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2024 파리 패럴림픽' 폐회식이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렸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24 파리 패럴림픽' 폐회식이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렸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24 파리 패럴림픽’이 8월 28일부터 12일간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지만 전북지역에서 육상 대표로 참가한 전민재(47·전북 진안군) 선수의 대한장애인육상연맹의 내부 문제점 폭로 내용이 관계 당국 및 기관 등으로부터 외면당하거나 언론들이 침묵으로 일관해 국내 장애인 스포츠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주요 언론들은 9일 새벽(한국 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폐막된 이번 패럴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탁구·사격·보치아에서 금메달 6개를 따냈고,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를 따내며 종합 22위로 대회를 마무리, 10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언론들 장애인올림픽서 메달 딴 선수들 집중 ‘조명’...'연맹 고발' 전민재 선수 외침 '외면'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경기에서 역주하는 전민재 선수 모습.(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24 파리 패럴림픽' 육상 여자 경기에서 역주하는 전민재 선수 모습.(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대부분 국내 언론들은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딴 장애인들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고 있을 뿐 더욱 값진 노력과 성과로 많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도 장애인육상연맹의 내부 문제점을 고발한 전북 출신의 전민재 선수의 외침은 초기와는 다르게 대회가 끝나자 안중에도 없는 듯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전북지역 언론들마저도 입을 맞추기라도 하듯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해 빈축을 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 장애인 육상의 레전드(전설)’, '작은 거인'으로 널리 알려진 전북 진안군 출신의 전민재(전북장애인육상연맹 소속) 선수는 이번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기간 중 '연맹 임원의 반대로 생활 보조 지원을 못 받았다'는 내부 문제점을 폭로해 충격과 파장이 컸지만 지역 언론들은 대회 기간 내내 침묵(무보도)하며 외면했다.

지난 5일 전북도민일보가 연합뉴스를 그대로 인용해 ‘장애인육상 전민재 “임원 반대로 생활 보조 지원 못 받아”’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것 외에 그나마 전민재 선수에 관한 기사를 다룬 일부 지역 언론들은 ‘진안군 전민재 육상선수, 제17회 파리 패럴림픽서 유종의 미’, ‘'미소천사' 전민재 육상선수, 파리 패럴림픽 마무리’ 등의 제목과 함께 “파리 패럴림픽에 육상 국가대표로 참가한 진안군의 전민재 선수가 여자육상 100m에서 14초 95의 기록으로 7위, 200m에서 30초 76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고 단순 기사로 처리했다.

앞서 열린 제33회 파리 올림픽 등 다른 국제 경기대회에서 전북 선수들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일거수일투족을 대서특필하는 것과 달리 전민재 선수가 현지에서 폭로한 연맹과 임원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해 많은 독자와 시청자는 물론 도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제17회 파리 패럴림픽’에 5명의 전북대표 선수 중 육상 국가대표로 참가한 진안군의 전민재 선수는 1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0m에서 30초 76의 기록으로 올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5위를 차지한데 이어 5일(한국 시각) 열린 여자육상 100m에서 14초 95의 기록으로 7위를 기록하며 이번 패럴림픽 경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대한민국 장애인 육상을 대표하는 전민재 선수는 전북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진안군 진안읍 반월리에 거주 중이며 여자 장애인 육상 종목의 전설적인 선수로 알려져 왔다. 앞서 그는 2008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5회 연속 패럴림픽에 출전해 2012 런던 대회 100m·200m 은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200m 은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이 외에도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 2018 자카르타 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기며 ‘작은 거인’이라는 영예로운 별명도 붙었다.

이어 2023년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100m와 200m 두 종목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장애인 육상의 레전드(전설)’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러한 그의 곁에는 늘 어머니 한재영 씨(73)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 선수의 어머니는 불편한 딸의 선수 생활을 옆에서 지켜주고 도와주는 '생활 보조' 역할을 맡아왔다.

100m 7위, 20m 5위 기록 후 “연맹 임원 반대로 생활 보조 지원 못 받아 불편했다" 폭로 '파장·충격'

'한국 장애인 육상의 전설' 전민재(47·전북 진안군) 선수가 5일 새벽(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년 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등급 T36)에서 결선에 올라 7위를 기록하며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 장애인 육상의 전설' 전민재(47·전북 진안군) 선수가 5일 새벽(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년 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스포츠등급 T36)에서 결선에 올라 7위를 기록하며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런데 ‘장애인 육상의 리빙 레전드’, ‘작은 거인’ 등으로 불리며 올해 생애 5번째 패럴림픽에서 혼신의 역주를 펼쳐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해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전민재 선수가 5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육상 여자 100m 결선에서 14초 95에 결승선을 통과해 7위를 기록한 후 대회를 마친 소감을 밝히면서 생활 보조와 관련해 불편했던 그동안의 어려움을 토로해 파문이 일었다. 

다섯 살 때 원인 모를 뇌염으로 '뇌 병변 장애'를 얻어 단어를 발음하거나 글씨를 쓰기 힘들어 스마트폰에 쓴 편지를 발가락으로 눌러 음성으로 변환해 취재진과 소통한 전민재 선수는 이날 "올해는 생활 보조가 (경기장 등에) 들어올 수 없어서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많았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엄마가 생활 보조로 들어와 내 옆에서 손발이 되어줬는데 엄마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게 많아서 운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육상연맹 임원 한 명의 반대로 생활 보조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난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해서 생활 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육상연맹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해서 올해 생활보조(어머니)가 함께 할 수 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한 상황이었다”고 폭로했다. 

생활 보조는 움직임이 불편한 장애인 선수들의 생활을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전민재 선수의 경우 어머니가 늘 곁에서 훈련을 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맹에서 전민재 선수의 생활 보조 인원 배치를 막아 함께 할 수 없었다는 게 전 선수의 주장이다.

어릴 때부터 뇌병변 장애를 앓아 고단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전민재 선수는 학교 교사의 권유로 육상에 입문, 2003년 26세의 늦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시작해 149cm의 작은 키를 극복하는 투지를 바탕으로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기 시작한 이후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바로 생활 보조를 맡아 온 어머니 역할이 컸다.

연맹 “임원의 개인적 감정이 아닌 전문체육위원회에서 논의” 해명...장애인 인권 무시·차별 등 사회적 문제로 확장 가능성

전민재 선수가 2024년 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 결선을 마친 뒤 자신이 육상연맹 임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패럴림픽을 준비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을 적은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전민재 선수가 2024년 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 결선을 마친 뒤 자신이 육상연맹 임원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패럴림픽을 준비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을 적은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있다.(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그러나 이번 패럴림픽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친 후 그는 취재진 앞에서 빼곡히 적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지발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누르며 스마트폰에 쓴 소감문을 음성으로 변환해 그동안 연맹 임원에 대한 불편함을 세상에 알려 충격을 주었다. 

이에 대해 대한장애인육상연맹은 입장문을 통해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에 선수에게 송구하다"면서 "예산 문제와 여러 상황 때문에 전민재 선수에게 생활 보조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연맹은 "전민재 선수의 생활 보조는 2022년부터 개인사로 인해 국가대표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수가 대부분이었으며, 당시에 생활 보조 없이도 생활에 문제가 없었다"며 "지난해 초부터 전민재 선수의 생활 보조 필요 여부에 관해 본 연맹 임원의 개인적인 감정이 아닌 전문체육위원회에서 논의했고, 그 결과 올해부터 가족 중 일원이 들어오는 생활 보조를 선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민재 선수는 "나는 손이 불편하고 말을 못해서 생활 보조가 누구보다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임원 한 분이 강력하게 반대를 해서 올해는 생활 보조가 없어 훈련하는 데 불편함이 많았다"며 "운동선수는 식단이 제일 중요한데 트레이너가 잘 챙겨주기는 했지만 식사 시간이 제일 불편했다"고 폭로함으로써 철저한 진상규명과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더욱이 최근 한국 체육계에 이러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선수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야할 협회와 연맹 등 상위 기관이 오히려 선수들의 앞길을 막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 선수의 생활 보조는 선수 이전에 그들에게 보장돼야 할 권리라는 점에서 연맹 관계자가 개인 감정과 일방적 판단으로 그것을 빼앗았다면 확실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협회나 연맹의 지원 미비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닌 장애인 인권 무시와 차별 등 사회적 문제로도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세영 배드민턴 선수 협회 문제점 제기, 전민재 선수 연맹 폭로 등 ‘주객전도’ 상황서 비롯...“이상한 선수 취급, 스포츠 발전 큰 걸림돌”

체육계에 번진 내부 폭로는 이번 만이 아니다. 앞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선수는 금메달을 땄지만 시상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상의 기쁨을 이야기하는 대신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해 충격과 파장이 컸다. 

금메달 영광을 안은 선수가가 협회를 향한 불만부터 먼저 꺼내야 했을 정도로 앙금이 깊었던 이유는 미숙한 부상 관리, 국제대회 참가(혹은 불참) 강요, 개인 스폰 유치 제한 등은 물론 대표팀 선후배 간 악·폐습까지 많은 문제점들 때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 진상조사단을 꾸려 노정된 문제점들에 대해 조사에 나섰지만 협회를 향한 싸늘한 시선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선수가 협회 또는 연맹을 위해 존재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내부 문제점이 전민재 선수에 의해 제기됐음에도 2024 파리 패럴림픽은 폐막식을 끝으로 이러한 문제점들도 묻혀가고 있다. 몇몇 스포츠 언론과 일부 서울 언론들이 초기에 문제를 제기한 것 외에 많은 언론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민재 선수의 고향인 전북지역 언론들은 아예 이 문제가 불거진 초반부터 침묵으로 대부분 일관했다. 일부 언론들은 '나이 마흔이 훨씬 넘은 장애인 육상 선수가 완주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어 보도하면서도 그 이면의 문제점들은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더구나 전민재 선수의 고향인 진안군에서는 전춘성 군수가 “이번 패럴림픽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전민재 선수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한다”며 “진안군에서도 계속적인 지원과 관심을 통해 전민재 선수가 앞으로 참가하는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론들에 보도자료를 낸 것 외에 전민재 선수가 먼 이국땅에서 토로한 문제점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해보였다.

이에 대해 스포츠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대회 출전 선수들이 협회와 연맹의 불합리하거나 비상직적 행태 등에 침묵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언론과 시민사회가 이 같은 내부 고발의 목소리에 침묵하는 경향이 높다”며 “내부 문제점을 제기한 선수들을 되레 ‘이상한 선수’ 또는 ‘문제 있는 선수’ 취급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어서 국내 스포츠 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입을 모으며 우려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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