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108)
주춤하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다시 본격 점화돼 빠르게 불타오르는 듯하더니 지방의회에서 거센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행정통합의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지역언론 보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0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에서 얼마나 많은 권한과 특례사무를 이양 받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며 "4대 기관장이 합의만 만큼 정부에서 각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든 후 대구와 경북에서 특례로 요청한 249가지 사항에 대해 협의하게 되면 11월 이전에 중앙에서 통합 대구경북특별시에 넘겨줄 것을 모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혀 전국의 관심을 모았었다.
특히 전주·완주 통합을 중요 사업으로 추진하는 전북자치도와 전주시, 민선 8기 들어선 이후 행정통합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광주·전남 등 호남지역 지자체들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불과 한달여 만에 다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 하면 광주·전남지역은 대구·경북 또는 부·울·경을 모델로 행정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뜨겁게 조성되는 분위기다. 초국가 초광역 경제권역의 확장이 세계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고, 지방행정체제는 이런 이슈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광주·전남도 행정통합을 서둘러야만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양 지역 통합 관련 의제를 다룬 주요 언론들의 보도 내용을 톺아본다.
속도 내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다시 ‘험로’···"통합하면 신세계" "통합보다 균형 발전" "하더라도 주민들이 결정해야"

10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다시 본격 점화돼 빠르게 불타오르는 듯했다. 이날 이들은 “2026년 7월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의 대구광역시·경상북도 통합 지방자치단체인 '대구경북특별시'가 출범하게 됐다”고 강조해 다른 통합 추진 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한달 이상이 지난 지금 대구·경북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다. 지난 30일 대구MBC는 심층기사(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바라보는 시선들···"통합하면 신세계" "통합보다 균형 발전" "하더라도 주민들이 결정해야")에서 행정통합과 관련한 지역 민심을 조명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최근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권역별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11월 말을 기준으로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기사는 “시도는 10월 21일 공동 합의안을 도출한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종 잡음과 마찰음이 일고 있다”며 “먼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드러난 대구·경북 행정 통합에 대한 대구와 경북의 시각차는 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구에서는 주로 산하기관, 관변단체 등이 잇따라 통합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반면 경북은 반대 여론이 우세해 보인다”는 기사는 “경북 북부권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경북 지역의 일부 주민 설명회에서는 '주민 없는 행정 통합'이라는 비난 속에 파행됐고, 안동시와 예천군은 행정 통합을 반대하는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며 “북부권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서 열린 주민 설명회를 찾아 이른바 '원정 반대 시위'도 펼쳤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TK 행정 통합에 가장 비판적인 기초단체장 중 한 명인 권기창 안동시장은 통합보다는 균형 발전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반대 이유와 관련 이날 방송은 “가뜩이나 경북 북부권의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았는데, 대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행정 통합 '기대효과'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면서 “2026년 통합 이후 20년 뒤인 2045년에는 인구가 491만 명에서 1,205만 명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1.41%에서 9.0%로 급증한다는 예측에 '허황하고 과장됐다'는 비판이 대구시의회 행정사무 감사 등에서 쏟아졌다”고 밝혔다.
또한 기사는 “일방적인 통합, 형식적인 여론 수렴이라는 지적은 행정 통합 추진 초기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이런 상황에도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행정 통합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인 반면 지역 시민단체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고 운을 뗀 뒤 “대구·경북의 미래를 주민들이 주도해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발족한 시민단체인 '대구경북우리손으로'가 본격 활동을 시작한 건데, 1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경북우리손으로는 2024년 11월 발족식을 갖고 앞으로 행정 통합에 대한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영철 대구경북우리손으로 정책위원장은 "대구·경북 통합이 굉장히 중요한 만큼 주민들이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논의로 진행하기를 원한다"며 "그것의 가장 정당한 방식은 주민 투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은 또 “이들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TK 행정 통합의 문제점과 대안도 제시했다”며 “주민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서명한 공동 합의문, 주민을 들러리로 세운 형식적 설명회, 터무니없이 부풀린 기대 효과 등을 사례로 들며, 행정 통합 추진 과정이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40여 년 만에 대구와 경북이 다시 뭉치는 행정 통합은 분명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찬성과 반대, 냉소적인 의견이 다양하게 뒤섞여 있는 가운데 TK 행정통합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이 이날 특히 주목한 대목은 “통합 추진의 최종 관문인 특별법 제정도 난관에 부딪혔다”는 점을 들며 “국회 동의를 받기 위해 협조가 절실한 더불어민주당이 TK 행정통합을 연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중재안 제시로 무산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속단하긴 어렵지만,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경북 북부지역 시·군의회 의장협, 경북·대구 행정통합 결사 반대”

앞서 대구일보는 28일 ‘경북 북부지역 시·군의회 의장협, “경북·대구 행정통합 결사 반대” ⋯성명서 경북도와 경북도의회 전달’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북북부지역 시·군의회 의장협의회(이하 경북 북부권 의장협의회)가 ‘경북·대구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27일 경북도와 경북도의회에 전달했다”며 “경북 북부권 의장협의회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경북·대구 행정통합 추진은 시·도민의 의겸수렵 없이 광역자치단체장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위로부터의 결합에 불과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북·대구 행정통합은 절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특히 시·군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하는 작금의 형태에 경북 북부권 의장협의회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한 내용을 덧붙였다.
“시·군 협의 없는 TK 행정통합 반대”

경북도민일보도 11월 18일 관련 기사(“행정통합, 시군 의견 배제한 일방적 추진”)에서 “의성군의회는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의성군의회 입장문’을 발표하고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적인 추진 방식을 지적하며 민주적 토대 위에서 행정통합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며 “군의회는 시·군의 의견이 배제된 대구·경북 통합은 과연 무엇을 위한 행정통합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군과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의견수렴도 하지 않은 채 도지사와 시장, 단 둘만의 논의로 일관했다며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다음 날인 19일에도 “시·군 협의 없는 TK 행정통합 반대”란 제목의 기사에서 “포항시의회가 18일 제319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8일간의 의사일정을 시작했다”며 “이날 본회의에 앞서 김성조 시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경북 시군의 협의 없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고, 의회차원의 행정통합 반대 결의안과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고 보도해 TK지역 행정통합이 순탄치 않음을 암시했다.
“지역소멸 대응위해 광주·전남 통합 필요성 커져”

한편 TK지역이 행정통합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사이에 광주·전남지역은 행정통합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다.
KBC광주방송은 11월 30일 ‘지역소멸 대응위해 광주·전남 통합 필요성 커져’란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와 전남통합의 필요성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며 “담양광주통합북구발전포럼은 오늘 서영대학교에서 토론회를 열어 이민원 광주대 명예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광주와 전남의 통합 필요성에 대해 토론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참석자들은 지역소멸과 경제 기후 위기가 우리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통합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통합 분위기를 띄웠다.
‘‘부·울·경’처럼 …광주·전남 초광역권 묶어야”
광주일보도 11월 27일 ‘‘부·울·경’처럼 …광주·전남 초광역권 묶어 핵심 의제 해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광주·전남 상생 발전 태스크 포스(TF)’ 가동을 약속하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 해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통합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광주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앙당 차원의 민·군 공항 이전 등을 논의할 광주·전남 상생 발전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는 기사는 “민주당은 양부남 광주시당 위원장, 주철현 전남도당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 사무총장 등과 TF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에게도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생 TF의 구체적 일정 등은 오는 12월 중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은 광주·전남 부활을 위한 3대 사업으로 ▲에너지 고속도로 선도지역 구축 ▲광주·전남 통합 행정·신산업 발전 ▲민간·군 공항 이전 등을 광주·전남 TF의 핵심 의제로 내놓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또 최근 다시 논의되고 있는 대구·경북,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같이 광주·전남을 하나의 초광역권 도시로 묶어 지원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는 기사는 “민주당은 이를 통해 광주·전남 민·군 공항 이전, AI(인공지능) 사업 등 중장기 과제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광주·전남 행정통합 서두르자…광주·전남엔 행정통합 추동할 리더 없나”


광주매일신문은 11월 6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서두르자!’는 외부 칼럼을 싣고 통합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섰다. 칼럼은 “대구·경북의 행정통합에 대해 언론과 지역 여론도 모두 매우 파격적이라 평가하고 있다. 과거에 분리된 광주·전남도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춰 행정통합 논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칼럼은 “광주·전남도 행정통합을 서둘러야 한다”며 광주·전남 행정통합 필요성에 대해 “청소년의 인구 유출과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체계적인 인구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비슷한 정서와 생활권임에도 별도의 행정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와 예산이 중복되고 있다. 수도권 중심의 발전 구조와 쏠림 현상으로 경제 발전도 뒤처져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의 세계적 흐름 속에서 광주·전남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오랜 역사를 견주어 봐도 한 뿌리의 공동운명체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서두르자.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현실에서 통합은 생존의 문제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11월 13일에도 ‘광주·전남엔 행정통합 추동할 리더 없나’란 제목의 외부 칼럼을 통해 “요즘 대구와 경북에선 ‘대구경북특별시’ 설명회가 한창이다”며 “부산과 경남 움직임도 빨라졌다”고 운을 뗀 뒤 “대구와 경북, 부산과 경남의 정치적 지도자는 대단한 식견과 리더십 소유자다. 설령 행정통합이 좌초된다고 해도, 이를 추동한 리더십만은 높게 평가해야 한다”며 “광주·전남엔 행정통합을 추동할 리더십을 가진 정치 지도자가 정녕 없나”라고 지적했다.
행정통합이 이처럼 영호남의 대표격인 지역들에서 연일 주된 이슈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행정통합이 여의치 않은 곳에선 대안으로 메가시티, 메가시티리전, 초광역경제권 등을 들먹이고 있다. 이러다 전 지역이 온통 통합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