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국의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이토록 어려움에 처하다니...시절이 하 수상하니 눈도 올동말동하여 풍년을 기약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푸념이 농부들 입에서 나온다. 

을사년(乙巳年) 새해 첫눈이 내리다 말다를 반복한다. 눈을 마주하면서도 예전 같이 마냥 즐겁지만 없다. 120년 전 나라를 잃었던 을사년을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은 걱정을 한다. 지난해 연말 국가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위기와 불안을 가져다 준 '12·3 내란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황당한 계엄을 선포하기 수개월 전부터 준비한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분노와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러한 위험 사태를 누구보다 잘 알았을 정부 관료들은 무엇을 했을까.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계엄을 말렸어야 함에도 동조하거나 묵인하며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행태가 더 얄밉다. 지금도 같은 편에서 비호하며 자신의 안위만을 살피는 폼새가 마치 '을사오적(乙巳五賊)'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1905년 일제가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조약에 찬성하여 승인한 5명이 바로 '을사오적'이다. 일본과 고종 사이의 협약 체결 과정에서 고종이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하자 당시 대신 5명은 조항에 찬성과 서명을 마쳐 을사조약이 체결됐으니 나라를 팔아 먹은 장본인들 아니었던가. 

이들은 후에 친일에 대한 보상으로 일본으로부터 작위를 수여받고 그 후손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가 어려워도 그들 후손은 부와 권력, 기득권 지키기에 오직 혈안이다.   

학부대신 이완용,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군부대신 이근택, 농상공부대신 권중현이 바로 을사오적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60간지 중 42번 째  찾아오는 '을사년'은 공교롭게 우리나라 국민들에겐 참혹한 해였거나 역사적 굴곡의 사건으로 마주했다는 점에서 올 한해도 예사롭지 않을 것이란 불길한 생각을 갖게 한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그저 기우이길 바란다. 

무엇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내란 주범들과 동조세력을 철저히 단죄하여 다시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모든 국민들의 가장 큰 당면 소원일 것이다. 새해 첫 하얀 눈을 밟으며 걷는 사람들도 아마 그런 마음일 것이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며 그나마 한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국민이 대다수다. 그런 국민의 평온과 국가의 안위를 지켜줄 진정한 지도자가 나타나길 간절히 소망한다.

다시는 국민을 배신하며 법 질서를 파괴하는 법꾸라지 같은 지도자는 나타나지도 말고, 그런 자가 지도자로 다시는 선출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하며 건지산 눈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김미선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