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박상희 뉴스타파 기자

매일 아침 서울역과 용산역 등에서 셔틀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셔틀버스는 서울 대형병원에서 운영하는 차로 대부분 지역에서 올라오는 환자들을 태우고 병원으로 가고 있다. 지역의 의료 상황이 어떻길래 이들은 새벽 기차로 서울에 올라와 대형병원들로 가는 걸까?

뉴스타파는 지난 11월 25일 의료 위기에 대한 다큐 시리즈인 ‘여기도 사람이 산다-지역에 의료는 있는가’ 편을 업로드 했다. 매일 서울 대형병원에 오는 지방의 노년층 이야기로 시작한 다큐는 의대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 이후 지역 의료 상황을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1월 28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해당 다큐를 취재한 박상희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지역 기자 출신으로 지역 의료계 다룬 다큐멘터리 만들어 세상에 보여줬다는 게 기쁘지만..."

박상희 뉴스타파 기자
박상희 뉴스타파 기자

- 지역 의료에 대한 취재해서 다큐로 업로드하셨는데 소회가 어때요?

“사실은 보도되고 뿌듯하기보다 아쉽기도 하고 미련도 남기는 했어요. 그래도 지역 의료를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을 만들어서 세상에 보여줬다는 게 기쁘죠.”

- 지역 의료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처음에는 지역 의료로 시작한 건 아니고 지금 의료대란을 같이 취재해 보자고 신동윤 PD가 얘기해서 의료 전반을 취재했어요. 그런데 도중 필수 의료와 지역 의료로 각각 한 편씩 만들자고 얘기 하더라고요. 제가 지역 기자 출신이기도 하니까 지역 의료를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하게 됐죠.”

- 그러면 지역 의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사실은 잘 없어요. 의료 문제에 대해서 처음 고민해 본 것 같아요.”

- 그럼 취재하며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나요?

“사실 다 새로웠어요. 지역 의료가 이렇게 열악한지도 몰랐어요. 열악하다는 게 아예 병원에서 임금을 못 줄 정도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역의 병원을 이용 못하는 처음 안 것 같아요. 어러울 거란 추측은 했었는데 당장 내가 외과 진료를 받으려고 해도 훨씬 멀리 나가거나 수도권까지 나가야 되는 상황까지 몰랐어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했나요?

“처음에는 정부의 의료 정책 때문에 지역 의료에 문제가 생긴 게 있을까를 먼저 알아봤어요. 그랬더니 보건지소에 있는 공중보건 의사들이 다 수도권으로 파견됐다는 거예요. 그건 물론 지역 언론에는 이미 보도가 됐던 내용인데 저는 새삼 알게 돼서 그걸 좀 더 알아보니까 진짜 보건지소가 다 비어 있고 다른 보건지소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가 순회 진료를 보니까 일주일에 한두 번만 보건지소에 의사가 있는 거예요. 그것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아침 7시 반부터 저녁까지 셔틀버스가 계속 순환...수서역서 삼성서울병원 1시간당 300명씩 태워”

- 매일 지방에 사는 노년층이 KTX나 SRT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거 같은데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정확하게 숫자 확인해 보고 싶어서 세브란스병원에 전화했지만 아직 확인 안 해주네요. 그러나 제가 그때 본 건 서울역에서 45인승 버스에 한 20명 정도 태워요. 이미 용산역에서 버스에 승객들이 타 있고 나머지 태워서 가고 못 탄 분들이 또 한 20명 넘게 남아 있었어요. 또 10여분 뒤쯤에 버스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 나머지 태우고요. 그런 식으로 아침 7시 반부터 저녁까지 셔틀버스가 계속 순환해요. 그런 노선이 서울역 노선, 경복궁역 노선, 수서역 노선 등 많아요. 작년에 보도된 한겨레 보도 보니까 수서역에서 삼성서울병원 셔틀버스가 1시간당 300명씩 태운다고 하더라고요.”

- 왜 서울로 올라올까요?

“지역에 큰 병원이 없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그 병원에서 진료 못 받는 병일 수도 있고 그 지역 병원을 못 믿어서 그런 것도 있고요. 복합적인 것 같아요.”

- 그렇게 오시면 돈도 많이 나가고 힘들 거 같은데 어떻다고 하세요?

“제가 그런 KTX 타고 올라오시는 분들 얘기를 많이 들어보지는 사실 못했어요. 저희 뉴스에도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방사선 치료 같은 걸 하면 매일같이 서울 올라오시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전주나 부산 같이 먼 곳에서도 오실 텐데 당연히 체력적으로도 힘드실 거로 생각해요.”

- 정부가 3월에 지역 공중보건의들을 서울로 불러올렸잖아요. 그럼, 지역은 공보의가 빠져도 괜찮다고 생각한 걸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3월부터 정부가 지역에 있는 공중보건의사들을 수도권으로 데리고 왔거든요. 당장 수도권의 큰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해서 빈자리가 생겼으니, 메워야겠다는생각만 한 게 아닐까 추정하죠.”

- 공보의가 없으면 그 지역은 문제가 될 건데 그걸 생각 못 한 걸까요?

“그건 모르겠고 공중보건의사들은 이번 의료 개혁 정책 아니어도 현역으로 입대하는 의대생들이 많아졌고 또 의대생 중에 여성 비율이 높아져서, 공중보건 의사가 이미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때문에 이미 보건지소가 비어 있는 곳들이 있었지만 대책을 안 만들어줬었거든요. 근데 심지어 거기서 더 수도권으로 파견을 보내버려서 무책임한 것 같다고 생각했죠.”

"부안군 섬 지역, 보건지소에 공중보건의사 순회 진료...1주일에 한 번 정도 오니까 기다리거나 하는 수밖에" 

11월 25일 뉴스타파 다큐 '여기도 사람이 산다-지역에 의료는 있는가' 편의 한 장면.(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11월 25일 뉴스타파 다큐 '여기도 사람이 산다-지역에 의료는 있는가' 편의 한 장면.(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 전북 부안군에서 섬을 제외하고 10개 면 중 6곳엔 의원급 민간병원이 하나도 없다고 나오던데 거기도 사람이 살 건데 그들은 어떻게 하죠?

“부안군 보건소장님이 얘기해 주신 거예요. 민간 병원이 없어서 보건지소를 하나씩 만들어 놨는데 그마저도 공중보건의사가 또 안 배치된 보건지소도 있대요. 그러면 그 면에는 공중보건의사도 없고 민간병원도 없는 거예요. 방법은 다른 면에 있는 보건지소 가거나 아니면 다른 지역에 있는 민간병을 찾아가거나 그도 아니면 우리 보건지소에 공중보건의사가 순회 진료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오니까 그걸 기다리거나 하는 수밖엔 없는 거죠.”

- 강원도 정선 임계면은 공보의가 외지에서 오니 아파도 바로 갈 수 없나 봅니다?

“제가 물어보니까 보건지소라고 해도 바로 집 앞에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버스를 타고 가야 되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도 가파르고 또 멀기도 하고 버스도 15분은 타야 된다고 하시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이 내일 병원 가야겠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더라고요.”

- 또 공보의가 없을 때도 있잖아요.

“그렇죠. 심지어 공보의가 이날 없다는 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알고 계신 건 아니잖아요. 보건지소에서 월요일만 진료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전화도 돌리고 하신대요. 근데 전화 못 받으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 그럼 헛걸음하시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 그렇게 생활이 가능한가요? 저만 해도 전주에 사는데 병원 많거든요. 아프면 바로 갈 수 있는데 시골에 사시는 분들은 아파도 병원 바로 못 가니 힘들 것 같거든요.

“그렇죠. 그래서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 갖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분들이 보건지소 보통 가시면 약을 받아오셔야 되는데 진료 날짜 놓치시면 약을 제때 못 받으실 수도 있고요.”

- 고혈압 같은 건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감기 같은 건 언제 걸릴지 모르잖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한다고 해요?

“솔직히 제가 그걸 자세히 취재한 건 아닌데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서 빨리 차 타고 큰 병원으로 가거나 119 부르거나죠.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해서 힘들게 큰 병원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응급 상황은 시간이 금이잖아요. 그게 안 되니까 더 위험해질 수도 있죠. 근데 그건 해결 방법이 없어 보여요.”

- 전국에서 분만 의료 취약지가 108곳이라고 나오던데 엄청난 거 아닌가요?

“이게 작년에 국립중앙의료원이 발표한 수치인데 그러면 전국 시·군·구의 43%라는 거거든요. 108곳이 그러면 절반 가까운 수준이라는 건데 심각한 거죠.”

 "아기를 낳아도 계속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야 되니까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시골에 살기 싫을 것”

11월 25일 뉴스타파 다큐 '여기도 사람이 산다-지역에 의료는 있는가' 편의 한 장면.(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11월 25일 뉴스타파 다큐 '여기도 사람이 산다-지역에 의료는 있는가' 편의 한 장면.(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 그럼, 시골 같은 경우 젊은 사람들이 살기 어렵겠네요?

“그렇죠. 아기 가지면 1시간 더 넘게까지 병원 찾아다녀야 되고 정기 검진은 자주 다녀야 되고 또 아기를 낳아도, 사는 지역에는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거예요. 그럼, 아기를 낳아도 계속 전전긍긍하면서 살아야 되니까 당연히 젊은 사람들이 시골에 살기 싫을 것 같아요.”

- 지역에 의료가 부족한 건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이겠죠?

“제가 이걸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기본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니까 환자가 줄어드니까 당연히 그 환자를 볼 의사나 병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근데 이게 부족해지거나 열악해지는 원인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역에 사람이 없어져서 민간 병원이 수익 못 내면 그 지역에 사람들이 몇 명이 사는지 이 사람들에 필요한 진료 과목이 뭔지 파악해 공공병원 세운다거나 아니면 공공의료 인력을 더 투입해 준다거나 아니면 민간병원일 경으 민간병원이 계속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지원 해주면 의료가 부족해지거나 열악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처럼 했는데 작년 이후 지원을 거의 안 한 건가요?

“사실상 그렇습니다. 왜냐면 코로나 전담 병원이 해제된 뒤로는 회복기 지원금이라는 걸 줬었는데 작년에 거의 다 삭감이 됐어요. 물론 여전히 공공병원을 지원하는 명목의 예산이 있지만 지금의 적자 같은 걸 메우기에는 적은 금액이에요.”

- 코로나로 못 받은 환자들이 안 돌아오니 문제가 더 커진 건가요?

“맞아요. 그러니까 코로나 전담병원을 할 때 2년 넘게 감기 등 일반 환자들을 안 받았잖아요.그사이에 그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다니기 시작한 거예요.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일반 진료를 공공병원이 보는데 환자들은 이미 다른 병원으로 가서 공공병원 병상 가동률이 거의 반토막 나듯이 된 거예요. 물론 조금씩 회복은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코로나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을 못 하고 있어요.”

-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는 건가요?

“정부가 예산을 아예 배정 안 한 건 아니에요. 근데 공공병원 살리기에는 너무나 적은 예산이죠. 지금으로서는 대책이 없어 보여요.”

- 지역 공공 병원 설립에 예비 타당성 조사하는 게 맞나 싶어요. 병원이 돈 버는 곳은 아니니까요.

“저도 충격받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취재하기 전까지 공공병원 만들 때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다는 걸 몰랐어요. 근데 ‘좋은 공공병원 만들기운동본부’ 분들 말씀을 들어보니까 진짜로 이 환자를 살렸을 때 이 환자가 얼마나 생산성 있는 사람이냐나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서 가치가 높아지고 그런 사람들을 많이 살릴 수 있어야 병원을 지을 수 있다고 하니까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고요.”

- 지역 공공병원에 투자하면 상황이 나아질까요?

“저도 사실 지역 공공병원에 돈을 충분히 투입해서 공공병원 살려놓으면 환자들도 다시 오고 빅5 병원 안 갈까란 생각까지 하긴 했어요. 근데 그건 지켜봐야 할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최소한 이 공공병원이 의료진에 임금 체불 없이 적어도 진짜 필요한 진료과목을 운영할 수 있게끔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해요. 그래야 갑자기 지역 사람들이 아파졌을 때 갈 수가 있잖아요. 투자하면 정말 아주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될 거라고 봐요.”

"지역에 의료가 없다는 사실 너무 부당하다고 느껴...좀 더 이 문제 알리고 싶어"

- 지역 의료 문제가 의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애초에 지역 의료의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도 인구 소멸이고 인구 소멸 저출생 고령화 그리고 결국에는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 된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저는 나름 지역에서 기자 생활 시작해서 지역에 대해 조금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역을 많이 몰랐다는 걸 깨달았고요.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 고향이어서 애정 갖고 잘 살고 있는데 아플 때 이 지역 벗어나야 한다고 하고 심지어 거기서 생을 마감해야 할 수도 있잖아요. 지역에 의료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부당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좀 더 이 문제를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취재하며 어려운 점이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제가 서울에서 일 하다 보니까 지역을 며칠씩 가서 취재한다거나 전국을 다 돌아다니는 게 어려우니 좀 더 주민들과 더 깊은 대화도 하고 싶고 더 스킨십도 하고 싶은대 그런 게 좀 잘 안돼서 힘들었던 것 같고요. 또 맨날 기차 타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고요. ”

/이영광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