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주시 북구권 신도시인 에코시티의 도시개발이 초기 계획단부터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면서 학교와 파출소, 병원 및 대형 상가 등이 개발 이후 인접 지역에서 줄줄이 이전하거나 행정·교육 당국이 이전을 유도 또는 강제하는 바람에 인근 동지역 주민들의 사회적 박탈감 호소와 불만이 고조되는가 하면 도심 공동화 현상의 가속화를 자초하고 있다.
특히 에코시티의 대단위 아파트 입주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이곳 인구가 3만명 이상에 달하는데도 학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자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신설하는 대신 인접 지역에서 이전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학군을 잃게 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송천동 주민 치안을 맡아 온 파출소까지 에코시티로 이전하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인접 주민들의 불안까지 고조되는 분위기다.
전주 북부권 신도시 '에코시티', 인구 밀집 예상됐음에도 학교 시설 턱없이 부족한 채 도시개발 추진...무리한 이전 추진에 '불만·불안' 증폭

24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과 전주시, 송천동과 전미동 주민 등에 따르면 전주 북부권 신도시 개발지구인 에코시티가 최근 데시앙 15블럭까지 입주를 끝으로 인구가 3만 3,000여명으로 늘어 학교 시설은 물론 각종 행정·복지 민원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이는 초기 에코시티개발 계획단계부터 교육 및 행정 당국이 충분히 수요를 감안하여 기획하지 못한 채 개발업체들의 눈치를 보며 임기응변 또는 임시방편으로 추진해 온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에코시티는 대단위 아파트 밀집 지역이어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2곳만 있어 고등학교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었음에도 교육청 등 행정 당국은 학생 유발률(Student Generation Rates: SGR) 산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학교 신설 수요를 충분하게 고려하지 못해 학군 대란을 자초한 셈이 되고 말았다.
이 바람에 인접 송천동에 위치한 전라고등학교를 이전하기로 하는 등 또 다른 인접 동인 전미동에 위치한 미산초등학교까지 이전을 추진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졸지에 학군을 잃게 됐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상대적 발탈감과 학생들의 불편을 당장 호소하고 나선 형국이다.
그럼에도 교육 및 행정 당국은 대단위 밀집 아파트 입주로 인한 인구 증가에 따른 학교 설립이 절실했던 전주에코시티에 학교 신설 대신 금암동 소재 전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전북사대부)를 이전하려고 밀어붙이다 실패하자 송천동에 위치한 전라고등학교 이전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전라고·미산초 이전 강행…해당 주민들 '도시 공동화', '심리적 박탈감' 호소

지난 2021년 10월 전북사대부고의 에코시티 이전 신청을 위한 투표에서 학생·학부모·교사의 92%가 반대해 이전이 무산되자 전북교육청은 지난해 전라고의 에코시티 이전을 위한 학부모·학생 찬반 투표 결과 '과반 찬성'을 이유로 학교 이전을 확정지었다. 전북교육청은 남성 공립고교인 전라고를 2028년 3월까지 에코시티로 이전해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전주교육지원청은 에코시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대신 인접한 전미동 소재 미산초등학교를 이전해 분교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에코시티로 이전하게 될 미산초등학교는 2028년 3월까지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전북교육청은 재정투자심사와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학교 신설 대신 비교적 수월한 '기존 학교 이전'을 추진함으로써 인구 밀접지역 위주로 학군이 새롭게 형성되면서 인접 지역들은 학군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 되고 있다. 이 바람에 주민들은 자녀 교육은 물론 학교 이전으로 인한 지역 공동화 현상과 아파트 및 상가, 지가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에코시티의 과대‧과밀화가 당초 도시개발 계획단계부터 예상됐음에도 학교의 신설을 하지 않다가 뒤늦게 인접 지역 학교들을 이전해 가는 것은 해당 지역과 주민들을 무시하는 교육행정”이라며 “학교가 이전하게 되면 해당 지역 학생들의 불편과 그로 인해 학원 및 각종 관련 시설들도 이전하게 돼 여러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전주시와 교육청은 전혀 사전에 고려하지 않고 안일한 대처와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다.
송천2파출소, 전주에코시티 '이전 가닥'…송천동 주민들 '치안 불안' 호소

이 외에도 에코시티에 없는 파출소를 송천2동의 파출소를 대신 이전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에코시티 지역 치안을 관리하기 위해 기존 송천2파출소를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 동부대로 송천사거리 인근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2가 1334-5번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개발로 인해 인구가 급증한 에코시티 내 파출소 신설이 무산되고 기존 파출소 이전 형태로 추진되면서 기존 송천동 일대 절반의 치안을 맡고 있던 송천2파출소가 에코시티로 이전되는 방침에 주민들은 학교에 이어 파출소까지 빼앗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당초 전북경찰청은 에코시티 내 파출소 신설과 인력 보강 등의 방침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내부 검토 결과 조직을 키우지 않고 기존 파출소를 이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주 에코시티는 아파트 등이 밀집해 3만명 이상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파출소 등 치안을 관리할 경찰관서가 건립되지 못해 송천2파출소와 솔내파출소가 서와 동으로 나눠 담당하고 있다.
대규모 병원, 상가, 식당 등 줄줄이 에코시티로 이전…인접 지역 '공동화' 가속
이 외에도 에코시티가 개발되면서 전주시 북부권에 위치한 송천동과 호성동, 전미동 등 인근 지역 대규모 병원과 상가, 식당 등이 줄줄이 이전하는 바람에 인근 지역의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전주시가 에코시티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도 충분한 수요 파악과 효율적인 도시개발 계획을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높다.
전주에코시티 개발사업은 지난 2006년 3월 7일 전주시와 태영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9개의 컨소시움이 민자유치 시행협약을 체결해 진행된 사업으로 35사단을 임실지역으로 이전하고 해당부지를 개발하는 기부대양여방식의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전주 북부권의 에코시티 개발은 2006년 전주시가 (주)에코시티와 ‘35사단 이전 및 부지개발 사업’을 체결한 뒤 본격 이뤄졌다.
(주)에코시티는 태영건설을 포함해 포스코건설, 케이씨씨건설, 한백종합건설 등이 참여한 합자회사다. 특히 태영건설은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에코시티 개발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은 오롯이 전주시민의 몫이었다. 에코시티개발 시행사인 (주)에코시티는 최초 사업계획서에서 6,802억 8,400만원의 총사업비를 제출해 전주시와 사업이행협약을 맺고도 사업비 증가를 이유로 2018년 11월 3,727억여원의 사업비 증액을 요구해 에코시티개발 총사업비는 1조 529억 9,400만원으로 증가했다.
"천문학적 혈세 투입하고도 도시계획 '중구난방'…개발업체에 끌려 다니는 행정” 비난

전주시가 수용한 큰 폭의 사업비 증액으로 (주)에코시티는 사업 수익성을 손쉽게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주)에코시티는 항공대 이전부지 변경, 사업기간 연장, 소송 및 민원해결 등에 들어가는 사업비 증가로 전주시에 사업비 증액을 요구함으로써 전주시가 에코시티개발의 사업비 증액 요구를 수용해 (주)에코시티와 건설사에 큰 수익을 안겨줬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속수무책으로 행정이 끌려갔다.
전주에코시티 개발부지는 총 199만 9,890㎡ 규모로 1만 3,161세대, 3만 2,903명의 계획인구로 전주시 북부권 균형개발과 친환경생태 주거도시 건설을 목표로, 현재 35사단 부지 인근 154만 5,877㎡를 개발하는 1단계 공사가 완료됐고, 항공대 인근 부지 44만 2,590㎡를 개발하는 2단계 공사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전주시 대단위 도시개발사업에 태영건설이 주도해 왔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자금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전주시가 추진한 에코시티개발 외에도 천마지구 도시개발사업과 최근 가스 폭발 사고로 근로자가 숨진 전주리싸이클링타운 운영 지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전주천마지구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인 ㈜에코시티의 지분 40%를 소유한 최대 사업주이다. 하지만 전주시 북부권의 마지막 천마지구 개발사업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이후 골칫거리로 남게 됐다.
여기에 '민간인 사찰'로 비판 받던 기무사가 2018년 해체됐지만 전주에코시티 상업시절 인근에 있는 기무사 건축물과 터는 여전히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이전 및 활용대책 마련이 요구된지 오래다. 특히 전국 기무부대 11곳이 사라지면서 2018년 새로 출범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과거 기무사부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전주지역에선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태영건설, 전주시 대단위 개발사업마다 '개입'…워크아웃 이후 곳곳 '골칫거리' 남아
태영건설은 전주시가 추진한 에코시티개발과 천마지구개발 외에도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운영사 4곳 중 지분이 가장 큰 기업이다. 전주시종합리싸이클링타운은 민자투자사업(BTO)으로 설립되어 음식물폐기물과 재활용품, 하수슬러지 등 전주시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사회기반시설이다. 이 시설은 2013년 12월 태영건설, TSK워터(현 에코비트워터), 한백종합건설, 성우건설이 출자하여 설립된 ㈜전주리싸이클링에너지와 전주시 간에 실시협약이 체결되어 건설된 이후 2016년부터 가동 중에 있다.

그런데 최근 운영 누적 적자가 400억여원에 달한 데다 손실이 계속 이어질 경우 운영권을 반납하고 전주시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지역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와 생활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폐기물 처리시설로, 매우 중요한 전주시 자산이자 시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사업체다.
이 시설은 초기 국비 375억원과 민간투자금 724억 8,900여만원 등 총 1,100억여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가동 이후 잦은 고장과 악취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 5월에는 가스폭발로 노동자 5명이 화상을 입고 이 중 1명이 사망하면서 한 달여간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전주시는 업체들의 눈치를 보며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도 관리와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며 뒷짐만 지고 있는 양태여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전주시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도시개발 행정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키며 공분을 키우고 있지만 '우범기호 전주시' 난개발 질주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