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87)
제22대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역마다 후폭풍과 여진이 만만치 않다. 특히 호남지역은 ‘도로 더불어민주당’, 영남지역은 ‘도로 국민의힘’으로 일당 독주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지형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양 지역을 싹쓸이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당선자들에게 22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국민의 준엄한 회초리를 겸허히 새기고 유권자들의 다양성을 대변할 제도·인물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선 이후 광주·전남 중심의 호남과 영남지역 주요 언론들의 의제를 톺아본다. /편집자주
호남(광주·전남)
4·10 총선 결과 광주·전남, 전북지역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에서도 민주당 등 범야권이 기록적인 압승을 거두며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 정국이 이뤄진 데 대한 호남지역 언론들의 분석과 주문이 다양하다. 지역 언론들은 연일 환호하는 당선자들의 사진과 함께 인터뷰 기사를 쏟아내는가 하면 1면과 사설 등에서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 눈에 띈다.
특히 선거 때만 되면 ‘호남이 민주당의 심장부이자 어머니’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늘상 ‘주머니 속의 공깃돌’ 정도로 여기는 행태가 되풀이된다는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의 따가운 지적들이 시선을 끌어모았다.
[전남일보] ”민주당 승리 기뻐하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주머니 속 공깃돌’ 전락하는 것에 염증“

전남일보는 12일 ‘“국정 운영방식 바꿔라”…국민의 준엄한 회초리’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지역별 의석을 살펴보면 민주당은 텃밭인 광주·전남·전북의 28석을 모두 지켜냈고,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강세지역인 대구·경북(TK)의 25석을 모두 차지했다”며 “40석이 걸린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약진했지만, 결국 국민의힘이 80% 이상인 34석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사는 “범야권의 압승과 국민의힘의 참패는 검찰독재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자, 그동안의 국정 운영방식에 대한 변화 요구라는 분석”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주머니 속 공깃돌’로 전락하는 것에 염증을 느끼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민심을 잘 들여다봐야 할 시기다. 정권 심판을 기조로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만큼 4·10 총선을 올바른 국정 운영 및 지역 발전의 주춧돌로 삼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역 정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주문했다.
[광주일보] “호남정치 복원, 위상 되찾고 지역 현안 해결해 내야”

광주일보는 이날 ‘‘호남 싹쓸이’ 민주당 의원 앞에 산적한 과제‘란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당을 향해 더욱 많은 주문을 내놓았다. 사설은 “호남을 싹쓸이 한 민주당 당선자들에겐 22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크게 두 가지인데 우선 호남정치를 복원해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다선 의원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하는데 이번 총선에서도 광주·전남 초선 비율이 61%나 돼 주요 상임위 등 지도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기가 쉽지 않다”는 사설은 “따라서 어느 때보다도 의원 개별 활동보다는 협업 체계를 구축해 지역 현안에 대해 힘을 모으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두 번째는 입법을 통해 시급한 지역 현안을 해결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가장 시급한 것이 지방 소멸을 막을 강력한 균형발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며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도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반영해야 할 과제다”고 꼽았다.
[남도일보] “민주당 심장부·텃밭이라는 말 무색하지 않은 결과...그러나 민심은?”

남도일보는 12일 ’광주·전남 싹쓸이에도 편치 않은 더불어민주당‘의 기사에서 “광주·전남 18석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거머쥐면서 지난 21대 총선에 이어 2연속 싹쓸이를 기록했다”며 “민주당의 심장부, 텃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민심의 속내를 한발짝 더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고 밝힌 기사는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호남의 정치구도상 유권자들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대안이 없는 지역구 투표에서 보수 정당이나 소수 진보정당, 무소속 후보로 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선택의 여지 없이 지역구는 ‘도로 민주당’을 찍었지만 비례대표 정당 투표는 달랐다. 조국혁신당이라는 확실한 대안 정당이 등장했다.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까지 대거 쏠림현상이 나타났다”는 기사는 “그 배경에는 조국혁신당이 정권심판과 검찰개혁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한 점이 주효했지만,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나 비판적 지지 여론도 깔려 있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특히 민주당은 선거 때가 되면 호남이 민주당의 심장부이자 어머니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늘상 ‘주머니 속의 공깃돌’ 정도로 여기는 행태가 되풀이돼온 점이 깔려 있었다”며 “지난 대선 때도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공허한 메아리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호남의 정치는 변방으로 밀려났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다”고 덧붙였다.
영남
영남지역은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이 압도적인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국민의힘의 핵심인 대구지역 언론들 중에는 민주당의 압승을 우려하며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사법 무력화에 나선다면 정국은 대혼란에 빠지고 그 책임은 민주당이 지게 될 것이란 지적을 내놓았다.
반면, 이번 제22대 총선 결과는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의 매서운 심판이며,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있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매일신문]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완전히 거듭나야...참패한 국민의힘도 거듭나야 한다”

대구·경북지역 언론들 중 매일신문은 12일 사설 ‘대승, 민주당 책임 정치로 수권 정당 모습 보여야 한다’에서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완전히 거듭나야 한다”며 “또다시 21대 국회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준엄한 국민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한 사설은 “극렬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하느라 무리한 입법을 몰아붙이거나 조국혁신당과 선명성 경쟁을 하느라 극단 정쟁으로 흐르거나,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사법 무력화에 나선다면 정국은 대혼란에 빠지고 그 책임은 민주당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참패한 국민의힘도 거듭나야 한다”는 사설은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가 대한민국의 패배, 윤석열 정부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구축할 것은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며 “아울러 야권과 협력, 정부와 소통으로 여당으로서 해야 할 바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야권의 총선 승리와 여권의 패배는 또 다른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고 주문했다.
[영남일보] “야당의 패권적 입법부가 된 22대 총선 결과, 상당 부분 윤 대통령 책임과 결부”

영남일보는 이날 ‘위기의 윤석열 정권, 겸허함과 진성성 담은 개혁이 탈출구’란 제목의 사설에서 “22대 총선은 집권 여당 국민의힘 참패로 끝났다”며 “여당의 패배이기도 하지만 한편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자 성적표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겸허한 국정운영'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사설은 “2년 전 윤석열 정권은 180석을 전후한 강력한 반대파 권력 환경을 안은 채 출범했다. 당시 여소야대는 윤 대통령이 물려받은 것이지 자초한 것은 아니었다”며 “반면 야당의 패권적 입법부가 된 이번 22대 총선 결과는 재임 중 이뤄진 압도적 참패이고, 이는 상당 부분 윤 대통령의 책임과 결부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설은 “야권이 대통령 탄핵 가결 수준인 200석을 넘기지 못했다고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며 “겸허함은 대통령실과 내각의 정비가 우선 필요함을 전제한다”고 충고했다.
[부산일보] “대통령, 분명하게 드러난 국민의 뜻 겸허히 수용해야”
부산일보도 이날 사설 ‘윤 대통령 국민 뜻 받들어 국정 쇄신 진정성 보이길’에서 이번 총선 겨로가를 두고 “집권 세력에 대한 민심의 매서운 심판인데,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있다”면서 “이제 대통령이 분명하게 드러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윤 정부 2년은 대통령 스스로 내세운 ‘공정과 상식’의 길과는 달리 ‘불통 리더십’으로 민의를 외면한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힌 사설은 “크게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이 정권 심판론의 불을 지폈고,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의 도피성 임명 논란이 국민 신뢰를 무너뜨렸으며, 결정적으로 대통령의 ‘대파 한 단 875원’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설은 “그에 앞서 여당 대표를 무리하게 몰아내고 당을 장악하거나, ‘이념’을 앞세워 진영 대결을 부추긴 행태도 국민 불신을 키웠다”며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한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이 이번 총선에서 호된 비판을 받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말미에서 “대통령과 여야가 따로 없이 환골탈태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해 국민 삶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게 준엄한 총선 민의다”고 결론 지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