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따라 인생따라'

슬프다! 자네가 소식도 전하지 않고 먼저 가다니,

가고 오는 것이 슬픈 것이 아니고, 가는 것을 지켜보는 그 마음이 슬프다.

그때가 어제였던가, 젊디 젊은 시절에 만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헤어져 어쩌다가

삼년 가뭄에 콩 한 포기 나듯 소식만 전하고 살다가

먼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한순간 멍하니 보낸 시간이여,

삶은 그렇게 오고 그렇게 가는구나.

“슬프다. 지나간 그 세월은 어디로 사라져 갔는가”

내가 모르는 그곳, 자네가 간 그곳에도,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불고, 바람이 자고,

꽃이 피었다가 지고

눈이 내리고 눈이 녹기는 할까?

그곳에도 가슴이 미어지는 그리움이 있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이 있을까?

‘슬프다.’ 고 소리 내어 말하는 내 말이 허공을 날아가서

먼저 간 자네의 펄럭이는 옷소매에라도 닿을 수 있을까?

아니면 내 아프고도 무너지는 가슴이 땅으로 스며들어 시공을 뛰어넘어

바다가 되고 창공이 되어 모든 것 잊고

무심히 흐르는 구름이 되어 떠돌 수 있을까?

“오고 가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하면서도 연연해하고 애달파 하면서

앞서간 자네에게 삼가 술 한 잔 바치네,

잘 가시게,

가서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잘 놀게,

눈물도 흐르지 않는 진한 슬픔으로 자네를 보내네.

/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