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팅-2024년 11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과 광범위한 민심 이반을 의식한 듯 취임 후 불과 네 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2년 6개월 동안 자신을 비롯한 부인과 측근들로부터 기인한 온갖 의혹들로 국민적 공분이 극도로 쌓여 '탄핵'이란 말을 누구나 주저 없이 입에 올릴 정도인 심각한 상황에 이르도록 국민과의 대표적 '커뮤니케이션 기법' 중 하나인 공식기자회견을 너무 오랜 만에 가졌음에도 결과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난 형국이다.
7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15분간 대국민 담화를 한 뒤 125분간 기자회견을 했지만 ‘이럴 거면 뭐 하러 했나’라는 반응을 자초한 자리였다는 비판이 높다. 마지못한 사과는 공허했고, 의혹마다 궤변과 견강부회식 주장으로 일관했을 뿐만 아니라 '명태균 씨 관련 의혹'들은 모략이고, ‘김건희 특검’은 삼권분립 위반이자 정치 선동이란 비판도 나왔다. 또 이날 기자회견이 2시간 20분에 걸쳐 생중계로 이뤄졌지만 이를 본 다수 국민을 절망케 하는 회견이었다는 지적이 주요 언론들의 의제로 부각됐다.
게다가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 공식 기자회견이지만 MBC는 이번까지 단 한 번도 질문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질문을 한 기자들조차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의아해했다.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었다'는 혹평을 가한 것을 비롯해 ‘특검 제도마저 부인한 윤 대통령, 마지막 기회 걷어찼다’,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는 제목의 사설 제목들이 등장할 정도였다. 취임 후 네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날선 상관조정 기능의 사설과 칼럼 등이 심상치 않다. 이와 관련 '뉴스가 뉴스 다워야지...뉴스 큐레이팅'이 주목한 주요 의제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부끄럽지도 않나”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 이젠 더 이상 기대가 없다’
한겨레신문 8일 자 사설 제목이다. 명색이 대통령 기자회견이었는데 표현이 좀 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날카롭게 제목을 뽑았다. 그러나 사설 내용을 들여다 보면 더 강도 높은 어조로 전날 대통령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했다. 행간 곳곳에서 강렬함이 묻어 난다.
사설은 리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은 ‘이럴 거면 뭐 하러 했나’라는 반응을 자초한 자리였다”고 규정한 뒤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무엇을 사과하는지 알 수 없었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윤 대통령 부부-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 현안에도 무엇 하나 명쾌한 설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억울함 토로와 자화자찬으로 140분을 채운 윤 대통령에게 더 이상 어떠한 기대도 걸 수 없게 됐다”는 사설은 “의료 공백 장기화 등 국정 실패 사례와 김건희 여사 문제 및 명태균씨 관련 의혹 등 구체적 사안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죄송하다면서도 뭘 사과하느냐는 물음에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면서 “본인도 모르는 것이다. 뭘 잘못했는지. 그렇게 사과하라고 하니 일단 ‘사과는 해드릴게’라는 투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논의한 명씨와의 통화에 대해서도 ‘요만큼이라도 도움 주려고 노력한 사람에 대해 그렇게 매정하게 하는 게 섭섭하겠다 싶어 전화를 받아준 것’이라 했다"며 “뻔뻔하다. 심지어 ‘경선 이후 연락한 적 없다’고 했던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 논란도 자신이 아닌 참모진 잘못으로 떠넘겼다”고 비판한 사설은 “부끄럽지도 않나. 리더가 이렇게 비겁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매섭게 꼬집었다. 신문은 이날 사설 말미에서 “기자회견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전혀 다른 의미로 ‘이런 대통령 처음 봤다’고 할 것이다”고 무거운 일침을 가했다.
“특검 제도마저 부인…‘마지막 기회 걷어찬 대통령”

이날 경향신문은 사설 제목을 ‘특검 제도마저 부인한 윤 대통령, ‘마지막 기회’ 걷어찼다’고 뽑았다. 역시 강한 결기가 느껴진다.
사설은 서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에서 ‘명태균 게이트’와 광범위한 민심 이반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며 “그러나 마지못한 사과는 공허했고, 의혹마다 궤변과 견강부회식 주장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한 뒤 “명씨 관련 의혹은 모략이고, ‘김건희 특검’은 삼권분립 위반, 정치선동이라고 했다. 2시간20분에 걸쳐 생중계로 지켜본 다수 국민을 절망케 하는 회견이었다”고 규정지었다.
논란과 의혹이 가득한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해명에 대해서도 사설은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잘 치르고 국정도 원만하게 잘하게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국어사전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며 “뻔히 드러난 사실마저 부인하는 해명을 사람들이 믿을 거라 보는 건가”라라 반문한 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해 오늘의 정치적 입지를 만든 윤 대통령의 말은 이율배반적이다”고 직격했다.
사설은 말미에서 “대통령이 민심을 잃어 통치불능에 빠지는 건 국가적으로도 불행이다”며 “다수 국민은 윤 대통령이 특검 수용 등 입장을 밝히며 국정 쇄신과 민심 회복의 첫 단추를 끼우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기회마저 걷어찼다. 윤 대통령의 담화·회견 내용은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 정치적 후폭풍에 대한 모든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뼈 있는 일침으로 마무리했다.
“MBC 기자는 이번에도 호명되지 않았다”

방송사들 중 MBC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질문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회견 방식에 대한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7일 기자회견 직후 방송은 ‘"MBC·JTBC 기자는 안 왔어?"‥'끝장 회견'서도 질문 패싱’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온라인에서는 MBC나 JTBC 취재기자가 과연 질문 기회를 얻을지 관심이 집중됐다”며 “그러나 오늘 기자회견에서 뉴시스 기자의 질문을 시작으로 연합뉴스와 KBS, 중앙일보, 한겨레, AFP 등 30명의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가졌고, TV조선, 채널A 등 종편기자들도 질문을 했지만 MBC 기자는 이번에도 호명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 공식 기자회견이지만 MBC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질문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기사는 “윤 대통령은 5개의 질문을 더 받았는데,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의대증원 관련 해법'이나 '채상병 사망 사건과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특검 수용 여부' '공영 방송 장악 논란' '주요 기관장들의 뉴라이트 논란' 등 주요 현안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며 “기자들은 더 손을 들어 질문을 하려고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고 전했지만 “'끝장 회견'이 될 거라던 기자 회견은 2시간 20분 만에 끝났다”는 마지막 멘트 속에는 서운함과 분함이 동시에 녹아 있었다.
“고개는 숙였지만 무엇을 사과했는지 불명확한 회견”

JTBC도 이날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두고 뉴스룸 앵커는 관련 보도 서두에서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사과 회견'이라고 하기엔 국민 입장에서 허무하고 허탈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JTBC '뉴스룸'은 윤석열 대통령 관련 기사를 무려 20건 보도했다.
그러나 이날 방송은 해당 기사들에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렸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고 왜 사과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따르지 않았다”며 “고개는 숙였지만 무엇을 사과했는지 불명확한 회견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공통적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 인식 민심과 멀어도 한참 멀다”
지역 언론들 중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냉철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8일 ‘사과했지만 국민 기대 못 미친 윤 대통령 담화·회견’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사과를 통해 날로 악화하는 민심을 달래려 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불신만 더 키운 꼴이 됐다”고 서두에서 평가한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특검’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60%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의 인식은 민심과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천개입·여론조작설이 불거진 명태균 씨 논란에 대한 해명도 실망스러웠다”는 사설은 “이날 윤 대통령은 140분 동안 27개의 질문을 기자들로부터 받았지만 기자들조차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해 사과하는지 의아해했다”며 “실제로 한 기자는 ‘사과엔 갖춰야 할 요건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인 사과를 하셨다’며 보충 설명을 요구했고 또 다른 기자는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부분인가’라고 물었다”고 비평했다.
“제 손으로 제 무덤 판 尹”
굿모닝충청은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조하준의 직설’ 칼럼에서 ‘제 손으로 제 무덤 판 尹’이란 뼈 있는 제목을 뽑아 달았다.
“7일 오전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로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고 시작한 칼럼은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올리고 국민들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김건희 방탄'에만 열을 올린 자리였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이 남의 말을 잘 귀담아 듣지 않는 벽창호 같은 인물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고 2년 반 동안 국민들은 누구보다도 뚜렷이 지켜봤다”는 칼럼은 “그런 사람이 이번 사건이 터졌다고 해서 쉽사리 국민들 앞에 사과할 리가 있을 리 만무하다”며 “기자라는 직업상의 이유로 윤 대통령의 2시간 분량의 기자회견을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듣는 내내 고문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이 날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진솔함도 없었고 당당함도 없었고 메시지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런 뒤 칼럼은 “차라리 8년 전 박근혜 씨의 논란을 일으킨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기만 하다’는 발언이 양반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직설적으로 꼬집었다.
한발 더 나아간 칼럼은 말미에서 “이 모든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자업자득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을 섬기는 대상이 아닌 지배하고 군림하는 대상으로 여긴 채 여론이 어떻게 되든 말든 막가파로 막 나갔기에 결국 민심이반을 불러 일으키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7년 5월 9일,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할 것’이라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그 날 그는 용산 대통령실에 있을 것 같아 보이질 않는다”고 묘한 여운까지 남겼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