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이슈

동료 의원을 폭행하고 공무원에게 막말 소동을 일으킨 군산시의회가 급기야 탄핵 정국의 어수선한 시국에 소속 당으로부터 제명당하는 의원까지 발생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성 공무원 성희롱 발언 등을 한 군산시의회 한경봉(나운1·2동) 의원을 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민주당 “품위 손상, 부적절한 발언 위반…제명 결정”

군산시의회 한경봉 의원.(사진=군산시의회 제공)
군산시의회 한경봉 의원.(사진=군산시의회 제공)

이날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에 따르면 민주당 중앙당 최고위원회는 한 의원에 대해 품위 손상과 부적절한 발언 위반 등을 이유로 제명 결정을 내렸다. 한 의원은 지난 10일 저녁 8시께 2024년 결산 추경 예산결산위원회 정회 중에 회의실 휴게실에서 대기 중인 여 공무원들을 향해 ‘나와 스캔들 일으킬 사람 손 들어’라는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 이에 앞선 지난달 25일에도 군산시 자원봉사센터장 임용과 관련해 자료를 요청하면서 감사장 복도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고성을 질러 물의를 일으켜 시의회 본회의를 통해 공개 사과를 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만인 10일 “국장님처럼 빨리 승진한 사람들은 비벼서 손금이 없다”는 공무원 비하 발언에 이어 여성 공무원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해 공직사회로부터 공분을 샀다.

시민사회단체 “한경봉 의원 군산시의회가 엄단해야”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공무원노동조합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와 군산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여직원들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한 한경봉 의원을 군산시의회가 엄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도 성명을 통해 "잇따른 군산시의원들의 막말과 폭행, 성희롱 등의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공개사과로 마무리하는 등 미온적 조치 때문”이라며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 “같은 행태 반복, 고의적 행위…인권위 제소 준비 중”

군산시의회 본회의장 전경(사진=군산시의회 제공)
군산시의회 본회의장 전경(사진=군산시의회 제공)

군산시공무원노동조합은 "한경봉 의원이 전화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러한 행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인권위에 제소하는 안을 준비 중이다”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은 고의적 행위로 밖에 볼 수 없고, 사과 또한 무의미해졌다. 이제 직접적인 조치가 있지 않으면 비웃으며 또 다시 같은 행태를 보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성토했다.

이에 군산시의회 의장단은 회의를 열고 오는 20일 열리는 시의회 본회의에서 한경봉 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지만 잇단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군산시의원들을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앞서 군산시의회는 지난 10월 18일 김영일 시의원이 같은 동료 의원인 지해춘 군산시의원에게 폭행을 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컸다. 당시 군산시의회 경제건설위원회 회의 중 경제건설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지해춘 시의원이 김영일 시의원의 질의가 길어진다는 이유로 발언권을 제한했는데, 정회 후 김 의원이 이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해 물의를 빚었다.

또 지난달 22일 최창호 시의원은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시민이 뽑아준 시의원이 사장이고 공무원들은 부하인데 왜 말을 안 듣냐”고 목소리를 높여 구설의 도마에 올랐다. 이어 이달 5일 군산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예산심의 자리에서 서동완 의원은 동료 시의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날 일부 의원들은 “심한 모멸감을 받았다”고 토로하며 윤리특위 제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들 "동료 의원 폭행, 막말 논란 끊이지 않아…감싸고 도는 동료 의원들도 문제” 

그럼에도 군산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과 함께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윤리특위’ 구성에 외부 인사를 포함하고, 윤리특위가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의견을 반영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시의원으로만 구성된 시의회 윤리특위가 중차대한 윤리강령 위반행위가 발생해도 ‘제 식구 감싸기’ 수준의 경징계를 내리는 등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용 씨(군산시 나운동) 등 시민들은 “동료 시의원을 폭행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군산시의회가 공무원에게 막말·고성을 한데 이어 성희롱 발언까지 한 것은 시의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비위 시의원들을 감싸고 도는 동료 의원들의 안일한 행태도 큰 문제”라고 비난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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