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
올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이 대혼돈에 빠져 들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현지 시각으로 21일 사퇴했기 때문이다.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사퇴한 건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6월에 있었던 TV 토론회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나왔고 지난 주말쯤 사퇴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성명 통해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한다”고 밝히며 완주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는데 이틀 만에 바뀐 것이다.
현재 미국 대선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그리고 차기 미국 행정부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보기 위해 지난 22일 왕선택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대우교수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바이든, '사퇴 주장' 24일 동안 지속...당내에서 지지하던 정치인들조차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 결국 굴복"
-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이 3개월 남짓 남았어요. 근데 이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했어요. 현재 미국 대선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가 가장 중요한데, 이번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사퇴로 인해 앞으로 이 선거가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해리스 부통령과 대결해도 유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했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를 선언한 상황은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새로운 분석과 시각, 전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당장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바이든 후보 대신에 새로운 후보가 누구인가에 초미의 관심이 주어지는 것이고요. 지금 대통령 선거가 106일 정도 남았는데 이 짧은 기간 안에 민주당이 어떻게 당이 분열하지 않고 질서 있게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고 또 선거운동 해나가서 11월 선거까지 잘 운영할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앞으로 지켜봐야 되는 거죠.”
- 미국 역사상 현직으로 출마한 후보가 사퇴한 건 처음으로 알거든요.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 한 번 있었습니다. 1968년에 린든 존슨 대통령이 대통령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했고, 경선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베트남 전쟁과 관련한 비난 여론이 너무 많아서, 결국 경선 초기에 포기했어요. 이번 사례와 다른 점은 존슨 후보가 경선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조기에 포기했고, 이번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 승리를 확정 짓고, 한 달 뒤 전당대회에서 공식 지명 절차만 남은 상황에서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는 점입니다.”
- 왜 지금 물러난 걸까요?
“최근에 상황이 있죠. 지난 6월 27일 있었던 TV토론회에서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어눌하게 말하고, 맥락이 안 맞는 말 자주 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말하고 잘못된 말을 하는데도 그런 부분에 대해 응징을 못 했습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자, 다음 날 미국 주요 언론이 일제히 바이든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 임무 수행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퇴 주장이 24일 동안 지속되면서 당내에서 자신을 지지하던 정치인들조차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그런 압박에 굴복했다고 봅니다.”
- 그러나 지난주 완주 의사를 밝히기도 했잖아요.
“자기가 명예스럽게 사퇴하는 방법 연구하면서도 마지막 발표 하기 전까지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미국 여전히 백인 60%, 히스패닉 합쳐 75% 정도...유색 인종 출신 장점 될지는 불투명"
- 아마 카멜라 해리스가 후보직 승계할 것 같아요. 해리스는 아시아계로 흑인이고 여성이죠. 더구나 트럼프 후보보다 나이 적어요. 이게 강점으로 될 수 있을까요?
“바이든 후보가 사퇴하고 다른 사람이 대체 후보가 돼서 선거하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느냐면 이게 쉽지 않아요.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하고 나이가 비슷합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 활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나이 이야기나, 인지 능력 이야기는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이 갖고는 장점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여성이라는 것이 중요한 특징인데 여성이 남성보다 대통령 선거 나오면 유리할까요? 아직은 잘 모릅니다. 오히려 불리할 수 있습니다. 흑인 출신이고 아시아계 출신인데 이게 선거에서 유리할까요? 미국에서 여전히 백인이 60% 가깝고, 히스패닉 인구 합쳐서 75% 정도 됩니다. 그래서 유색 인종 출신이 장점이 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오히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강점은 지난 4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을 도와서 국정 운영 경험을 공유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4년 동안 미국 경제가 좋아졌어요. 그런 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헤리스 부통령은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이에요. 합리적인 사고 판단을 할 수 있는 최정상급 엘리트입니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 발언이나 정책 방안을 보면 저급하다고 평가 받는 부분이 많습니다. 미국 국민 가운데 진보 진영은 물론 중도 진영에서 본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혐오감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이런 점과 관련해 반사 이익 얻을 수 있습니다.”
- 선거에서 중요한 게 인지도죠, 해리스는 인지도가 얼마나 있나요?
“부통령을 4년을 했으니까 인지도 측면에서는 충분히 널리 알려진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존재감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온 게 24일 전인데 그런 이야기 하게 되면 러닝메이트인 부통령이 대체 후보가 돼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해리스가 4년 동안 부통령 했는데 존재감이 없다고 비판합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어디를 가도 잘 웃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사진에 예뻐 보이기는 해요. 그러나 진지하게 토론할 때나 진지한 사안 다룰 때 웃는 것이 경박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조롱하고 경멸하는 의미로 별명을 붙였는데 그게 ‘래핑(laffin) 카멀라 해리스’예요. 래핑이라는 말은 언제나 웃는다는 뜻인데, 헤프게 웃는다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이 말은 특히 성적으로 차별적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4년 동안 대통령이 도와서 부통령을 했는데도 자주 웃는 바람에 진지하게 국가 운영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구축하지 못한 거예요. 4년 동안 카리스마가 구축되지 않았는데,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고 3개월 만에 카리스마가 생기나요? 어렵겠지요. 결국 해리스는 후보가 된다고 해도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생겼습니다.”

"50대 50이지만 민주당 후보 당선 가능성 더 높다고 봐"
- 그럼, 해리스 말고 후보군이 있을까요?
“ 후보들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캘리포니아 주지사하고 있는 개빈 뉴섬, 미시간주에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 일리노이 주지사 제이비 프리츠커, 펜실베니아 주지사 조시 샤피로,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입니다. 이런 분들은 대부분 50대고, 부티지지 장관은 40대 초반입니다. 모두 상당한 인기 누리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전국적인 지명도가 부족하고, 검증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노출될지 불안합니다.
선거 자금 문제도 변수가 된다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선거 자금으로 5천억 원 정도 기부를 받았는데,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를 승계할 경우 기존 자금 사용권도 승계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되면 그게 어렵다고 합니다. 또 다른 문제가 당의 단합 유지입니다.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려면 예비경선을 하거나 전당 대회 당일날 원샷 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야 되잖아요. 그런 절차가 신사적으로 진행되고, 아름답고 질서 있게 경선이 마무리될까요? 당이 부서질 가능성도 있어요.”
- 아마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우리 시간으로 지난 14일 총격당한 게 이번 대선에 결정적인 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공화당이나 트럼프 진영이 그 사건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대통령 선거 승리 불러올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고는 봐요. 그런데 현재 공화당 움직임이나 트럼프 진영의 움직임을 보면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 돼요.”
- 왜요?
“총격 테러 자체는 일회성 사건으로 며칠 지나면 잊어버려요. 1912년에도 그 당시 대통령 후보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총 맞은 적이 있어요. 이번 사례와 비슷하게 총을 맞고도 살았어요. 그 당시에도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지지율의 변화는 없었어요. 미국에서 총격 테러는 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그거 자체가 결정적으로 흐름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다만 총격 테러를 받고 트럼프가 바뀌었다는 스토리를 만들면 총격 테러가 의미 있어요. 총격 테러를 받기 전에 트럼프는 악당이고 저급한 선거를 했고 욕설만 하고 무조건 갈라치기 하는 식의 사람이었는데, 총격 당하고 나서 통합을 얘기하고 합리적인 토론하고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총격 테러가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근데 지금 보면 수락 연설할 때만 통합을 이야기했고, 그다음 날부터 다시 돌아갔어요. 그러면 총격 테러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냥 일회성 사건으로 지나갈 뿐입니다.”
- 21일 보도 보니 트럼프 후보가 자기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야구 보러 미국 오라고 했다던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트럼프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겠죠.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날 때 한 사람이 만날 의사를 표명한다고 해도 그 만남이 확정되는 건 아니에요. 김정은 위원장이 거부하면 회담은 성사되지 않아요.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러시아, 중국 등 미국 반대하는 국가 연대들을 만들어서 신냉전 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가 있을까요? 저는 그럴 것 같지 않아요.
또 하나 과거 북미 정상회담이나 북미 고위급 회담 하면 그 뒤에는 언제나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입니다. 미국을 설득할 필요도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의사를 피력하고 있잖아요. 근데 윤석열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겠어요? 지금 북한하고 남한은 서로 상대방한테 오물 던지는 경쟁을 하고 있잖아요. 지금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북미 간의 회담을 주선하겠어요? 그러면 북미 회담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 100일 좀 더 남은 시점에서 대선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저는 50대 50, 또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 당선 된다면 방위비 분담금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 확실시"
- 왜요? 총격당한 거로 끝난 거 아닌가요?
“총격 사건은 일회성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승리 가능성을 우세하게 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번 미국 대선은 2020년 선거에 이어 비호감의 선거입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 위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하는 후보의 당선 막기 위해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이든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없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투표하겠다는 겁니다. 그런 조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서고 새로운 후보가 나서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약해지고 투표 의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미국 선거는 전체적인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경합 주 상황이 중요합니다. 이번 대선에서 경합 주로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7곳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면 7개 경합 주에서 트럼프가 모두 앞서고 있지만, 지역별 격차를 보면 민주당이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역전이 가능합니다. 후보 교체를 계기로 민주당이 선거 전략을 정확하게 수립하고 추진하면 경합 주에서 역전승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미국 대선이 100일 조금 넘게 남았는데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새로운 대통령 후보로 누가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일단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유력합니다만, 다른 변수도 있어서 공식적인 지명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는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후보를 교체하는 절차도 봐야 합니다. 민주당이 당의 분열을 초래하지 않고 질서 있게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는 정치력을 발휘하는지가 관건입니다. 후보가 교체되면 새로운 후보가 지향하는 정책 기조를 관찰하는 것이 그다음 과제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진영이 민주당의 후보 교체 상황, 그리고 새로운 후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생각합니다.”
- 사실 미 대선에 관심 있는 건 우리에게 영향 미치기 때문이잖아요. 어느 후보 당선이 우리에게 득일까요?
“현재로서는 초접전 양상이기 때문에 어느 후보가 승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어느 쪽이 되든 장단점이 교차합니다. 트럼프 후보가 된다면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이 확실시돼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명분의 문제이고 액수의 문제는 아닙니다. 따라서 협상을 잘하면 서로가 만족하는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어서 과도한 걱정은 오히려 손해입니다.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대화와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엘리트들의 전통적인 접근법을 고수하기 때문에 답답한 점도 예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북한 핵 문제의 경우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일단 해야 하는데 민주당 진영의 경우는 매우 소극적입니다. 문제 풀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인 외교 통해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습니다.”
/이영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