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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가을에서 여름으로 개최 시기를 변경한 ‘2024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닷새간 일정을 마쳤지만 가장 뜨거운 날씨에 축제가 이뤄져 일부 공연장들이 한산할 정도로 관심이 저조해 23년째 이어온 국제행사 이지미와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4일 판소리 다섯바탕 시대의 명창 '이자람 적벽가'를 시작으로 개막공연 '잡색X'와 함께 막이 오른 '2024 전주세계소리축제'는 18일 폐막 공연 ’조상현&신영희의 빅쇼'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폐막 공연에 앞서 18일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폐막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소리축제는 ‘로컬프리즘: 시선의 확장’을 주제로 13개국이 참여해 닷새간 106회 공연을 선보였다"며 "판소리, 창극, 음악극 등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구성돼 82.5%(총 좌석 1만 1467석 중 9466석 예매, 14~17일까지 4일간)라는 높은 객석 점유율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23년 만에 여름 축제 전환, 전통예술 기반 융복합 예술 아우르며 공연예술제로 전환” 자평…'폭염 특보' 내내 지속, 야외 공연장 ‘발길 뜸’

또 소리축제 조직위는 "23년 만에 여름 축제로 전환한 소리축제는 독보성과 차별성 강화를 위해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융복합 예술까지 아우르며 공연예술제로서의 전환을 꾀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소리축제가 열린 기간은 올들어 가장 더위가 극심해 전북지역 14개 시·군에 '폭염 특보'가 닷새간 계속 발효 중이었으며, 한낮에는 게릴라성 소나기가 가끔씩 내려 야외 공연장은 시민들의 발길이 뜸한 채 한산한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이 때문에 국제행사인지 동네행사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매년 선선한 가을에 열리던 축제를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하필 개최 시기를 변경한 올해 소리축제는 그동안 쌓아왔던 위상과 정체성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이모 씨(전주시 송천동) 등 시민들은 "소리축제 기간에 날씨가 너무 더워 공연장 주변에서조차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며 "왜 뜨거운 한여름으로 축제 시기를 변경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국제행사인자 동네행사인지 잘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80개 프로그램들, 고유 콘텐츠·정체성 관객들에게 맘껏 발현 못해 '아쉬움'

반면 일각에서는 전북 예술과 예술인을 키워드로 삼은 올해 소리축제는 전북에 뿌리를 둔 ‘농악’과 판소리를 소재로 한 개·폐막 제작 공연을 비롯해 판소리, 오페라, 연희, 전통 풍물굿, 풍물굿 현대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여 차별을 이뤘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소리축제의 중요 브랜드 공연인 ‘판소리 다섯바탕’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실내 공연으로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80개나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무더운 날씨 탓에 고유의 콘텐츠와 정체성을 맘껏 관객들에게 발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소리축제 조직위는 “올해 소리축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가 아닌, 전통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대표적인 공연예술제로의 전환에 주력했다”며 “실제 가을 축제에서 여름 축제로 개최 시기를 옮기며 소리축제만의 독보성과 차별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왕준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은 “올해 소리축제는 국악을 필두로 클래식, 창작컨템포러리 등 대중음악의 확장을 통해 로컬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했다”며 “올해 축제와 관련해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 내년에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도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