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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 퇴임을 앞둔 김철홍 인천대 교수가 퇴임식에서 수여되는 대통령 훈장을 거부해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교수들 퇴임식에서 당연히 받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대통령 훈장과 관련 김 교수는 “훈장을 받는 사람도 자격이 있어야 하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사람도 충분한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거부 사유를 밝힘으로써 현실에 둔감하거나 경직된 교수사회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 이름에 강한 거부감 들었다”

김 교수는 28일 일부 언론들에 보낸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는 제목의 글에서 “며칠 전 대학본부에서 정년을 앞두고 훈·포장을 수여하기 위해 교육부에 제출할 공적 조서를 작성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미 사회적 기득권으로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일정 이상 시간이 지나면 받게 되는 마치 개근상 같은 훈·포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훈·포장 증서에 쓰일 수여자의 이름에 강한 거부감이 들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훈·포장의 수여자가 왜 대한민국 또는 직책상의 대통령이 아니고 대통령 윤석열이 되어야 하는가이다”며 “윤석열은 선출된 5년짜리 정무직 공무원이다”며 “나는 만약에 훈·포장을 받더라도 조국 대한민국의 명의로 받고 싶지, 정상적으로 나라를 대표할 가치와 자격이 없는 대통령에게 받고 싶지 않다”고 거부 사유를 분명히 밝혔다.
“지지율 20%면 창피한 줄 알고 스스로 정리하라” 충고

또한 “노벨 문학상 수상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하는 분위기 조장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지역감정으로 매도하고, 급기야 유해도서로 지정하는 무식한 정권이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일개 법무부 공무원인 검사들이 사법기관을 참칭하며 공포정치의 선봉대로 전락한 검찰 공화국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의 이름이 찍힌 훈장이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라며 “나라를 양극단으로 나누어 진영 간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사람 세상을 동물의 왕국으로 만들어 놓고, 민중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의 가족과 일부 지지층만 챙기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포장이 우리 집 거실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 교수는 “매 주말 용산과 광화문 그만 찾게 하고, 지지율 20%면 창피한 줄 알고 스스로 정리하라”고 충고한 뒤 “잘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 그만 내려와서 길지 않은 가을날에 여사님 손잡고 단풍이라도 즐기길 권한다”며 “훈장 안 받는 한풀이라고 해도 좋고, 용기 없는 책상물림 선생의 소심한 저항이라고 해도 좋다. 이 훈장 자네나 가지게”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주노총 산하 교수노조 국공립대 위원장을 지낸 김 교수는 인천대에서 30년 넘게 교수로 근무해 왔다. 이러한 김 교수는 퇴임을 앞두고 33년 이상 경력을 인정받아 근정훈장 수여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처럼 사유를 분명히 밝히며 훈장을 거부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