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화 칼럼
전북애향본부에서 야심찬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전북 재도약위원회’를 만들어 학계, 언론, 정치인 등 100명의 전북 리더를 선정해 정부의 전북 홀대 극복 및 도약을 위한 원탁회의를 진행하겠다는 취지를 야심차게 밝힌 것이다.
필요 사업들 외곽 조직 구성해 의제 띄우고 언론 통해 확산...언제까지?
해당 예산은 어디서 나왔을지 매우 궁금해졌다. 전북자치도에서는 확답을 주지 않았으나 예산 지원이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는 예산을 지원하고, '시민사회'라고 주장하는 관변단체는 의제를 띄우며 실제로는 겸직이나 다름없는 전현직 언론인들이 임원을 맡아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전북애향본부 총재는 전북일보 사장이고 사무처장은 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전북도민일보 사장이 총재였는데 이처럼 언론사 출신이 20년 정도 임원을 맡아 관여해 왔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다.
2017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송하진 전 도지사 시절 추진된 적이 있었다. 전북 자존의 시대를 거론하며 전북 홀대를 막자며 ‘새만금새전북21포럼’, ‘정책행동전북앞으로’ 라는 단체들이 등장했고 역시 전북일보 회장과 주필이 참여하며 <전북일보가 제안하는 대선 공약 시리즈>로 보도가 되었다. 그리고 대선 과정에 주요 후보자들이 채택하게끔 한다고 강조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전북자치도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들을 외곽 조직을 구성해 의제를 띄우고 이를 언론을 통해 확산시켰는데 이러한 방식이 현재도 유용한지 의문이다. 전주·완주 광역경제권, 새만금경제권 발전방안, 현대 자동차 첨단 상용모빌리티 전환 등의 주제가 거론되었다. 총선 당선자 등이 내놓은 전북 홀대 극복 주요 대안이라는 게 결국 관변단체 중심의 여론 형성이라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세부적인 실천 방안을 어떻게 치밀하게 세울 것인지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전현직 언론인들 '관변단체 임원'...‘정·언 분리’ 안 돼 더욱 꼬여만 가는 게 아닌가?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참담할 만큼 위축된 전북의 영향력과 위상 악화’를 만들어 온 주범들이 모여서 전북의 미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개발과 더 많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니 지금 무엇보다도 시급한 건 전북 리더들의 세대교체라는 생각이 강고해진다. KCC 프로농구단 이전과 아태마스터스 대회 실패, 새만금 잼버리 실패 등 이로 인한 국가 예산 삭감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자들이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전북의 현실과 이를 옹호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심각함을 느낀다.
전북에서 관변단체를 앞세워 의제를 띄우는 게 언제부터였던가. 참으로 불편하다. 게다가 전현직 언론인들이 관변단체 임원을 맡아서 저러고 있는 것도 참 그렇다. 이 지역은 ‘정·언 분리’가 안 되는 것 같아 더욱 꼬여만 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앞선다.
/손주화(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