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강원국x김민식 말하기의 태도’ 책 출간한 강원국 작가
지난 1월 말 <대통령의 글쓰기>의 강원국 작가와 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김민식 PD가 <강원국x김민식 말하기의 태도>라는 책을 출간했다. <강원국x김민식 말하기의 태도>는 리더들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으며 소통의 본질을 배운 강 작가와 작가, 배우, 스태프의 말에 귀 기울이며 경청을 배운 김 PD가 살면서 터득한 말하기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어떻게 두 사람이 만나 책 쓰게 되었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7일 서울 용산역 내 커피숍에서 강원국 작가를 만났다. 다음은 강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했다.
“말 잘 듣는 공통점 외에 배우려는 열망 강해...특히 사람에게 배우고 듣기를 잘한다는 점에서 공저하기로”

- 1월에 <강원국x김민식 말하기의 태도>라는 책을 김민식 전 MBC PD와 같이 출간하셨잖아요. 출간 소회가 어때요?
“내가 <대통령의 글쓰기>를 쓴 게 2014년 2월에요. 만 10년 됐거든요. 지금 만 10년 됐는데 이 책이 10번째 책이에요. 10년 동안 10번째 썼는데요. 애초에 책을 처음 쓸 때 죽을 때까지 10권 쓰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10년 만에 그걸 달성을 해버린 셈이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죠. 또 다른 면에서 보면 말하기 책운 <어른답게 말합니다>, <결국은 말입니다> 등 두 권을 썼어요. 이게 세 번째 책인데 어찌 보면 말하기 3부작의 마지막 편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또 김민식 작가와 같이 또 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고요.”
- 혼자 쓰는 거와 같이 쓰는 것의 차이가 뭐예요?
“우선 같이 쓰면 분량의 부담이 확실히 주는 게 있고요. 그런 데 저런 건 있을 수 있어요. 서로의 분량의 문제라든가 그 책의 내용의 기여도가 얼마나 있느냐에 차이가 있을 수가 있잖아요. 그리고 나중에 마케팅 과정에서도 누가 더 기여를 하느냐, 공헌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잖아요. 혼자 책을 쓸 경우 게을러서 홍보 안 하면 제가 감수해야 되니까 괜찮은데 공저는 책 내놓고 열심히 안 뛰면 눈치도 보이고 상대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그런 면에서 공저가 부담스러워요.
그런데 김민식 PD는 그런 우려를 전혀 안 가져도 될 분이에요. 김민식 PD는 서로 신뢰라든가 또 내가 또 김민식 PD를 평소에 쭉 왔을 때 그런 거로 신경전이 있다거나 서로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게 전혀 없을 상대여서 자신 있게 같이 공저하기로 했죠.”
- 책은 어떻게 같이 낸 거예요?
“출판사가 두 사람 엮은 거죠. 두 사람은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요. 우선 첫 번째 듣는 거로 밥벌이했어요. 뭐냐 하면 나는 스피치라이터니까 윗분들 말 듣고 그걸 글로 옮기는 일 했고, 김 PD도 PD로 일할 때 주로 연기자 또 작가의 말을 듣고 그거에 맞춰서 해왔던 사람이에요. 말 잘 듣는 공통점이 있고 또 둘 다 배우려는 열망이 강해요. 특히 사람에게 배우는 거에 대한 거죠. 그것도 듣기를 잘한다는 건 그런 열망이 깔려 있기 때문이에요. 또 한편으로 열등감도 되게 심해요. 그래서 제안이 왔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1년 동안 서로에게 배웠어요. 많이 많이 만났거든요.”
- 작가님 강연 잘하시잖아요. 강연할 때 유머스럽게 하시죠. 그러나 원래는 말을 잘못했다고 나와요. 어땠어요?
“말을 진짜 못 했고 안 했죠. 내가 학교와 직장 다닐 때는 주로 말 들으면 되잖아요. 굳이 말할 필요 없잖아요. 그러니까 듣는 걸로 살아왔거든요. 근데 50이 넘어 직장을 그만두니까 누가 말해주는 사람도 없고 듣는 거로는 돈을 못 벌잖아요. 어쩔 수 없이 말하게 되고 막상 해보니 말은 하면 할수록 늘더라는 거죠.”
“품성 안 좋은 사람 말은 아무리 청산유수로 말을 잘해도 들리지 않아”

- 그러나 그것도 재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난 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요. 나는 이렇게 봐요. 말하는 데 있어서 5가지 요소를 생각하는데 첫 번째가 얘기한 재능이에요. 이건 DNA로 타고나는 거예요. 두 번째가 환경이죠. 내가 말 많이 할 때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환경 속에 있었는지 아니면 집에서 내 말도 안 듣고 됐다고 듣기 싫다고 그러고 또 말할 기회도 별로 없고 그런 환경이었냐죠. 그다음에 세 번째가 노력이에요. 내가 얼마나 말을 잘하기 위해서 공부도 하고 노력을 했는지죠. 네 번째가 저는 품성이라고 봐요.”
- 품성이 왜요?
“왜 그러냐면 품성이 어떠냐에 따라서 그 사람 말의 모양이 달라진다고 봐요. 그리고 품성 안 좋은 사람 말은 아무리 청산유수로 말을 잘해도 들리지 않아요. 근데 말이 좀 어눌하고 해도 품성이 좋은 사람의 말은 좋게 들려요. 그다음에 마지막 다섯 번째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태도예요.. 근데 여기서 태도가 단순히 어떤 몸짓만이 아니고 삶을 대하는 태도, 상대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아요. 말할 때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를 배려하고 이런 태도 그게 난 거기서 재능을 타고나고 노력하고 이런 것보다도 태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죠.”
- 그럼, 태도를 어떻게 만들어요?
“태도는 결국 마음가짐인데 자기 인품을 갖춰야죠. 거기서 태도가 우러나오는 거니까요. 예를 들어서 두 가지라고 봐요. 스스로 겸손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이게 한 쌍이에요. 내가 겸손해지면 상대를 존중해 줄 수 있고 상대를 존중하려고 마음먹으면 내가 겸손해져야 되고 그게 있으면 그런 태도를 보이게 되죠.”
- 그게 가장 좋았던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인가요?
“그렇죠. 노무현 대통령 그런 분이에요. 태도가 보이잖아요. 국민에 대한 태도 자세 다 90도로 이렇게 하고 어떻게라든지 상대 하나라도 알려주고 도와주고 하고 싶은 마음에서 열정적으로 말을 하고 가르쳐주려고 도움을 주려고 그리고 분노와 불의에 분노하고 힘든 사람 약한 사람들 보면 그 사람들을, 측은지심을 갖고 어떻게든지 도우려고 하고 그게 그 사람 말에서 나타나잖아요.”
- 노무현 대통령이 말 잘하는 대통령이란 평가 받는 데에 핵심은 ‘사랑’이라고 나와요. 말하기와 사랑이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나는 그게 두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분은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정치한 거고요. 특히 힘없는 사람 또 어려운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은 곧 사랑이죠. 그것 때문에 말을 많이 해요. 그 사랑에서 비롯된 게 하나가 있고요. 그보다 더 중요한 하나는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고 그걸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아 뭔가보다 나은 세상 만들기 위한 정책 만들고 그 정책 실현해요. 그런데 그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말해야 해요. 대통령이 말로서 모든 것을 이끌어가잖아요. 그러니까 그분이 이렇게 말을 잘하는 데는 그 출발점이 사랑이 있다는 거죠.”
- 그럼, 윤석열 대통령의 말하기는 어떤가요?
“그 사람은 되게 상처도 많고 열등감 덩어리고 자존감이 절대 높지 않아요. 그에 반해 낮은 자존감을 스스로 포장도 하고 자기 상처를 치유한다고 그럴까요. 그러니까 밖으로 강해 보이고 말도 강하고 자기가 마치 모든 일의 심판관인처럼 누구를 재단하고 심판하는데 그 안은 마치 어른이 되지 못하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 상태라고 봐요. 저는 그런 걸 뭐라고 얘기했냐면 양심이 있느냐 없느냐거든요.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양심이 있어요. 자기를 귀하게 여겨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생각하면 돼, 이런 일 해서는 안 되지'라는 게 양심이에요. 근데 나는 그게 없다고 봐요. 어찌 보면 자아 성찰을 하거나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하지 않는 타입이라고 봐요.”
- 책에 보니 '자기애'가 중요하다고 나와요.
“자기를 비하하고 홀대하고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에 대해 감추려고 하죠. 자기 모습이 형편없다고 생각하니 자기 존중감이 없는 사람은 자기를 숨기려고 합니다. 자기를 숨기려고 하는 사람은 말을 않겠죠. 그리고 자기애가 없는 사람은 자기 효능감도 없어요. 자기가 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어요. 자기 안에 말할 거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혹시 있는 것도 그다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말하지도 않아요. 결과적으로 자기를 믿고 존중하고 하지 않으면 저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그랬거든요.”
“글쓰기보다 말하기는 훨씬 효과 있어...글은 흉내 내고 닮기가 쉽지 않아”

- 말 잘하는 사람을 롤모델로 삼으라는 내용이 있잖아요. 글쓰기하고 비슷한 걸까요? 잘 쓴 글을 필사하다 보면 자기만의 글이 나오잖아요.
“글쓰기보다 말하기는 훨씬 효과가 있어요. 글은 흉내 내고 닮기가 쉽지 않아요.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돼요. 근데 말은 계속 들으면 훨씬 흉내 내고 닮기가 쉬워요. 말은 자기가 닮고 싶은 사람 말을 많이 들으면 됩니다.우리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 흉내 내고 다 하잖아요.”
- 질문에 대한 얘기도 나오던데 좋은 질문은 뭘까요?
“우리가 질문을 하는 상황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뭔가 아는지 물어보는 질문도 있고 아니면 정신 건강 의사가 심리치료를 위해서 계속 묻기도 하고 또 형사가 취조하면서 하는 질문도 있고 또 국회의원이 뭘 추궁하기 위해서 또 질문하는 질문도 있고 또 도법 스님 같은 사람이 누구에게 깨우침을 주는 질문 던지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세상에는 질문을 해야 되고 질문의 종류도 많아요. 저는 좋은 질문은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질문 있잖아요. 예를들어 뭔가를 질문 받았어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생각 하다 보니까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아니면 자기도 몰랐던 자기의 감정을 알게 돼요. 그러니까 내 생각을 깨우쳐주는질문이죠.
제가 인터뷰 프로 할 때 전 질문 하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때 상대방이 내 질문을 받고 비로소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이 이런 것이란 걸 말하면서 대답하면서 신기해요. 그게 눈빛에 보여요. 그랬을 때 내가 아주 좋은 질문을 했다고 생각하죠. 그게 늘 되는 건 아니죠. 어쩌다가 그러니까 나쁜 질문은 그냥 상투적인 거 그건 벌써 대답하는 사람이 지루해 뻔한 질문 하도 많이 받았어 또 대답해야 돼. 이런 질문은 정말 좋은 질문이 아니라고 봐요.”
- 질문받는 사람이 말할 거리가 많은 걸 질문 하는 게 좋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상대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알고 있는 게 있어요. 그럼, 그걸 질문해 줘야 돼요.”
- 우린 어렸을 때 학교 수업 시간 끝나갈 즈음 선생님이 질문 없냐고 묻죠. 거기서 질문하면 친구들에게 눈치받으니 안 하게 되는 문화가 있었잖아요.
“그 선생님도 형식적으로 하는 거고 질문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죠. 근데 거기 손드는 애들 있잖아요. 그러면 애들이 욕하죠. 그러니까 우리는 질문을 할 때 눈치를 봐야 돼요. 그러나 지금은 챗GPT 시대고 챗GPT를 잘 활용하려면 질문 잘해야 되죠. 특히 추가 질문 보충 질문을 잘해야 돼요. 질문 능력이 앞으로는 굉장히 중요해질 거라고 봐요.”
“세상 보는 눈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면 말도 안 좋아...그러나 세상 보는 태도가 긍정적이면 나오는 말도 좋아져”
- 자존감 낮은 사람이 경청을 잘한다는 말도 나오던데 자세히 듣고 싶어요.
“저는 자존감이 낮아서 존재감 드러내는 걸 두려워했어요. 그런 사람은 말하지 않아요. 잘 듣는 걸로 상대의 비위 맞춰 상대가 시키는 일을 마음에 들게 잘하고 또 들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내 말을 잘 들어주면 그 사람이 저에게 호감을 갖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상대의 말을 잘 듣는 걸로서 ‘내가 당신에게 순종하고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경청하는 걸로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잘 만들어내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그걸로 승부하는 거예요.”
- 대담에 보니 사과에 대한 내용이 나오잖아요. 그것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세요.
“사과는 조건이 있다고 봐요. 사과에 들어가야 될 요소들이죠. 첫번째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야 해요. 두 번째 뭘 잘못했는지를 알아야 돼요. 그래야 뭘 고칠 줄 알 거 아니에요. 세 번째 자기 잘못으로 인해서 피해받은 사람한테 진짜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돼요.
그리고 네 번째 그 사람들에게 뭔가 보상 하거나 치유를 어떤 식으로든 해주고 싶은 마음이죠. 미안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고 그것에 대해서 자기가 어떻게든 보상하건 치유를 해주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되고요, 다섯 번째 이 잘못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돼요. 이게 들어가 있지 않은 사과는 가짜 사과예요. 이거는 사과하고 욕먹어요.”
-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뭘까요?
“결국 태도죠. 그러니까 우리가 말을 잘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습니까? 말재주를 타고나야 됩니까? 뭐 노력을 해야 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태도를 바꾸시면 된다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태도를 바꾼다는 것은 말하는 자세나 자기 어투, 생각을 바꿔야 돼요. 예를 들어 세상을 보는 눈이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면 거기서 나오는 말도 안 좋아요. 그러나 세상을 보는 태도가 긍정적이고 뭔가 따뜻하게 보면 그 태도에서 나오는 말도 좋아요. 태도에 달렸고 태도를 바꿔야 됩니다. 그러면 좋은 말 할 수 있습니다.”
/이영광 기자
