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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1인 4역의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무거운 국가 중책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무게에 비해 가볍고 야릇한 정치 행위로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탄핵 심판을 맡게 될 헌법재판관을 국회가 추천한 3명 가운데 2명만 임명하고 1명은 ‘여야 합의가 확인되면 임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윤석열 아바타’란 소릴 듣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지원법 '거부'…”국민 기본권 정면으로 부정” 비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

그러더니 14일에는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시도교육청과 함께 분담하는 한시 규정 기한을 3년 연장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해 또 거부권을 행사했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막중한 역할을 쥐고 있는 그의 거부권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논평을 통해 “민생을 외면하고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무너뜨리는 처사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며 “국민의 신뢰를 철저히 저버린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적 부담을 홀로 떠안아야 하며, 이는 지역 교육과 지방 재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고교 무상교육은 지난 2019년 고3 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돼 2021년 전 학년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른 소요 경비는 국가·시도교육청·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비율로 나누어 분담해왔다. 분담 비율은 국가·시도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 5% 등이었다. 그런데 국가 지원이 중단되면 당장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교육청 부담이 곱절로 늘게 된다. 

이미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는 푸념이 각 지역마다 쏟아져 나올 만도 하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으면서 이 분야의 국가 예산 지원을 내심 마뜩지 않게 여겨왔던 모양이다. 최고 권력의 칼을 쥐자마자 즉각 자른 꼴이다.

전국 대학들 16년 만에 등록금 줄줄이 인상, 학생·학부모 부담 가중…‘모르쇠’

원광대학교 전경(사진=원광대 제공)
원광대학교 전경(사진=원광대 제공)

탄핵정국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교육 수요자들은 안중에 없는 정책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국 대학들이 15~17년 동안 동결해 왔던 등록금을 하필 이 시기에 줄줄이 인상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지만 나몰라라 방치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도 원광대가 올해부터 학부생 등록금을 4.85% 인상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16년 만에 등록금 인상이 이뤄지게 됐다.

그러자 그동안 분위기를 살피던 지역 대학들이 너도나도 등록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잇따라 인상안을 내놓고 있는 양태다. 이처럼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실감 나는 고물가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학들의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대학에 합격하고도 쪼들리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과 불안은 날로 쌓여만 가고 있다.

일부 대학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단식 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대자보를 통해 '재학생 90% 이상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올리고 있지만 막무가내다. 그동안 정부와 교육당국, 대학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등록금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동결해 온 대학들도 이제는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는 식이다. 교육 수요자들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 인상 카드를 꺼내들어도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 

“윤석열에게 충성하는 것이냐,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것이냐…분명히 밝혀야” 

오죽했으면 외환유치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정동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병)은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건 대한민국의 현재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이다”며 “그런데 지금 최상목 권한대행은 불투명하다. 윤석열이 제1 리스크라면 대한민국의 제2 리스크는 최상목”이라고 지목했다.

정 의원은 또 지난 13일 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체포 집행 시 불상사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불상사를 걱정하는 것이 권한대행의 임무가 아니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해서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우겠다는 권한대행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이것이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불확실성 제거 기준”이라고 지적하며 “최 대행은 반역의 수괴 윤석열에게 충성하는 것이냐,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것이냐 이것은 분명히 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안 그래도 윤석열이 계엄 선포 직전 최 권한대행에게 건넨 쪽지에 비상입법기구를 위한 예비비 편성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민심은 싸늘하기만 하다.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부터 지워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최 권한대행이 탄핵정국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년 전 박근혜 정부 탄핵 때도 경제 분야의 중책을 맡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쳐 기재부 1차관까지 지냈지만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이 바뀌면서 한동안 야인 생활을 지내야 했던 그가 윤석열 정부에 다시 발탁된 웃픈 사연은 유명하다.

‘악연’ 아닌 악연’ 덕분으로 만난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기도 하다. 윤석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최 대행은 참고인으로 서로 만나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그런데 그를 기용한 윤석열에 의해 탄핵정국의 중심에 서면서 그 또한 불명예 퇴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과 평가가 흘러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11명 중 한 명이다.

그는 당시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반대했다고 밝혔지만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논의 과정과 경과 등에 관한 수사선상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을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윤석열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 경호처에 적절한 지휘·통제를 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는 이유다.

또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서도 직무유기 혐의가 있다고 민주당은 주장했다. 이 보다 최 권한대행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서 대외 신인도와 경제 안정을 진정으로 걱정했다면 국무회의에서 ‘계엄령을 선포하면 나라 경제도 끝장이고 이 정부도 끝장이다’고 누구보다 적극 반대했어야 한다는 따가운 비판 여론이 여전히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차제에 계엄 하에 아무리 예산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대외 신인도 추락과 경제 불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박정희의 10월 유신, 전두환의 12·12, 5·17 내란을 그대로 따라 한 '모방범죄'란 오명을 받는 ‘12·3 내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란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는 길이 있다면 그건 바로 ‘윤석열 아바타’ 이미지부터 당장 지우는 길일 것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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