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론

5월 10일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펼쳐진 가수 초청 공연 모습.(사진=전북대 제공)
5월 10일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 펼쳐진 가수 초청 공연 모습.(사진=전북대 제공)

요즘 신세대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중 하나는 축약된 언어나 신호로도 쉽게 서로의 뜻과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주고받으며 공감하고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 기성세대와 크게 다르다. 대표적인 예로 ‘낄끼빠빠’라는 신조어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를 줄여서 쓰는 압축 표현어다. 모임이나 대화, 심지어 정치·경제·사회적 이슈 등에서 눈치껏 끼어들거나 빠지라는 뜻으로 흔히 쓰인다.

그런가 하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여 ‘할많하않’이란 말도 축약어로 자주 사용된다. 조금 어렵긴 해도 긴 글로 상대의 처신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대신 이 축약어를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 서고 주고받으며 공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위 두 문장을 합한 ‘낄끼빠빠 할많하않’을 그대로 해석하면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달리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더 친숙한 세대들에겐 이처럼 축약어 사용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고 오히려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의제를 확산시키고 파급하는 과정에서 매우 신속하고 편리한 방법이란 점에서 많은 연구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전북 치안 총책임자, 대학 축제 현장서 ‘음주가무’ 논란...”낄끼빠빠 모르나?“ 

임병숙 전북경찰청장 인사말.(전북경찰청 홈페이지 갈무리)
임병숙 전북경찰청장 인사말.(전북경찰청 홈페이지 갈무리)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우리 지역을 돌아보자. 최근 사이버상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낄끼빠빠 할많하않’의 주인공들이 우리 지역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만명의 인파가 밀집한 대학교 축제 현장에서 최종적인 안전관리 책임을 맡아야 할 전북경찰청장이 술을 입에 댄 것도 모자라 춤까지 춘 사실이 전해지면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졌다. 

전북대학교 대동제 축제가 열린 지난달 10일 임병숙 전북경찰청장이 축제 현장에서 음주가무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은 전북대 축제인 대동제가 폐막을 하는 날로 대학 측은 “애쉬아일랜드와 창모의 공연에 이어 싸이가 무대에 올라 학생과 지역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사전에 널리 홍보해 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몰렸다. 이 때문에 대학 측은 "행사 2주 전부터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4만명의 인파가 몰린 상태였고 전북경찰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약 100명의 인력을 투입했을 정도다. 그런데 전북 치안의 총책임자인 임 청장은 한 주막에 자리를 잡은 뒤 약간의 음주와 춤을 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청장과 함께 주막에 자리를 잡은 일부 경찰 인력들 역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치안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북경찰청과 임 청장은 “전주덕진경찰서장을 현장 책임자로 둔 안전관리 대책을 세운 만큼 임 청장이 인파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며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행위 등으로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평소 술을 마시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날도 한 모금 정도 입에 머금었다가 뱉는 정도였다"고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궁색하다는 반응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현장 최고 지휘자가 누구 눈치를 보겠느냐”, “술을 입에 머금었다가 뱉을 수가 있느냐”는 지적과 함께 "낄끼빠빠"란 비난까지 이어지고 있다. 평소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며 최근 경찰관들의 잦은 음주사고 등을 의식해 "필요에 따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음주운전 특별감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때문이었는지 ‘낄끼빠빠 할많하않’에 공감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도민의 안전과 평온한 일상 유지에 최선을 다하기 전에 낄끼빠빠에 더욱 노력하라”는 조롱 섞인 주문도 나왔다. 수 만명이 운집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서 경찰 총수의 이러한 행동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는 비판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음주가무 논란이 일자 사과와 해명을 했기에 망정이지 끝까지 발뺌하거나 사과에 인색했더라면 더욱 거센 비난 여론에 휘말렸을 것이다.

평생 공직 생활 후 은퇴 송하진 전 지사,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장 역할...곱지 않은 시선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 인사말.(해당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 인사말.(해당 홈페이지 갈무리)

또 다른 ‘낄끼빠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관선 시대부터 오랜 공직생활을 해 온데다 민선 시대 전주시장 두 번, 전북도지사 두 번까지 합하면 거의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던 그가 전북도백 3선 욕망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정계와 공직을 은퇴했음에도 민선 8기 김관영 도정에 참여해 논란이 적지 않다.

송 전 지사는 지난해 1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에 임명돼 4년 임기를 그와 도지사 경쟁을 펼쳤던 김관영 지사와 함께 하게 됐지만 초반부터 내부 비위가 잦아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송 전 지사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예비엔날레는 지난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올 1월 도의회 5분 발언에서 수의계약 남발 및 주먹구구식 회계 운영 등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음에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문제를 더욱 키워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계약 등과 관련해 허위 진술, 공문서 조작 의혹 등을 받은 서예비엔날레가 한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조직위원회의 감사 등 시정조치가 긴요하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5개월이 지난 최근에도 계약 관련 서류의 위조와 수의계약 관련 거짓 진술 등이 다시 도마에 올라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전북자치도의회 이수진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제410회 도의회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김관영 지사를 상대로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위법 행위에 대한 감사 등의 시정조치 및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자료 위조와 거짓 진술 등의 문제점을 제기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 의원은 특히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에서 받은 계약 관련 자료를 살펴본 결과, 계약 건의 계약서와 계약보증금 지급 각서에 날인이 되지 않은 원본에 날인 한 부분만 오려서 붙인 것을 발견했다”며 “이는 명백히 자료를 위조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5분 발언, 도정질의 연속 문제 제기...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왼쪽)와 송하진 전 지사.(자료사진)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왼쪽)와 송하진 전 지사.(자료사진)

또 이 의원은 “올해 초 서예비엔날레 조직위 상반기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에 소속된 위원들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집행위원장은 없다고 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한 뒤 “하지만 집행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2021년 3건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집행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거짓 진술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이 의원은 “수의계약 후 재하청식 재위탁, 내 입맛에 맞는 짜맞추기식 경제 타당성 분석 등 시작부터 잘못된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쟁이 가능한 학술용역, 쪼개기가 일상화된 용역과 감리 용역 등 수의계약 관행을 근절시키고, 계약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의계약 관련 조례와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서 적절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거나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은 중앙투자심사 심의 대상 사업으로 경제적 타당성 조사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어물쩍 넘어갔지만 위법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5분 발언에 이어 도정질의에서 연거푸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 외에 특혜 또는 대가성 의혹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

가뜩이나 더불어민주당 일색인 도의회와 집행부가 '같은 편'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이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얕보거나 무시해선 안 된다. 그동안 도지사는 물론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들 대부분이 같은 민주당 소속이어서 인사청문회나 행정사무감사, 도정질의 등에서 송곳 같은 질의가 거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쇠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었다.

“전관예우 너무 지나치다...낄끼빠빠 할많하않”

전북자치도의회 전경.
전북자치도의회 전경.

그나마 민주당 소속이 아닌 도의원이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서예비엔날레 내부 비위들도 속속 들춰내고 있으니 다행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송 전 지사와 서예비엔날레와의 관계는 매우 깊다. 1997년 개최된 무주 동계유니버시아드 문화행사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구상하고 출범시킨 장본인이다. 첫 조직위원장도 송 전 지사의 형인 송하경 씨가 역임했다.

그런데 사단법인이지만 도의 지원을 받는 서예비엔날레의 수장을 맡고 있는 송 전 지사는 재임 기간인 2017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유치하고 재선에 성공, 도정 최고 책임자로 자리하면서 새만금잼버리를 5년여 동안 준비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는 점에서 책임론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게다가 2021년 군산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의 부실 징후가 예고됐음에도 당시 전북도 출연기관인 전북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보증 한도의 12배가 넘는 대출을 해주고 불과 2년 만에 50여억을 고스란히 부실로 돌아오게 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3선 도백을 노린 송 전 지사를 돕기 위해 벌어진 '관권 선거 사건'과 관련해 부인은 물론 전현직 측근 공무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는 모습에 많은 도민들이 참담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내부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 더욱 따가운 눈총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관예우’에 ‘봐주기 행정’이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 높다. 이 같은 사례를 놓고서도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서로 공유·공감한다.

“낄끼빠빠 할많하않”

전북의 낯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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