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본투표에 앞선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역대 최고'인 현상을 놓고 많은 해석들이 쏟아져 나온다. 본투표 당일엔 하루 여가를 즐기거나 여행을 위해 평일에 미리 짬을 내어 사전투표를 했건, 끓는 분노를 참지 못해 사전투표를 했건 간에 선거에 관심이 높아진 것만은 사실인 듯 싶다.
선거에 무관심한 채 투표일을 그저 노는 날로 착각하는 진상들도 있지만 사전투표 참여가 갈수록 높아져 가는 것은 어쨋든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마침 주말이고 하여 우리 가족도 사전투표를 함께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름다운 석양을 선물로 받았다. 유난히 붉은빛 노을이 연분홍 봄꽃들과 어울리니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 투표장에서 선택을 했지만 누구를 찍었는지, 어느 당을 지지했는지에 대해 서로 말을 아끼는 눈치다. 내심 아들과 아내가 누굴 찍었는지 궁금했지만 투표장에서 집으로 향하는 내내 서로 묻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 분위기에 눌려 꾹 참았다. 행여 ‘누굴 찍었느냐’고 물을까봐 눈치 빠른 아들이 화제를 전환하느라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떤 선택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투표에 얼마나 참여했느냐'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관심사로 작동하고 지배하기 때문일까. 투표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해 본다. 그래서다. 투표의 중요성이 담긴 명언들을 다시 소환해 행간을 곱씹어 보게 한다.

”당신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정치가 당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페리클레스-
”부패한 정치인, 사기꾼, 도둑 그리고 배신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피해자가 아니다. 공범자이다.“ -조지 오웰-
”투표는 우리 자신, 서로, 이 나라, 그리고 세계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샤론 잘츠버그-
”투표는 우리의 권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힘이다.“ -라운지 웅-
”나쁜 공무원들은 투표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다.“ -조지 장 네이선-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 -프랭클린 피어스 애덤스-
이들 명언 중에서 미국의 칼럼니스트였던 프랭클린 피어스 애덤스(Franklin Pierce Adams)가 남긴 말이 가장 인상적이다. 위트가 넘치는 그의 칼럼은 당시 미국 사회에 대한 격의 없는 비판을 담고 있으면서도 매우 신중했다. 투표가 누구를 꼭 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선돼서는 안 될 후보를 가려내기(떨어뜨리기) 위한 것임을 일러 준 명언이다.

화사한 봄꽃들도, 화려한 석양의 노을빛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거나 어두운 빛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선택한 결과가 옳든 그르든 일정한 시간 안에서 유효할 뿐이다. 그리고 그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우리는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된다. 연속된 선택의 반복 속에서 불온한 선택과 현명한 선택, 옳은 선택과 그릇된 선택으로 갈려질 뿐이다.
그러나 투표의 선택은 유권자 모두에게 주어진 권리이지만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선택의 결과에 따른 대가를 일정한 유효기간에 공동사회 일원 모두가 함께 지며 분담해야만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래서 선택은 중요하고 반드시 옳은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옳은 선택은 늘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한다. 모두가 고통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최대화하기 위해.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