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와 길벗의 '도시 이야기'(1)

9월 2일 저녁 8시, FM 93.5㎒ 전파를 타고 전해질 '도시 이야기'
현아 씨와의 방송을 진행하는 일은 우연히 벌어진 사건과도 같다. 여러모로 진행되는 지역사회 안에서의 답답한 일을 상의하는 통화가 시작이었다. 4월 초에 가진 통화의 주제는 ‘시민사회’와 ‘거버넌스’였다.
“도시계획의 시작부터 전개 과정, 그리고 마무리까지의 과정들이 엉터리로 진행되는데도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걸까? 바쁘게 복잡하고 다양한 판단 자료를 정리하고 나아갈 길과 방법을 찾아내고 힘을 모아 가도 시원찮을 판에... 나아가는 길을 만들지 못하고 뒤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으니 답답해 죽을 지경..."과 같은 나의 토로를 듣던 현아 씨가 맞장구를 쳐준다. "그러게 말이에요..."
나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다시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민들이 공부하고 의논하고 만들어가야 해요. 도시계획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기존의 거버넌스는 없는 것으로 치부할 필요가 있어요. 시민의 생각을 담아 행정이 나아갈 길을 단속해야 할 존재하는 거버넌스가 아닙니까? 그런데 행정의 들러리를 서고 나아가 도시를 망가뜨리는데 기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현아 씨의 답은 아래와 같다.
“전적으로 동의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신에 너무 크고 거창하게 시작하려 하지 말고 손에 잡히고 구체적인 것들을 가지고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테면 하천에서의 버드나무 학살에 대해 제대로 싸우거나 대응하지 못하는데 이참에 나서는 시민들과 함께 제대로 그런걸 싸워가는 흐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이즈음 떠올려진 공동체 라디오가 둘 사이의 대화를 그냥 푸념으로 남겨두지 않고 실제의 것으로 이어가는 촉매가 되었다.
“도시 이야기를 담아보는 방송을 만들어볼까요? (제가)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니 진행자로서 적절하지 못한것 같고 현아 씨가 주된 진행자로 나서면서 저는 제작을 책임지는 거죠. 저는 고정게스트 내지는 보조 진행자로 팀워크를 맞춰보면 어떨까요?“

두 사람 모두 (방송)경험이 없다. 매체 노출 빈도가 높은 편이지만 나는 지독한 마이크 울렁증과 카메라 공포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결심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보다. 눈에 뭐가 씌워졌는지 의기투합이 후속을 만들어가며 일사천리였다. 두 사람의 결심에 대해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힘을 실어주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한다.
방송에 관한 기본적 이해와 여러 가지 기초적 내용을 담은 교육과정이 있었고 기술적인 준비와 구체적 기획을 하는 시간을 석 달간 가졌다. 전편에서 이야기한 시험방송 녹음까지 마치고 나니 드디어 결심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전파를 타고 흘러나가는 세상을 향해 내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거야?’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할 차례가 된 것이다.
쑥스럽지만 녹음해 둔 시험방송을 들어본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평을 듣기도 한다. 내용과 기술적인면등 여러 의견을 보태준다. ‘발음을 삼키는것처럼 들리는데 발성법을 훈련해가면 좋겠어요. 볼펜을 이 사이에 물고....’라며 구체적 조언을 해주는 ‘아메’도 그중 하나다. 현직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 아메는 우리 방송에 여러 도움을 주는 또 다른 제작자이자 후견인 이다.

방송을 결심, 그리고 본격적인 준비한 한달이 지나고...
현아와 길벗, 그리고 아메가 8월초에 기획 회의를 했다. ‘도시 이야기를 전파로 내보낼지 말지’에 관한 망설음을 끝내고 마침내 결심을 한다. 이제 남은건 한달여를 통해 구체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뿐. 한달은 그렇게 다시 훌쩍 흐른다. 비록 방송에 출연을 많이 해온 편이라지만 엄연히 다른 영역의 방송. 결심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이는 흔들림으로 괴롭기도 했다. 사람 마음이란게 원래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사람들이 들을만한 이야기가 담아질지, 일방적이고 반향없는 메아리로 그치면 어쩌지? 듣는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의미없는 소음으로만 여겨지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들이 수시로 오가는 것이다.
그러다 좀더 필요한 이야기, 내게서 부족한 것을 채워 나가기 위한 공부를 하면서는 반대로 힘을 얻어 가기도 한다. 생각보다 도시이야기와 같은 것들이 중요하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는것이 확인된다. 유튜버나 방송에서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다뤄지는 이야기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확인된다는 의미이다.
우여곡절을 거치고 롤러코스터의 꼭지점과 바닥을 거치고난 느낌들이 모두 지나가고 과거형이 되었다. 마침내는 1회차 방송분에 대한 녹음을 보냈고 이제 시간만 흐르면 전파를 타고 송출된다. 그 전파가 누구에게 가서 어떻게 들릴지는 모른다. 이런 여러가지가 해결되고 정리되고 부족한 상태지만 방송을 할 기초적인 준비는 마친것 같다.
도시 이야기를 통해 다룰 이야기를 코너를 들어 소개하면 좋을것 같다. ‘현아의 문화 읽기’로 시작하고 일종의 논평이 될 ‘길벗의 일침’으로 이어간다. 출연자가 가지고 나온 사진 한 장을 현아 씨가 읽어준다. 시각적으로 접근할수 없는 매체의 특성상 아닌 청각과 감각으로 도시의 한 장면을 상상하면 더 깊은 궁금증이 공감되고 공명될수도 있을까? 아래와 같이 읽어준 '사진 한 장’에 대해 사진을 들고 나온 길벗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유럽일까요? 특이하게 길 위의 횡단보도가 무지개 색으로 도색되어 있군요. 신호등의 그림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게 머피라는 캐릭터던가요? 비가 살짝 내리는 것 같은데 도로에 사람들이 몇 명 보입니다. 차는 노란색.... 버스 한 대가 보이고 자전거를 타고 있군요. 아직 이른 시간으로 본격적인 출근시간 같지는 않은데 사진만으로 느껴지는 이 도시의 첫인상은 좀 한가롭다??? 불안해 보이지 않는다??? 뭐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이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미리 예고하자면 이 날은 여러 사람들에게 인상 깊었던 어느 월요일 아침 낯선 땅에서의 기억을 다룰 것이다.

현아와 길벗이 강조할 이야기- '세상의 중심'을 말하다
‘도시 이야기’로 이름 붙일 이 방송에서는 ‘세상의 중심은 전주’를 중요하게 외치게 될 것이다. 방송시간을 여는 오프닝 멘트는 카펜터스가 불렀던 ‘탑 오브더 드(Top of the World)’를 배경으로 열어가게 된다. (방송국에) 제출한 기획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두고 있다.
“전주가 세상의 중심인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바로 현아와 길벗, 그리고 우리가 사는 터전이 전주이며 그 공간을 중심으로 세상이 해석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일 뿐. 파리, 뉴욕, 그리고 서울 등을 통해 전주의 위치를 확인하고 삶의 공간을 살펴나가는 일은 나나 우리에게 있어 전부일 수도 있는 일, 모두의 ‘도시 살이’를 위한 담론으로의 공론을 공동체 라디오에 담아 간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나 우월감의 발로일 리 없다. 그 어느 도시를 전주 대신에 가져다 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호혜적’인 생각이며 주장이다. 도시이야기에서는 수많은 세계의 도시가 다뤄질 예정이다. 미국의 포틀랜드와 뉴욕, 그리고 유럽의 파리와 위트레흐트, 그리고 하우턴과 뮌스터 및 베를린 등의 도시가 등장한다. 바로 전주를 이야기하려 하기기 위함이다.
이제 여러날 여러달이 흘렀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도시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상의 중심은 전주~~~~’라는 말이 담긴 오프닝 멘트가 전파를 통해 전해질 것이다. 그 멘트의 뒤를 채워가고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가 모아지는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만들었고 바람대로 될지는 모른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앞으로도 정말 들을만한 이야기가 담겨지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과 접근이 무엇일지... 잊지 않고 임해 나갈 것이다. '세상의 중심'은 아무나 되는건 아니니깐.


/김길중(한의사·자전거 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