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최근 주차 중인 전기자동차에서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기차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도 화재는 발생하는 데 왜 유독 전기자동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가는 걸까? 

전기자동차 화재의 원인과 대책 등이 궁금해 지난 8월 30일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권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셀, 주행할 때만 작용하는 게 아니고 주차 중에도 화학적 작용...여러 문제 발생할 수 있어"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사진=권용주 제공)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사진=권용주 제공)

- 최근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며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은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지금 상황은 전기자동차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부담 갖는 상황인 거죠. 사실 전기자동차가 화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기자동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 한 거잖아요. 전기자동차가 원인이었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시장에서 확산이 되는 추세죠. 그래서 정부도 대책 세우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 화재는 날 수 있죠. 문제는 화재 나는 건 보통인데 최근 보도가 많이 되어서 문제 되는 건지 아니면 최근 많이 일어나나요?

“전기자동차 화재 건수가 증가하는 건 맞아요. 왜냐하면 등록 대수 자체가 증가하고 있어서 그에 비례해 같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화재의 최근에 5년 통계 기간을 정해놓고 그 사이에 내연기관차 등록 대수와 전기자동차 신규로 등록 대수를 비교해 봤을 때 화재 발생률은 거의 차이 없어요. 다만 소방청이 얘기하는 건 이런 겁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화재에 따라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가 더러 있으나 전기자동차 화재로 최근 3년 동안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어요.”

- 왜 전기차의 경우 사망자가 없는 건가요?

“내연기관 자동차는 충돌로 인한 화재 사고의 비율로 보는 거고요. 전기자동차는 화재가 주차 중에도 꽤 많이 발생하죠. 주차 중에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일부 이유가 되는 게 아닌가 하죠.”

- 그럼, 전기차는 왜 주차 중에 화재가 나는 거예요?

“전기자동차에서 발화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발화 될 수 있는 가장 큰 장소가 배터리인 거고요. 배터리 내부에 있는 셀의 여러 가지 문제로 화재가 발생한다고 추정하는 거죠. 그런데 배터리 셀은 주행할 때만 작용하는 게 아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주차 중에도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주차 중에도 화재가 나는 거로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겁니다.”

- 배터리 내부 문제 때문인가요?

“배터리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해 화재로 연결되는 거로 보는 거죠. 배터리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른바 단락 현상이 발생하고 이 단락 현상이 발생해서 순간적으로 온도가 1,000도까지 올라가게 되면서 이른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거고요. 그 열폭주 현상이 셀 하나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다른 셀에도 영향 미치니까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되죠. 그래서 소화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화재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배터리 내부 소재 바꾸지 않는 한 없어" 

- 그럼,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어떻게 알아봐요?

“배터리는 그게 문제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데 그 시스템이 BMS입니다. 앞으로 주차 중에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또 이미 그렇게 하는 곳도 있어요. 예방적 차원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경우는 만들어낼 수 있으나 화재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배터리 내부의 소재를 바꾸지 않는 한 없는 거죠.”

- 그러면 처음부터 배터리가 문제 있는 건 없는 건가요?

“배터리는 처음부터 문제 있다거나 없다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 자체가 자동차에 들어왔을 때 그 자동차에서 얼마나 많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느냐를 가지고 판단 해봐야 될 텐데요. 전기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쓰던 배터리 같은 게 자동차에 들어온 거잖아요, 근데 큰 용량의 배터리를 자동차에 써본 경험이 많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15~20년 동안 전기자동차 산업 자체가 성장 해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 거예요.”

- 전기차는 운전 중 불 나면 문이 안 열린다고 하던데 그때 유리창 깨는 방법 말곤 없나요?

“전기자동차는 모든 게 전기에 의해서 작동이 되기 때문에 말씀대로 불 나면 전기의 흐름이 끊기게 돼서 혹시나 문이 안 열릴 수도 있죠. 근데 자동차 회사도 그걸 알아서 수동으로 열 수 있도록 다 만들어 놨어요. 다만 운전자들이 수동 열림 장치가 어디 있는지 평소에 숙지해 두지 않으면 조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평소에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많이 나는 거 같아요. 물론 지상 주차장에서도 화재는 났죠. 혹시 주차를 어디에 하는지도 중요할까요?

“전기자동차는 가급적 지상에 주차하는 게 좋긴 하죠. 그런데 지하에 주차해도 스프링클러 시설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크게 피해 확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에 청라 화재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이 됐다면 큰 확산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 전기자동차는 가급적 지상에 주차하는 게 좋긴 하다고 하셨잖아요. 지하는 안 좋다는 건데 왜 안 좋은 거예요?

“지하가 안 좋은 게 아니라 지하에서 불이 나면 화재 확산 위험이 높지 않냐는 우려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온 거고요.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화재 방지 시설이 잘돼 있다면 그걸 걱정하지 않아도 되죠.”

- 화재가 났을 때 옆에 주차된 차에 옮겨가는 거도 문제지만 전기차 운전자 입장에서 화재나면 그 차 못 쓰니 화재 나지 않도록 해야잖아요.

“전기차에 불이 안 나는 게 제일 좋죠. 그런데 전기자동차에서 불이 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원천적인 대책은 뭐냐 하면 불이 안 나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현실 세계에서는 배터리 셀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화재 가능성이 0%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0%가 될 수 있는 조치들은 지금 개발이 되고 있지만 그게 개발이 되기 전까지는 화재 날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미리 대처할 수 있는 걸 알려주는 거죠.

무슨 얘기냐면 불이 100% 안 난다라고 장담할 수 없다면 배터리가 지금 불이 날 수도 있다고 하는 이상 현상을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해준다면 사전에 무언가 조치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잖아요. 그걸 하자는 게 BMS 정보를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알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거고요. 화재가 원천적으로 안 나도록 하는 것은 기술 개발 측면이고 BMS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화재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알려줘서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이에요. 알림을 줬는데도 미리 조치 못 해서 화재가 났다면 그게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건 스프링클러 즉 소방의 역할인 거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하자는 게 지금의 움직임이에요.” 

"물 아무리 뿌려도 배터리 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그러니까 물을 뿌려봐야 꺼지지 않아" 

8월 16일 오후 7시 40분경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도로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질식소화덮개, 이동식 소화 수조 등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와 인력 57명을 투입했지만 불은 약 4시간 만에 꺼졌다.(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8월 16일 오후 7시 40분경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도로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질식소화덮개, 이동식 소화 수조 등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와 인력 57명을 투입했지만 불은 약 4시간 만에 꺼졌다.(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전기차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안 좋다는 주장도 있던데.

“이건 무슨 얘기냐면 배터리의 에너지를 많이 담으면 그만큼 열도 많이 나요. 그래서 열이 많이 났을 때 혹시 배터리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 가급적 100% 충전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죠. 하지만 원래 전기차에 들어있는 배터리는 100% 충전이 안 되도록 설계 돼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표시상으로는 100%로 보지만 실질적으로 95%밖에 충전이 안 돼요.”

-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되어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있던데.

“자동차 배터리에서 불이 난다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안에서 화학 반응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는 거예요. 근데 배터리 팩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거잖아요. 여기에 물을 아무리 뿌려도 그 물이 배터리 팩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요. 왜냐하면 안에 물 들어가지 말라고 만들어놨거든요. 그러니까 물을 뿌려봐야 안 들어가니까 꺼지진 않겠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쓰는 이유는 열을 낮춰주려고 하는 거예요. 열을 낮춰주면 셀 하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옆으로, 연쇄적으로 반응해서 연쇄 폭발하는 건 막을 수가 있습니다. 열을 낮춰주는 차원에서 얘기하는 거예요.”

- 정부가 대책 세우려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평가하세요?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터리 셀 내부에 들어가는 소재를 바꾸는 건 정부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건 기업의 기술 개발 통해서 극복해야 될 문제고 정부 대책은 화재 발생 이후에 얼마나 확산을 억제할 건가에 맞춰져 있는 거예요. 확산 억제 측면에서의 대책으로 본다면 실효성이 있는 것도 있어요. 여기서 실효성이 있다고 하는 건 전국에 있는 공동주택의 스프링클러가 잘 작동하는지 한번 점검해 보라는 건 분명히 확산 방지에 효과가 있겠죠. 다만 90%만 충전하라고 하는 건 일종의 이용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그 외에 충전기가 자동차와 통신을 하는 경우에만 보조금 주겠다고 하는 대책은 안전장치를 하나 더 두는 것이기 때문에 없는 것보다는 나아요.”

-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사실은 저는 정부 대책은 정부가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봐요. 왜냐하면 근본적인 원인은 배터리 셀에 있기 때문이죠. 다만 아쉬운 점은 기술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 자금이 조금 적게 평성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있어요. 왜냐하면 배터리 회사들이 기술 개발 하는데 많은 막대한 R&D 자금을 쓰고 있거든요. 그거에 대해서 조금 더 지원해 줘서 우리가 쉽게 말하는 대책이라고 하는 고체 전해질 배터리가 빨리 나올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솔루션이 될 텐데 이제 그런 것들도 좀 찾아내면 좋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전고체 전해질 만드는 게 꼭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일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도 있긴 있어요. 그래서 그런 회사들은 보폭이 빠르니 대기업보다 보폭이 빠르니 그런 보폭을 좀 더 빨리 갈 수 있게 기술 개발 스타트업이나 이런 회사들도 좀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있습니다.”

"언젠가는 다 전기차를 타야 되는 세상 올 텐데...좀 더 빨리 대책 마련할 수 있는  계기 삼아야"

- 화재 불안감 때문에 전기차를 사야 할지 고민하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것 때문에 전기차를 사야 될지 말아야 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실제로 타던 전기차를 중고로 내놓는 분들도 많고, 계약했다가 취소하는 사람도 있죠. 근데 전기자동차에 대한 포비아 즉 공포까지 몰아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은 내연기관 타시더라도 언젠가는 다 전기차를 타셔야 되는 세상이 올 텐데 그때까지 거부할 거냐고요. 차라리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 삼아서 우리가 전기자동차 시대를 좀 더 빨리 경험하고 무언가 대책 마련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게 훨씬 산업 주도권 측면에서도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 포비아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포비아를 일괄적으로 없앨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대비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만약 지난번에 청라 화재가 벤츠 한 대만 화재가 일어나고 옆으로 확산이 안 됐다면 이런 포비아가 일어났을까요? 그리고 내연기관차는 불이 안 날까요? 그러니까 내연기관차 불나는 것처럼 전기차도 불이 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거죠.”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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