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박정훈 대령 변호인 김규현 변호사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155분 만에 해제되었다. 비상계엄에 대한 내막이 조금씩 드러나자 국민은 분노했고 내란 사태가 일어난 지 11일 만인 12월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는 걸 보면서 떠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박정훈 대령과 그의 변호인단이다. 박 대령은 지난해 채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 항명죄로 기소되어 재판 중이다.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지난 17일 박정훈 대령 변호인인 법무법인 (유)LKB PARTNERS의 김규현 변호사와 전화로 연결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채 상병 사건은 특검법으로 해야...이제 조금 해결될 수 있겠다는 느낌"

- 지난 14일 비상계엄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박정훈 대령 변호인으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통과하는 걸 보는 게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셨어요?
“저도 1년 넘게 박정훈 대령 변호하는 일을 해 왔잖아요. 진행 해오면서 지치는 것도 있고 참 절망도 많이 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이제는 조금 더 해결될 수 있겠다는 느낌 받았습니다. 너무 기뻤어요.”
- 혹시 박정훈 대령은 탄핵 소추안 통과에 대해 뭐라고 했나요?
“박정훈 대령은 거기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입장을 내시고 하신 건 아니에요. 그래도 기본적으로 본인의 원칙에 따른 결정 했고 그런 게 항명으로 억울하게 수사 받고 계신 거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진실이 밝혀지고 본인의 명예도 회복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긍정적으로 보고 계시죠.”
- 탄핵 소추안에 비상계엄에 대한 내용만 담았잖아요. 아쉽진 않으세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저희는 세 번이나 특검이 안 됐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걸 해결하는 걸 선 탄핵 후 특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소추안에 이런저런 내용을 담으면 심판이 오래 걸리지 않습니까? 그래서 계엄 부분만 담는 게 빨리 심판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어차피 채 상병 사건 관련해서는 특검법으로 해야죠.”
- 그러나 채 상병 사망사고 수사 외압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결 받아보는 거도 의미가 있잖아요.
“그렇긴 한데 아마 그렇게 하게 되면 증인도 많이 신청하게 될 거고 심판 범위도 방대해져서 굉장히 오래 걸릴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특검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 3일 비상계엄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집에 있다가 TV 보고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속보가 떠가지고 봤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 변호사님도 비상계엄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놀라웠을 것 같아요.
“진짜 많이 놀랐죠. 사실 제 또래 친구들은 책으로만 봤기 때문에 이게 진짜인가 했어요. 현실 감각이 잘 없잖아요. 그래서 어이없다거나 아니면 이걸 코미디처럼 받아들인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게 저희 또래의 일반적인 반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저 같은 경우는 작년부터 채 해병 사건이나 규명 로비 제보 같은 일을 해왔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해놓은 게 있어서 무서웠어요. 그래서 저도 도망갔어요.”
"나나 박정훈 대령이나 강혜경 씨 같은 사람들이 체포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 앞섰다"

- 계엄 예상하셨나요? 이전에 민주당에서 문제제기 했잖아요.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물론 저도 계엄 준비하는 정황이 있다더라는 이야기 들었지만 설마 진짜로 계엄 선포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요. 그래서 TV로 봤을 때 저도 황당하고 깜짝 놀랐죠. 또 한편으로는 이거 나나 박정훈 대령님이나 강혜경 씨 같은 사람들이 체포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단 저는 새벽에 집을 나왔어요. 근데 막상 갈 만한 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국회로 갔습니다.”
- 저는 처음에 계엄 소식 보고 믿기지 않았고 어차피 금방 끝날 건데 왜 하나 하다가 국회 출입구 폐쇄됐다는 소식 듣고, 무섭더라고요. 그때 국회 상황이 어땠나요?
“제가 국회에 도착했을 때 이미 출입문은 다 폐쇄돼서 경찰이 막고 있었고 그 앞에 시민들이 모여서 ‘왜 막냐’고 경찰에 항의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군 헬기들이 국회 뒤 잔디밭에 내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군 헬기가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이게 진짜 계엄이라는 생각이 좀 들었었고 그 당시 국회 본청에 계엄군이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요. 그런 상황에 국회본청에서 그 몸싸움을 벌이는 사람 중에 제가 아는 변호사가 있었거든요. 그 변호사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었어요. 잘못하면 계엄군에 국회가 뚫릴 것 같았어요. 그러면 국회의원들이 위험해지잖아요. 그래서 저기 바깥에 있는 시민들을 데리고 빨리 들어가 갖고 같이 막아야 되겠다라는 생각밖에 안 했어요. 그래서 그 앞에 있는 경찰 중에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이 길 터줘야 된다. 지금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건 내란이다. 우리가 그 내란 막으러 갈 건데 길을 안 터주면 내란에 동조하는 거’라고 제가 얘기했더니 그 경찰관이 ‘네. 내란에 동조하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참 어이가 없었죠.”
- 박정훈 대령의 1심이 내년 1월에 나오잖아요. 물론 탄핵 소추안에 채 상병 문제는 안 들어갔지만, 영향이 있을까요?
“저는 영향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물론 수사와 재판은 독립적인 절차고, 당연히 박정훈 대령 항명 재판도 법리적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거기 때문에 정치 상황과 관계가 없다고 보는 사람도 있죠. 하지만, 저는 그거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법리적으로만 따지면 박정훈 대령 무죄거든요. 애초에 이 수사 시작되어서는 안 되는 수사입니다. 근데 정치적으로 표적 수사 벌이고 기소해서 재판까지 왔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분명히 정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이 사건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번 탄핵으로 인해서 군사 법원이나 군검찰에 대한 윗선의 압력 같은 들이 상당 부분 무력화되지 않을까 하고 그럼으로 인해 박정훈 대령 재판도 법과 원칙대로만 재판할 수 있는 상황이 드디어 가까이 온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탄핵에 영향이 있을 겁니다.”
- 제가 1심 검찰 구형 나오고 정구승 변호사 인터뷰했거든요. 정 변호사 하는 말이 구형 센 게 아니라면서 아마 방금 판결은 무죄나올 거라고 하던데 어차피 무죄 나올 거 아니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법리상으로 무죄가 당연히 나와야 되죠. 그렇지만 군사법원이라는 것과 군검찰이라는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었다고 저는 보고 있거든요. 왜냐하면 윤석열 정권이 서슬 퍼렇게 살아 있었으니까요. 국방부 장관이 군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휘두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무조건 무죄가 안 나올 수도 있고 정치적으로 이게 왜곡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봐왔어요. 다만 탄핵이 됐으니 그런 리스크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죠. 제가 변호인단에서는 제일 보수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 강혜경 씨 변호도 맡고 있잖아요. 명태균 씨가 자기 구속되면 한 달 안에 윤 대통령 하야나 탄핵당한다고 했는데 맞췄죠. 우연일까요?
“그러게요. 공교롭게도 한 달 정도 되는 때에 탄핵 됐죠. 강혜경 씨는 명태균 씨가 굉장히 예지력이 강하단 말을 했어요. 그거와 맞물려서 저도 굉장히 놀라기는 했어요. 근데 어느 정도까지 이게 연관관계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명태균 씨가 시사한 것처럼 자료들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
- 명태균 씨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12일 자기 면회 오라고 했다잖아요. 이른바 황금폰 넘기려고 했을까요?
“그랬을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박주민 의원 인터뷰를 보면 와달라고 할 때 황금폰 얘기는 없었다고 하는데 박주민 의원을 만나고 싶어 했으면 당연히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겠죠.”
- 명태균 씨가 황금폰과 USB를 검찰에 넘겼잖아요. 뭔가 나올까요?
“제가 그걸 내용을 알 수는 없어서 두고 봐야 되겠죠. 근데 명태균이 그 폰을 제출했다는 건 뭐가 있으니까 내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니 앞으로 명태균 씨가 시사한 것처럼 어떤 자료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다만 그걸 민주당이나 언론에 안 내고 검찰에 냈기 때문에 그것들이 공개되는 시기가 상당히 뒤로 늦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 검찰이 은폐하진 않을까요? 물론 검찰은 죽은 고기 물어뜯는 하이에나 습성이 있긴 하지만 윤 대통령이 검찰 선배라 보호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데 지금 검찰은 윤석열에 대해서는 돌아섰기 때문에 그걸 의도적으로 은폐하거나 그런 정도까지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검찰은 대놓고 이런 걸 공개하지 않잖아요. 재판에서 까거나 하겠죠. 그러기 때문에 공개 범위나 시기가 상당히 뒤로 늦춰지고 좁아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탄핵 심판 주심을 정형식 재판관이 맡았잖아요. 주심은 어떤 역할 하나요?
“보통 재판에서 주심 재판관은 재판 준비와 자료 정리를 담당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 자료나 증거 검토 같은 걸 가장 먼저 하고 안건 쟁점이 뭔지 도출 해내고 회의 준비하죠. 재판관들이 모여서 회의할 거잖아요. 그럴 때 그런 회의를 준비하는 역할 하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자리죠.”
- 정형식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거잖아요. 그래서 우려가 나오는데 괜찮을까요?
“저도 우려스럽습니다. 그분은 과거에도 굉장히 편향적으로 단결을 한 것들이 상당수 있고 극우 세력과의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이 조심해서 스스로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물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탄핵 심판은 전 인용될 거로 생각해요. 왜냐하면 다른 합리적인 재판관들이 혹시나 정형식 재판관이 이상한 짓 벌이더라도 다른 재판관들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윤석열 탄핵시키고 채 해병 사건 진상 다 규명되고 박정훈 대령 명예 회복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 근데 지금 헌재 재판관이 6명이잖아요. 만약에 세 명이 임명되지 않으면 6명 전원이 인용해야 하잖아요?
“6명 체제로 계속 가지는 않을 거고 이번 달 중으로 민주당에서는 국회 몫 헌재 재판관 3명을 추천하겠다고 하고 있어서 탄핵 심판은 9명 체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럼, 변호사님은 언제쯤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올 거로 보세요?
“노무현 대통령 때는 탄핵 심판 두 달 걸렸고요. 박근혜 대통령 때 석 달 걸렸거든요. 근데 이번 건 박근혜 대통령 때보다 쟁점이 많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개통령보다는 빨리 나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빠르면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한두 달이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변론하면서 시간 끌 거란 이야기도 있잖아요.
“근데 지연 전략을 쓰더라도 헌재에서 그걸 크게 받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연 전략 써봤자 한계가 있거든요. 박근혜 대통려 때도 지연 전략 써서 3개월인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뭐 많이 지연되더라도 한두 달 정도 수준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면 헌재 재판에서 관전 포인트가 뭘까요?
“과거와 다르게 윤석열이 이번에 직접 나와서 변론할지 안 할지가 저는 궁금하네요. 쟁점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인데 그건 증거가 너무 명백하잖아요. 결국 윤석열이 탄핵심판에 직접 나오는지 그리고 지연 전략을 어떤 방법으로 쓸 것인지, 그것을 어떻게 국회가 대응할 것인가로 갈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저는 해병대로서 채 해병 진상규명과 박정훈 대령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게 1년 4개월이 됐습니다. 처음에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1년 넘게 끌어오면서 제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근데 윤석열을 탄핵시키고 채 해병 사건도 진상이 다 규명되고 박정훈 대령 명예가 회복되는 것이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빨리 마무리를 짓고 저를 포함해 모두가 다시 예전의 평온한 삶으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