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25년째 선행을 이어가 훈훈한 온정과 감동을 선사했다. 

2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께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중년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와 "주민센터 인근 화물차 아래에 상자를 뒀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25년째 26차례 걸쳐 10억여원 '선행'...매년 크리스마스 전후 “어려운 이웃 위해 써달라” 전한 뒤 사라져

이날 남성이 남긴 A4 상자 안에는 돼지저금통과 5만원권 돈다발 외에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쓰인 용지가 담겨 있었다.

이날 두고 간 돈은 모두 8,003만 8,85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로 25년째 모두 26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준 성금은 총 10억 4,483만 6,520원에 달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27일에도 오전 10시 13분쯤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통해 "교회 표지판 뒤에 상자를 두었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말은 남긴 채 사라졌다.

이 남성이 가리킨 곳에서 발견된 A4용지 크기의 상자 안에는 '올 한 해도 고생많으셨습니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편지와 함께 낯익은 돼지저금통과 5만원권 돈다발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금은 지폐와 동전을 합해 모두 8,006만 3,980원으로 확인됐다.

앞서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 4,000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을 놓고 갔다. '얼굴 없는 천사'가 남몰래 놓고 간 성금은 천사가 남긴 메시지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사용되고 있다.

전주시 노송동, 매월 4일 ‘얼굴 없는 천사의 날’ 정하고 ‘천사축제’...나눔 행사

전주시는 그간 '얼굴 없는 천사'가 베푼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인재에 대한 장학금 및 대학 등록금도 수여해 왔다. 전주시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천사축제를 개최해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노송동 특화사업으로 매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정하고 지역사회 노인들을 대상으로 중식 제공, 이·미용 봉사, 문화누리카드 장터 개장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며 천사의 나눔 정신을 기리고 있다.

이밖에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 처음 제정된 HD현대아너상의 ‘대상’과 ‘1% 나눔상’의 수상자로 결정돼 시상금 2억원이 주어졌으나 전주시에 다시 전달돼 ‘얼굴 없는 천사’가 평소 밝혀온 뜻에 따라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사용되기도 했다.

채월선 전주시 노송동장은 “25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얼굴 없는 천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얼굴 없는 천사의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