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설을 앞두고 전주에는 2~3일 간 눈이 쉬지않고 내렸습니다. 내린 눈은 길에 쌓였고, 눈길에 차를 몰고 갈 수가 없어서 택시를 타거나 버스 정류장 까지 미끄러운 길을 걸어가서 버스를 타고 환승해서 일하러 오고 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었습니다.
설 전날에도 일을 하러 가야했는데 눈이 계속 내리니 차도 사람들도 돌아다니지 않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펑펑 쏱아지는 눈을 맞으며 중앙시장에 갔더니 상인들은 팔 것을 쌓아놓고 손님을 기다리는데 설을 앞둔 시장에는 손님 보다 상인들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꼬막 사세요. 꼬막~" 쌓아둔 꼬막이나 채소 등을 대목에 못 팔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단골 생선가게도 명절 때마다 와서 도와주는 친척들이 일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러 온 사람은 저 혼자였습니다.
"몽땅 띠어 놓았는디 눈이 이렇게 오니 사람들이 오지를 않네요."
"어제 월요일은 뭐하러 공휴일을 만들었는지 모르것어요. 경기를 살리라고 휴일을 만들어줬더니 다들 비행기 타고 해외로 갔다네요.사람들이 그럴 줄을 몰랐으까?"
시장 통로에 앉아 채소를 팔고 있는 어르신에게 냉이를 사고 시내버스 정거장으로 걸어 와서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나 살펴 보다가 빈 택시가 지나가기에 잡았습니다. 택시 기사는 "윤석열이가 나라를 몽땅 말아 먹었는디, 설에 눈까지 옹게 돈 벌기는 글렀어요." 라고 하며,우리 동네 쪽으로 오는데 오르막길에서 앞에 가던 차가 눈길에 미끄러워서 못 올라 가고 깜박이를 넣고 차를 세워둔 채로 길에 쌓인 눈을 삽으로 치우고 있었습니다.
택시 기사가 차를 돌려야 하니 내리라고 해서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내려서 전주시청 당직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큰 도로는 제설 작업을 하지만 이면도로는 주민센터에 말해야 한다고 하기에 대신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주민센터에도 직원이 근무하냐고 물었더니 사무실에 한 명 있고 두 명은 제설작업을 하러 돌아다닌다는데 노송동 넓은 곳의 이면도로를 그분들이 어떻게 다 할 수 있겠어요?
걸어 올라오는데, 4차선 도로에서 우리 동네 가는 길이 경사가 약한데도 승용차 한 대가 눈 위에서 못 올라가고 헛바퀴만 돌고 있었습니다. 그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려서 밀어도 마찬가지여서 후진을 해서 차를 빼는 것이 낫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했습니다.
전주시청 당직실에 또 전화를 해서 여기는 큰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예전에 버스 정거장이 있던 곳이고 넓은 곳이니 제설 작업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전달을 하겠다고 했는데도 그 길은 며칠 간 얼어서 미끄러웠습니다. 아파트 안에 있는 도로는 경비 아저씨들과 주민 몇 분이서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치우고 있었으나 큰 도로에서 아파트 정문 까지 오르는 길이 오히려 문제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다 쏟아져 나와서 삽으로 눈이 얼어붙은 것을 깨고 차가 다니기 좋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입주자 대표도 아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왔습니다. 눈길에 차가 미끄러져서 제가 주차해 놓은 차에 부딪혔다고요. 가서 차에 쌓인 눈을 보니 20cm는 넘어 보였습니다. 차를 뒤로 빼어야 된다고 해서 움직여 보니 살짝 와서 닿았는지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몇 년 전에 눈길에 차를 운전했는데 마치 미끄럼틀에서 내려 오는 것 같았습니다. 계속 가면 큰 도로에 차도 많이 다니는데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브레이크를 밟고 좌회전을 했다가 남의 집 담장을 들이받아 금이 갔고 폐차를 한 적이 있습니다. 눈이 얼어 붙은 도로를 보면 그때 느낀 공포가 떠오릅니다.
/문아경(전주시민·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