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화 칼럼
선거구 획정이 법정 기한인 1년 전에 결정되지 않고 올해도 어김 없이 지각 결정됐다. 뒤늦게 여야 협상 시동이 걸리면서 총선 41일을 앞두고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런데 전북지역 언론들은 막바지 통과 과정에서 지역 의석 수 축소를 염려하며 '전북 홀대', '도민 무시'로 규정하며 '애향 보도 경쟁'을 벌였다.
새만금잼버리 파행, 새만금 SOC 예산 삭감, 새만금 공항 재검토 등 일련의 상황 속에서 의석 수 축소까지 이뤄진다는 건 전북의 존재감이 지금보다 더 어렵고 심지어 기억에서 지워질 것이란 위기 의식으로 작동되었기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전방위적으로 각 당과 의원들을 압박하는 보도들이 무시무시하게 나왔다.
지역 의석 확보만 중요하고 비례 의석 축소는 왜 아무렇지 않게 여길까?
'전북 국회 의석 10석을 유지하지 못하면 현역 의원들 모두 사퇴하라'는 보도들이 심상치 않게 등장했다. 전북일보에서는 진보당을 향해 '진보당에 1석 만들어 준 전북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 지켜야'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아마 진보당이 비례 축소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정말 지역이기에 가능한 보도들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비례제도가 도입된 취지, 즉 선거의 가치인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완하기 위해 정치개혁 차원에서 논의되었던 것임은 현 시점에서 전북의 언론들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도적 개선을 하지 않았고, 끝내 양당의 담합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구를 지킨 결과로 마무리된 이번 선거구 획정 결말을 놓고, 시민들이 요구해 온 정치 개혁은 실종되었고 결국 많은 도민은 지역구 사수라는 상황에 몰리면서 이기주의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여기에 선거구 유지를 위해 지역 일부가 여기저기 찢어지고 붙여지면서 일부 당원들은 경선 투표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참정권 제약까지 받고 있다.
앞으로 지역 상황 더 심각해질 것...언론 보도, 답답하고 불안한 이유는?
정말 근본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지역 일간지들은 '전북 의석 수 10석 유지'에 앞장 선 특정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거론하며 공을 치하해 주고 있고, 항의 차원에서 기권과 반대를 한 의원에게는 '표리부동하다'고 내몰고만 있다. 그러나 지금 성과를 거론하기엔 적절치 않아 보인다.
비례 1석 축소, 전북 의석 10석 유지가 결정되면서 시민단체에서는 비판 성명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지역구 기득권 확대 민주당과 국민의힘, 유권자 심판 받을 것'이란 성명을 냈고, 녹색정의당은 규탄대회를 했다.
앞으로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전북과 부산은 인구 수와 지역 면적을 살펴볼 때 앞으로도 의석 수 삭감 대상 1순위로 언급될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이 끝난 후에 특정 의원의 치적으로 보도하면서 논의가 끝나는 것은 아닐지 참으로 답답하고 불안하다. 지역언론의 깊은 성찰과 통찰력을 기대해 본다.
/손주화(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