인 업체가 8개 사업장이고 며느리가 대표인 곳도 있습니다.”

- 알뜰폰만이 아닌가요?

“알뜰폰만이 아니라 업체마다 사업 목적도 다양한데, 3개 업체의 경우 ‘여론조사 자문 및 조사 정보 데이터베이스 업’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의심스럽죠. 그리고 알뜰폰 업체와 광화문온 약관을 살펴보니, 제3자 동의를 통해 자신들의 다른 업체로 개인정보가 다 넘어가게 설정돼 있었고, 쿠키 정보도 마구잡이로 수집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어떤 사이트에 방문해서 어떤 물건을 샀고, 최근 어떤 사이트에 방문했고, 그런 정보까지 다 가져가게 돼 있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쿠키 정보는 개인 정보를 잘 취급 안 해 주거든요. 그러니까 제도적으로도 어디까지 수집해도 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 거예요. 또 제3자 동의 같은 경우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으면 문제인데, 소비자들이 종교적 또는 정치적으로 강성 지지층이잖아요. 본인들이 문제없다고 할 소지가 높으니까 전광훈 씨는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 하는 거죠.”

- 여의도파 손현보 목시와 광화문파 전 씨는 갈라진 거 같던데.

“극렬하게 싸우고 있죠. 근데 원래부터 전광훈-손현보 두 축으로 나뉘게 된 지는 오래됐다고 봐요. 원래 전광훈 씨를 키운 사람이 김승규 전 국정원장으로 봐요. 전광훈 씨는 항상 ’김승규 전 국정원에게 내가 이 말을 들어서 한 거야‘라고 했고 실제로 같이 많이 움직였습니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전광훈 씨 당에서 비례대표 후보로 나오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전광훈 씨가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고 발언한 것 때문에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전광훈에게 ‘그 발언은 사과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전광훈이 말을 듣지 않았어요. 사실상 전광훈이 통제 불능 상태에 온 거죠. 또 전광훈 씨가 너무 돌출 행동을 많이 하고 코로나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너무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이다 보니, 오히려 그 행동들이 본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잖아요. 그렇다고 김승규가 전광훈을 버리는 건 아니지만, 전광훈을 대체할 사람으로 내세운 게 손현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현보 목사와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코로나 때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했어요.”

"극우 집회 활동 전한길·손현보 씨, '니즈' 딱 맞아떨어져" 

- 손현보 목사가 담임하는 세계로교회는 부산에 있잖아요. 서울에도 목사들 많은데 왜 부산에 있는 손현보 목사를 서울로 올렸을까요?

“첫째, 손현보 목사가 아마 개신교인들 결집하기에 굉장히 좋은 스토리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 봤을 거예요. 성도가 적었던 교회에 와서 교회를 어마어마하게 성장시킨 목사라는 타이틀 가지고 있고요. 그래서 대중 동원 능력이 가능하죠. 이밖에 손현보 목사 장인이 국정원 간부 출신이에요. 그런 배경도 있고요. 또 손현보 목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인식이라는지, 이런 것들이 또 다른 전광훈으로 키워도 되겠다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 손현보 목사는 어떤 인물인가요? 대중에겐 잘 안 알려진 사람 같은데.

“손현보 목사는 일단 대한예수교 장로회 교신 교단의 목사고요. 지금의 세계로 교회를 손현보가 와서 성장시켰다고 해요. 그리고 그 지역에서는 어르신들 백내장 수술 같은 걸 많이 시켜주면서 나름의 어떤 사회적으로 좀 명망도 얻고 좋은 일 하는 교회 이런 이미지를 쌓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계속 내부적으로는 극우적인 메시지를 내온 거죠.”

- 언제부터요?

“아주 그게 확 드러나게 한 건 코로나 때부터죠. 당시 제가 부산에 갔을 때도 부산 시민들이  ‘여기 사랑제일교회 같은 교회가 부산에도 있어요’라고 했요. 실제로 세계로교회도 방역 협조 하지 않아서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고요. 지난 대선 앞두고도 종교 집회 빙자한 정치 집회를 많이 열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교회에 찾아가서 손현보 목사 만나면, ‘나는 그냥 교회 건물 빌려만 준 거야’라면서 한 발 빼고 그랬었는데, 지난해 10월 27일에 한국교회 총연합 기도회를 개최한다면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겁니다. 당시에는 개신교가 뭔가 결집을 시도하려는구나, 뭘까, 궁금했어요. 단순히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하니까 이러는 건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계엄을 하게 되면, 국민을 가장 잘 선동하고 지지해 줄 세력이 어디겠어요. 극우교회입니다. 그런 포석이 아니었나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 요즘에 극우 집회에서 뜨는 사람이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 씨잖아요. 전한길 씨가 세이브 코리아와 함께하는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 취재했나요?

“아직 깊이 취재는 못 했습니다. 취재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는데 전한길 씨 같은 경우 계엄 직후에는 계엄은 잘못됐다고 발언했습니다. 근데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됐을까를 생각해 보면, 굉장히 자기가 하고 있는 학원 분야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어려움이 있고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을 내놓더라고요.

 그렇다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게 손현보 목사 같은 경우는 다음 세대를 대상으로 해서 단체도 만들고 학교도 세우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전한길과 손현보 목사의 니즈가 딱 맞아떨어지죠. 손현보 입장에서는 극우 청년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자기들의 어떤 생각을 강사로서 스피치를 잘해서 세뇌시켜 줄 사람이 필요할 거고, 그리고 전한길 씨 입장에서는 당장에 자기를 써줄 일자리라든지 뭔가 자기의 어떤 명성을 이어줄 그런 무대가 필요한 거잖아요. 두 사람의 어떤 니즈가 딱 맞아떨어지는 거죠.”

"전광훈 씨 여러 사업체 운영, 청년들 고용하고 연수도 시키면서 세뇌 작업까지...내게도 스카웃 제의"

MBC 2월 16일 방송 '스트레이트' 한 장면(영상 강무리)
MBC 2월 16일 방송 '스트레이트' 한 장면(영상 강무리)

- 2030세대가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르신들이 많고 촛불 집회의 청년들 숫자와는 사실 비교는 안 됩니다. 그런데 뭐가 달라졌다고 보냐면, 예전에는 청년들이 무대에 서도 찬양을 인도하거나 율동하는 정도의 포지션이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전략적으로 발언자로 청년들을 세우기 시작했더라고요. 또 청년 대상으로 한 사업도 진행했습니다. 전광훈 씨 같은 경우는 2022년~2023년 이때부터 자유 마을 만들면서 청년 사업단도 시작했습니다. 전광훈 씨가 콜센터라든지 여러 가지 사업체들 있잖아요. 거기에서 청년들을 고용하고, 연수도 시켜서 또 세뇌 작업해요.

전광훈 씨가 어이없게도 제게 스카웃 제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했던 말이 뭐냐, ‘원하는 대로 돈 줄게’ 였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였던 말이 ‘내가 사람을 얼마나 많이 키우고 있는 줄 알아? 내가 수백 명한테 지금 월 300만 원의 성과급 200만 원씩 주고 있어. 내가 사람 그렇게 잘 키 키우는 사람이야 내가 너도 키워줄게.’라고 했어요,

그렇게 청년 사업단을 조직해서 청년들을 모집했고, 전광훈 씨 사돈 교회가 파주에 있는 파주 열방제자교회입니다. 거기도 대안학교도 하고 개미 청년단이라는 것도 조직했어요. 그리고 그 교회의 실제 유튜브를 보면 청년들한테 스피치 교육을 시키는 것 같더라고요. 전광훈 씨와 함께 자유 마을을 함께하고 있는 또 장학일 목사는 예수마을 교회라는 걸 운영하면서 그 사람도 대안학교를 운영한 사람입니다. 이번에 또 논란의 중심에 선 운정 참존 교회 역시, 전광훈 씨와 뜻을 함께하는 결이 같은 교회인데, 여기도 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극우 청년을 양성해 왔고요.”

- 궁금한 것 좀 하나가  왜 태극기하고 성조기를 들고나오냐는 건데.

“교회들이 맨날 하는 말이 이런 겁니다. 북한은 공산주의를 택해서 못 살고, 우리나라는 미국 덕분에 자유민주주의 택해서 이렇게 잘산다고요. 그러니까 ‘우리를 반대하는 사람은 공산주의자이고, 북한에 나라를 넘겨버리려는 자들이고, 공산화되면 교회가 없어질 거고, 그래서 우리는 이걸 막아야 하는데, 미국은 우방이고, 그래서 한미동맹이 중요하고, 그러니 우리는 성조기를 들어야 한다.’란 논리인 거죠. 이제는 성조기를 들고나오는 게 자신들의 편이라는 표식처럼 돼버린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어떤 특별한 취재 계획이 있을까요?

“전광훈 씨 업체와 혹시 여론조사 조작과 혹시 관계가 있는지 등을 좀 더 보고 싶은데, 수사권이 없으니 쉽지 않은 영역이기는 해요. 손현보 측의 교육 사업 같은 것들도 들여다봐야 될 것 같고요.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그런 움직임들도 계속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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