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따라 인생따라'

길이 길길이 뛰던 시절이 있었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해파랑길. 소백산 자락길, 변산 마실길.
강화 나들길. 남해 바래길.
전주 천년 고도 옛길.
그래서 나라 안의 여러 길,
해파랑길. 소백산 자락길. 변산 마실길.
전주 천년 고도 옛길을
제안하고 만든 공로로
과분하게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었지.

저마다 다른 이름을 가진 길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던 시절이 있었지.
물론 지금도 유효하지만
그때는 길이 허공에 떠올라서
현란하게 춤을 추웠지.
여기도 길. 저기도 길.
그런데 지금. 그 때 그 길들은
어찌 되었을까.
십 여년의 시차를 두고
사라진 길도 있고
지금도 사람들이 즐겨 찾는 길도 있다.

왜 그런가. 길은 길이라서 그렇고
세상의 진리는 변화하는 것이고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고금에서 지금까지 길은 길이었고
길이 있어도, 없어도 걷는 것이 길이었다.
만들어진 길이 아닌
저절로 난 길.
그 길을 걸을 때 가장 행복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세상은 걸어볼만하다.
세상은 살아볼만하다 .
하고 걸어갈 길이
저렇게 펼쳐져 있다는 것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인간은 걸을 수 있을 때 까지만
존재한다.
그래서 걷고 또 걷는다.
길에서 길을 만나기 위해서
서명숙. 도법스님. 신정일. 이순원.

/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객원기자
jbsor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