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증원 2천 명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사실 의대 증원 문제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총선용이란 견해가 많았다. 또한 증원 규모도 협상할 때 낮출 거로 봤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2,000명을 고집한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며 의사들은 해외로 나가려고 한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정부와 대통령실은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명절 연휴가 다가오며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 대해 의사들은 어떻게 볼지 궁금해 지난 5일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좋은 정책인지를 떠나서 과연 그 여건 조성에 정부가 성공하고 있느냐고 되물을 수밖에"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사진=정재훈 제공)
정재훈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사진=정재훈 제공)

-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시작한 의정 갈등이 7개월째인데 해결될 기미를 안 보이고 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의정 갈등으로 불리는 현상이 7개월 정도 됐죠. 지난주에는 의료 개혁 특위의 제안 발표가 있었습니다. 정책 발표의 인상은 첫 번째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의도도 정책 당사자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냐는 여건 만드는 문제가 중요한데, 지금 정책이 좋은 정책인지를 떠나서 과연 그 여건 조성에 정부가 성공하고 있느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순서인데 정책이 발표되는 상황을 보면 순서가 제대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의대 정원 조정처럼 큰 정책들은 이미 그전에 충분한 정책적인 배경이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평가, 학계나 정책 당사자들의 의견이 수렴이 끝난 다음에 나와야 하는데, 지금 정책 순서는 2천 명 증원이라는 이야기 먼저 꺼내두고 나중에 이를 수습하기 위한 후속 정책들을 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정부의 자세인데 지금 의정 갈등의 원인이 된 의대 정원 문제 제외하고 나머지 정책들은 국민도 좋고 의료계도 좋은 방향으로 재원 많이 투입해서 증원되면서 생기는 문제나 반발을 재원의 투자로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거죠. 하나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나머지 정책들의 뒷받침이 필요하면 소탐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개혁안 중 개별 정책들은 의료계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실손보험의 개혁,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전환은 의료계의 전폭적인 정책적 뒷받침과 공통된 인식, 합의가 있어도 실현이 어려울 수도 있고, 재원이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는 거거든요. 또 미래세대의 교육 기회나 재정 부담 문제도 마찬가지로 있고요. 그런데 지금처럼 의정 갈등이 극심한 상태에서 그런 정책들을 뒤늦게 발표하면 고운 눈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겁니다. 결국 순서가 잘못됐고, 정책을 받아들이고 협의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설득이 너무나 모자랐다고 봅니다.”

- 정부 얘기로는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 의료계와 이야기하고 한 거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게 아니라는 입장 같은데 아닌가요?

“정부가 의대 증원의 근거로 제시했던 것이 과학적 정책 설정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증원 자체에 대한 논의는 의료계와 일부 했을 수 있지만 증원의 규모나 시기는 정부가 갑자기 발표했으니, 일방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이런 정책적 주제에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정부의 정책 판단은 정책적 의도에 맞춰서 근거가 따라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의학이나 과학은 이미 근거가 만들어지고 나머지의 정책이나 사회적 변화가 따라간다고 하면 정부의 이번 정책은 정책 결정권자의 의도가 있고 그 의도에 따라서 근거들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 교수님은 처음에 의대 증원 2,000명 발표를 보고 어떤 생각이었어요?

“지금까지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첫 번째는 실현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다음 갈등이 굉장히 오래갈 수 있고 그 갈등은 결국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보건의료 정책은 정부, 국민, 의료계 등 세 주체가 서로의 이익을 주고받는 구조인 거거든요. 그래서 도덕적 해이가 가장 쉽게 일어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변화는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가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를 얻어야만 하거든요. 그런데 정부의 갑작스러운 증원 발표는 장기적 신뢰 가져야할 보건 의료계와 정부의 미래의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의 고리를 한 번에 끊어버린 거죠.

저는 원칙적으로 의대 증원은 장기간의 연간 몇 % 이내 소수의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고, 그 변화는 인구구조에 따라 늘거나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번에 수백 명, 수천 명의 급격한 변화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도 어렵습니다.”

"정부와 의료 공급자, 국민 간의 신뢰 구조가 깨지는 것은 20년 이상 갈 수 있는 문제" 

- 교수님은 이게 오래갈 거로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오래라는 게 어느 정도예요?

“오래라는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정부와 의료 공급자, 국민 간의 신뢰 구조가 깨지는 것은 20년 이상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두 번째 전공의와 학생들이 현장을 떠난 상황은 이렇게까지 오래 지속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정부가 어느 정도 충분한 타협안을 제시하리라 보았습니다.”

- 제가 처음에 생각한 전 정부가 2,000명을 발표하고 의사들과 얘기하면서 증원 규모 낮출 거로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죠. 왜 2,000명을 고집할까요?

“가장 큰 이유는 정책 결정권자의 의지입니다. 정책 결정권자는 자신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의료계의 변화가 불가능할 거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결정을 밀어붙이는 측면이 있을 겁니다. 또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의료계에 대한 인식인데 정부는 의료계를 보건의료 정책을 함께 이끌어 나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하기보다 정부의 정책에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집단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어차피 저 집단들은 우리가 뭐라고 말해도 들어주지 않을 집단이다.’라고 생각한다면 밀어붙이고 기다리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의 미래 정책에 대한 인식, 단합력에 대한 무지와 무시도 있었다고 봅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예전 세대보다 더 활발히 사고하고 활동을 공유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 지금 의사들이 해외로 나가려고 한다던데 의사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젊은 세대는 달라졌습니다. 이제 국제화나 영어에 자신감이 없는 세대가 아닙니다. 또 이 세대는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가 원래부터 있기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의료계는 선진국에서도 더 좋은 근무 조건을 제공하는 국가로의 이동이 굉장히 빈번한 직역 중 하나입니다. 영국 의료체계의 문제 중의 하나가 영국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인력 누출이거든요. 우리나라는 이런 흐름이 70년대 이후로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도국 시절의 흐름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체감은 있고요. 해외에서 우리 우수한 의료 인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세계적인 수준이거든요. 하지만 해외 인력 유출은 전체적인 거시 구조의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안에서의 유출입니다. 우리나라는 필수 의료를 지탱하는 핵심 인력들이 있었습니다. 외부 시장에 비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소송의 위험이 있으면서도 금전적인 보상이 아니라 보람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원들이 계속 이 분야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등 전문의가 모자란 나라가 아닙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젊은 의사들의 해외 진출은 비유적인 의미도 가집니다. 특히 필수 의료도 젊은 세대의 유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입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고착되면 결국 후속 세대에서는 보람으로 일하거나 아니면 사람을 살리기 위한 사명감으로 인한 사람들의 양성될 수 있겠는지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대통령실, 문제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냐를 보아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사진=대통령실 제공)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사진=대통령실 제공)

- 대통령실이나 정부는 응급실 상황에 대해 위급하지 않다고 하는 것 같은데 실제 병원은 어떻나요?

“응급실 문제는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모든 현상이 몰리는 마지막 통로로 나타나는 겁니다. 응급실의 문제는 그 병원 전체의 진료 역량에 문제가 생겼다는 총괄적 지표입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지금 파악하고 있는 상황보다 내일 파악하는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이고, 내일보다는 일주일 뒤가 더 문제가 심각해질 겁니다.

정부가 몇 달 전에 파악하고 있는 응급실 현장은 필수 의료에 종사하고 있는 교수들도 있고 현장에서 고생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유지가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유지 가능성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많은 사례를 접하고 계시겠지만 단편적 사례에 더해 실질적으로 지금 응급진료가 제한되는 의료기관 현황만 봐도 그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거든요. 상황은 계속 악화일로입니다.”

- 많이 나오는 게 응급실 뺑뺑이죠.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말은 응급실 뺑뺑이가 지금만 있는 게 아니고 원래 있던 전 거라고 하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과거에 사례가 전혀 없었냐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어느 정도의 사례들도 있었고 언론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말 그대로 그런 일이 생겼다는 뉴스거리였다면 지금은 연일 그 발생하는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문제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냐를 보셔야 합니다.”

- 정부가 2일 대책으로 군의관과 공보의 투입 하겠다고 했어요. 명절에 의료 대란 막겠다는 것 같은데.

“정부는 응급의료 체계를 유지해야 된다고 판단하고 그게 단기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장기적으로 군의관은 단기 복무 인력이고 그다음에 새로 군의관이 될 대상들은 휴직하고 있거나 아니면 사직을 한 상태에서 있거나 휴학하는 상태예요. 그럼 이건 지속 가능한 대책은 아닌 거잖아요. 그리고 지금이 어려우니까 여러 가지 병원들의 보조금 같은 걸 지급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업들 통해서 경제적인 인센티브로 응급실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건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의 증가인 거고 지속 가능성의 감소인 겁니다. 그래서 일단 거시적인 정책의 성패나 아니면 이런 이게 옳은 일인지 그은 일인지를 논하기 전에 정기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들 그다음에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합니다.”

- 문제가 군의관을 민간병원에 투입하면 군인들은 어떻게 하냐가 문제일 거 같은데.

“군의관들이 실제로 다뤄야 되는 업무들도 있고 그다음에 군의관 말고 공중보건 의사들도 있는데 공중보건의사가 말 그대로 지역 보건에 종사하는 의사들인 거거든요. 그럼, 결국 몇몇 기능을 채우기 위해서 인력들을 이동시킨다는 건 다른 기능에서의 기능 감소가 있다는 거죠.”

- 정부가 명절에 큰 병이 아니면 응급실 가지 말고 동네병원 가라고 하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평상시에 제가 주장도 의료계의 이야기도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 오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왔습니다. 근데 지금은 이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더 환자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경증 환자인지 중증 환자인지 구별할 수 있습니까? 이런 중증 분류는 의료인이나 응급의료 전단을 담당하는 응급구조사들이 장기적으로 체계 구축하고 분류하고 기능을 강화시켜야지만 가능한 문제입니다. 또 일반적인 증상이라면 24시간 운영하는 1차 진료로 연결될 수도 있어야 하지요. 이런 시스템의 개편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응급실이 예전 같은 기능을 하지 못하니까 환자 개개인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라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환자들과 국민들이 현재에서는 준비가 안 되어 있으시지요.”

- 문제가 명절에 아픈 경우잖아요. 명절엔 동네병원은 문 안 열잖아요.

“맞습니다. 명절이나 연휴에는 결국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나 기관 같은 것들이 1차 의료의 역할을 어쩔 수 없이 담당해야 되는 시기일 수 있고, 가장 혼잡한 시기입니다.”

"변화의 성장 동력인 신뢰가 없어졌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

- 지금 상황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뭔가요?

“결국 장기적으로 세대 간의 신뢰가 의료계에서 무너지고 있는 게 첫 번째 문제고 두 번째는 의료계와 국민 사이에서의 신뢰, 국민과 정부 사이에서의 신뢰,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신뢰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현장에 있는 의사가 아니라 정책이나 장기적인 추세를 보는 사람이다 보니까 더 긴 시기의 걱정이 많이 되는데, 결국 지금 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현재 세대의 의료 수요 같은 걸 충족시켜 주기 위해 계속 무제한의 재원이나 서비스를 공급해 주겠다는 관념을 아직도 유지하는 거로 생각합니다. 근데 그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적정한 정도의 부담을 주고 의료 이용량을 줄이면서도 의료계에서도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 같은 걸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켜야 되는데 그 변화의 성장 동력인 신뢰가 없어졌다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가장 문제는 곧 연휴라서 의료 대란이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건데 어떻게 보세요?

“명절에 물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건 명절이지만 상황이 해결이 안 되면 명절도 1년에 두 번 반복이고요. 그다음에 계속해서 되는 거니까 지금은 당장 앞에 명절에 대한 걱정 하는 거지만 그게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 상황 자체가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게 전 더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 6일 국민의힘이 의료개혁 원점에서 재논의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의료개혁에 대한 정원 원점 논의는 중요한 진전의 시발점이고, 전공의와 학생의 복귀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라도 정책의 순서를 정하고 그 순서에 따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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