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
한국 민주화의 상징 중 한 곳인 고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가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소유권을 가진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에게 상속세가 없어서인 거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안타까워하며 국가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저 매각에 대해 전후 사정을 들어 보고자 지난 14일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사저 매각 이야기와 함께 김대중 대통령 15주기에 대한 소회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돌아가신 어르신의 유지 받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보고 준비...약속 지키기 위해 발표 미뤘던 것"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 매각을 놓고 논란이 있잖아요. 어느 정도 예상하셨어요?
“여러 사정 때문에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서 해주길 바랐었는데 그게 도저히 어렵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상황에서 상속세를 매년 3억 이상씩 계속 내야 되고 상속세 외에도 많은 비용이 들거든요. 때문에 공공 차원에서 기념관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는 거였어요. 그러던 차에 어떤 독지가가 그 집을 인수해서 기념관 만들어다길래 그걸 시도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왜냐하면 어머니께서도 살아계실 때 이미 정부 지자체 외에 독지가가 나서서 기념관 만들어 주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때문에 그것도 돌아가신 어르신의 유지를 받드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보고 그걸 준비했던 거고요.
근데 많은 사람을 접촉해 봤지만,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인수해서 기념관 만들어주는 걸 꺼렸고 심지어 그걸 했다가 자기 이름이 나오면 세무조사 당하는 거 아니냐며 겁내는 분도 있어서 가급적이면 외부에 알리지 않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던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 인수해 기념관 만들어 주겠다고 한 분도 모든 절차가 정리되기 전까지는 외부에 공개 안 할 테니 안심하고 일 하라고 얘기했던 거고, 그 약속 지키기 위해서 저는 발표를 좀 미뤘던 것이에요.
하지만 언론에 그게 먼저 나면서 (제가) 마치 돈 챙기기 위해서 하고 또 그분이 이걸 사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쓸 것처럼 보도된 건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고 오해예요. 그분은 분명하게 이 시설이 수익 사업에 쓰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 동교동 사저가 지금 많이 낡은 건물이기 때문에 깨끗이 고쳐서 무료로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는 김대중 기념관으로 만들겠고 금년이 돌아가신 어르신의 탄신 100주년이기 때문에 이 그거에 맞춰서 금년 내로 끝내겠다고 문서로 약속했어요. 며칠 후가 돌아가신 아버님 15주기 추도식이기 때문에 그전에 오해를 하신 분들이 있다면 오해를 풀어드리는 게 맞겠다 싶어서 인터뷰 하게 된 거죠.”
- 그럼, 왜 논란이 될까요?
“대다수의 언론이 내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게 관심 끌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보도했기 때문인데요, 저는 이번에 도와주신 그 독지가 또는 가족들과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이런저런 상황을 다 밝히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좀 자제했거든요. 그러나 너무 잘못된 보도들이 많이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인터뷰하게 된 거죠.”
- 그럼, 가족과 충분히 이야기가 끝난 건가요?
“만나서 대화했지만, 아직 다 끝난 건 아니에요. 그러나 기념관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데 있어서는 누구도 이견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리고 제가 아버님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셨던 함세웅 신부님. 김상근 목사님. 이해동 목사님 원로분들과 상의했고 그분들도 민간 차원에서 하더라도 서둘러 기념관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제 판단에 동의하셨어요.”
- 사저 매각 관련해 지난주 인터뷰 후 민주당이나 새로운미래에서 말이 나오는데 실제 연락온 게 있나요?
“국회의원이나 정치권에 있는 분들은 저에게 내용을 물어보실 수도 있는데 전혀 그렇게 하시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틀린 얘기나 또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는 얘기를 가능성 있는 것처럼 말하신 분들이 있어서 제가 안타까웠거든용. 인터뷰한 후로도 한 두세 분 빼고는 저에게 연락 주신 분이 없어요. 그리고 언론에 얘기할 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다 해결하실 수 있다고 말하셨던 분도 저하고 통화를 했을 때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공공 차원에서 기념관 해줘도 우리로서는 안심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 사저 매각이 알려진 후 정치권에서 얘기해야 한다는 게 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 같은데.
“4년 전에도 언론 보도가 났었고 최근에도 났지만, 그 당시 서울시 측의 권유를 받아서 제가 직접 문화재 신청 했었어요. 근데 서울시 문화재 심사위원들이 이 건물은 2002년에 부수었다가 새로 지었기 때문에 문화재 신청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거부당했어요. 이미 안 되는 거를 지금 하라고 주장하는 거니까 사실관계 확인도 안 해보고 그렇게 해도 되는 건지 저는 잘 이해가 안 가네요.”
- 어떻게 방법이 없는 건가요?
“글쎄요. 저도 노력을 해봤고 저희 형님도 2021년 6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중앙정부 지자체 이런 데를 다 만나보고 도움을 청했는데 최종적으로 안 된다는 걸 느낀 게 제가 상속세를 한번에 못 내니까 5년 나눠서 내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국세청에서 근저당을 잡고 나중에 또 상속세 낼 돈이 부족해서 은행에서 대출을 간신히 한 3억 받았는데 그걸로 또 은행에서 근저당 걸리고 이러니까 근저당이 걸린 재산은 서울시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할 수 손댈 수가 없다는 답을 받았고 그래서 저희는 이거 힘들겠다는 걸 느꼈고요.
또 하나 지금 공공 차원에서 해준다고 그걸로 안심할 수 있느냐 하는 회의감이 들었던 게 3년 전에 고양시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준 시장이 97년 대선 승리했던 일산 사저 사서 기념관을 만들어 주셨는데 불과 1년 만에 국민의힘 출신 시장이 오니까 폐쇄해 버린 거예요. 그러니 공공 차원에서 기념관 해줘도 우리로서는 안심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 핵심은 상속세 낼 돈이 없어서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의원님 입장이신 거 같아요. 근데 다른 분들 보기에는 17억원이 없다는 게 이해 안 된다는 것 같더라고요.
“국회의원 재산 신고를 보신 분들이 자산 부분만 보고 부채는 안 보신 것 같은데 아까 말한 대로 상속세 17억 말고도 그동안 그 집에 들인 돈이 한 6~7억 되고요. 또 저는 저대로 이제 국회의원이 아니니까 아무 수입이 없는데 저희가 갖고 있는 다른 부채도 십몇 억이 되거든요. 게다가 문제는 제가 어떻게든 돈을 구해서 이걸 유지를 한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게 그렇게 돼봐야 건물은 점점 폐가가 돼가고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은 없는 건 의미가 없는 거예요. 어떻게든 빨리 기념관 만들어야죠.
근데 문제는 기념관을 만들려면 과거 저희가 서울시 접촉했을 때 서울시 분들이 한 얘기가 새단장 하려면 아마 15~20억 정도 들여서 공사 해야 할 것이래요. 게다가 또 기념관 운영하려면 매년 또 운영비가 들잖아요. 그러니까 저 같은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선관위도 김대중 재단 같은 곳은 정치인들이 워낙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 비영리 자선단체로 보지 않아”

- 2021년쯤 MBC에서 의원님이 쇼핑하듯 집을 사고판다고 보도한 적 있잖아요. 그거에 대한 입장은 뭔가요?
“제 아내가 장애가 있는 아들 위해 재테크에 무능한 저에게 얘기 안 하고 벌인 일이었지만 죄송하게 생각해요. 재산 신고에 누락된 부분은 고의성은 없었다는 것이 재판에서도 밝혀졌고요. 재산 신고서를 보시면 됩니다.”
-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의원님의 코인 투자설을 얘기하며 매각한 당사자에 대해 사저 담보로 90억 대출받아 못 갚으니 100억에 매각한 것 아니냐고 하던데.
“이 얘기를 듣고 저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는데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해보신 분들은 알아요. 집 가격 대비해서 터무니 없이 이렇게 많은 액수를 대출받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는 액수만 대출 해주기 때문에 자기 집이 아무리 비싸도 내 수입이 그만큼 크지 않다면 대출을 안 해준다는 얘기예요. 이분은 완전히 어디서 만들어낸 얘기 하는 것이고 최근에 이렇게 인터넷이나 언론에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분들이 있어서 특히 정치인들은 무관용의 원칙으로 고소·고발을 해서 바로잡으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김재원 의원이 주장한 정도의 거액을 투자한 적이 없어요. 터무니없이 과장한 것이에요.”
- 김대중재단이 문제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의원님은 이를 거부하고 외부인에게 매각하는 방식 택했다고 주장하는가 보던데.
“저는 분명히 해두는데 가급적이면 그 어른들 체면 생각해서 이 내용 얘기하기 싫었어요. 그러나 그쪽에서 자꾸 사실과 다른 얘기가 나오고 저도 해명은 해야 되니까 말씀 드릴게요. 2022년 말에 저희 형님이 도저히 지자체나 정부의 도움으로 기념관 만드는 게 어렵게 됐다고 포기 하니까 김대중 재단분들이 우리가 한번 해보겠다 했어요. 뭐라고 했냐 하면. 그 당시 시점에 제가 그 상속세를 포함해 그 집에 이미 사용한 돈과 앞으로 내야 될 돈이 23억 정도 됐어요. 그러니까 재단에서 23억 줄 테니 계약서에는 공시지가로 계약한 걸로 하자고 해요. 공시지가 그보다 높죠. 그 당시 공시지가가 한 55억 됐는데 실제로 23억만 받고 나머지 돈은 우리 쪽에 기부한 걸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도 잘 모르니까 그렇게라도 해봐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계약서 작성하기 전에 분명하게 이게 문제 없는지는 확인해야 하니까 전문가인 회계사 세무사들한테 물어봤어요. 근데 그분들 말씀이 세무서에서 이거 안 받아준대요. 세상에 시가에서 절반밖에 안 되는 공시지가에 집 거래했다고 그러면 누가 믿어주겠느냐 하는 것과 제가 전액 안 받고 23억만 받은 다음에 나머지 기부했다고 처리해도 그 차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제가 내야 된대요. 그러면 저는 이쪽 세금 없애려다 저쪽 세금이 새로 생기는 게 되는데 그럼 그걸 나중에 누가 책임져줍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그쪽에 기부하라고 한 부분 있죠. 대부분의 사람이 모르는데 비례대표 의원은 기부도 마음대로 못 해요.”
- 왜요?
“지역구 의원은 자기 지역만 아니면 어디든지 뭐든지 기부해도 돼요. 근데 비례대표는 전국이 선거구예요. 그래서 순수 자선단체 같은 데는 기부할 수 있지만 김대중 재단 같은 곳은 정치인들이 워낙 많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 비영리 자선단체로 보지 않으니 안 된다고 선관위 유권해석이 있어요.”
- 사저 매입한 분들이 민간 기념관 만들어서 개방할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메입한 분들이 자선 사업가도 아니잖아요. 매입했는데 무료로 개방한다는 게 이해 안 가요. 매입 비용은 물론 관리 비용도 나갈 거니까요.
“근데 그분은 당장에 얻는 금전적 이익보다 명예를 얻겠다란 생각이기 때문에 저에겐 고마울 뿐이라 따져 묻지는 않았죠.”
- 그분들이 지금은 그렇게 한다고 해도 만약 시간이 지나서 돈벌이 알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어머니가 정부 지자체의 도움으로 기념관이 안 될 경우에는 독지가가 해주는 것도 고려 하셨거든요. 얘기했지만, 공공 차원에서 한다고 완벽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개인이 하더라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이분이 쉽게 마음을 바꿔서 약속을 어기고 다른 방향으로 간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김대중 정치는 화합과 대안의 정치...반사이익에만 너무 의존하는 정치로 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 18일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인데 사저 매각에 대한 논란이 나와서 아쉬울 것 같거든요. 어떠세요?
“ 서둘러서 이번 인터뷰를 하게 된 것도 논란이 있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상황에서 15주기를 맞이한다는 건 돌아가신 어른께 죄송스러운 일이죠, 어떻게든 오해를 불식시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안심하실 수 있게 해야잖아요. 머지않은 기간 내에 기념관을 만들어서 공개할 수 있다고 그쪽에서 얘기하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려고 이 인터뷰한 거죠.”
- 아버님의 15주기를 맞이하는 심정은 어때요?
“요즘 윤석열 정권이 다른 면도 참 문제가 많지만, 국민 화합이나 한반도 평화를 너무 훼손시켜서 대통령님이 바라셨던 정치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만약 대통령님께서 이걸 보셨다면 이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비통하게 생각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지금 많은 분이 돌아가신 대통령님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요즘 정치인들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태도라든가 적과도 대화하면서 화합의 정치를 하려고 하셨던 모습이라든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를 하셨던 모습을 요즘은 볼 수가 없으니까 사람들이 돌아가신 어른을 더 그리워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민주당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어쨌든 민주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상징적인 분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서는 김대중 정신이 안 보이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나 여권과 싸우는 게 정치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또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했지만, 그 압승한 의석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면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반사이익에만 너무 의존하는 정치로 가지는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