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덧 3주가 되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첫 번째 '사랑'이고 두 번째가 '관세'란 말을 할 정도로 관세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그리고 우방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 유예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엔 관세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걸까? 트럼프 2기 행정부 2주에 대한 흐름과 북미 관계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지난 5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사무실에서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임기 초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속전속결로 정신없이 밀어붙일 것”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가 지났어요. 2주의 행보는 어떻게 보세요?
“나뿐만 아니고 많은 전문가가 트럼프 대통령을 이미 대통령 한 번 해본 경험이 있고 또 2년 후에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 놓치게 되면 자기는 사실상 2년짜리 대통령이 되기 때문에 힘이 가장 강할 임기 초에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속전속결로 정신없이 밀어붙일 것이라고 예상 했었는데 예상대로 가는 것 같아요.”
- 취임식은 어떻게 보셨어요?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 몇 명이 갔잖아요.
“제가 미국에 오래 있어 봤기 때문에 잘 알아요. 취임식 때는 대통령 만날 기회도 얻기 힘들고 정신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 만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대화 몇 마디 나눌 시간이 없어요, 그리거 취임식 행사 자체는 수만 명이 모이기 때문에 그거 갔다 와서 ‘취임식 참석했다.’, ‘취임식에 초청받았다’라고 말 하는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고요. 한국에서 간 사람이 기대할 수 있는 최고치는 취임 축하 파티에 가서 거기에 인사하러 온 트럼프하고 잠깐 인사나 나누고 트럼프 측근과 그저 안면 트고 대화 몇 마디 하는 정도죠. 실은 진정한 의원 외교를 하려는 생각이었으면 오히려 바쁜 시간은 피해서 가는 게 맞죠.”
-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 중 하나가 관세잖아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 추진 한 달 유예 하기로 했지만, 중국은 안 하잖아요. 미중 전쟁이 시작된 걸까요?
“아직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고까지는 볼 수 없고요. 트럼프는 일종의 조폭처럼 상대를 위협해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사람이에요. 조폭이 흉기를 들고 나타나서 돈 내놓으라고 한다고 사람 다치게 하는 게 목적은 아니잖아요. 겁 줘서 원하는 걸 얻어내는 게 목적이죠. 캐나다 멕시코 때린 것도 불법 이민이나 마약 문제는 핑곗거리고 실제는 중국 측이 캐나다 멕시코 통해 공장 차려놓고 무관세로 미국에 우회 수출하는 걸 막으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봐야 되죠.
대신에 저런 효과가 있죠. 우방인 캐나다 멕시코도 저렇게 때릴 정도면 다른 나라는 더 심하게 칠 수 있겠다는 거예요. 옛말에 사자성어로 살계경후라고 있죠. 닭을 먼저 죽여서 원숭이가 겁먹게 만든다고 하는 전략인 거죠. 근데 아직 중국을 어떤 식으로 다룰지는 아직 알 수 없는 게 중국이 표면적으로 트럼프 체면 살릴 수 있는 양보를 해 준다면 트럼프가 그걸 받고 이 강한 조치 유보하는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두고 봐야죠.”
"체면 살려주고 대신 디테일한 면에서 우리 이익 챙기는 협상 필요"

- 중국이 양보할 게 있을까요?
“우리가 다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과거에도 미국의 농산물을 더 사 주는 식으로 트럼프와 거래한 적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트럼프에게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 같은 건 없고 모든 것이 거래의 대상이죠, 우리는 그래도 중국처럼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고 우방이잖아요. 우리도 트럼프와 협상할 때 어느 정도 트럼프가 협상에서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체면 살려주고 대신 디테일한 면에서 좀 우리의 이익 챙기는 협상할 필요가 있는 거죠.”
- 미중 전쟁하면 우리나라에 영향은 없을까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하잖아요.
“아직은 단정적으로 말할 수가 없는 게 어떤 부분은 중국 쪽을 미국이 견제해 주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양측의 싸움에 우리도 말려들어 예를 들어서 정상적으로 중국에 수출하던 것을 못 하게 된다든가 우리도 관세를 맞는다든가 하는 최악의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 멕시코 캐나다 때리고 중국 때린 후에 유럽을 상대로 또 강한 수를 두겠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어요. 시간의 여유가 생겼으니까, 우리가 지금부터 대비를 잘해야죠.”
- 관세 문제에서 우리나라는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게 우리나라 탄핵 상황과 연관이 있나요?
“크게 관련 있다고 보긴 어렵죠. 왜냐하면 경제 규모가 중국, 유럽이 한국보다는 크잖아요. 그러니까 큰 상대부터 먼저 하고 한국은 만만한 상대로 그동안 한국 정부 외교관들이 제대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제대로 협상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한국은 만만한 상대니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있는데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은 휴전했지만 러우 전쟁은 아직 해결 못 하고 3년 맞이할 것 같아요, 6개월 이내에 끝낼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지금 트럼프의 계산이 조금 어긋난 게 있는데요, 트럼프가 자기 마음대로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처럼 큰소리쳤지만 실제로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트럼프의 바람은 자기가 대통령 취임할 때까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 자기가 들어선 다음에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더 뺏긴 것은 바이든 때 있었던 일이니까 난 책임 없다’ 하고 러시아에는 ‘너희들 할 만큼 했으니 그만하고 휴전해라’라고 거래하려고 했는데 현재 보면 러시아의 공세가 늦어져서 지금 우크라이나의 주요 거점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이루어지고 있거든요. 근데 곧 두세 군데 점령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자기 임기 중에 일어난 거니까 그건 자기 책임이 되잖아요.
그리고 또 하나 예전부터 사람들이 의심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뭔가 러시아의 약점이 잡힌 사람처럼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하게 해요. 심지어 우방국을 상대로도 그렇게 말하는데 러시아를 상대로는 뭔가 주저하는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그러니 과연 트럼프가 러시아의 팔목 비틀어서 휴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죠. 물론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무기라든가 여러 가지 지원을 끊어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포기하게 해서 종전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이 실패한 사람이 되는 거니까 어느 정도 러시아 쪽에서도 양보를 얻어내야 되는데 그게 여의치가 않은 것 같아요.”
- 북한이 러우 전쟁에 파병했기 때문에 러우전쟁과 대북 정책이 연동됐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진 않아요. 요즘 트럼프가 지명한 국방부 장관도 북한을 일종의 핵보유국이라는 식으로 말했고 트럼프도 그런 말을 했잖아요.저는 김정은 위원장 측도 트럼프의 복귀를 예전부터 기다려 왔고 지금 겉으로 내색은 않지만 물밑에서는 북한과 미국 간에 물밑 비공식 협상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요.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 김정은 위원장과 상대를 해봤기 때문에 자기가 북측을 어떻게 다루면 된다고 하는 그림이 머릿속에 있죠. 제가 예상하는 것은 양측의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도 상반기 안에 늦어도 연내로 본격적인 미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공식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는 거죠.”
-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언급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이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언론 보도가 틀렸고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게 아니라고 하던데 의원님은 어떻게 보세요?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을 인정한 거라고 당연히 할 수가 없죠. 근데 그게 김정은 위원장을 상대로 한 립 서비스 해준 거죠. 다시 말해 그동안 ‘너희가 핵을 보유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고 절대 용납할 수 없으니 전면 비핵화를 당장 즉각적으로 해라’는 말만 반복해 왔죠. 미국 측이 그동안에 그렇게 말하고 북한과 협상 해서 비핵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계속 미국 측이 그 기회를 살리질 못했잖아요. 그러니. 부시나 오바마 때 협상 방식은 안 된다는 것이 현실주의자인 트럼프의 입장이고요.
그동안 트럼프 측근들이 한 말도 보면 지금은 북한의 핵 능력이 너무 커져 가지고 그걸 하루아침에 다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일단 북한에 제재 완화등 작은 당근 제시한 다음에 협상 테이블로 오게 해서 단계적으로 핵 개발 동결시키고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고 그거에 대한 대가는 지급하겠다는 식의 협상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입장이라는 걸 그동안 보여줬고 북한에서도 그런 방식이라면 관심 가질 수 있다고 봐요.”
"북을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해 주는 순간 트럼프는 자신이 협상에서 패배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

- 만약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핵 보유 필요성이 나올 것 같은데.
“북을 공식적으로 핵 보유국 인정해 준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가정하는 게 의미 없어요. 왜냐하면 북을 핵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해 주는 순간 트럼프는 자신이 북한을 상대로 한 협상에서 패배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고 또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나라도 핵 보유하겠다는 걸 미국이 말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을 인정해 버리면 그런 나라들이 우후죽순으로 핵 개발하겠다고 나섰을 때 말릴 명분이 없잖아요.”
- 그럼,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은 어떻게 할 거로 보세요?
“김정은 위원장 쪽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제가 보기에는 6년 전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 자기가 다음 협상 때는 북에 줄 것이 있는 것처럼 북한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고 헤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될지 파악하고 있는 것 같고 자신감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가든가 김정은 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든가 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 될 것이에요.”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려고 할까요? 한 번 뒤통수 맞은 기억이 있잖아요.
“저도 3~4년 전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북측 인사들의 반응을 보니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직도 트럼프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고 있는 눈치가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는 다음에 정상회담을 만약 하게 된다면 그때는 하노이처럼 결렬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작은 합의라도 뭔가 성과를 내고 끝낼 거예요. 또 깨지는 그 부담은 감수할 수가 없거든요. 때문에 양측이 실무 협상 해서 확실하게 주고받을 것이 생기면 그때 정상 회담할 것이라고 봅니다.”
- 예전에 북한과 미국은 빅딜하려고 했잖아요. 지금도 빅딜하려고 할지 아님, 스몰딜로 바꿀까요?
“내가 보기에 유일하게 미국이 빅딜이 쉽지 않다는 건 미국 측이 스스로 잘 알고 있는데 유일하게 큰 양보를 북한으로부터 받아낼 길은 딱 하나 트럼프가 평양을 직접 가는 거죠. 그동안 미국을 위협하는 원수라고 선전했던 미국의 대통령이 직접 평양을 방문해 주면, 그것은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엄청난 선물이 되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로 트럼프 대통령이 큰 것을 얻어낼 수도 있겠죠.”
- 북미 회담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나와요. 의원님은 지난 인터뷰에서 직거래할 거로 전망하셨잖아요. 그러나 한국 조기 대선 여부와 연관 있지 않을까요? 즉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데 직거래할까요?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능동적으로 미국과 북한에 ‘너희가 단둘이 협상하는 것보다 우리가 중간에서 역할을 하는 게 너희들에게 도움이 된다’라고 인식시켜야지 가만히 앉아 있는데 북한이나 미국이 ‘너희 생각은 어떠냐 너희도 협상에 참여해라’라고 얘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요.”
"북한, 협상의 조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협상 깨버릴 것"
- 미국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불량국가로 비난하자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처음 비난했어요. 그건 왜일까요?
“트럼프와의 협상을 기대하지만, 자기네들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거죠. 즉 협상의 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협상을 깨버릴 수 있다고 하는 거예요, 약자는 어떻게든 자기가 강한 듯이 보이기 위해 큰소리를 치는 거죠.”
- 그러면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히세요?
“아까 얘기한 대로 실 공식적으로 실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금년 상반기 늦어도 금년 안에는 시작할 것이고 조금만 정상회담 해서 작은 성과라도 서로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정상회담으로 바로 갈 것이죠.”
- 예전에는 톱다운 방식으로 했잖아요. 근데 이번에는 바텀업 방식으로 할까요?
“클린턴 때부터 트럼프 들어오기 전까지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협상이었는데 그게 효과가 전혀 없었잖아요. 트럼프는 반대로 톱다운으로 바로 정상이 만나서 담판 짓겠다는 식으로 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사전 실무 협상에서 뭔가 합의가 된 후에 하지 않으니까 하노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인데 두 가지 방법이 다 장단점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는 외교 관료들만 내세우는 협상을 해서는 안 되고 실무 협상 할 때 최고 지도자의 뜻을 바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협상에 나서서 하면 성과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