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를 임명하면서 다시 역사 전쟁이 시작되었다. 김형석 관장은 뉴라이트적인 발언을 많이 하면서 광복회와 독립 운동가 후손 그리고 야당이 김 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지만, 대통령실은 거부했다. 때문에 15일 광복절 경축식도 반으로 갈렸다.
지청천 장군의 외손자로 문재인 정부에서 독립기념관장을 지낸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지금 이 상황 어떻게 보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14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전 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독립기념관장은 국난 극복의 역사와 민족정신을 국민에 잘 알리는 역할 수행해야 하는데...최악 인물 임명"

-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를 독립기념관에 임명해 논란인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윤석열 정권이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최악의 인물을 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독립기념관 관장은 독립기념관법이 정한 대로 국난 극복의 역사와 민족정신을 국민에 잘 알리는 역할을 수행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일제 강점기 역사에 대해 굉장히 편향된 생각 하는 사람을 임명했기 때문에 과연 신임 관장이 제대로 독립기념관 설립 목적에 맞는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됩니다.”
- 임명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독립기념관 이사회 이사장은 관장이 겸임합니다. 독립기념관 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데요.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가 아마 4명 들어가는 걸로 돼 있고요. 그다음에 외부 인사 2명 그다음에 독립기념관 내부 구성원을 대표하는 사람 1명 등 대체로 한 7명 정도로 구성이 되죠. 이 7명이 독립기념관 관장 모집에 응모한 후보자들을 서류 심사하고 서류 심사 통과한 5명 정도의 후보자를 놓고 면접해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2명~3명의 후보를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보고해요. 그럼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 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 그럼, 대통령이 개입할 여지는 없는 거 아닌가요?
“사실 예전 같으면 청와대 지금은 대통령실에서 대개 어느 정도 윤곽을 그려놓고 임용 절차를 진행해요.”
- 그럼, 면접은 요식 행위인가요?
“그 요식 행위를 통과해야 되는 거죠. 그런데 최근에 보도된 걸 보면 김형석으로 미리 결정된 상태에서 면접한 거 아닌가란 의심이 됩니다. 어제(13일) 보도된 걸 봤더니 이종찬 회장은 김형석 후보에게 거의 낙제점을 줬더라고요. 그러나 다른 임원추천위원들이 다 최고 점수를 줘서 결국 1순위로 올라갔다는 건데 그걸 놓고 보면 이미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된 상태에서 김형석을 관장으로 추천하기 위한 요식 절차 밟은 게 아닌가 해요.”
- 광복회나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문제 삼는 건 김형석 관장이 뉴라이트로 식민사관을 주장한단 거죠.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자기가 뉴라이트 아니라며 건국절 논쟁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라고 하는데.
“일단 첫 번째 문제를 이야기하자면,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두 부류가 있습니다. 스스로 뉴라이트라고 자기를 규정하는 사람이고요. 또 한 부류는 뉴라이트를 자처하지는 않지만, 뉴라이트와 똑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뉴라이트와 똑같은 주장하면 그게 뉴라이트인 거죠. 그다음에 그동안 본인이 한 주장을 보면 건국절이라는 표현은 안 썼지만 1948년 대한민국이 시작된 날이라고 이야기한 게 바로 건국절론이거든요.”
"제헌헌법 전문에 ‘기미년에 민주 독립 국가를 건설했고 헌법을 만들면서 민주 독립 국가를 재건한다’고 명시"

- 김 관장 이야기는 “1948년 제헌국회의 회의록을 보면 당시 분들이 1945년 8월 15일부터 해방이라고 지칭을 하고 있다. 그리고 1948년 8월 15일을 비로소 독립이거나 또는 광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던데.
“제헌국회 회의록 보면 제헌국회 의원들이 다양한 발언을 해요. 그 다양한 발언 중에 하나를 갖고 그러는 것은 맞지 않고요. 일단 당시 사람들이 해방 독립 광복을 엄밀하게 구분해서 쓴 게 아니라 대충 섞어서 씁니다. 가장 중요한 게 제헌국회에서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가 바로 제헌헌법이죠. 제헌헌법을 보는 게 중요한데 제헌헌법 전문에 ‘기미년에 민주 독립 국가를 건설했고 헌법을 만들면서 민주 독립 국가를 재건한다’라고 되어 있어요. 제헌헌법 만드는 데 참여한 입법자들은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민주 독립 국가의 재건이라고 규정한 것이거든요. 그 재건이니까 처음 세워지는 게 아니죠. 이미 독립운동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세워졌다고 제헌헌법 전문에 명백하게 적혀 있는데 그 부분은 싹 빼버리고 1948년 8월 15일부터 대한민국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하는 그 자체가 바로 건국절론자들의 주장하고 똑같다는 겁니다.”
- 임시 정부가 한국에 없지 않았냐면서 중국에 있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국제적으로 승인받는 게 정부 또는 국가에 중요한 일일 수 있죠. 그렇지만 숫자가 많지 않아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승인한 나라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프랑스와 폴란드 망명 정부가 같은 망명 정부 입장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승인했거든요. 그러니까 자꾸 다른 나라가 승인하지 않았으니까, 임시정부는 그냥 임의단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임시정부를 폄훼하는 인식에 지나지 않고요. 형식적으로는 정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임시정부의 존재를 인정한 중국도 있었고요. 미국도 공식적으로는 임시정부를 승인하지 않았지만, 미 육군 첩보대가 한국광복군과 공동 작전을 계획했거든요. 몇 가지 단편적인 사실만 갖고 자꾸 임시정부를 임의단체라고 이야기하면 헌법에 규정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이라는 걸 스스로 부정하는 거예요.”
- 김 관장은 자기가 임시정부를 부정한 적 없다고 하던데.
“그게 부정하는 거죠. 임시정부가 중요한 이유는 비록 1910년 강제병합으로 인해서 나라의 주권을 빼앗겼지만 나라는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선언한 거거든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19년 4월 11일 출범하면서 대한민국 임시헌장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는 규정을 제1조에 집어넣으면서 대한민국을 세웠다고 선언한 거예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그때부터 존재하는 것이고 단지 한반도를 일제가 강점하고 있으니까, 영토가 없고 국민을 사실상 일제가 장악하고 있으니까, 선언적으로는 국민이 존재하지만, 국민이 주권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는 헌법을 만들면서 주권은 인민, 국민을 가리킵니다.
인민에게 있지만 인민이 주권을 행사할 형편이 되지 못하니 잠정적으로 독립운동 세력이 주권 행사를 대리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독립운동가가 인민을 대신해서 주권 행사하겠다고 헌법에 집어넣은 거예요. 즉 주권은 잃었지만, 그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고 영토를 되찾아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독립운동이 지향하는 것인데 마치 국민도 없고 주권도 없고 영토도 없으니까, 나라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면 우리 역사는 1910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빈 게 돼요. 그건 일본사가 돼버려요.”
" 그의 주장대로라면 독립운동도 반국가 활동”
- 독립기념관장 면접 당시 “일제강점기에 우리는 어느 나라 국적이었냐”라는 질문에 대해 일본 국민이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김 관장은 “올림픽에 일장기 달고 나가야 했고 외국 갈 때 일본 여권으로 가야 했다면서 우리가 원한 건 아니지만 법적으로 일본 국민이 됐다”라고 하던데.
“그러니 김형석 관장의 역사 인식에 문제가 많다는 겁니다.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간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 받고 월계관을 쓴 다음에 기쁜 표정 짓나요? 슬픈 표정 짓잖아요. 어쩔 수 없이 일장기를 달고 나갔지만 나는 일본 국민이 아니라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에 그 일장기 단 손기정 사진을 조선의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일장기 지워버리고 보도했죠.
일본이라는 나라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립운동하는 겁니다. 그런 사실을 모두 무시하고 ‘그 당시는 일본밖에 없었어, 일본 국민이 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라는 논리적인 귀결이 어떻게 되냐면 일본 국민이기 때문에 일본 법이 정한 대로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되고 의무 중의 하나가 노무 동원이니 필요하면 나가서 일하는 것이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강제 동원도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거든요. 일본이라는 나라밖에 없고 모두 다 일본 국민이었으면 그 일본이라는 나라에 저항하거나 반항하는 건 국민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독립운동도 반국가 활동이 돼버려요.”
- 대통령실이 건국절 할 생각 없다고 한 건 어떻게 보세요?
“저는 뉴라이트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친일 극우 세력이라고 부르기를 더 선호하는데, 이 친일 극우 세력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김형석 관장이 표현한 것처럼 친일파의 명예 회복이에요. 그 명예 회복의 내용은 뭐냐 이 우리는 친일파를 일반적으로 비난하지만, 친일파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바로 이야기하면 욕을 먹으니까 그 과도기 단계로 띄우는 게 건국절이고, 건국설을 강행하기 위해서 띄운 인물이 이승만이에요.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권은 말하자면 건국절 건너뛰고 바로 친일로 가버렸거든요. 그러니까 굳이 건국절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없는 거죠.”
- 13일 기자회견에서 “친일파 명예회복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있습니까”라고 하셨잖아요. 김 관장이 친일파 명예회복을 언급한 부분 때문인 것 같아요.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역사학자로 한 말이지 독립기념관장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건데.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하나는 내가 사인으로 있을 때의 언행 가지고 공직자의 자격을 판단하지 말아 달라는 것인데, 말도 안 되는 논리고요. 그야말로 공직자로서 자세가 안 돼죠. 또 하나 그러면 사인으로서 친일파의 명예 회복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냐,면 저는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있는 데니까 친일파를 옹호하는 것도 개인으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친일파를 옹호하려면 엄정한 객관적 증거에 입각해서 해야죠. 그래서 학문적인 토론을 하는 건 가능한데 김형석 관장이 사인으로 있을 때 친일파 옹호하는 언행을 보면 증거와 자료에 입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소설 쓰듯이 하는 것이 많아요.”
"이대로 가게 되면 결론은 파국... 어느 한쪽이 끝장 나”

- 내일이 광복절이잖아요. 그러나 독립 단체 등이 불참하기로 하면서 반쪽 행사로 될 가능성 높은데, 이에 대해 김 관장은 자기 책임 아니라고 해요.
“반쪽 행사가 이루어지는 부분에 대한 부가 설명을 하자면 독립기념관은 1987년 8월 11일 광복절에 개관했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3.1절과 광복절이 되면 자체적으로 경축식을 했습니다. 어떤 때는 정부가 주관하는 경축식이 있어서 자체 경축식은 안 했지만 어쨌거나 해마다 독립기념관에서 경축식이 열렸어요. 그런데 올해는 아예 경축식을 안 갖는다는 초유의 사태가 생긴 것이거든요.
반쪽짜리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인데 지금 윤석열 정권의 잘못된 역사 인식이 이런 결과를 낳았으니 만약 정부가 주관하는 경축식에 참석하면 결과적으로는 윤석열 정권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인정하는 셈이 돼버리잖아요. 그러니까 고뇌 끝에 광복회는 광복회 나름의 독자적인 경축식을 열고 또 시민사회는 시민사회 나름의 또 다른 경축식을 열고 그러니까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둘이 아니라 완전히 셋으로 나뉘어졌습니다.”
- 독립 단체들이 자신에 대해 임명 철회 요구하는 다른 의도가 있을 것 같다는 주장도 하던데.
“그 의도라는 게 이런 거겠죠. 이종찬 회장을 비롯한 광복회 회원들이 독립 유공자 후손을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앉혀야 되는데 그게 관철되지 못해서 그것에 대한 반발로 자기를 쫓아내려고 한다는 것 같은데요. 그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동안 후손 아닌 사람이 관장이 된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고요. 그때는 후손들이 그렇게 반발하지 않았어요.”
- 이 문제가 어떻게 끝날 것 같아요? 김형석 관장은 스스로 사퇴할 생각 없는 것 같은데.
“김형석 관장 본인은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요. 그다음에 대통령실에서는 김형석 관장 임명 철회하라는 요구 자체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이야기를 했고요. 그러니까 대통령실도 사퇴시킬 생각이 없고 본인도 사퇴할 생각이 없으면 이대로 가는 거고요. 이대로 가게 되면 결론은 파국이죠. 어느 한쪽이 끝장이 나는 거죠.”
-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김형석 관장 임명을 비롯해서 윤석열 정권이 보이는 친일적 행태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 계속 모아내는 일 해야죠. 국민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겁니다. 지금 분노하는 국민이 워낙 많아서 국민이 이기든지 정권이 이기든지 둘 중 하나인데 저는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