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105)
최근 급격한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봉착한 전국 각 지자체들 간에 통합 움직임이 한창이다. 그러나 통합을 향한 가시적 노력과 열풍이 거세게 불지만 막상 실상을 들여다보면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이 제로섬 게임에 갇혀 말로만 외치다 말거나 오히려 갈등만 쌓이는 형국이다. 전국적으로 초거대 광역통합을 이루겠다던 부·울·경 메가시티를 비롯해 대구·경북, 광주·전남, 대전·세종·충남·충북 통합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백지화 또는 무산됐거나 기약 없는 진행 중이다.
전북지역에서 전주·완주 통합 논의가 장기간 이어오고 있지만 매번 난관에 봉착하듯 다른 지역들도 통합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과 지역 이기주의 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장기간 지역 현안과제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 특히 오는 2026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대구시가 경북도에 제시했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합의서는 서명 기한이 지나면서 행정통합이 결국 무산돼 해당 지역은 물론 충격과 파장이 다른 통합 추진 지자체들에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각 지역의 통합 추진 실태와 문제점을 다룬 서울과 지역언론들의 주요 의제를 톺아본다./편집자주
통합 진척보다 오히려 분열·갈등 초래하는 곳들 많은 이유는?
전국적으로 광역지자체 간 통합 움직임과 추진 논의는 그동안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이른바 부·울·경 메가시티를 비롯해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세종·충남·충북 외에 시·군 간 통합은 전주·완주, 목포·신안 등이 적극 추진돼 왔다.
그러나 지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통합이 무산되거나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들 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맞물리면서 지역 간 기득권 다툼은 통합을 향한 진척보다는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는 곳들도 많다.
해당 지역언론들은 대체적으로 통합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 무게를 두며 긍정적인 보도에 주력하는 반면, 이를 바라보는 서울언론들의 관점은 대체로 냉철하거나 싸늘한 시각이어서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 보도된 사례들 중 서울신문은 지난 2일 인터넷판에 올린 기사(제목:난관 부딪힌 지자체 통합 시도… 메가시티 ‘신기루’에 그치나)에서 전국 각 지자체들의 통합 추진 실태를 종합적으로 다루었으나 제목에서부터 ‘난관’, ‘신기루’ 등의 표현을 쓰며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중앙일보도 앞서 지난 8월 28일 인터넷판에 올린 기사(제목: 휴지조각된 'TK통합' 청사진…두 지자체 감정싸움으로 번져)에서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의 무산을 기정사실화하며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을 제목에서부터 짙게 묘사해 전달했다.
"주도권 다툼 극복하지 못하는 통합 추진...난관, 신기루"

먼저 서울신문 보도 사례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신문은 기사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의 경우 백지화됐지만 부산·경남 행정통합으로 재추진되고 있다는 점 외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공식 무산이 선언됐고,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2차례 무산됐다는 점, 그리고 전주·완주 통합이 3차례 무산되고 목포·신안 통합은 6차례 무산됐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이어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 행정통합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표로 정리해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게 한 표 외에 기사는 “인구 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초거대 광역지역연합이 추진되지만 지역 간 이견 속 난관에 봉착했다”며 “지자체들을 한데 모은 메가시티 조성은 통합 시도 간 주도권 다툼을 극복하지 못하고, 여론의 동력도 얻지 못하며 사실상 좌초되는 분위기”라고 묘사했다.
특히 “지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통합이 무산되거나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기사는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8월) 27일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며 “광역자치단체 간 첫 통합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군 권한과 통합 청사 소재지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파국을 맞았다”고 했다.
이어 “충청권 행정 통합은 중부 지방의 몸집을 키우고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추진됐지만 각기 다른 입장이 변수로 작용했다”는 기사는 “대전과 충남은 행정통합에 적극 찬성하나 세종시는 부정적, 충북은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역시 부정적 견지에서 바라봤다.
또한 “인구 800만명에 달하는 ‘부울경 메가시티’도 사실상 좌초된 분위기”라고 지적한 기사는 “ 부울경 메가시티는 2021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 4월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안’ 행정안전부 승인 등을 바탕으로 공식 출범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교체되며 백지화됐다. 이후 부산·경남 행정통합으로 변경했지만 시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게 나오면서 진전이 없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초광역 메가시티와 별개로 기초자치단체들도 경쟁력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뭉치고 있으나 이 역시 내부 갈등에 추진이 요원하다”는 기사는 전북의 전주·완주 통합 사례를 갈등 국면에서 조망했다.
“내부 갈등이 첨예하다”는 기사는 “찬반 단체 간 고소 고발로 번지며 지역 분열 분위기마저 보인다. 통합 찬성 측인 완주전주상생통합협회는 지난달 유희태 완주군수와 완주군의원 11명 전원, 전북도의원 1명을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며 “이에 완주군 애향운동본부는 ‘통합 반대 세력에 대한 악마화를 중단하고 사과하라’며 ‘이번 고소의 건이 범죄의 혐의가 상당하다면 김관영 지사와 우범기 시장도 당연히 피소돼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고 전하면서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듯한 뉘앙스를 짙게 묘사했다.
이밖에 기사는 “1994년부터 6차례 통합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던 전남 목포·신안 통합 가능성도 미지수”라며 “목포에서는 찬성 여론이 높지만 신안의 경우 아직 반대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TK통합 청사진 ‘휴지조각’…감정싸움으로 번져 갈등만"

다른 지역에까지 파장이 큰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무산과 관련해 중앙일보가 보도한 기사(휴지조각된 'TK통합' 청사진…두 지자체 감정싸움으로 번져) 역시 갈등 국면이 주로 부각됐다. 신문은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이 결국 무산됐다”고 기사 리드에서 방점을 찍은 뒤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을 위한 핵심 쟁점인 ‘청사’와 ‘시·군 권한’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며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5월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화한 지 약 100일 만이다”고 썼다.
이어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간 핵심 쟁점 사항의 상당 부분에서 접점을 찾았지만, 막판까지 청사와 시·군 권한 문제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좁히지 못했다”는 기사는 “두 지자체는 시·도 청사를 통합 후 어디에 둬야 할 지에 대해 끝까지 각자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기초지자체 권한도 대구시는 시·군 사무 권한을 대구경북특별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경북도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했다”고 주된 무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끝내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행정통합 논의가 두 지자체 간 감정싸움으로 번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는 “대구시는 28일 ‘어제(27일) 경북도의회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행정통합을 비판했으며, 특히 의장은 대구시장에 대해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며 ‘경북도의회 의장은 막말을 사과하고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며 “대구시가 박 의장에게 사퇴를 요구하자 경북도의회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대구시장이 물러난다면 의장이 의장직을 걸겠다’고 재차 맞받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아울러 기사는 “두 지자체가 오랜 기간 행정력을 쏟아부었는데도 TK 행정통합이 무산되면서, 주민 상처와 갈등만 남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며 “대구참여연대는 28일 성명을 내고 ‘행정통합 추진 여부도, 내용도, 절차도, 완결 시점도 모두 시·도민의 의견 수렴 없이 두 단체장 맘대로 결정, 추진됐다. 특히 홍 시장은 28일까지라는 합의 시한도 자기 맘대로 정해 놓고 지켜지지 않으니 상대를 탓하며 일방적으로 무산을 선언했다’며 ‘시·도민을 우민으로 여기는 제왕적 사고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는 내용을 덧붙여 소개했다.
지역언론들 “행정통합 불씨 되살아나나?”…희망·기대

그러나 해당 지역언론들은 통합의 해법과 실마리에 근접하는 보도를 주로 해 온 터라 바라보는시각이 서울언론들과는 다르다. 매우 신중하면서도 완전히 꺼지지 않은 통합의 불씨를 살려 내느라 고민하는 흔적들이 제목과 기사에서 역력히 묻어나고 있다.
경북일보는 6일 ‘경북대구 행정통합 불씨 되살아나나…관계기관 간담회 연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꺼져가는 경북대구행정통합 논의가 관계기관 간담회를 통해 불씨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며 “경북대구행정통합 논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행정통합을 두고 ‘장기과제’를 언급하며 사실상 무산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고 전한 뒤 “무산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논의 초기 단계부터 제기된 통합 지자체 명칭, 청사 위치 등 시·도 간 쟁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사는 “향후 통합 논의에 대해 대구시는 입장이 확고한 반면 경북도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쪽인 가운데 지방시대위원회가 재추진을 위해 물밑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통합의 기대와 희망을 놓을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났다.

대구MBC도 이날 ‘대구시·경상북도 "행정 통합 논의 재개"···지방시대위 "윤 대통령, TK 통합 성사 지시"’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잠정 중단됐던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를 재개했다고 밝혔다”며 “6일 대구 무역회관에서 대구시와 경상북도, 행정안전부·지방시대위원회 등 4개 기관은 '대구·경북 통합의 기본 방향'에 따라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주도해 통합 방안을 마련하기로 협의했다”고 전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이날 방송은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의 말은 인용한 기사에서 "청사 소재지, 시군 기능 등과 관련해 몇 가지 쟁점으로 통합 논의가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앞으로 통합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합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며 “대구·경북이 일차적으로 합의를 이뤄야 다른 부처를 설득하고, 국회 통과라는 큰 벽을 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TK 행정통합 갈등…우리 지역에 영향 미치나” 우려

다른 지역의 언론들도 대구·경북 행정통합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전일보는 2일 ‘TK 행정통합 갈등…충청권 영향 미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구시와 경북도 간 행정통합이 무산 위기를 맞으며, 충청권에도 다양한 변수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며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 이어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역시 장기과제로 넘어가는 분위기여서, 자칫 충청권 행정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고 우려했다. .
그런 뒤 “행정통합의 선도 지역인 대구·경북이 '행정체계' 등을 놓고 갈등에 휩싸이면서 충청권 행정통합도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기사는 “충청권 역시 각 지자체마다 셈법이 달라 갈등 요소가 충분한데, '통합'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던 대구·경북 사태에 따른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사는 “현재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4개 시도는 광역생활경제권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행정통합 전 단계인 '충청지방정부연합' 출범을 앞두고 있다”며 “대구·경북 사태와 관련, 최근 중앙 정부가 중재안을 고려하고 있어 충청권 행정통합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부·울·경 대신 경남·부산 행정통합 모델 나올까?”

이와 관련 KBS창원총국은 3일 ‘경남·부산 행정통합, 이달 중 ‘통합 모델’ 나올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제 관심은 다시 경상남도와 부산시의 행정통합 논의로 향하고 있다”며 “지난 6월,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행정통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통합안 마련 등 성과는 아직이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경상남도와 부산시는 이달 중 '행정통합안'을 마련해 다음 달부터 경남도민과 부산시민을 상대로 적극적인 논의를 한다는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행정통합안'은 경남연구원과 부산연구원이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지만 언제 나올지는 확실치 않고 경남과 부산의 시민단체나 주민자치회, 지방의회 등 30명으로 '공론화위원회'를 추진하지만 위원회 위상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넘겨받기 위한 동력이 약화된 것도 난관이 될 전망”이라며 “특히 여론조사로 행정통합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행정통합의 장·단점을 알리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가장 큰 문제이며 이대로라면 내년 3월 예정된 경남, 부산의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해 여론조사의 반복에 그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고 걱정했다.
“행정도 교육도 뭉쳐야 산다…그러나 문제는?”
한편 행정통합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인근 광주·전남지역 언론들도 통합에 거는 기대가 커 보인다. 남도일보는 지난 7월 22일 ‘행정도 교육도 "뭉쳐야 산다"…광주·전남 ‘통합 신드롬’’의 기사에서 일찌감치 해법을 찾아 나섰다. 기사는 “인구 절벽,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행정도, 교육도 통합론을 치켜들고 있다”며 “’덩치와 맷집을 키워야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 광역·기초자치단체는 물론 국립대와 도립대, 사립대와 사립대 간 통합·연대 논의가 활발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영·호남이 손잡은 ‘초광역 동맹’도 뜨고 있다”는 기사는 “법적 구속력과 주민·동문 수용성 등통합의 길에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기사는 “광역지자체 연대의 경우 그동안 어느 정도 실행돼온 경제동맹 수준을 뛰어 넘어 실질적 통합을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며 “전북에 이어 전남이 특별자치권 확보에 나서고, 광주만 고립되면 호남권 파편화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기사는 “지방정부의 재정과 인사권을 보장받는 연방제 수준의 특별법 제정도 녹록찮은 문제고, ‘동맹’은 임의기구로 정부 지원 등에 한계가 있어 어떻게 법적 구속력을 확보할 지도 관건이다”며 “특히 광역·기초지자체 통합 모두 주민투표 결과가 가장 중요한 만큼 주민수용성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목포·신안 통합을 놓고는 1천100년 동안 사용돼온 ‘목포(木浦)’라는 지명을 포기하는데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역사성 논란, 무안 배제론에 대한 반발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기사는 “대학 통합 역시 통합대학 명칭 문제를 두고 동문회 반발 등을 간과할 수 없고, 교수진과 직원들의 고용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