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전북 뉴스 브리핑] 2025년 2월 3일
긴 겨울을 지나 드디어 봄의 문턱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찾아왔건만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다시 찾아온다는 기상 예보가 쏟아지고 있다. 절기상 입춘인 3일 전북지역 아침 최저 기온이 -7℃에서 -3℃, 낮 최고 기온은 -3℃에서 1℃로 전날보다 낮에도 6~8℃ 정도 떨어지면서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고 이번 주 후반까지 한파와 폭설이 이어질 것으로 전주기상지청은 내다봤다.
지난 설 연휴 시작과 함께 내린 폭설로 비닐하우스 붕괴 등 많은 피해를 입은 도내 농가들은 복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걱정과 한숨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반갑지 않은 소식은 또 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맞이한 첫 주말 사이에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안타까운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무주덕유산리조트 '상제루' 한밤중 ‘잿더미’…단순한 ‘전기적 요인’ 사고?

1977년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지어져 덕유산 설천봉의 상징으로 자리해 온 '상제루(上帝樓) 쉼터'가 한밤중 화재로 전소돼 잿더미로 변했다. 2일 새벽 0시 23분쯤 화재가 발생해 1시간 50분 만에 꺼졌지만 사고 현장에는 12.5m 높이의 웅장했던 목조 기와 건물은 온데간데없고 불에 탄 앙상한 목재만 남았다.
영업을 하지 않는 한밤중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125m²가량이 모두 타 소방당국 추산 3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화재가 발생하자 당시 야간 산행을 하던 등산객이 화재를 목격하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소방대원들은 덕유산 리조트의 스키 코스를 통해 스노모빌 등을 타고 현장에 출동했고 한밤중에 스키장 눈을 만드는 제설용수를 뿌리며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전소를 막지 못했다. 결국 해발 1,520m 고지대에 위치한 한식 목조 구조물로 설천봉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옥황상제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상제루'는 겨울철 설경과 가을 단풍, 여름 신록 등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였지만 이제는 그 명소를 볼 수 없게 돼 많은 도민과 방문객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1차 감식 결과 '전기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소식들이 휴일 사이에 잇따라 속보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기적인 요인 외에 또 다른 원인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리조트 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게 일고 있다.
잇단 곤돌라·리프트 멈춤 사고 이어 대형 화재 사고까지…’안전불감증 만연’ 노출

특히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이번 겨울 시즌에 발생한 안전사고가 너무 잦다는 점에서 이번 화재사고도 단순한 전기적 요인으로만 여기며 안전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는 지난 1월 9일 리조트와 설천봉을 연결하는 곤돌라가 정전으로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해 318명의 탑승객이 강추위 속에서 30분 이상 공중에서 고립됐었다.
또 곤돌라 멈춤 사고가 발생한 9일에 이어 이틀 만인 11일에는 리조트 내 스키장에서 리프트 가동이 장시간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어 15일에도 오후 2시 5분쯤 곤돌라가 갑자기 멈춰섰다. 곤돌라는 약 10분 정도 멈춰 있다가 다시 가동됐지만 탑승객들은 현장 안내 방송 등이 없어서 공중에 매달린 채 불안과 추위 속에서 떨어야 했다.
이처럼 잦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자 불안을 호소하며 동계스포츠 애호가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는 등 이용객들의 불만과 불편 호소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제루 화재사고까지 발생해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만연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높다.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초기 쌍방울그룹이 운영하다 부도 이후 여러 차례 소유주가 바뀌어 지금은 부영그룹이 맡아 운영하고 있지만 그동안 시설투자 외면과 많은 인력감축 등으로 내부 불만과 갈등, 심지어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게 제기돼 왔다.
이러한 잦은 시설 멈춤 사고가 발생하자 지역사회에서는 “노후화된 시설 투자 외면과 근로 인원 대폭 절감 등을 바라만 보는 부영그룹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는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2021년 티롤호텔 화재에 이어 4년 만에 또 다시 큰 불”…아픈 기억 끄집어 낸 JTV 보도

이에 대해 JTV는 다른 지역 언론들과는 달리 이번 ‘상제루 화재’를 단순한 화재사고로 전달하지 않고 지난 2021년 티롤호텔 화재에 이어 4년 만에 또 다시 큰 불이 나면서 보다 철저한 화재 예방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해 이목을 끌었다.
방송은 사고 직후 2일과 3일 관련 뉴스(티롤호텔 화재 4년 만에 상제루도 전소)에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덕유산 설천봉의 상징이 사라져 큰 아쉬움을 낳고 있다”며 2021년 대형 화재사고를 끄집어 냈다.

방송은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는 지난 2021년 티롤호텔이 불에 타기도 했다”고 밝힌 뒤 “리조트의 간판인 티롤호텔은 지난 1997년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방한 기간에 머물러 국내외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기도 했던 곳”이라며 “당시에도 화재로 인해 3년에 가까운 휴장 끝에 리모델링을 거쳐 2023년 말 다시 문을 열었지만,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이번엔 상제루가 불에 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다 철저한 화재 예방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밤중 오토바이 등 이용 화재 진압?…많은 인파 붐비는 주간에 발생했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더욱이 이번에 화재사고가 발생한 '상제루'는 해발 1,520m 정상에 위치한 탓에 소방대원들이 곤돌라와 스노모빌로 현장에 접근하면서 진화에 1시간 50분이나 소요됐다는 점과 리조트 관계자들만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소방관들이 이동하며 한밤중에 진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불안과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많은 인파가 붐비는 주간에 화재사고가 발생했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기 때문이다.
덕유산의 대표적인 설경 명소가 사라져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단순한 전기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당국의 발표 내용만을 전달하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차곡차곡 쌓여왔던 총체적인 안전불감증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게 한 대목이다.
전북경찰청·지역 언론들 “설 연휴기간 살인·강도 등 강력 범죄 없었다?”…연휴 끝나자마자 '살인 사건' 잇따라 발표·보도, '아리송'



한편 전북경찰청발 아리송한 보도가 많은 도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지난 30일 설 연휴 기간(1월 25∼30일, 6일간)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4대 범죄(살인·강도·절도·폭력)를 언론에 홍보했다. 이를 받아 쓴 도내 지역 일간지들은 “설 연휴 기간에 총 62건(53건 검거)의 범죄가 발생했으나 세부적으로는 살인 0건, 강도 0건, 절도 32건(26건), 폭력 30건(27건)으로 분류됐다”며 “이는 일 평균 10.3건의 4대 범죄가 발생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를 받은 쓴 지역 일간지들의 당일 인터넷판 관련 기사 제목들을 보면 전북일보의 경우 ‘전북, 올 설 연휴 강력 범죄 감소⋯살인·강도 ‘0건’’이라며 살인 사고가 없었음을 애써 강조했고, 전북도민일보는 ‘전북 설 연휴 폭설·한파에 교통사고 잇따라…4대 범죄 등 강력 범죄는 없어’로 관련 기사 제목을 뽑았다. 또 전라일보도 관련 기사 제목을 ‘전북, 올해 설 연휴 대체로 평온... 4대 범죄·교통사고 줄었다’로 달았다.
기사 내용은 30일 전북경찰청이 발표한 설 연휴 기간의 범죄 수치를 전년과 비교한 내용으로 대동소이하다. 그러면서 기사 리드에서 “올해 설 연휴기간 전북지역에서는 살인·강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방점을 찍은 보도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경찰이 양봉업자를 살해하고 유기한 70대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설 연휴가 끝난 2일과 3일 잇따라 전해졌다. 정읍경찰서는 살인 및 사채유기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일 밝힌 것이다.
그런데 이미 경찰은 A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9시 45분께 정읍시 북면 한 양봉 움막에서 양봉업자 B(70대)씨의 얼굴과 머리 등을 둔기로 10여차례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인근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다음날인 28일 B씨의 아들로부터 “아버지가 혼자 양봉하면서 움막에 거주하는데 어제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이 밝혀졌다. 이를 설 연휴가 끝난 뒤 밝히면서 설 연휴 기간에는 단 한 건의 살인 및 강도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랑한 셈이 됐다.
독자들 “도무지 헷갈린다...누가 거짓말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전북경찰청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A(30대)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그런데 A씨는 지난달 31일 중학생 아들인 B군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일 B군을 병원으로 데려갔고, 의료진은 진료 과정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병원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아울러 B군은 치료 도중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경찰은 이 역시 설 연휴 중대 사건사고와는 무관한 것으로 여긴 셈이어서 ‘올 설 연휴가 대체로 평온했다’, ‘4대 범죄 등 강력 범죄는 없었다’, ‘올 설 연휴기간 전북지역에서는 살인·강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경찰 발표와 이를 그대로 보도한 언론 행태에 대해 독자들 사이에는 “도무지 아리송하고 헷갈린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짓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