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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다시 본격 점화돼 빠르게 불타오르고 있다.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날 이들은 “2026년 7월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의 대구광역시·경상북도 통합 지방자치단체인 '대구경북특별시'가 출범하게 됐다”고 강조해 다른 통합 추진 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마침내 시동을 건 셈이어서 통합을 추진하는 다른 지역들이 초미의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이 지역 통합이 전국 지자체들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대구·경북 “11월 이전 중앙 권한과 특례사무 이양 합의할 것"…빠른 통합 추진 ‘주목’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원회,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등 4개 기관 대표들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사진=대구광역시 제공)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 지방시대위원회,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등 4개 기관 대표들이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을 위한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사진=대구광역시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에서 얼마나 많은 권한과 특례사무를 이양 받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며 "4대 기관장이 합의만 만큼 정부에서 각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든 후 대구와 경북에서 특례로 요청한 249가지 사항에 대해 협의하게 되면 11월 이전에 중앙에서 통합 대구경북특별시에 넘겨줄 것을 모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중앙 권한 이양 내용과 이에 따른 재정 지원 방안을 협의하면서 다음 달부터 12월 초에 도의회와 주민들에게 통합 필요성과 기대 효과, 주요 특례 등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12월에 통합안이 시도의회를 통과하면 의원 입법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특별법 제정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가칭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지원 특별법'은 대구·경북 통합 방안과 범정부 지원 방안 등을 담게된다. 그동안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많은 난관을 겪으면서 무산 위기에 내몰렸으나 우여곡절 끝에 급반전을 이룬 결과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홍 시장과 이 지사는 지난 5월 행정 통합 추진을 공식화한 데 이어 6월에는 4개 기관장이 모여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기본원칙, 로드맵에 합의했다. 하지만 시·군 권한과 통합 청사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여 홍 시장이 지난 8월 통합 논의를 장기 과제로 돌리겠다고 선언하면서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대구와 경북이 통합 청사 설치 등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 시·도가 이견을 보인 쟁점 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이번 공동 합의문까지 성사되게 이른 것이다.

“대구경북특별시의 법적 지위,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으로 설정”

공동 합의문은 대구·경북 통합 추진을 위한 4개 기관의 역할과 대구 및 경북 간 7가지 합의사항을 담았다. 그 중 ‘대구와 경북을 통합해 설치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대구경북특별시'로 하며, 대구경북특별시의 법적 지위는 광역시와 도를 통합한 취지를 고려해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으로 설정한다’는 대목이 가장 눈길을 끈다.

또한 ‘대구경북특별시 관할 시군 및 자치구는 통합 후에도 종전 사무를 계속 수행하고, 청사는 현재 대구시 청사와 경북 안동시·포항시 청사를 모두 활용한다’는 내용과 ‘통합의 실질적인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대구경북특별시에는 경제·산업 육성, 균형발전, 광역 행정 등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및 총괄·조정·집행 기능을 부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행안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통합의 입법 절차와 행정·재정적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국가의 사무와 재정을 적극적으로 이양하기로 했다. 대구와 경북은 공동 합의문을 토대로 신속히 통합방안을 마련해 정부로 건의하기로 했고, 이후 정부는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 대구·경북 통합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경북 통합 지자체는 관련 특별법 제정 후 2026년 7월에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인근 지역들은 물론 통합을 추진 중인 다른 지자체들에도 상당한 파급을 미칠 전망이다.

“다음 달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시킨다”

당장 인근 부산시와 경남도는 다음 달 중 경남도청에서 행정통합 기본 구상안을 공개하고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두 지자체는 이달 초 공론화위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으로 시·도민 공론화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경남도가 전국체육대회와 장애인체육대회를 치르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두 시·도는 민간 주도의 공론화를 통해 행정통합 모델과 통합에 따른 기대 효과 등을 충분히 설명한 뒤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구·경북이 통합에 합의했지만 이는 단체장 간 합의일 뿐 통합에 따른 지역별 유불리에 따라 다양한 시·도민 이견과 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며 “결국 통합 성패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시·도민 여론”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통해 수도권에 비견되는 남부권 거점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연방제 주에 준하는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경남이 합치면 650만명 인구에 지역 내 총생산이 200조에 달하고, 가덕신공항과 부산항 신항 등 산업·물류 인프라와 지정학적 위치 등을 감안할 때 대구·경북보다 더 큰 통합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TK발 행정통합이 부울경에 위기 의식을 자극하면서, 통합에 대한 지역 여론을 고취시키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소멸 대응"…광주·전남 행정통합 재부상

호남지역에서도 통합 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2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광주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이슈가 재부상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국감 위원들은 지방 소멸 위기 대응책으로 행정통합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답보 상태인 호남권 행정통합 논의를 지적했다. 특히 행정자치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광주·전남의 상생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광주시가 더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전남·전북을 관통하는 메가시티 고속도로 건설, RE100 산단 조성 등을 제의하고 호남권 메가시티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권한과 인센티브를 줘가며 해야지 지방자치단체끼리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광주·전남의 경우 선 기능 통합 후 행정 통합 원칙에 공감하고 광역 철도, 에너지 정책 등 기능 통합을 먼저 함께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로 출범하는 충청광역연합, 행정통합 추진 본격”

14일 세종시 지방자치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왼쪽부터),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김하균 세종시 행정부지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세종시
14일 세종시 지방자치회관에서 열린 제33회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왼쪽부터),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김하균 세종시 행정부지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세종시 제공)

여기에 충청권 4개 시·도가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 '충청광역연합'을 연말 출범시키는 등 행정 통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전·세종·충북·충남 등으로 구성된 충청권 지자체들은 충청광역연합을 위해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규약 개정안 승인을 받았으며, 12월 18일 출범해 해당 업무에 착수한다고 잇따라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충청광역연합은 4개 시·도가 광역생활경제권인 충청 메가시티를 최종 목표로 초광역권 사무를 공동처리하기 위해 구성한 특별지방자치단체다. 지난 5월 정부로부터 충청지방정부연합에서 지방 명칭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다. 이처럼 충청광역연합이 탄력을 받으면서, 행정통합에 대한 지자체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행정통합의 경제적·사회적 파급효과가 상당한 만큼, 충청광역연합 다음 단계인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의 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충청권 4개 시·도를 통합하면 560만명에 이르는 주민등록 인구 형성이 가능하며, 2022년 기준 GRDP를 합치면 29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재 행정 통합에 대해선 대전시와 충남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태이며 세종시와 충북도는 행정 통합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민호 세종시장이 "충청권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며 함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충북도는 여전히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게 지역 언론들의 지적이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통합이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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