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주요 방송·일간지 의제 톺아보기-2024년 3월 26일

총선을 15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이 9대 공약을 발표했지만 4년 전 총선 공약의 재탕 또는 지난 대선 때의 공약과 별반 차이가 없어 ‘재탕삼탕 공약’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 언론들은 민주당 전북 총선을 액면 그대로 보도한 쪽과 '알맹이 없는 무기력한 공약'이라며 비판하는 쪽으로 갈렸다. 

한발 더 나아가 다른 정당의 공약들에 대한 이행 가능성도 의문이 제기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국민의힘 역시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지역언론 보도 실태와 지난 4년 전 총선 당시 민주당 전북지역 공약 및 실행 여부 등을 살펴본다.


민주당 전북도당 9대 정책공약 발표...지역 언론들 두 부류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4·10 총선 후보들 중 7명이 25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대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전북도당이 지난 2023년 7월부터 TF를 구성해 준비한 결과물이라고 내놓은 이날 9대 공약은 △미래 융복합 신산업과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 조성 △2045 탄소제로 그린성장의 중심지로 조성 △첨단 농업과학기술로 농생명산업 강화 △글로벌 K-Culture 전북 △청년 투자 늘리고, 민생경제 활성화 △안전하고 행복한 복지전북 △새만금 주요사업 2030년까지 완공 △전북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조기구축 △입법을 통해 전북특별자치도 성공 제시 등으로 요약됐다.

이날 민주당 전북도당 공동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장에는 한병도(익산을) 도당위원장을 비롯해 이성윤(전주을), 정동영(전주병), 신영대(군산·김제·부안갑), 이원택(군산·김제·부안을), 윤준병(정읍·고창), 박희승(남원·장수·임실·순창) 후보 등 7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김윤덕(전주갑)·이춘석(익산을)·안호영(완주·진안·무주) 세 후보는 보이지 않아 불참 배경에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 전북지역 후보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명분으로 9대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지지를 호소했지만 전원이 참석하지 않은 때문이다. 이날과 다음날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JTV, 전북CBS 등은 민주당의 발표 공약 내용을 액면 그대로 무비판적인 보도를 했다. 그러나 전북일보, 전민일보, KBS전주총국, 전주MBC는 공약이 지난 4년 전 민주당 전북도당이 발표했던 공약과 유사하거나 심지어 대선 공약과도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이행 여부도 확실치 않다는 비판적 보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눈에 띄는 공약 없고 무기력한 공약 경쟁“

전주MBC 3월 25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전주MBC 3월 25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방송사들 중에는 전주MBC가 가장 적극적인 비판 보도에 나섰다. ‘"눈에 띄는 공약 없다"...무기력한 공약 경쟁’이란 제목과 함께 25일 내보낸 기사에서 방송은 “총선을 앞둔 민주당 전북도당이 100개 이상의 전북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며 “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아 추진된 첫 공약인 만큼 관심이 컸지만 재탕삼탕 아니냐는 말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북 표심을 겨냥해 아홉가지 정책을 제시한 민주당이 금융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해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모두 100개가 넘는 세부 공약을 발표했다”는 기사는 “최근 화두인 지역공공의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산모와 영유아 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확충하는 등 의료 인프라 개선을 약속한 점이 일단 눈에 띈다”며 “하지만 1호 공약인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과 새만금 SOC 조기구축 등은 각종 선거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내용으로 대부분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기사는 또 “심지어 제시한 공약 가운데 절반 이상은 전북자치도가 마련해 각 당에 제안한 공약을 그대로 옮겨붙인 수준이어서 무성의하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면서 “민주당 일당 쏠림의 선거구도에 균열을 내겠다며 도전장을 낸 국민의힘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새만금 발전과 바이오, 방위산업 같은 신산업육성 등 7대 정책을 발표했지만 공약 숫자가 35개에 불과해 민주당 공약에 수적으로 밀린다”는 기사는 “새만금국제공항과 신항 조기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한 대목은 이 사업에 다소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던 여당이기 때문에 고무적이지만 후보 개인 공약을 제외하면 차별화 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사는 “거의 대부분이 전북자치도가 발굴한 공약을 채택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번 총선도 지역 정책에 대한 다양성 있고 심도 있는 담론 없이 사실상 정당 간판과 인물 대결로만 치러지고 있어 긴장감 없이 흘러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4년 전 총선 때와 차이 없고 다수 의석 가지고도 공약 이행 소극적...국힘, 공약 지킬 수 있을지 의문”

KBS전주총국 3월 25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KBS전주총국 3월 25일 뉴스 화면(영상 갈무리)

KBS전주총국도 이날 ‘정당마다 공약 발표…이번에는 지킬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당마다 전북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총선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며 “그동안 말만 앞세워 지키지 않은 공약들이 적지 않았던 터라,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고 리드에서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전북선거대책위원회가 총선 공약을 발표했지만 일부 내용이 4년 전 총선 때와 차이가 없고 다수 의석을 가지고도 공약 이행에 소극적이었던 건 아니냐는 지적에 정부가 국정 운영을 잘못한 탓이 크다며 이를 바로잡으려면 민주당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기사는 이어 “국민의힘도 7개 정책, 35개 세부 과제를 담은 전북 공약을 내놨다”며 “전북의 성장동력을 제대로 만들어내겠다며, 새만금 기반시설 조속 추진, 금융중심지 지정 추진 등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새만금 사업과 금융중심지 지정은 정부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터라 과연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사는 “녹색정의당은 새만금 생태관광 중심지 대전환, 공공은행 설립, 무상 공공교통 실현, 지역 대학 무상교육 추진 등을, 새로운미래는 산업구조 고도화,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도시 구축,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향토문화 예술축제 지원 등을 공약했다”며 “진보당은 가계부채 해결과 돌봄 국가책임제 도입 등을 내세웠고, 조국혁신당은 전북특별자치도의 예산권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총선·대선 때 공약과 별반 차이 없어...‘재탕삼탕’ 공약”

전북일보 3월 25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3월 25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신문들 중에는 전북일보가 ‘민주당 도당 9대 공약 발표…21대 총선·대선 재탕 비판’의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이 전북 발전의 기틀이 될 ‘22대 총선 전북 성공시대 전북도당의 9대 약속’을 발표했다”며 “그러나 9대 공약 면면을 보면 지난 총선과 대선 때의 공약과 별반 차이가 없어 ‘재탕삼탕’ 공약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서두에서 지적했다. 

이어 기사는 “더욱이 당초 2026년 개항 예정이었다가 2028년으로 완공이 연기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2030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등 오히려 지난 21대 총선보다 공약이 더욱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이러한 공약은 전북도당이 지난 2023년 7월부터 TF를 구성해 준비한 결과물”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새전북신문은 관련 기사(민주당, “전북성공시대 열겠다”)에서 9대 정책공약을 설명한 뒤 “이번 공약은 새로운 것을 제시하기보다는 금융도시 조성, 그린성장, 농생명산업 강화 등처럼 장기표류 중인 지역 현안을 해결하거나 기존 성장동력산업을 집중 육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해석했다.

“남원공공의대 관련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공약에서도 언급조차 되지 않아”

전민일보 3월 26일 1면 기사(지면 갈무리)
전민일보 3월 26일 1면 기사(지면 갈무리)

전민일보는 ‘민주·국힘, 총선 정책공약 발표’란 제목의 26일 1면 기사에서 “지역 정치권은 이번에 발표된 양당 공약에 대체로 실망하는 분위기다”며 “특히 남원공공의대 관련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 공약에서도 언급조차 되지 않아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추진이 불투명해 졌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당이 제시한 ‘금융도시 조성’ 공약의 경우 지난 2016년 처음 등장한 이래 민주당 선거 공약에 매번 등장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어 ‘공약 돌려막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며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새만금 SOC 조속 추진 공약을 들고 나왔지만 그 전에 왜 예산이 삭감됐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민주당 역시 지난 총선 대승에도 주요 공약이 지켜지지 않아 이번 총선에서 재탕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민주당, 21대 총선 공약도 '재탕' 논란...남원국립의전원·전북금융타운 조성 등 ‘물거품’ 

앞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전북지역에서는 10개 선거구 중 남원·임실·순창지역을 제외하고 9곳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일부 공약들은 자치단체의 현안과 겹치고 20대 국회 때 해결되지 못한 현안과도 같은 경우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4년 전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2020년 3월 23일 발표한 총선 정책공약들 중에는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수소상용차 생산거점 클러스터 구축, 제3금융도시 및 전북 금융타운 조성 등 10대 정책 77개 세부공약을 발표했지만 공공의료대학원과 제3금융도시 등 굵직한 공약들은 전혀 이행의 기미조차 보이지 못한 채 장기간 터덕거리며 무산 위기에 놓였다.

더구나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제시한 공약들은 지난 20대 총선 때 제시했던 재탕용 공약이거나 이미 정부나 전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남원 국립의료원 설립과 제3금융도시 및 전북 금융타운 조성은 총선에 이어 대선 당시에도 각당의 주요 공약으로 제기됐지만 미적거린 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정부의 공약 실천 의지가 빈약해 미완의 상태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내놓은 공약들은 전북 발전을 견인할 참신성 있는 거시적인 지역발전 구상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표심을 겨냥한 사탕발림 공약을 내걸고 정작 당선되면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이행 자체가 불가능해 시도조차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따가운 비판이 거센 이유다.

“민주당 후보들, 전국 최다득표율 기록 여부 관전 포인트?”...특정당 후보들 띄우기 '눈총'

전북도민일보 3월 25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 3월 25일 인터넷판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전주MBC, JTV는 공동으로 실시한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25일과 26일 연이틀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대부분 언론사들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들의 강세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전북도민일보는 ‘전북 더불어민주당 후보 초강세...비례는 조국혁신당 돌풍’의 기사에서 “이번 총선에서 이원택·신영대 후보 등이 민주당은 물론 전국에서 최다득표율 기록 여부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지나치게 특정당 후보들만을 부각시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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