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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년 9개월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싸늘한 총선 민의를 더욱 냉담하게 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내외신 기자회견을 2년 전 취임 100일 때 이후 두 번째 마련했지만 야권은 “국어 시험을 보는데 영어 문제에 답하는 동문서답”이었다고 혹평하는 등 국내 주요 진보 언론들도 ‘마이 웨이식 소통’을 재확인한 회견이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취임 100일 이후 두 번째 기자회견...야당 "언제까지 고집불통 대통령 모습에 절망해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날 기자회견은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약 21개월 만이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지켜봤지만 결과는 역시"라는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 “민심을 수용하고 변화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전파 낭비” 등의 거친 비판과 비난을 이어갔다. 

우선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언제까지 고집불통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이 절망해야 하냐”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과 국민이 처한 상황을 얼마나 무사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지난 2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점수가 낙제점이라고 했는데 60점도 아깝다. 0점이다”고 평가한 뒤 “점점 국민 분노가 임계치까지 끓어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특검법을 재발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여기에 (김 여사 일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명품백 관련 부분도 포함시킬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민심을 수용하고 변화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며 “22대 국회 개원 후 6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김건희 특검법을 비롯해 채 상병 특검법도 즉각 재발의하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벌거벗은 임금님 치하에서 3년 버텨야 하는 국민의 신산한 삶이 걱정될 뿐”

이 외에도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방송 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도 22대 국회 개원 즉시 처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할 것도 없지만, '벌거벗은 임금님' 치하에서 3년을 버텨야 하는 국민의 신산한 삶이 걱정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조국혁신당은 '3년은 너무 길다'라는 민심에 화답하겠다"며 "국민을 주인으로 받들지 않는 윤석열 정권은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민생도 살아나는데, 물가도 못 잡고 민생 회복 대책도 없는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의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엄중한 국민의 심판을 받았지만, 오늘 회견에선 윤 대통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변할 생각도 없음이 확인됐다"고 평가하며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고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친윤(친윤석열) 언론'마저 대통령이 변해야 한다고 충언하는데, 윤 대통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준우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떻게 저렇게 민심이 원하는 바만 콕 집어 비켜나갈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며 “실소조차 나지 않는 방송은 전파 낭비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또 이날 주이삭 개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라 더 새로운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며 “더 이상 기대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질문 기회 보수언론에 집중…MBC 기자에겐 왜 질문 기회 주지 않았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9일 내·외신 소속 150명가량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9일 내·외신 소속 150명가량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대통령실 제공)

주요 언론들도 이날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적 기사와 칼럼, 사설들을 내보냈다. 미디어오늘은 ‘尹(윤) 기자회견, 질문기회 보수언론 집중…“기립 종용” 반발도’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날 기자회견 중 질의·답변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기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내·외신 소속 150명가량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며 “앞서 대통령실이 여러 언론 성격을 고려해 질의를 받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매체에 질문 기회가 편중됐다.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자들이 일어서도록 종용됐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날 기자회견 취임 3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이후 두 번째다”고 밝힌 기사는 “질문 기회는 특정 매체에 편중됐다는 평가다”며 “김수경 대변인이 지목한 질문자 20명을 매체 특성별로 보면 경제지 4명(매일경제·한국경제·서울경제·머니투데이), 종합 일간지 4명(조선일보·한국일보·한겨레·중앙일보), 외신 4명(로이터·AFP·니혼게이자이신문·BBC), 통신사 2명(뉴시스·연합뉴스), 지상파 방송사 2명(SBS·KBS), 종편(TV조선)·보도전문채널(연합뉴스TV)·지역신문(영남일보)·인터넷신문(아이뉴스24) 각 1명 순이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사는 “주로 분류되는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소위 진보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하다”며 “지상파 3사 중에선 MBC를 제외한 KBS·SBS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한 뒤 “MBC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와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등 윤 대통령 언론탄압 논란과 연관돼있기에,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생중계되는 유튜브 채널 댓글창에 ‘MBC는 질문 안 시켜주느냐’는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국내 주요 보수언론으로 불리는 조선·중앙·동아일보 중에서는 조선일보와 그 계열사인 TV조선이 각 1명, 중앙일보가 1명씩 질문 기회를 얻은 반면 동아일보 기자는 질문자로 선택되지 못했다”는 기사는 “지역 언론의 경우 영남일보 기자가 지목되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취임 100일 당시 부산일보에 이어 두 번 연속 경상권 지역 언론의 질문을 받게 됐다”며 “지난 기자회견에 이어 추가 질문이 허용되지 않은 가운데 질문과 다소 겉도는 답변이 이뤄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질문 기회가 충분히 돌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는 기사는 “한 출입기자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대통령실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매체, 외교안보 분야의 경우 외신들로만 질문자를 선정한 것 같아 아쉬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MBC 참석 기자는 이날 해당 방송 뉴스에서 “매 질의 순서 때마다 손을 들었지만 정작 지목되지는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검도 변화도 거부한 윤 대통령의 ‘절망스러운 ’마이 웨이‘...불행한 퇴장 향한 빌드업”

진보언론들은 윤 대통령 기자회견과 관련해 일제히 우려와 비판적 시각을 사설과 칼럼에서 드러냈다. 한겨레는 10일 사설(제목: 특검도 소통도 ‘마이 웨이’, 기자회견 왜 열었나)에서 “많은 국민은 윤 대통령이 이번 회견을 통해 자신과 부인의 사적 이해보다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며 “그럼에도 끝내 자신과 부인의 안위만을 생각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또한 “상식적 판단을 무시하고 거부권을 남용했기에 국민 신뢰를 잃고 총선에서 참패한 것”이라고 지적한 사설은 “윤 대통령은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에 대해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엉뚱하게 ‘채 상병 사망 직후 왜 무리한 구조작전을 폈느냐는 질책을 했다’고 답했다”며 “불통을 넘어 국민을 기만하려 한 것 아닌가. 이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일방적 주장만 반복하려고 1년 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연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고 힐난했다.

경향신문은 ‘에디터의 창’이란 내부 칼럼(제목: 윤 대통령, 불행한 퇴장을 향한 빌드업을 하고 있다)에서 “윤 대통령은 현실을 외면한다”며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것은 ‘더는 못 봐주겠다. 너희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민심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지만, 대통령이 총선 민의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음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확인됐다”고 썼다.

또한 칼럼은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방탄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며 “그러나 여당의 108석은 성긴 그물이다. 제 코가 석 자인 여당이 언제까지 대통령 보호를 자처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여론에서 고립된 국정운영을 지속할 경우 성긴 그물 여기저기 구멍이 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빌드업을 하고 있다”고 칼럼 말미에서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제목: 특검도 변화도 거부한 윤 대통령의 ‘절망스러운 회견’)에서도 “총선 참패 후 민심에 귀기울이겠다는 다짐은 허언이었는지 묻게 된다”며 “민심과 먼 대통령이라는 개탄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사설은 “자찬하고 민심을 탓하고 위기를 모르는 안일한 인식만 목도했다”며 “국민들로선 절망적인 회견이었다”고 지적했다. 

"총선 참패 한 달이 돼서야 나온 사과, 옆구리 찔러 절 받은 듯" 

CBS는 내부 칼럼(제목: 변화 거부하고 소통만 외친 대통령 회견)에서 “민심에 부응하지 못하면 형식은 소통이지만 내용적으론 불통이다”며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선 주제 제한없이 충분히 질문을 받겠다고 처음 공언했던 것과 달리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로 분야별 시간 제한을 두고 추가 질문도 차단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적 의혹이라는 진흙에 발이 빠져 있는 한 앞으로 내달리기 힘들 것”이란 칼럼은 “이대로면 남은 3년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보수언론 중 동아일보도 사설(제목: 특검 충돌도, 의정 갈등도, 연금개혁도 해법 못 낸 尹 회견)에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사설은 “구체적인 현안들을 두고선 그간의 기조에서 달라진 게 없었다”면서 “윤 대통령이 이런 인식에 머무는 터에 당장 시급한 정치의 복원이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1년 9개월 만에 열린 이번 회견은 여러모로 부족했다. 총선 참패 한 달이 돼서야 나온 사과는 옆구리 찔러 절 받은 듯했고, 말로는 바뀌겠다는데 그 변화를 체감하기 더욱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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