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론

[#1] '희망'이 '절망'이 된 김제 스마트팜…1,040억대 '총체적 부실’, 책임은 누가?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임대 스마트팜에 누수가 발생해 피해가 심각한 현장 모습.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임대 스마트팜에 누수가 발생해 피해가 심각한 현장 모습.  

김제시는 2018년 8월 2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김제시는 백구면 일대에 2021년 11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준공하고 전국 4개 스마트팜 혁신밸리 중 제일 먼저 문을 열었다. 이 때만 해도 희망이 넘쳤다. 스마트팜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온도·습도 등 식물 생육에 최적의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시설이이라며 널리 홍보하고 자랑했었다. 

이 사업에 무려 1,04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런데 ‘미래 농업 대안’으로 조성된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준공된 지 3년도 채 안돼 부실과 하자 논란에 휩싸였다. 장마철에 천장에서 빗물이 줄줄 새 온실 안 작물이 쑥대밭으로 변하기 일쑤여서 부농의 꿈을 안고 전국에서 모인 20~30대 청년 농업인들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첨단 지능형 농업기술을 배우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청년 농업인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 임대농장 하자 문제를 고발하며 “망가진 꿈을 되돌려 달라”고 호소했다. 

김제시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4만 4,640㎡)’은 대표적인 농업 혁신 사례로 꼽혀왔다. 김제시 등이 20개월 전문 보육 과정을 거친 청년 농업인(18~39세)에게 1인당 연간 33만원 임대료만 받고 창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임대형 스마트팜 건설에만 225억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스마트팜 혁신밸리 위탁사인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임시 건축물인 비닐 온실은 시간 경과에 따라 천장 누수가 발생하고 기계 설비도 고장 날 수 있다”며 “그간 하자 보수 요청 118건 중 115건은 처리됐고, 3건은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200여곳에 하자가 발생한 스마트팜의 부실 책임을 놓고 자치단체와 관계 기관들은 네 탓 공방만 벌이며 눈치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설계와 공사를 맡긴 운영 주체는 김제시인데 어찌 된 일인지 책임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총체적 하자는 위탁 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팜을 지은 경험이 없는 업체에 하청을 줘 부실을 키웠다며 책임을 떠넘기려 하자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당시 코로나 사태로 한창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역 건설업체들을 돕기 위해 전북자치도와 김제시의 방침에 따라 지역 업체들을 참가시켰다며 다시 책임을 전가하는 양태다. 더 황당한 건 해당 참여 업체의 대표가 얼마 전까지 도내 경제기관 단체장을 지낸 지역사회 유력 인사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충격이 더욱 크다

조금이라도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까 해서 지역업체에 공사를 맡겼지만 혜택만 누리고 의무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대형사업에 지역업체들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또 다른 지역 사업에서 선량한 지역업체들에게까지 불똥이 튀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는 이유다.

[#2] 남원시, 테마파크 중단으로 408억 ‘빚 폭탄’…배상은 누가 하나?

남원테마파크 야간 전경.(사진=남원테마파크㈜ 제공)
남원테마파크 야간 전경.(사진=남원테마파크㈜ 제공)

남원시는 2020년 6월 4일 남원테마파크㈜와 '남원 관광지 민간개발사업(모노레일 및 어드벤처 시설 설치사업)' 실시 협약(MOA)을 맺은 뒤 시설물을 남원시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간 운영권을 갖는 조건으로 '남원 관광지 민간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남원테마파크㈜는 남원시 어현동 일원에 2.44㎞ 길이 모노레일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집와이어 등을 갖춘 놀이시설을 자기자본 20억원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405억원을 대출받아 완공했다. 이 때만 해도 남원시는 민선 7기 이환주 시장의 주요 실적으로 포장해 요란하게 홍보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민선 8기 들어 취임한 최경식 시장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며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개통식을 연기하고 사용 승인 허가와 기부채납 등 행정 절차도 중단한 채 남원테마파크는 두 달 뒤인 2022년 8월 31일에야 임시 개장했지만 다음 달인 2022년 9월 "전임 시장 때 시가 면밀한 수익성 검토 없이 업체가 빌린 405억원의 채무보증을 섰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남원시는 담당 공무원 5명을 징계하고 협약 변경을 추진했다.

이 같은 제동이 걸리자 남원테마파크㈜ 측은 "남원시가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아 두 달간 문을 열지 못해 피해를 봤다"며 남원시를 상대로 5억 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12월 "남원시는 1억 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실시협약에 따라 원고의 정당한 사용·수익 허가 신청에 응할 의무가 있는 피고가 이에 불응한 이상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자 민간사업자에게 사업비를 빌려 준 대주단도 남원시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업의 대주단은 민간사업자인 남원테마파크㈜에 사업비를 대출해 준 대리금융기관이다. 대출보증을 약정한 실시협약에 따라 원금과 이자 408억원을 대신 갚으라는 소송에서 1심 법원은 대주단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남원시는 곤혹스런 상황을 맞게 됐다. 전주지법 남원지원은 최근 남원테마파크 조성 사업비를 빌려준 대주단 측이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남원시에 408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남원시가 대체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았고 시가 대출금을 보증하는 약정 역시 위법하지 않다”며 대주단의 청구 금액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남원시가 항소해 법적 다툼을 이어간다 해도 연 12%의 지연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 자명하다. 도내 자치단체들 중 수백억원의 민사소송에서 패한 건 매우 드문 사례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남원시 재정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은 물론 전임 시장 때 추진했던 사업인 만큼 현 시장과 전임 시장 간의 책임 공방과 배상을 둘러싼 치열한 논란이 불 보듯 뻔하다.

[#3] 전주시, '드론축구 보조금' 특정 민간단체에 집중 지원…왜?

전주시는 ‘CES 2024’가 열린 지난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시관에서 열린 유소년 드론 축구볼 신제품 ‘스카이킥-에보’ 런칭쇼에서 '전주시 연구소기업'인 캠틱종합기술원 노상흡 원장(왼쪽 5번째)이 미국, 캐나다 기업과 드론 축구공 5만개 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주요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CES 2024’가 열린 지난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시관에서 열린 유소년 드론 축구볼 신제품 ‘스카이킥-에보’ 런칭쇼에서 '전주시 연구소기업'인 캠틱종합기술원 노상흡 원장(왼쪽 5번째)이 미국, 캐나다 기업과 드론 축구공 5만개 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주요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사진=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2017년 제1회 전주시장배 드론축구대회 개최를 시작으로 드론사업에 주력하고 나섰다. '레저 스포츠인 드론축구와 관련 산업을 널리 개발하고 보급한다'는 계획으로 협력기관인 캠틱종합기술원과 함께 이듬해인 2018년 11월에는 사단법인 대한드론축구협회를 공식 출범시키는 등 민선 7기 김승수 전임 시장 시절 많은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했다. 민선 8기 들어서도 우범기 시장 체제의 전주시는 드론축구를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며 더욱 많은 혈세와 행정력을 투입하고 나섰다. 

그런데 드론축구 경기·행사를 대행한 협력업체가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사업비 3,100여만원을 대한드론축구협회 사무국장 등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장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그동안  많은 혈세를 들여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드론스포츠복합센터' 건립에 나서는 한편 '드론축구 전용구장' 건립에만 144억원을 투입했다. 드론스포츠복합센터가 완공되면 전용 경기장에서 '전주드론축구월드컵'이 2025년 10월 개최된다고 전주시는 그동안 자랑해왔다.

이 외에도 전주시는 올해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드론스포츠복합센터 건립 등 드론 실증도시 구축, 드론 레저스포츠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많은 혈세 투입과 장밋빛 청사진과는 다르게 드론축구협회 간부가 협력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사업비 수천만원을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렸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허술한 전주시의 관리·감독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에 이어 전주시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드론축구와 관련된 단체는 모두 세 곳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세 조직의 대표는 모두 한 사람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주시가 많은 혈세를 지원하며 육성산업이라고 자랑하는 드론축구 저변의 단체들은 캠틱종합기술원, 대한드론축구협회, 국제드론축구연맹 3곳이지만 이들 단체들이 주소지도 같고 구성원도 거의 같아 실제로는 한 몸처럼 보이는데도 혈세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따로따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이 가라 않지 않는다.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드론축구산업 성장을 명목으로 '글로벌 드론축구 육성사업'을 진행해 온 전주시가 민간단체인 대한드론축구협회에 설립 직후부터 3년간 보조금 성격으로 직접 지급한 지원금은 10억 7,000만원 상당으로 1년 평균 3억원 이상 지급됐지만 지급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전주시의회에서 제기됐다. 

게다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서 전주시는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만든 유소년 드론 축구공인 '스카이킥-에보' 5만개(69억원 상당)를 미국과 캐나다에 수출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과 달리 6개월이 지난 7월까지 258개의 수출 실적을 올렸을 뿐, 5만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임이 밝혀져 파장이 컸다. 전주시의회에서도 최근 이 문제가 제기됐지만 전주시장은 “잘못 표현됐다”며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넘어가 빈축을 샀다. 

이처럼 '드론축구 종주도시'를 자처하고 있는 전주시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도 계약 부풀리기, 회계규정 위반 외에 보조금 지원 협회의 갑질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책임지는 자세는 고사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고민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높다.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곳인지, 특정 업자를 위해 일하는 곳인지…

최근 전북지역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세 가지 사례다. 모두 혈세를 집행하고 있는 자치단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황당하고 참담하다. 혈세가 주먹구구식으로 쓰이며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한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서 과연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은 시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지 특정 업자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나랏돈으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업자들과 한통속이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세 가지 사례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자치단체와 특정 업체는 혈세 먹는 하마이고,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다. 시민을 ‘주인’이 아닌 ‘호구’로 여기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자치단체들마다 ‘시민이 주인이다’는 표현을 입버릇처럼 너무 자주 공히 사용하고 있다. 주인과 호구를 동격으로 여기며 막대한 혈세를 누수시키는 것도 모자라 특정 업체에 퍼주는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이야 말로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그 역할과 책무는 오롯이 시민들 몫이다. 

/박주현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