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초점
”국제골프학교 설립 추진 및 계획을 세운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어떠한 계획이 없음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새만금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국제골프학교와 골프 레저시설 등 '박세리'를 앞세운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거짓임이 드러나 전국적인 망신거리가 됐다. 전 프로골퍼 박세리 씨는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 박준철 씨를 고소한 배경 등을 밝혀 이목을 끌었다.
박세리 “새만금개발청이 재단에 확인 요청하기 전까지 위조 사실 몰랐다”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씨는 이날 “위조 사실을 알게 된 뒤 재단 이사회를 열어 아버지를 고소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면서 “새만금개발청이 재단에 확인 요청을 하기 전까지 위조 사실을 몰랐고 아버지가 업체와 어떻게 접촉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단 변호인도 “박씨가 재단에서 어떤 직책을 맡거나 역할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박씨는 "박세리희망재단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단체의 재단법인으로 정관상 내 외국인학교설립 및 운영을 할 수 없다"며 "국제골프학교 설립 추진 및 계획을 세운 사실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새만금에 3,000억대의 관광개발사업 핵심인 국제골프학교 설립 등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재삼 확인해 주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직후 비난의 화살이 새만금개발청과 전북자치도로 향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새만금에 거대한 관광개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전북자치도와 새만금개발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과 함께 ”당장 투자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속아 넘아가 준 것 아니냐“는 등의 비아냥 글들이 올라왔다.
앞서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 부친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관련 사업은 새만금 관광레저용지에 1.6㎢ 면적으로 해양골프장, 웨이브파크, 마리나 및 해양 레포츠센터 등 관광레저 시설과 요트 빌리지, 골프 풀빌라 등 주거 숙박 시설, 국제골프학교 등이 조성되는 사업이라고 새만금개발청과 전북자치도는 그동안 홍보해왔다.
대규모 민간사업계획 허위...2년 만에 사업 백지화, 안이한 행정 대처·무능력 도마 위

그러나 박세리 희망재단으로부터 받은 사업 참여 의향서를 민간컨소시엄이 새만금개발청에 제출하면서부터 이미 사달은 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심사위원들은 박세리가 세운 재단이라는 타이틀에 높은 점수를 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세리희망재단의 도움이 기대된다’며 3,000억원대 골프 관광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했던 새만금개발청과 전북자치도는 민간사업자의 사업계획이 허위 서류로 꾸며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2년 만에 사업을 백지화함으로써 안이한 행정 대처와 무능력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새만금개발청이 내부 지침으로 정한 우선협상 기한은 3개월에 불과했지만 본 계약을 맺기 전 사업계획을 검증한다는 우선협상 과정을 1년 넘도록 진행한데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날 박세리 씨의 주장대로 새만금개발청이 재단에 확인 요청을 하기 전까지 위조 사실을 몰랐으며, 박세리희망재단은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고 후원금을 받아 대회를 개최하고 유망주들에게 후원하는 재단이라는 점을 사업 시행 기관과 관련 부서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서류 등의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혹이 일고 있다.
따라서 철저한 원인 및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침을 어기지 않고 정해진 기한 안에 사업계획을 검증했더라면 적어도 2년 가까운 시간 낭비는 막았을 것이란 지적이 높기 때문이다.
300MW 사업권 제공 계획도 차질...지지부진한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까지 짙은 안갯속으로

더욱이 문제는 이처럼 기약 없이 흘러가는 불확실한 개발 계획들이 여전히 새만금에 넘쳐난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새만금 개발사업들의 경우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면서 협상기간 명시를 안 하고 시작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공직사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는 ”당장 새만금에 공장과 기업은 유치해야 하겠고 우선협상대상자가 언제까지 우선협상을 마쳐야 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박세리 씨 부친의 허위서류 등 각종 논란으로 백지화됐거나 무기한 협상이 이어지는 대규모 새만금 민간투자 개발사업은 골프 관광단지 외에 테마마을 조성,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 3건으로 이 중 3,000억원 규모의 골프 관광단지는 우선협상이 취소됐으며, 3,000억원 규모의 첨단산업단지 조성도 우선협상이 취소된 상황이다. 다만 1조원 규모의 태마마을 조성만 우선협상 진행 중이다.
게다가 또 다른 큰 문제는 이들 민자투자를 이행하면 이들 모두에게 수상태양광 발전사업권을 모두 100MW씩 모두 300MW를 혜택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마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새만금 수상태양광사업까지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행정 신뢰도 실추시키고 새만금사업 전반에 악영향 초래한데 대한 책임 규명 분명히 해야"

이처럼 박세리 씨 부친이 거짓으로 꾸민 의향서가 사업 참여 업체를 통해 새만금개발청에 제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이후 새만금 전체 개발사업에 후폭풍이 몰아치는 양태다.
새만금개발청은 부랴부랴 지침서상 취소 청문 절차를 진행해 사업자 측 하자로 참여를 취소하고, 보증증권을 통해 65억원을 회수하는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으나 파장과 후유증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행정의 신뢰도를 실추시키고 새만금 관광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새만금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한데 대한 책임 규명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