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98)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전체 40명 의원 중 37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을 민주당 의원들이 싹쓸이하다시피 독식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견제와 감시라고 하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거수기 노릇에 그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집행부 수장과 지방의회가 같은 당 일색이다보니 제 기능과 역할이 무뎌질 수 밖에 없다. 특정당 중심의 비민주적 운영과 의장단 구성에 외유성 해외 출장이 잦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전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의회 구성 형태가 단체장이 소속된 정당하고 똑같은 지역이 대부분이어서 집행부 견제·감시는 커녕 단체장에 불편한 질문을 하는 지방의원들을 찾기 어려우며 심지어 단체장에 충성 발언을 하는 지방의원들이 많아 무용론이 잇따라 제기된다. 이런 와중에 전국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이 지난 2년간 세금 240억원을 써가며 1,000번 넘게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초의회 중 해외 출장을 가장 많이 간 곳은 18번 나간 경북 포항시의회에 이어 전주시의회가 13회로 뒤를 이었다. 또 지방의원들이 주민들보다 소속 정당과 자신을 공천해 준 국회의원을 더 의식하는 게 문제라며 당은 물론 유권자들, 지역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의 보도가 시선을 끌었다.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다룬 언론들의 주요 의제를 톺아본다.
지방의회마다 서로 뒤질세라 세금을 써가며 경쟁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이유는?

MBC는 지난 25일부터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점 등을 연속해서 단독 기사로 보도해 이목을 끌었다. 방송은 25일 ‘1천 번 넘게 해외 출장 가며 240억 쓴 지방의원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국 243개 광역·기초의원들의 지난 2년간 공무국외출장 관련 기록을 전수조사해봤더니 '외유'로 의심되는 해외 출장이 1,0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방의회 의장단이 교체되는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인천공항 입국장은 연일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지방의회 의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이어 “숱한 논란과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꿋꿋하게 반복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의 실태를 알기 위해 MBC는 언론사 최초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전국 243개 모든 광역·기초의원들의 국외공무출장 내역을 전수조사했다”며 “현 지방의회 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 2022년 7월부터 2년 동안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전국의 지방의원은 3,800여 명으로 4년 임기 중 딱 절반이 지난 지금까지 이들의 해외 출장은 1,158회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달 평균 48회, 매일 1.6회씩 출장을 명목으로 해외에 나간 것”이라고 덧붙인 기사는 “광역의회 중에는 제주도의회가 2년간 42회로 가장 많이 나갔고, 서울시의회 34회, 경기도의회 33회, 경북도의회 20회 순이었으며 기초의회 중 해외 출장을 가장 많이 간 곳은 18번 나간 경북 포항시의회였고, 전북 전주시의회와 경북 경주시의회가 13회로 뒤를 이었다”고 부연했다. “243개 지방의회 의원들의 출장 비용도 전수조사했다”는 이날 방송은 “2년간 투입된 세금만 2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런데 출장지와 목적부터 뜬금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1,158번 해외에 나가는 데 들어간 예산은 240억원인 가운데 광역의회 중에는 경기도의회가 가장 많은 12억 9,000만원을 썼고, 서울시의회 1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고 밝힌 기사는 “비수도권에서는 재정자립도 최하위권인 전남도의회가 해외출장에 5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고 기초의회 중에는 전북 전주시 3억 9,000만원, 경남 창원시 3억 2,000만원, 서울 강남구 2억 8,000만원 순이었다”며 “지방의회마다 서로 뒤질세라 세금을 써가며 경쟁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출장비 재원인 지자체 예산 심의 권한을 의원 스스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관광지 일색 해외 출장...의회 해외연수 심사위원회, ‘외유’ 독려

MBC는 26일에도 관련 뉴스를 이어갔다. ‘'관광지' 일색 해외 출장‥"의원은 놀아도 나가 놀아야"’란 제목의 기사는 “전국 광역·기초의회 의원들이 지난 2년간 다녀온 해외 출장지 정보를 모두 확보해 분석을 해보았더니 출장마다 목적은 다 달랐지만 지역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지방의원들이 가장 많이 간 곳은 수많은 유흥업소들이 밀집해 있어 일본 최대 환락가로 꼽히는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초”라고 보도했다.
“2년 동안 전국 각 시·군·구의회에서 일본은 모두 177번 방문해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는 “96번 방문한 독일과 싱가포르가 공동 2위였고, 호주·프랑스·중국 등이 그 뒤를 이었다”며 “중요한 건 그 나라의 어디를 가서 무엇을 배웠느냐일 텐데 일정 내내 대놓고 관광지만 들른 의회들도 있다”며 “수변공간 조성방법 등을 배운다며 프랑스 파리로 6박 8일 출장을 간 전북 완주군의회는 방문 일정을 보니 루브르 박물관과 몽생미셸 등 유명 관광지로만 꽉 차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이경애 완주군의회 부의장은 방송과 인터뷰에서 "만경강이랑 세느강이 유사점이 있었나요?“란 질문에 ”유사점은 좀 없는 것 같은데, 도시에 강이 있다는 거에 대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사는 “이런 외유성 해외 출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각 지방의회는 해외 출장 전 외부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 2년간 1,000건이 넘는 심사 중 심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는 단 1건뿐이었다”며 “검증은커녕, 아예 '외유'를 독려하는 현실이고 심사위원 구성에서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의장이 지명한 사람, 또는 전직 공무원이나 유관기관 단체장 등 지역의 이해 관계자들이 심사위에 발탁된다”는 기사는 “심사위가 마지막 견제 장치 역할을 못하는 사이 해마다 100억 넘는 세금이 나라 밖에 뿌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방의회 의장단 구성 민주당 '추태’...언제까지"

남도일보도 최근 사설에서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짚어 시선을 끌었다. 신문은 28일 ‘광주 기초의회 의장단 구성 ‘민주당 추태’ 언제까지‘란 제목의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제9대 광주 기초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이 난장판이란 지적이다”며 “오는 7월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의장단을 뽑는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끼리 비민주적 추대, 물밑 담합 등 추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광주 북구갑 지역위원회는 지난 23일 사무국장 명의로 ‘북구의회 의장 추대 결정안’ 문자 메시지를 구의원들에게 보냈다"는 사설은 "'최다선이자 최연장자인 최무송 구의원을 추대한다'는 내용이었다"며 "‘광역·기초의회 의장단은 당론에 따라 소속 지방의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한다’는 민주당 중앙당의 지침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설은 “남구의회의 경우 민주당 의장 후보로 나선 재선의 남녀 구의원 중 남성 구의원이 ‘성희롱 발언’ 당사자여서 빈축을 사고 있다”며 “항상 추태 속에서 ‘민주당 잔치’로 끝난 광주 기초의회 의장단 구성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의회, 집행부 견제 능력 상실…유권자 책임도 커”

경북일보는 28일 인터뷰 기사에서 지방의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임미애 의원 "집행부 견제 능력 상실한 지방의회…유권자 책임도 커"’란 제목의 기사는 “22대 국회에 첫 등원한 임미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농사를 짓다가 지방의회에 진출한 오리지널 지방정치인 출신”이라며 “불리한 정치지형을 뚫느라 비교적 가시밭길을 걸었다. 초선이지만 지방정치 3선까지 합하면 4선급 선량(選良)이다"고 소개한 뒤 "의정활동에 의욕이 불타는 임 의원을 27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나 애기를 들어봤다”고 전제했다.
인터뷰에서 임 의원은 ‘현재 지방의회가 집행부 견제 능력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의회 구성 형태가 단체장이 소속된 정당하고 똑같다”며 “견제와 균형을 잡는 데 잡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구성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책임이 51%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임 의원은 “기초의회의 경우는 3인 이상 선거구로 만들어야 된다”면서 “기초의회는 한 30여 군데 정도가 3인 뽑는 선거구가 있으나 전 지역 3인 이상으로 바꾸고 광역의회는 당명부형비례대표제로 지금 공직선거법을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방자치 무용론'에 대해 임 의원은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자치라는 것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은 긍정적이지 않다”며 “그 책임은 여러 가지 평가를 할 수 있는데,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는 건 대화와 토론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지방정치가 실종되면 지방자치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수님을 존경한다?"..."지방의회 제 역할 못하는 데는 지역언론 탓도”
미디어오늘은 29일 ‘지역 기자의 시선’이란 기사에서 ‘질문하지 않는 지방의원들, 그리고 지역언론’이란 제목으로 지역신문 기자의 입장에서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조명했다. 해당 기사는 “지방의원이 갑질을 했다, 성추행했다, 막말했다는 보도가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게 현실이다”며 “이들이 제 역할 못하는 데는 지역언론이 제대로 감시를 못한 탓도 있다. 내가 나서서 지방의회를 욕하는 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나 다름없다”고 시작했다.
이어 기사는 “이달 초 경남 산청군의회에서 군의원이 군수에게 때아닌 달콤한 고백을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며 “우리는 군민으로서 군수님을 존경한다”는 말이 나온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결국 안건은 부결됐다. 보도 직후 국민의힘 소속 군의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군수를 감싸려고 스스로 질문할 권리를 걷어찬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영시의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기사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2022년 7월, 9대 시의회가 개원한 이후 네 차례 시정질문에서 단 한 번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며 “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민주당 4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남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고 강조한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은 화성시의원들이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시장 시정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며 “기사는 산업폐기물매립장, 쓰레기 소각장, 습지 보호구역 관리 등 크고 작은 현안이 산적한데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시정질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기사는 "헬로tv뉴스는 12일 여수시의회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에 나선 의원은 고작 3명일뿐더러 질문 또한 현안을 비껴갔다고 보도했다"며 "여수시의원은 모두 26명이다”고 사례로 들었다. 이밖에 기사는 “한국 지방자치 제도 근간이 바로 ‘견제와 균형’이다”며 “주민들이 지방의회와 단체장을 각각 선출하여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취하는 기관 대립형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대립은커녕 ‘각자 알아서 잘하고 있다’거나 ‘군수님을 존경한다’면서 군정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문제는 매번 선거에서 특정 정당 의원들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내부 견제가 되지 않고 자정 능력을 잃었다는 것”이라고 말미에서 역설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