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패트롤 전북jj' 2025년 1월 2일
KBS전주방송총국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 전북-전북언론 돋보기jj' 1월 2일 방송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도 ‘훈훈한 온정’ 베푸는 사람들>, <제주항공 참사 희생...‘사회적 약자 향한 열정 많은 두 언론인’을 기리며>, <"전북 피해자 없어서 다행?"...희생자 수 ‘오락가락 보도’>, <참사 때마다 지적받는 ‘취재 윤리’>, <불안한 노동 현장, 재발 방지책과 언론의 역할> 등의 주제를 놓고 진단했다.
이날 방송은 김로연 작가의 기획·섭외와 함윤호 앵커(언론학 박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 사무처장과 박주현 전북의소리 대표(언론학 박사)가 패널로 출연해 토론을 펼쳤다. 다음은 이날 방송에서 다뤄진 토론의 질의 및 답변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도 ‘훈훈한 온정’ 베푸는 사람들

함윤호 앵커: 새해에도 목요일 <패트롤 전북, 전북언론 돋보기jj>에서는 우리 지역 언론 보도를 모니터 분석하는 시간을 계속 이어가겠다. 연말연시 기부행렬이 이어진 훈훈한 소식이 많았다. 힘들어도 마음을 따하게 하는 소식들이 곳곳에서 전해졌다. 이런 소식들이 그래도 세상을 따뜻하게 살아가게 하지 않나 싶은데 어떤 내용들이었나?
박주현 대표: 지난 연말 아프고 슬픈 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정의 손길이 곳곳에서 이어져 우리 사회에 훈훈함을 안겨주었다. 대표적으로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어김없이 찾아와 25년째 선행을 이어가 훈훈한 온정과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9시 26분께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중년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한 뒤 홀연히 사라졌는데 이날 두고 간 돈은 모두 8,003만 8,85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로 25년째 모두 26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준 성금은 총 10억 4,483만 6,520원에 달했다.
또 지난달 30일 익산시청을 찾은 붕어빵 아저씨 김남수 씨는 이웃돕기 성금 365만원을 기탁하며 ”이웃을 돕는 일은 가장 큰 기쁨이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나눔을 이어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원광대학교 후문 맞은편에서 붕어빵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매일 1만원씩 모아 365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이들의 아름다운 선행 사례가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함윤호 앵커: 원광대학교 앞에 가면 김남수 씨를 만날 수 있다. 그래도 이런 따뜻한 온정이 있어서 더 잘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어떻게 보았는지?
손주화 처장: 연말에 제주항공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아파했다. 이와 관련해 도민들의 애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훈훈한 온정의 손길과 더불어 유가족들과 같이 연대하고 아픔을 같이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참담한 사회 속에서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사회적 약자 향한 열정 많은 두 언론인’을 기리며
함윤호 앵커: 제주항공 참사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서 유명을 달리한 분들 중 소외된 이웃들의 낮은 목소리를 전해온 언론인들이 있다. 이 때문에 두 언론인의 희생이 더욱 안타깝게 했다. 귀감이 되는 언론인들이었는데 참사 후 다시 한 번 기억하자는 목소리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떤 내용인가?
손주화 처장: 무안공항 참사 소식 중 언론인과 관련한 참사 소식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고 안 모 PD와 고 김 모 기자의 희생 소식인데 고인들은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고 애쓴 언론인이었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언론인에 대한 기억들이 많은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함윤호 앵커: 깊이 애도하고 추모하면서 이분들이 펼치고 싶었던,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려는 그 마음이 더 많은 분에게 꼭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 같은데 이번 참사를 어떻게 보았는지?
박주현 대표: 정말 있어는 안 될 참담한 사고가 세밑에 발생해 슬픔과 아픔이 컸다. 12·3 내란의 혼란스런 상황에서 최악의 여객기 사로로 기록됐다. 두 언론인의 안타까운 희생 외에도 17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였다. 특히 전북 인근의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전북과 무관하지 않은 참사였다. 다시 한 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깊은 애도를 전한다.
#"전북 피해자 없어서 다행?"...희생자 수 ‘오락가락 보도’
함윤호 앵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때도 그랬고 이번 제주항공 참사에서 보았듯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런데 깊은 참사 속에서 언론이 오보를 내보낸 일도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가?
손주화 처장: 참사가 발생하면서 SNS에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이 빠르게 공유되고 재난 상황에서 언론 보도가 왜 중요한지 등이 빠르게 확산됐다. 전북과 관련해서는 이번 사고로 인해 지역민의 탑승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려서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오보가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12월 29일 오후 3시 37분 전북일보는 <무안 여객기 참사...다행히 전북 학생 탑승자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내용은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발표한 내용을 기준으로 올렸는데 이 당시는 참사로 전국이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그러데 전북 희생자가 없다는 점을 ‘다행히’란 표현을 써서 내보내 비판의 댓글이 나왔고 ‘재난 감수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들도 나왔다. 그러데 오후 5시 27분 인터넷 기사로 <무안 여객기 참사... 전북 학생 탑승자 없어>라는 제목으로 ‘다행히’라는 표현을 빼고 수정했는데 이미 이날 오후 2시 10분쯤에 KBS전주총국에서는 ‘무한공항 사고자 중 전북 연고자도 포함’이란 기사가 이미 나왔었다. 이처럼 희생자들 중 이날 오후 전북 연고자와 학생 포함 가능성이 지역 사회에서 많이 회자됐었고 언론 보도가 나온 상황이었는데 나중에 기사가 삭제되기는 했지만 신중을 기해야 할 언론(전북일보)이 제대로 된 데스크 과정이 있었는지 의심가게 했다.
함윤호 앵커: 당일 전북일보 기사를 보고 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서 문의를 했고, 해당 기사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북의 피해 상황을 보도하면서 ‘다행히’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가 하는 지적과 함께 여러 가지 재난 안전 관련 보도 윤리준칙에 대해 생각을 갖게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는지?
박주현 대표: 현 정부에서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에 이어 무안국제공항 참사 등 대형 참사가 잇따라 발생했다. 그러데 참사 발생 때마다 유가족들은 언론을 향해 보도준칙을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초상권 침해, 인격 침해 등으로 사자와 유가족들의 명예훼손, 흥미 위주의 보도, 혐오감을 갖게 하는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언론은 속보 경쟁을 하면서 오보를 내는 상황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특히 181명의 탑승객들 중 17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참사 희생자들 중 전북 연고자들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다행히 전북은 탑승(희생) 학생이 없다’는 점을 속보로 내보내고 관련 기사가 사고 당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이어져 많은 시민들이 혼란을 겪게 했다.
참사가 발생할 때 언론은 신중한 보도, 빠른 속보 경쟁보다는 정확한 보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보여줬다. 또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많은 추측성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언론이 좀 더 주의해 신중하게 보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함윤호 앵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참사에서도 혼란을 주는 사망자 수 보도가 있었지?
박주현 대표: 그렇다. 최초의 사망자 확인 보도가 사고 당일 9시 3분 이후부터 시작됐는데 언론마다 다른 희생자 수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도했다. 전북지역에서는 전북일보가 ‘학생 희생자가 없다’는 보도를 함으로서 전북과 무관하다는 뉘앙스를 주었지만 그 후 전북자치도발로 보도한 언론들의 기사들 중에는 전북 연고 희생자 수를 ‘6명’, ‘8명’, ‘10명 이상’이라고 제각각 보도해 혼선을 주었다.
#참사 때마다 지적받는 ‘취재 윤리’
함윤호 앵커: 이번 참사에서도 기자들의 취재 윤리 문제가 대두됐다. 유가족 대표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취재 윤리를 현장에 붙여 놓기도 했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손주화 처장: 지난 29일 유가족과 기자들이 모여 있는 전남 무안국제공항 현장에서 유가족협의회 대표가 이런 얘기를 했다. “부추기지 말아 달라.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데 ‘몇 시에 탔느냐’, ‘어떻게 알고 왔는냐’는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 말하겠다”고 밝히면서 “자극하지 말라”는 호소가 계속 언론에 생중계됐다. 유가족협의회와 소통 창구를 일원화할 것을 요구하거나 유가족들이 직접 작성한 취재 윤리를 현장에 붙여놓기도 했다. 재난보도 준칙을 지켜달라는 지적이 많은 가운데 참사 현장에 취재 경험이 없는 저연차 기자들이 많다보니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고 현장에서 극렬 유튜버들의 불쾌한 발언 등이 반복됐다.
따라서 참사 현장에서 유족들을 취재할 대 개별적인 상황보다 유가족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취재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유가족 대표도 당국이 계속 말들을 바꾸고 있는 것과 유족들 입장을 자세히 취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이에 서울의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지난 30일 댓글창의 일시 중지 요청을 하기도 했다. 댓글 서비스를 중지하여 왜곡과 혐오 표현, 허위 주장 등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함윤호 앵커: 아픔을 겪었던 사회적 참사가 많았다.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 많았다. 그 희생자 유가족들의 인상 깊은 당부도 나왔다. 어떤 내용인가?
박주현 대표: 앞서 발생한 많은 참사들의 희생자 유가족들이 모인 단체가 ‘우리함께’란 단체인데 29일 한목소리를 냈다. 이 단체는 “재난 피해자의 초상권과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주고, 흥미 의주의 보도, 선정적 보도,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혐오를 조장할 수 있는 보도는 지양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나 당국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보도하는 사례가 문제가 됐지만 이번에도 사회적 참사를 겪은 재난 피해자들이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부쳐 “재난 피해자들의 고통에 깊이 공명하며 피해자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되고 추가적인 고통이 유발되지 않도록 언론사에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언론들이 지나치게 속보 경쟁을 하면서 피해자의 명예를 반복적으로 훼손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됐다.
#불안한 노동 현장, 재발 방지책과 언론의 역할
함윤호 앵커: 이런 가운데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우리지역에 여러 사건사고가 참 많았다. 먼저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 사고로 숨진 노동자, 전주페이퍼의 노동자 사망 사고, 또 최근에 무국적 이주 노동자 강태원 씨 사망 사고 등까지 많았다. 그중 리싸이클링타운 사고를 먼저 정리해 준다면?
손주화 처장: 작년 5월 2일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리싸이클링타운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무려 사고 발생 6개월 만에 해결책과 협약 등이 나왔는데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중대재해처벌법 등 위반 여부에 대해 계속 조사 중이다. 이것과 관련해 이미 수년 전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가동 이후 잦은 고장과 악취 발생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전주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함윤호 앵커: 그리고 청년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연속으로 발생했는데 여전히 종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사고가 있지?
박주현 대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이후 많은 사고가 도내에서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6월 16일 오전 9시 22분께 전주시 팔복동 전주페이퍼 공장에서 설비 점검 작업을 하던 19세 청년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사고인데 회사 측은 사고 당시와 같은 환경을 재구성한 뒤 기자들을 초청해 황화수소를 측정하는 공개조사를 실시했지만 해당 조사에서 당시 준비됐던 측정기 상으로 100ppm 이상의 황화수소가 검출돼 논란이 증폭됐다. 현재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수사와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의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는 6개월이 지나서도 종결이 되지 않고 있다.
함윤호 앵커: 그리고 특장차 생산업체 에이치알이앤아이(HR E&I)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던 고 강태완 씨의 사망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박주현 대표: 그렇다. 지난해 11월 8일 오전 11시쯤 김제시 백산면의 산업단지에 위치한 특장차 생산업체 HR E&I 공장에서 32세 노동자 강태완 씨(몽골명 TAIVAN)가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만 6세부터 한국에서 생활해 온 이주 청년으로 올해 대학 졸업 후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기 위해 특장차 업체에 입사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고인의 사고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 외에도 새해 첫날인 어제(1월 1일)는 정읍의 한 축산농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외국인 노동자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고 있음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각별한 경각심과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함윤호 앵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언론에서 단순 전달 보도만 해왔던 점에 대한 지적을 이 시간에 해왔다. 또 그 이면에 벌어진 일들은 무엇인지, 혹시나 기업과 행정의 힘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은 없는지 등 많은 우려를 해왔는데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손주화 처장: 언론이 단편적인 사건사고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고가 어떻게 발생되고 종결되는지를 파악해서 자세히 보도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이러한 불안한 노동현장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 지역 언론들의 좀 더 심층적인 기획 보도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언론들이 보도준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점들이 계속 지적되고 있는데, 가령 공항 외벽과 충돌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점이 많은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지나친 속보 경쟁과 과열 취재 경쟁, 자극적인 보도 등이 유가족은 물론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사회적 공기로써 언론의 각성과 자중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식해 주었으면 좋겠다.
함윤호 앵커: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언론의 신뢰도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올해도 매주 이 시간에 '언론 돋보기'를 통해 계속 짚어 드릴 것을 약속한다.
/박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