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계 이슈

전북지역에서 발행되는 주요 일간지들의 제호.(자료사진)
전북지역에서 발행되는 주요 일간지들의 제호.(자료사진)

전북지역 일간지 기자들의 이직 및 전직 사례가 매년 증가하면서 지역 언론계 내부는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들의 통신·방송사 및 서울 일간지 주재기자 등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공보·홍보 분야의 공직사회로의 전직 사례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빈 경력기자들의 자리를 메우기 위한 지역 언론사들 간에 뺏고 빼앗기는 기자 스카우트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볼멘 소리가 언론계 내부에서 쉼없이 나오고 있다. 열악한 처우·환경 때문에 이직 및 전직 현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지역 일간지들을 빗대어 '경력기자 양성소' 또는 '홍보 전담 공무원 배출소'란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전북자치도, 대변인 이어 보도지원팀장 언론사 경력기자 출신 연이어 발탁

이런 현상이 근래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탈 현상을 방지할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지역 일간지들은 지속적인 '기자 모집공고'와 '타사 경력기자 스카우트'에 의존, 빈자리 돌려 막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언론의 제기능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지역 언론인에 대한 처우·환경 개선이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문이 비등하다.  

16일 지역 언론계와 공무원 노조 등에 따르면 최근 전북도민일보 K모 경력기자는 전북도청 대변인실 보도지원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새로 발령 받은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 출신 보도지원팀장 바로 위 상급자인 대변인(4급)도 연합뉴스 경력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연이어 경력직 언론인 발탁 공무원 인사가 이뤄진 때문이다.   

이번에 발탁된 보도지원팀장은 주로 경제분야에서 오랫동안 취재활동을 벌여왔던 경력기자 출신이다. 그런데 갑자기 많은 언론인들의 취재 대상인 전북자치도 홍보업무를 맡게된  것이어서 충격적이란 언론계 반응과 함께 너무 파격적인 인사란 지적이 공직사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는 그리 낯설지 않다. 이른바 취재와 홍보 역할의 동시 전환이 이뤄지는 행태가 전북지역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철 이후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으로 특정 후보 캠프에서 홍보 역할을 하다 당선되면 지자체와 지방의회, 국회의원실로 이동해 대변·공보·홍보 등의 업무를 맡아 신분이 전환된 사례가 흔하다.  

이른바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로 불리는 이들 외에도 언론사에서 언론사로 이동하는 사례도 부쩍 잦다. 최근 전북자치도청으로 경력기자를 빼앗긴 해당 일간지 J모 경력기자 역시 신문사를 그만두고 통신사로 자리를 옮겨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도 이 신문에서는 경력기자가 통신사로 이직한 사례가 있다. 

지역 일간지 경력 쌓은 후 통신사·서울 주재기자·지역 방송사 등 이직 사례 비일비재...대책은 '전무' 

지역 일간지에서 경력기자들이 잇따라 나가는 바람에 취재 전력에 큰 차질을 빚고 있지만 신입 및 경력기자 모집공고를 통해 자리를 채우는 방법 외에 이를 막을 뚜렷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자료사진)
지역 일간지에서 경력기자들이 잇따라 나가는 바람에 취재 전력에 큰 차질을 빚고 있지만 신입 및 경력기자 모집공고를 통해 자리를 채우는 방법 외에 이를 막을 뚜렷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자료사진)

이처럼 지역 일간지에서 경력기자들이 잇따라 나가는 바람에 취재 전력에 큰 차질을 빚고 있지만 신입 및 경력기자 모집공고를 통해 자리를 채우는 방법 외에 이를 막을 뚜렷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해당 일간지는 지난해에도 경력기자들 중 통신사 외에 서울 일간지 지역주재기자로 이직한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빈 경력기자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또 다른 지역 일간지 출신 경력기자를 채용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북도민일보는 잇따른 빈 경력기자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경력기자 모집에 나서 또 다른 지역 일간지들의 출신 경력기자 2명을 채용했지만 지역 일간지들 사이에 빈 경력기자를 돌려 막는 '뺏기고 빼앗는 쟁탈전'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전북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전북일보 역시 최근 기자들의 이직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습 과정이 끝났거나 2-3년 이상 경력을 쌓은 기자들이 통신사와 수도권 일간지, 지역 방송사, 공직사회 등으로 잇따라 이직 또는 전직을 한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 빈 자리는 다른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들로 자리를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력기자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지역 언론계의 환경이지만 이 같은 경력기자 부족난은 지역 언론계에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역 일간지들 중 주로 마이너급 언론사에서 메이저급 언론사로 이동하거나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들 중에는 통신사와 방송사, 서울 일간지 주재기자로 이동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전북에서 활동하는 서울 일간지들의 지역 주재들 중에는 지역 일간지에서 경력을 쌓은 뒤 이직해 회사명만 바꾸어 같은 취재 현장에서 계속 활동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지역 기자들 공직사회로 '전직' 수두룩...공보·홍보부서 중간 간부급 대부분 차지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전경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전경

설상가상,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들 중에는 일정 경력을 쌓은 후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해 '기자 출신 공무원'들이 도내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역 일간지 경력기자 부족난이 더욱 심화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공보·홍보 업무 부서의 경우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일선 시·군과 지방의회로 전직한 기자 출신 공무원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게 공무원 노조 측의 설명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공보·홍보 업무 부서의 실장과 팀장 등 책임자급 공무원들이 언론인 출신인데다 그 아래 언론인 출신 주무관 등 실무진들이 10명이 넘을 정도다. 전주시와 전주시의회의 경우도 공보·홍보 부서의 핵심 중간 간부는 모두 지역 언론인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다른 시·군 및 지방의회 역시 이와 비슷한 구조여서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공직사회로 전환하는 사례가 그리 낯설지 않다. 이런 풍토가 전북지역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양태다. 이와 관련 한 전직 언론인 출신 공무원은 "열악한 처우·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좀 더 나은 환경으로 이직 또는 전직하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공직사회에서 언론인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도 전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처우·환경 개선 등 잦은 경력기자 이탈 방지 대책 시급"  

한 지역 일간지 기자는 "취재 현장이나 기자실 등에서 서울과 지역 일간지, 방송사와 지역 일간지, 메이저급과 마이너급으로 구별되는 것이 하나의 계급사회처럼 여겨지는 현상이 보편화 됐다"며 "이 때문에 취재 현장 등에서도 상호 의견만 맞으면 쉽게 다른 회사로 이직이나 전직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사에서 서울 언론사로 이직한 한 경력기자는 "지역 일간지들이 경력기자 양성소가 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도 없기 때문에 더욱 언론 스펙을 쌓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며 "무조건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고만 탓할 게 아니라 지역 일간지들이 처우·환경을 개선시키고 언론인으로서 미래가 보장되는 언론사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면 누가 이직이나 전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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